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09.11.14 Nessun Dorma, Luciano Pavarotti
  2. 2009.02.02 2월, 본원 병리과 프로퍼 턴.
  3. 2008.04.06 오래간만에.
  4. 2008.02.25 첫 근무지는...


Luciano Pavarotti, 1935-2007

본원 외과 인턴 때의 일이다.
수술방 인턴 배정은, 매일 아침 병동에 걸린 "팔림표" 에 의해 결정된다.
"팔림표"라 함은 몇번 수술방의 어느 교수님 수술에
어떤 사람이 들어갈지 배정된, 스케줄 바이스가 정한 일종의 인력배치표인데
달랑 A4 용지 한 장에 불과하지만
그 위력은 말 그대로 사람을 이 방 저 방으로 "팔려다니게" 만드는 데 있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난 그 때 TS, NS 를 돌고 난 후였다.
지쳤다면 지쳤을 때였고, 수술장에 익숙해졌다면 익숙해졌을 때였다.

난 학생 때 부터, 이건욱 선생님의 명성을 익히 들어왔지만
실제로 이건욱 선생님의 수술을 볼 기회는 없었다.

외과에서, 이건욱 선생님의 존재는 거의 "God of operation" 수준이다.
외과의사라면 누구나 꿈꾸는, 신의 손을 가진 의사.

이건욱 선생님에 대해서라면, 내 동기들 대부분 학생 때 부터 누구든지
사실인지, 약간의 뻥튀기가 첨가된 것인지 알 수 없는
마치 전설과도 같은 이야기들을 한두번쯤은 다 듣고 넘어갔을 것이다.
그리고 누구든지 이러한 전설을 눈으로 확인하길 원하는 마음이 조금은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라서,
학생 때 못 봤던 이건욱 선생님의 수술을, 인턴 때 "한 번이라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리고 기회가 왔다.

그날은 마침, EBS 에서 "명의"를 찍으러 온 날이었다.
촬영진과, 환자, 그리고 여러 사람들로 인해 수술장은 평소보다 어수선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일은 평상시 대로 진행되었다.

인턴의 입장에서, 이건욱 선생님의 수술은 힘든 축에 속한다.
이건욱 선생님께서는 위와 간쪽의 수술을 모두 하시는데
보통 인턴은 간 보다는 위 수술에 투입된다. 그 이유는...
retractor를 안 쓰시기 때문에, 인턴이 뱃가죽을 "땡겨야" 하기 때문이다. ㅡㅜ

그래서 보통 여자보다는 남자가 투입되는데, 이상하게도 그 달은
외과 인턴 중에 남자인턴 보다 여자인턴이 많은 달이었다.
어쨌든, 나름 긴장된 기분으로 '각 잡고' 스크럽을 섰다.

그래봤자 하는 일은
환자의 뱃가죽과 내 몸 사이에 Richardson을 걸고
거기에 내 무게를 적당히 싣고, 미끄러지지 않게 버티고 있다가 꾸벅 꾸벅 조는 ;;; 거였다.
이건 힘으로 하면 잘 되지도 않고 기운만 빠지는 거라서, 자기 무게를 실어주는 게 포인트인데
몇 번 하니까 금방 요령이 생겨서 그렇게 힘들이지 않고 잘 버티고 있던 차였다.
위를 들어내고, lymph node dissection 할 때는 Deaver로 간을 제껴주고.

원래 이건욱 선생님 수술은 굉장히 분위기가 싸 하고 무섭기로 유명한데,
그날은 웬일이신지 별 말씀도 없고, 큰 소리도 없이 무난히 넘어가는 거였다.

그렇게 위를 다 들어내고 정리하시면서, 이건욱 선생님께서
느닷없이 좌중을 향해 질문을 던지셨다.
"췌장암으로 죽은 오페라 가수가 누군지 아냐?"
나야 뭐... 비몽 사몽 간에 뭔 소리 하는지 알아들었을 리는 만무하고...
다들 아무도 몰라서 좌중이 조용한 가운데 이건욱 선생님께서 답을 던져주시고
마무리를 마치셨다.
답은 바로 이 "루치아노 파바로티" 였다.

그가 췌장암으로 죽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게 하필이면 외과 수술장에서 스크럽 서는 중에 나올만한 이야기일 거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파바로티는 췌장암 수술도 받았다는데,
그럼 distal pancreatectomy를 받은 걸까, PPPD를 받은 걸까?
어디서 떠도는 소문을 줏어듣기로는, PPPD를 받았다고 하던데
뭐, 어느쪽을 받았든...
그의 거대한 뱃가죽을 열고 닫는데 족히 두세 시간은 걸리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해 본다.
어떤 비만 아줌마의 간 수술을 들어갔는데
정말 배의 지방층이 10센치 두께는 되어 보이는 걸,
여는데 한 30분, 닫는데 한 1시간 반 걸리는 걸 옆에서 스크럽 서면서
난 정말 이 다음에 이렇게 뱃가죽 두꺼워지지 않도록 조심해야겠구나.
결심했던 경험도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수술 때문에 전신마취를 하면, vocal cord가 아무래도 상하기 마련일 텐데
가수의 생명인 목소리에 아무래도 무리가 갔을 텐데,
그 때 마다 다시 공연하는 게 쉽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어쨌든, 난 성악, 그 중에서도 특히 오페라 아리아, 그리고 소프라노와 테너의 부들부들 떠는
비브라토를 아주 질색하는 취향이기에, 파바로티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그래도 왠지, 나름 클래식 "쫌" 듣는다는 사람이 이런 걸 모르면 안된다는
자격지심이랄까, 그런게 또 있어서, 이 이야기를 듣고 구글링도 해 보고 그랬더랬다.

그날, 난 반쯤 조느라고 그렇게 고대했던 이건욱 선생님의 수술이란 걸 제대로 보진 못했지만
확실히 다른 선생님의 위 수술과는 다른 뭔가가 있다는 것 정도는 어렷품하게 눈치를 챘던 것 같다.

지금도 기억하는 일들은,
메쩬바움을 저렇게 환상적으로 다룰 수 있는 surgeon도 있구나. 란 것과
EGC 수술에서 drain 안 박을 수도 있구나. 란 것,
이 두 가지이다.
위가 무슨 껌딱지인마냥 메쩬바움로 여기 저기 뚝뚝 쳐내고 타이하고 하는데 피도 별로 안 나고
후덜덜... 게다가 이런 배 수술에서 drain을 안 박는다는 건...
(지금 생각해보면, lymph node dissection을 안 해서 가능한 일이었겠지만)
난 그야말로 눈이 동그래졌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와... 정말 저걸 안 박아도 괜찮을 거라는 확신이 아니면, 저렇게 그냥 닫고 나오기 참 힘든데...
백전노장의 노련함이란 게 저런 것이로구나. 싶었다.
환자는 물론, 별다른 complication없이 퇴원 했다.

Posted by 리히테르
보라매 GS,
설 연휴 마지막 날 밤을
 "near total bowelectomy -_-" 수술 하느라
밤 꼴닥 새고

인계 전날 밤은 페어웰이라고
소주+맥주+양주+폭탄주+동동주를 마시고
밤 늦게까지 재밌게(! 이게 중요하다...) 놀고...
(덕분에 1주일 가까이 속쓰림과 abd. distension, diarrhea에 시달리는 중-_-
인턴 하면서 1년동안 먹은 술 보다 이날 하루 먹은 술이 더 많은 것 같아...;;)

금요일 저녁에 본원 안착.

페어웰 때 GS 치프샘께서
날더러 '넌 이제 오늘이 평생 마지막 당직이 되겠구나?' 라고
한 마디 던지셨는데
아직도 실감이 잘 안 난다.

인턴 1년 12개월 중에서
본원 NS TS GS ENT 보라매 GS 두 달
이렇게 무려 반이나 되는 6개월 간 서저리를 돌았고
그 중 반인 3개월을 GS에서 보냈다.

GS에 그리 정이 드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구나.
보라매... 그리고 외과...
할 때는 정말 힘들었는데, 떠난다고 생각하니 어찌나 허전하던지.

여튼 이번 2월은
본원 병리과 cytology part, 프로퍼 인턴이다.
열심히!
Posted by 리히테르
인턴이 된 후 처음 쓰는 음악 관련 글이라니. >_<

죙일 퍼질러 자고 자고 또 자다가 꾼 개꿈은 바로
source injection 잘못 하는 실수를 하는 꿈...
계속해서... SPECT환자에게 bone scan source(99mTc)를 주고
bone scan환자에게 Thallium을 주는 -_- 그런 악몽의 되풀이에서
깨보니 간만의 저녁약속 시간이었다는. 흑.

꿈에서조차 벗어나지 못하는 병원생활이라니. 에휴.

4월이다. 오랜만에 바깥 세상을 구경하니
날씨도 제법 따뜻해져있고
꽃이 만발하기 일보직전- 혹은 이미 만발하고 있고.

정말이지 CR샘 말씀대로
꽃피면 김밥싸들고 ㄱㄱㅅ하자는 말이 이해가 간당...

봄에 어울리는 평균율 둘.
평균율 1권의 3번과 5번 프렐류드들이다.
5번은 연주해보기도 했고. 3번도 해보고 싶은데 악보 읽는게 아직 어렵다.
모씨가 연주하는 거 들어보기도 했는데... 참 이쁘다.
휴이트 연주는 여타 연주들에 비해서는 좀 느릿한듯 싶은데
또랑 또랑한 것이 정신없지 않고 차분하니 좋다.


주말 근무가 없는 인턴의 호사로움은.
바로 다음주에 이 곡 연주자를 직접 보러 간다는데 있다.
만세. 만세. 만만세. 꺅.

병원생활을 하다보니.
우울하고 어두운 곡보다는.
그래도 밝은 곡들을 틀어놓는게 훨씬 좋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병원에서 내 나름대로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은 것은.
EICU마지막 당직을 서던 날 밤 카쉬카시안의 비올라 소품집을 틀어놓은 것이
처음이었다. 늘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곳이니만큼
그 음반의 분위기가 걸맞은 듯 싶었고
환자들도 과연 그 음악을 들을 수 있을진 잘 모르겠지만
종종 RN들이나 AN들이 유행가를 틀어놓곤 하길래
주치의 선생님도 자러갔고, 모처럼 아무 일 없는 평화로운 ICU의 밤이다 싶어
살짝 틀어놨었다. 다행히도 큰 반응이 없이 그냥 넘어갔던 듯.
스테이션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회복중인 아저씨만이
눈을 동글 동글 굴리면서 마냥 신기한 듯이 윈엠프를 만지작거리던
날 쳐다보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4월, 핵의학과 인턴이 되어
인턴의 공간(!)인 진찰실에 꽤 잘 작동하는 스피커가 있는 걸 알았겠다.
외래시간 전/점심시간/외래 끝나고 총 약 2시간 정도는
TV도 없는 그곳에서 지루하게 기다리는 환자들도 편하게 들을 수 있는
분위기 괜찮은 음악들을 틀어도 괜찮을 것 같다.
조금은. 방사능 동위원소들이 뿜어내는 감마선들을 잊을 수도 있겠지. ㅋㅋ

아. 정말.
이렇게 들을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완전 행복하다 >_<

사용자 삽입 이미지

Monchablon Jean Ferdinand <Le Printemps Amiens>

Posted by 리히테르

EICU... 본원 응급실 part중에서 그나마 덜 부담스러운 근무지. -_-a

인계해주실 인턴선생님께서 마침 사진반 선배라
마음의 부담을 조금 덜은 것 같아 다행. ^^
아직은 첫날이기도 하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모둔 것을 버벅거리는 멍청이 초짜라 ㅠ_ㅠ 앞이 캄캄하다는.

정말이지 스스로가 이렇게 한심하게 느껴진 날이 또 없었던 듯.


여튼... 열심히, 성실하게 시~~작!


Posted by 리히테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