Christine Schaffer, soprano

Graham Johnson, piano


Wie rein Gesang sich windet

Durch wunderbarer Saitenspiele Rauschen,

Er selbst sich wiederfindet,

Wie auch die Weisen tauschen,

Daß neu entzückt die Hörer ewig lauschen,


So fließet mir gediegen

Die Silbermasse, schlangengleich gewunden,

Durch Büsche, die sich wiegen

Vom Zauber süß gebunden,

Weil sie im Spiegel neu sich selbst gefunden;


Wo Hügel sich so gerne

Und helle Wolken leise schwankend zeigen,

Wenn fern schon matte Sterne

Aus blauer Tiefe steigen,

Der Sonne trunkne Augen abwärts neigen.


So schimmern alle Wesen

Den Umriß nach im kindlichen Gemüte,

Das zur Schönheit erlesen

Durch milder Götter Güte

In dem Kristall bewahrt die flücht'ge Blüte.


Friedrich von Schlegel (1772-1829)


순수한 노래는 
현의 놀라운 속삭임을 휘감아 
그 자신을 다시 찾으니
수많은 멜로디가 바뀌지만
청중들은 다시 매혹되어
끝없이 노래를 듣고
계속 그렇게 흘러간다오

거울 속에서 자신을 새롭게 찾았으니
은빛 끈은 뱀처럼 휘어져
흔들리는 덤불 사이로
달콤하게 매혹시키네

언덕과 눈부신 구름들이
해맑게 드러나는 곳에서 
부드럽게 돌아가네
멀리서 희미하게 빛나는 별이 
이미 푸른 심연에서 떠오르고
태양의 취한 눈동자가 그 밑에 가라앉을 때

그리하여 모든 것은 천진난만한 
마음의 테두리에 빛나네
아름다움을 위해 기꺼이 
선택하신 신의 은혜로

한국어 번역 By 리히테르/CeciliaSJH
인용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하이페리온 슈베르트 가곡 전집 40장을 모두 다 듣는 동안, 귀에 확... 꽂혔던 곡 하나. 눈부신 햇살이 부셔지는 강물이 아기자기하게 우거진 수풀 사이로 지나가는 걸 보고 있다는 느낌. 예쁘다. 참 예쁘다.




Posted by 리히테르

성균관대 쪽에 새로 생긴 티룸, 레이첼의 티룸에서... 

포트메리온 보타닉 블루 찻잔이 몹시 예뻤던, 오후 빛이 잘 들던 창가 자리.







Matthias Goerne (baritone)
Graham Johnson (piano)


Wiedersehen

Der Frühlingssonne holdes Lächeln

Ist meiner Hoffnung Morgenrot;

Mir flüstert in des Westes Fächeln

Der Freude leises Aufgebot.

Ich komm’, und über Tal und Hügel,

O süsse Wonnegeberin,

Schwebt auf des Liedes raschem Flügel,

Der Gruss der Liebe zu dir hin.


Der Gruss der Liebe von dem Treuen,

Der ohne Gegenliebe schwur,

Dir ewig Huldigung zu weihen

Wie der allwaltenden Natur;

Der stets, wie nach dem Angelsterne

Der Schiffer, einsam blickt und lauscht,

Ob nicht zu ihm in Nacht und Ferne

Des Sternes Klang hernieder rauscht.


August Wilhelm von Schlegel (1767-1845)


재회


봄 햇살의 달콤한 미소는

내 희망의 새벽 ;

서풍이 살랑이는 가운데

기쁨이 속삭이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간다네, 언덕을 너머 계곡으로

환희의 달콤한 선물이여

사랑은 너에게 인사를 건내려 

노래의 날개를 타고 날아가네


그것은 헌신적이고, 

보답을 바라지 않으며, 

당신에게, 그리고 대자연에 

영원한 헌사를 맹세한,

누군가로부터 온 사랑의 인사 ;

그는 북극성에서 온 선원처럼

끝없이 지켜보며 홀로 귀기울이니

별의 소리가 머나먼 밤을 넘어

그에게 내려오기를


아우구스트 빌헬름 슐레겔 (1767-1845) 작사


한국어 번역 By 리히테르/CeciliaSJH

인용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영어 중역입니다. 영어 번역본은 하이페리온 홈페이지 참조. [여기] 근데 이거 제목 독일어 스펠링 틀렸다. e 가 빠졌네... 풉. 독일어라고는 생전 한 번도 안 배운 잉간이, 영국 음반 사이트에서 독일어 스펠링 틀렸다고 지적질하고 앉아있으니, 덕력의 위대함이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겠지. :)


이 곡에 대한 이야기는 저보다 "그림자놀이" 님의 이 포스팅 [링크] 에 더 잘 되어 있으니 긴 말은 안 하렵니다. 가사 번역된 게 없어서, 수준 낮은 실력이지만, 간단히 뜻이나 통하게 번역해 보았습니다. 번역하며 독일어 사전을 뒤적뒤적하며 찾아보니, 가사의 단어들이 다 하나 하나 영롱하고 예쁘네요. 햇살이 좋은 날, 창가에 앉아서 듣고 있으면, 정말 빛이 노래를 타고 온몸에 스며드는 느낌을 주던 곡. 그 달콤함이 쉬이 잊혀지지 않아, 자꾸만 듣게 되는 곡. 


이 좋은 곡을 왜 [못생긴] 괴르네랑 [이미 저 세상으로 떠나가신] 디스카우랑 [내가 싫어하는] 보스트리지밖에 안 불러줬는지 모르겠지만. 게르하허, 파드모어, 귀라, 핀리... 또 누가 있더라... 아무튼, 내가 좋아하는 바리톤, 테너 아저씨 오빠들께 간절히 바라오니 이거 녹음해주세요!





Posted by 리히테르






Christine Schäfer, soprano

Graham Johnson, piano

 


하이페리온 슈베르트 가곡 전집 만세;;; 트친님께 소개받고 너무 좋아서 계속 듣고 또 듣고... 해서, 몇 주 사이에 아이폰 재생횟수 세 자릿수 찍은 슈베르트의 "마지막" 자장가. 슈베르트의 자장가는 흔히 알려진 자장가를 포함해서 총 4개 (D.304, 498, 579, 867) 의 자장가가 있다. 흔히 알려진 게 아마 D.498일 거고 이 D.867 자장가는 슈베르트가 죽은 후 이틀 뒤에 빈에서 요제프 체르니에 의해 출판된 다른 곡이다. 요한 가브리엘 자이들의 시에 곡을 붙인 것. 보통은 소프라노나 알토가 많이 부르고, 테너, 바리톤이 부른 게 상대적으로 여자가 부른 것 보다 적지만 음반으로 나와 있다. 원래 총 5절이지만 아래 가사에서 작고 연한 글씨로 된 3, 4절은 잘 안 부르는 듯. 5절을 다 부르면 이 곡 재생시간이 거의 5분이 넘기는 데 유난히 재생시간이 짧은 3분대의 연주는 1, 2, 5절만 불렀다고 생각하면 된다. 자장가들이 다 그렇듯, 나즈막한 피아노 반주에 실린 단순하면서도 아름다운 가락이 인상적이다. 가사 내용도 번역하면서 알았는데 (이거 한글 가사 번역 된 걸 못 찾아서... 하이페리온 슈베르트 가곡 전집/홈페이지 : 링크참조 에 있는 영어 가사를 보고 한 번 번역해봤다는 ㅠㅠ 꽥 어려워 ㅠㅠ) 내가 정말 독일어는 아베쎄도 모르지만, 칸타타나 다른 낭만 가곡들을 듣다가 영어 번역본을 통해 알음 알음 주워들은 단어 몇 개만 봐도 가사가 참 예쁘장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카루스에서 나온 자장가 음반 2집 (관련 포스팅 요거) 에도 이 곡이 들어가 있다. 테너인 크리스토프 겐츠가 부른 것. (찾아보니, 겐츠는 이 곡을 낙소스에서 낸 음반에서도 불렀더군요. 누군지 잘 모르시겠지만, 나름 지난 2월 내한했던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성 토마스 합창단과 함께 마태수난곡에서 테너 솔로를 맡았던 분입니다. 후기링크 ) 하지만 소프라노 보다는 알토를, 테너보다는 바리톤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특히나 유독 남자 성악가 목소리는 죽으나 사나 바리톤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볼프강 홀츠마이어의 목소리가 제일 좋다. 게다가 이 곡을 처음 접한 목소리가 볼프강 홀츠마이어의 목소리이기도 했다. 아버지가 딸아이를 재우는 자장가로 정말 딱이다. 자장가를 자장가답게 부르는 게 어떤 건지 알려주는 목소리였다. 소프라노 목소리를 별로 안 좋아하는 나지만, 맑고 깨끗하게 부르는 크리스틴 셰퍼의 위 녹음도 정말 너무 좋다. 무엇보다 반주가, 그래험 존슨의 반주가 얼마나 귀에 착 붙던지. 이모겐 쿠퍼의 반주도 조곤조곤 잔잔하니 홀츠마이어의 목소리와 잘 어울리는 만큼, 그래험 존슨의 반주도 셰퍼의 서늘하면서도 부드러운 목소리와 몹시 잘 어울린다. 낭만 가곡에 꽂혀서 좋아하는 일이 드문데, 이 곡은 어렵지도 않고 단순해서 정말 좋다. 아이폰 재생횟수 네 자릿수 찍으면 아마 독일어로 따라 부를지도 모르겠...(...)



볼프강 홀츠마이어와 이모겐 쿠퍼의 음원은 다음 링크에 가면 들을 수 있습니다... 

최근에 이 분들 낭만가곡집이 염가 박스물로 재발매되었는데, 이렇게 재발매 될 줄 모르고 예전에 이 곡만 들어있는 음반을 영국 아마존에서 중고로 사버렸다는 개그. 그리고 요전날에 영국 아마존에서 염가 박스로 나온 걸 또 주문해놓고 낱장 음반을 1년차한테 줘버렸... oTL 리핑이라도 해 놓고 줄 걸 그랬어요... ㅋㅋㅋ 음반질 하는 사람의 팔자란.




 
Wie sich der Äuglein kindlicher Himmel,
Schlummerbelastet, lässig verschließt!
Schließ sie einst so, lockt dich die Erde:
Drinnen ist Himmel, außen ist Lust!
 
Wie dir so schlafrot glühet die Wange!
Rosen aus Eden hauchten sie an:
Rosen die Wangen, Himmel die Augen,
Heiterer Morgen, himmlischer Tag!
 
Wie des Gelockes goldiges Wallung
Kühlet der Schläfe glühenden Saum.
Schön ist das Goldhaar, schöner der Kranz drauf:
Träum du vom Lorbeer, bis er dir blüht.
 
Liebliches Mündchen, Engel umweh'n dich,
Drinnen die Unschuld, drinnen die Lieb!
Wahre sie, Kindchen, wahre sie treulich!
Lippen sind Rosen, Lippen sind Glut.
 
Wie dir ein Engel faltet die Händchen,
Falte sie einst so, gehst du zur Ruh'!
Schön sind die Träume, wenn man gebetet:
Und das Erwachen lohnt mit dem Traum.

by Johann Gabriel Seidl(1804-1875)

번역 by CeciiliaSJH






Posted by 리히테르




느긋한 6월의 일요일 아침, 눈 뜨자마자 도대체 무슨 조화로 이 곡이 급 땡겨서 ㅡ,.ㅡ 이 연주 저 연주 막 찾아다 들었다. 리차드 구드, 알프레드 브란델, 마리아 호아오 피레스, 게르하르트 오피츠,... 그리고 폴 루이스. (그 외에도 몇 개 더 있을 것 같지만 연주자 이름이 기억이 안 나서 생략) 


확실히, 예전에 피아노로 쳐봤던 곡들은 계속 듣고 또 듣고 해도 질리지 않는 뭔가가 있다. 폴 루이스의 아르모니아 문디 신보는 당연히 다른 건 잘 모르지만 이것 하나 믿고 샀고, 그리고 음반 비닐포장 뜯자마자 이 곡부터 들었고... 이 사람의 연주는, 뭐랄까... 피레스나 구드의 연주처럼 "예쁘게" 친다기보다는, 긴장감이 있게 느껴지도록 연주한다. 전체적으로, 언듯 보기엔 명확하고 단순한 형태를 지녔으나 자세히 보면 정교하고 섬세하게 세공된 작품을 선보인다는 느낌을 주는 연주라는 거다. 폴 루이스의 연주는 이런 스타일이 슈베르트에서는 아주 적절하고도 예리한 해석이 될 수 있다는 걸 웅변한다. 철저하게 계산된 다이나믹과 음색으로 유명한 깐깐쟁이 크리스티앙 짐머만이 이 곡을 연주했으면 이렇게 쳤을까? 글쎄. 그렇다고 해도 폴 루이스가 만들어내는 프레이징 사이의 빈 공간이 주는, 그 절묘한 타이밍이 주는 긴장감을 내기는 힘들지 않았을까 싶다. 폴 루이스는 이런 타이밍이 이끌어내는 긴장감과 몰입도를 어떻게 하면 가장 잘 이끌어낼 수 있는지 이성적인 계산보다는 동물적인 감각으로 깨닫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A에서 A'로 넘어가고 A'에서 다시 A로 넘어올 때, A에서 B로 나아갈 때, B에서 다시 A로 돌아올 때, A에서 C로 바뀔 때... 서로 다른 세 개의 주제가 서로 얼기설기 기가막히도록 묘하게 잘 짜여진 이 곡에서, 하나의 주제에서 다른 주제로 넘어갈 때의 그 숨막히는 순간을, 폴 루이스는 너무나도 잘 포착해냈다. 사실 이 곡처럼 지극히 단순한 멜로디를 가진 서정적인 곡에서 조각가처럼 음 하나하나의 컬러, 즉 음색을 다듬는 것은 이런 수평적이고 시간적인 긴장감과는 좀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생각하기에, 요즘처럼 다들 음색이라는 측면에서는 다소 밋밋할 정도로 비슷비슷하게 변한 여타 다른 슈베르트 연주 중에서 단연 이 연주가 최고라고 단언할 수 있는 지도 모른다. 어차피 피아노라는 그 거대한 악기의 음색이라는 건,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 조금씩 조금씩, 유행이 변하는 것과 같이 그렇게 변해왔고, 폴 루이스가 연주하는 슈베르트의 그 음색은 최근의 큰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안정적이다. 60~70년대의 부드럽고 굉장히 낭만적인 그런 음색과는 또 다른, 시대악기 연주의 반영을 따른 깔끔하고 다소 건조하다 싶은 음색이 최근의 슈베르트 연주의 대세인 것 같긴 하지만, 폴 루이스는 이런 범주 안에서 소리를 만들면서도 자기 나름대로의 개성을 담았다. 소리를 둥글게 만들었다고나 할까. 날이 서 있지 않지만, 고민이 담겨있는 연주. 베토벤 연주가 그닥 맘에 안 들었는지라 반신반의, 잘 해주어야 할 텐데 하고 반은 염려와 걱정이 담긴 마음으로 음반을 샀는데, 너무나도 마음에 들어버리는 바람에, 정말이지 꼭 한 번은 이 분의 연주를 직접 보고싶어졌다. 아직 젊은 분이고,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는 연주자라서 시간이 지나면 언젠간 우리나라에도 한 번 쯤은 와 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지금의 이 레파토리를 연주하는 모습을 정말이지 보고싶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그 사람 최고의 연주를, 그런 순간을 직접 목격하고 싶어서. 런던에 보러갑니다. 네. :) 꽃 들고, 저 사진에 찍힌 악보를 들고, 위그모어홀에서, D.960연주하시는 걸 보러 갑니다. 만세. (그래서 결국은 자랑질하려고 포스팅한거냐고요? 네... 쿨럭)






Posted by 리히테르


Sviatoslav Richter, piano

개인적으로 꽤나 좋아하는 슈베르트 소나타. 다소 무겁고 쳐지는 주제 사이사이에 낀 아기자기한 발전부들이 마음에 들어서. ㅎㅎㅎ 거기만 따서 벨소리 만들고 싶다 :)

물난리 난 곳, 빨리 복구되고, 회복되기를-
사는 곳 근처에서 일어난 일이라, 오며 가며 목격한 가족들의 말로는 정말 끔찍하다고.
산이 없어졌다고. 하아...



이런 하늘을 다시 보여줘.



Posted by 리히테르


Gerhard Oppitz, piano


오피츠 슈베르트 작품 4집 신보 첫 곡이다.
어라. 슈베르트 스케르초 중에서 이렇게 이쁜 곡이 있었나, 싶어 다시 들어보게 만든 곡.

악보도 있다. 많이 어렵진 않아 보인다...




워싱턴 내셔널 아트 갤러리에서 만났던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그의 그림이 주는 특유의 고독감이 여지없이 드러난다. 한동안 이 그림 앞에서 발을 떼지 못했다.


 

Posted by 리히테르

으... 다녀오자마자 할 게 태산같이 쌓여있는 모양새지만
그래도, 처음 다녀오는 외국 학회, 잊어버리기 전에 정리해놓으려고 욕심을 내 보았다.
이 USCAP story가 이걸로 끝날지, 몇 번 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START!


나름 3천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모이는 학회고, 규모가 규모다 보니...
참 별거 별거 다 보게 된다고 하지만 설마 이런 것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Special course로 선택해서 들어갔던
Basic molecular pathology 와 Advanced molecular pathology 강의였다.
이거 의외로 빡세서, 오전 내내 강의 여섯개 내지는 일곱개가 꼴랑 15분밖에 안 되는
한 번의 Coffee break 을 제외하고 계속 줄줄이 이어지는데
아무래도 죄다 영어고, 어느 정도는 익숙한 내용이 있다고는 하지만
꼭두새벽부터(오전 7시) 나와서 줄창 앉아있으려니 은근히 고단해서인지
꾸벅 꾸벅 졸다가, 중간에 슬쩍 화장실도 다녀오다가 하면서 겨우 겨우 듣고 있었다.
욕심껏 들으려고 마음을 먹으니, 중간에 포기하고 도망갈 수도 없었다.

어째 선생님들마다 하고 싶은 말 많은 건 우리나라나 미국이나 매한가지로 똑같아서
강의마다 10분 20분씩 delay된게 쌓여서, 12시 반 정도에 끝나기로 예정된 마지막 강의는
거의 1시 반이 넘어서까지 계속되었다.
아침을 영 부실하게 먹은 탓인지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나고,
슬슬 짜증이 치솟으려는 찰나 시작된 Arie Perry의 노래는
사람들을 제대로 놀래키게 하기에 충분했다.

난 콜라 홀짝거리고 있다가 앞자리에 앉은 아저씨한테 뿜을 뻔했...;; 쿨럭...

노래의 제목은 Oligodendroglioma이고, 슈베르트의 가곡 "아베마리아" 에 맞춰 부르는 것이었다.

Oligodendroglioma
Music to Ave Maria by F. Schubert, Lyrics by Arie Perry, M.D.

O---ligodendroglio--oh--oh--ma, diffuse cerebral tumor of adult
Invading cortex, causing epilepsy ; on imaging, often you are calcified
And although, you tend to progress over time, for long periods your fine
You're famous for your round nuclei,
Clear halos look like honeycombs or fried eggs
With branching chicken wire capillaries, perineuronal satellitosis,

O---ligodendroglio--oh--oh--ma, genetically, you're quite unique,
With 1p and 19q deletions, from translocation with loss of one derivative
Represents a genetically favorable set, when FISH criteria are met

Anaplastic cases grow more rapidly, assigned a W.H.O grade III
With microvascular proliferation, or increased mitotic activity
O---ligodendroglio--oh--oh--ma


가사 ppt와 Arie Perry



-ㅁ-;;;;

음... 이렇게 올려두면 저작권 문제가 생기려나... 걱정되지만...
그래도 혼자 보기 너무 아까워서...;;

냠. 내가 가지고 있는 슈베르트의 아베마리아 원곡을 함께 올려놓으니,
한 번쯤 맞춰서 불러보실 수 있다면 불러보시기를.


Ave Maria, F.Schubert (D.839 op.52/6)
Barbara Bonney, soprano
Geoffrey Parsons, piano


난 따라 부르다가 너무 웃겨서 포기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어지간하게 중요한 내용은 다 포함하고 있으면서도
나름 rhyme까지 맞춘 흔적마저 엿보인다... ;;;

Arie Perry가 직접, 반주를 틀어놓고 마이크를 잡고 나긋 나긋하게 불러주는
저 "Oligodendroglioma"는...
가사 때문에 숨을 죽이면서 어깨를 들썩 들썩 하면서 웃을 수 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분, 노래를 너무 잘해서, 목소리가 안드레아스 숄 저리 가라 멋있어서,
입을 쩍 하고 벌리고 들을 수 밖에 없었다는 거...

같이 강의를 들었던 한국 교수님들과는 나중에 저녁 시간에 우연찮게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안 그래도 내내 이 이야기가 여러 사람 입에 오르내렸다.
대부분, "내내 졸다가 번쩍 깨버렸다" 고 하셨다. 크큭.

이 사람이 쓴 책인 Practical Neuropathology 책이 몹시 욕심이 나서
판매 부스 앞에서 몇번이고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다가
돈도 돈이고, 짐도 짐이라서 그냥 말았는데
지나고 생각해보니 좀 아쉬운 것이
사서 싸인도 받고 사진도 찍어왔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본인이 attending으로 학생들 가르칠 때,
본과 2학년을 위해 만들었다는데... 참 아이디어도 참신하고 재주도 좋다.
무엇보다도 저렇게 직접 멋있게 부를 수도 있고, 개사를 할 수도 있는 재주라니. 부럽기도 하지.
참... 세상엔 다양한 재주를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들었던 시간이었다.

http://www.neuropathsongs.com/

위 홈페이지에서는 유료다...^^;;
샘플 MP3는 다운로드가 되고, 가사는 무료로 볼 수 있다.
Danny Boy를 개사한 "PNET" 라는 노래도 있다. 데굴...ㅋㅋㅋㅋ

Posted by 리히테르
[##_Jukebox|cfile2.uf@177B7A244B1BD6D7724C50.mp3|An die Musik.mp3|autoplay=0 visible=1 color=black|_##]
Elly Ameling, soprano
Dalton Boldwin, piano

Du holde Kunst, in wieviel grauen Stunden,
Wo mich des Lebens wilder Kreis umstrickt,
Hast du mein Herz zu warmer Lieb' entzünden,
Hast mich in eine beßre Welt entrückt!

Oft hat ein Seufzer, deiner Harf' entflossen,
Ein süßer, heiliger Akkord von dir
Den Himmel beßrer Zeiten mir erschlossen,
Du holde Kunst, ich danke dir dafür!


고등학교 때 독일어 가사로 이 곡을 처음 배웠었다. 
그  때 제 2 외국어는 불어와 일어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난 일어를 선택했고, 그래서 내가 아는 독일어는 이 곡의 가사가 전부이다.
이 때 배운 게 얼마나 유용한 바탕이 되었는지,
종종 칸타타 가사들을 따라부르는 데 써먹기까지 했다.

이 가사의 뜻은 대충

"아름답고 즐거운 음악이여, 마음이 서글프고 어두울 때
고운 가락을 조용히 듣고 있으면 언제나 즐거운 마음이 솟아나네"

정도의 뜻인데 참... 듣고 있으면 너무 공감이 가서 눈물이 난다.
가만 가만 옛 기억 더듬어 따라부르다가, 울어버렸다...

그리고, 이것은 이제 마지막 음악 포스팅이 될지도 모르겠다.
올리고 싶은 음악도 많았고, 듣고 싶은 음악도 많았는데,
결국 욕심 껏 다 하진 못했다.

그래도, 내가 음악에 쏟았던 시간이 아깝거나, 후회되지는 않는다.
덕분에, 그래도 좀 더 행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더 이상 지금처럼 음악을 즐길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하는 선택.
그런 내 선택의 댓가로,
내가 포기한 것 만큼,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기를...
좀 더 자유로워 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 2009.12.8 Preop. D-1


John Everett Millais (1829-1896), Blind Girl

Posted by 리히테르
오늘 린 언니 결혼식에 다녀오면서 완다언니와 함께 풍월당에 들렀다가,
첼리스트 양성원의 쇼케이스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지하철 두 번 갈아타고, 또 버스 갈아타고 산을 넘고 물을 건너 -_-
도착한 풍월당에서 우리는 풍월당에 못 들어가고
일단 로젠카발리에의 소파에 퍼질러 앉아 쿠션을 껴안고서는, 커피부터 한 잔 하고 쉬기로 했다.
쯧. 이런 저질 체력.

커피를 기다리고 있는데, 성은언니가 와서는, 얼렁 올라가보라고 하는 거다...
눈이 똥그래져서 올라갔다가... 
보기 드문 사람의 보기 드문 연주를, 정말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 ^^

그냥 평범한 중년 아저씨 같은 분위기였다.



예전 같았으면 음반도 사고 싸인도 받고 같이 사진도 찍고 했을 텐데
오늘은 너무 지쳤는지... 어떻게 하다 보니 아무것도 안 하고 넘어갔다.
와서 생각해보니 쫌 아쉽다... 이것도 늙어가는 징조인 게지.

쇼케이스에서 들려준 연주는 1악장이었다.
연주 전에 연주자들끼리 청중과 communication을 할 시간이 있었는데
그 때 했던 말도 꽤 인상적이었다.
'슈베르트의 곡은, 다른 작곡가들보다 더 인간적이고, 고뇌를 숨김없이 드러내주는 부류의 음악이라서
연주자들에게도, 청중에게도 보다 큰 감동을 줄 수 있는 음악이다.'
1악장도 좋지만, 양성원씨는 자긴 3악장이 더 좋댄다. 오홍, 나도 그런데 ^^
다른 악장과 달리 3악장은, A major 론도 형식이다. 꽤나 밝은 분위기로 반전이 이루어지는 부분이다.

옛날에 옛날에 내가 중학교 때, 과외 선생님이 이 곡 너무 좋다면서
음반을 하나 사 주셨었다. 이젠 자켓이 노랗게 바래 버린, 마이스키와 아르헤리치의 라이센스 음반.
이 음반과 로스트로포비치/브리튼의 연주를, 말 그대로 씨디가 닳도록 듣고 난 후로는
혹시라도 귀를 '배릴까봐 -_-' 다른 연주를 들을 생각을 아예 안 했던 것 같다.
집에 와서 좀 더 신선한 연주로 포스팅해야지, 생각했는데
웬걸 -_- 진짜 꼴랑 이거 둘 밖에 없네. 쩝...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엔 그렇게 열을 올렸는데
무안할 지경이었다. 양성원 연주도 나오면 들어볼까 고려해 봐야겠고
오펠리 가이야르 연주도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겠다.

마이스키와 아르헤리치의 연주로 3악장을 올려본다.


Schubert, Sonata for Arpeggione and Piano D.821 in A minor
3. Allegretto (A major)
Mischa Maisky, cello
Martha Argerich, piano
Posted by 리히테르



Gerhard Oppitz의 연주.

이렇게 생기신 분이다. 미남은 아니지만, 살짝 다른 각도에서 보면,
... 부르스윌리스랑 닮은 것 처럼 보인다. (!) ㅎㅎㅎ


피아노 전공자인 모 군의 말씀으로는 이 사람을 "힘 센 캠프"라고 했다.
그만큼 중후한 맛이 일품인 그의 베토벤 전집 (헨슬러)를 듣고
꽤 만족스러웠는데 모르는 사이에 슈베르트 사이클도 시작한 모양이다.
정말 정통적인 연주랄까. ^^ 약간 우울하고 싸늘한 독일 분위기가 스며나는.

그 1집에, 내가 좋아하는 D.946이 있었다. 보통 소나타도 아니고
소품집이라 하기엔 곡 수가 적고 한 곡당 스케일이 살짝 커서
가장 무난하게, 혹은 아예 클라비아슈튀케 정도로 부르는 것 같다.
슈만의 환타지슈튀케랑 비슷한 개념이라고 해야 하나.

피아노 선생님께서 연주회였던가 콩쿨이었던가 여튼 그런 이유로
이 곡을 연습하시는 걸 듣고... 뭔지 물어 물어 찾아서 들어보고
너무 좋아했던 추억이 ^^ 결국 이 2번째 곡은 악보 구해서 연습해봤지만
일단 곡 길이가 너무 긴데다가 ㅠ_ㅠ
기술적인 문제야 크게 어려운 점이 없었지만
음악적 문제를 결국 끝까지 해결할 수 없었던 곡이었다.
슈베르트는, 정말 음악이 어려운 곡이라는 걸 실감나게 했던 곡이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연주는 피레스의 리히테르 헌정음반 연주이지만 ^^
이것도 괜찮은것 같다. 중반에 몰아치는 느낌도 그렇고
초반의 부드러운 lyric melody를 잘 살리는 것도 그렇고.

폭풍같은 한 주가 지났다.
닥치지 않은 일 미리 미리 걱정하고 소심하고 오바 잘 하는 성격 -_- 덕분에
남들보다 상당히 피곤하게 지내버린 셈이 되긴 했지만
그래도 하루 쉬게 되니까 단순하게 좋아하고 있다...;;
부검할 아기가 하나 내려왔으니 출근 해서 봐야 하는데
진짜 꼼짝도 하기 싫으네... ㅠ_ㅠ

다음주는 그래도 훨.. 씬 낫겠네 좀 마음의 여유를 찾고 가다듬어야지.
일도 좀 정신차리고 열심히 하고 여유시간에 짬 내서 공부도 하고 연구도 하고.

힘내쟈 아쟈~!
Posted by 리히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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