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부터 셜록 셜록 거리느라 블로그 방문자 수가 늘어난 건 감사할 만한 일이긴 합니다만...
본업은 셜(록)덕이 아닌 클(래식)덕이었지 말입니다.
ㅠ_ㅠ
셜록 시즌 2도 끝났고... 아직도 그 여파에 시달리고 있는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끄응.
※ BBC 셜록 시즌 2 에피소드 3의 스포일러 포함 ※
본 포스팅은 BBC 셜록과 관련된 만큼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2시즌의 마지막화, 라이헨바흐 폭포 The Reichenbach Fall 에피소드에는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가 나옵니다. 뭐... 마지막(정확히는 1시간 10분 58초경 -_-;) 에
모리어티의 입을 빌어 "Partita" 라는 망언을 저지르지만 말이죠... orz...
(그 장면에서 모리어티의 펭귄 스텝;; 과 셜록의 넋나간 표정은 가히 압권)
Sherlock Holmes : But the rhythm...
Jim Moriaty : Partita No.1! Thank you, Johann Sebastian Bach
야... 스티브 톰슨(3화 대본 작가) 일루 와! ㅠㅠ
이런 초보적인 실수를 하다니! 아니 음악 감독 마이클 프라이스 Michael Price 와
데이비드 아놀드 David Arnold 일루 와! ㅠㅠ 아니 대본에 파르티타라고 적혀 있으면
파르티타를 쓰던가! 니네들 분명 별 생각 없이 그냥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소나타 음반
맨 첫 곡 썼지? 그런거지? 아오 씨 -_-+ BBC 너 실망이야. 이런 디테일한 걸 틀리다니.
니네도 예전같지가 않구나.
소나타랑 파르티타는 다르다고!
각설하고.
뭔가 억울한 느낌이 들어서 데이비드 아놀드에게 이 말을 트윗으로 전하자, 돌아온 대답이
"모리어티는 악마라서 그래" 였다고만 해 두죠. 닝글닝글한 녀석들. ㅋㅋㅋ
이런 장면에서 쓰입니다. 약 40초정도가 나오죠.
흐. 자기의 호적수, 모리어티의 환영곡이라니... 그것도 가장 애절한 첫 곡 Adagio라니. 선곡 센스하고는!
전 처음에 BWV 1002 번 (즉 파르티타 1번)의 Allemande 나 Sarabande 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들어도 아닌 것 같은 거에요. 파르티타 2번은 샤콘느가 들어있으니 제가 거의 달달 외우는 곡인데
여기에 나오는 곡과 매칭이 안 되니 제외, 파르티타 3번은 "장조 major" 곡이고, 저런 선율, 즉
사라방스나 알르망드가 없습니다 -_-;; 그럼 소나타란 말인가... 라고 열심히 머리를 굴리다가 닥하형께서
영드갤에 누가 아예 소나타 1번 Adagio 라고 유투브 영상까지 떡하니 걸어놓은;; 링크를 주셔서
답을 알게 되었습니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창피하기 이를 데 없었죠. 조성도 파악 못하고 -_-
무식하게 덤벼든 탓...
Bach, Sonata for Solo Violin
BWV 1001 in G minor
BWV 1001 in G minor
1. Adagio.
Gerhard Poulet, violin
프랑스 연주자인 제라르 뿔레의 연주입니다. 모던 악기 연주 중에서도 굉장히 깔끔하고, 단아하죠.
셰링이나 그뤼미오의 연주도 몹시 좋아하지만 (제가 가진 제법 꽤 되는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음반 중에 의외로, 하이페츠의 연주는 없습니다. 제 취향이 아닙ㄴ...-_-) 극중에 나온 연주가 베네딕트의 보잉 싱크로를 고려해서 굉장히 느리고, 음 하나하나를 또박또박 연주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제라르 뿔레의 연주가 그나마 제일 깔끔하더라고요. 바흐 곡의 특성 상 원칙적으로 더블스탑의 여운을 그 다음 더블스탑까지 끌고가야 하겠지만, 그런 고급 옵션을 기대하는 건 예의가 아닐 것 같습니다. 덕분에 오래간만에 바흐 무반주 악보를 찾아다 봤어요. 파르티타만 연주해보고, 소나타는 아예 손을 대지 못했는지라... (난이도가 한 3배쯤 차이가 나거든요. 진짜 토나오게 어렵 ㅠㅠ 습니다) 연주 안 해봐서 못 맞춘 게 맞지 말입니다. 흑.
음악감독 Michael Price 는 라이헨바흐 에피소드의 솔로이스트를 방영 직후에 트위터를 통해 소개했고,
이를 미루어 짐작해 본다면 저 장면에서 베네딕트 대신에 연주해주는 분은 Thomas Bowes 가 아니셨을까 싶네요.
악보를 찾아보니 워낙에 Urtext를 따로 사놓은 건 없었고, (감상용으로 산 게 아니라... 아까워서 아마 사놨더라도 쓰질 못했을 듯.) Carl Flesch의 오래된 한국음악사 국산 악보. 크크... 여기다 배짱도 좋지, 크리스티안 타츨라프 Christan Tetzlaff 의 싸인을 받아놓았더군요. 그래요. 내한공연 했었죠. 헨레나 베렌라이터 원전 악보를 사다 놔야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너무 낡아빠지기도 했고, 이젠 더 이상 연주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니까요... :)
모리어티가 손가락으로 fake key code.. 를 치며 셜록의 눈을 속이는 장면을 프레임단위로 캡쳐해서
천천히 보면, 중간에 셜록의 얼굴을 한 번 비추어주는 걸 기점으로 하여 총 두 부분으로 나뉘어지는데 다음과 같아요. 이거 진짜 헷갈렸었는데요, 바이올린의 지판은 왼손으로 짚고, 모리어티의 코드도 왼손입니다. 바이올린의 지판은 피아노와 달리 엄지손가락을 쓰지 않기 때문에 손가락 번호 (핑거링) 가 집게 손가락이 1번, 새끼손가락이 4번으로 순서대로 올라갑니다. 개방현은 0번이고요.
첫번째 부분
두번째 부분
원곡의 핑거링은 아래와 같아요. 결론은 모르겠다... 입니다. 암만 봐도 잘 안맞아서... -_-;;;
저 핑거링이 바흐의 어떤곡인지, 감을 잡을 수 없네요. 피아노라고 해도 좀 이상하고 (왼손이니까)
바이올린이라면, G, D, A, E 네 개의 현 중 어느 현인지 모르면 절대 알 수 없는 저 핑거링.
셜록이 감 못잡고 2진법 암호로 착각할 만 해요. 크크.
뭐... 생각해보니 저런 디테일까지 신경쓰면서 촬영했을 것 같지 않고요.
나름대로 돌려보면서 비교해보니 재미지긴 했다는 것만 말해드립니다.
혹시라도 더 알아내서 제보해주시면 감사해요.
참고로 파르티타 핑거링은 비교해보지 못했습니다. oIHL...
그거까지 하다간 정말로 미친사람 취급 받을까봐요... ㅋㅋㅋ
하지만 아닐 가능성이 높아요. 제일 선율 라인이 비슷한 사라방드든 알르망드든,
둘 다 시작하자마자 더블스탑에 이어 트릴 -_- 이 나오거든요... 그렇다고 빠른 선율로 이루어진
곡들을 인용했을 것 같진 않네요. 흐~
드라마에 대한 애정 때문이기도 하지만, 선곡도 그렇고 그에 이어지는 바흐에 대한 대사도 그렇고...
Jim Moriaty : Johann Sebastian would be appalled. (중략)
You know when he was on his death bed, Bach,
he heard his son at the piano playing one of his pieces.
The boy stopped before he got to the end.
Sherlock Holmes : And the dying man jumped out of his bed,
ran straight to the piano and finished it.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해서 좀 생각해 볼만한 대사였죠.
간만에 좀 인상깊은 곡이었습니다.
쓰고보니 음악글을 빙자한 라이헨바흐 감상문이네...
아니에요! 아니라고요!...
그래도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가, 좋아하는 드라마에 나와서 진짜 좋더라고요.
먹혔단 말인가. 싶기도... (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