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드갤 Dr.How횽의 셜록 DVD국내 발매 기념 퀴즈를 위해서 셜록 복습하다가 2화에서 너무 졸린 나머지 문득 Benedict가 출연했던 The Last enemy 의 한글자막이 2화까지 나왔는데 그동안 계속 바빠서 못 봤다는 생각이 문득 나서, 달렸다. -_-a
총 다섯 개 에피소드, 일종의 미니시리즈.
네이버 블로그에서 찾은 몇몇 리뷰를 링크해보자면 다음 둘 정도가 제일 괜찮은 듯.
(
스포 포함이니 유의!)
1. 스푸키캣님의 리뷰 : 오타가 좀 거슬리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정리가 무척 잘 된 글
http://blog.naver.com/kynnus/90098605983
2. 한량님의 글 : 베네딕트 팬서비스라고 해도 좋을 만한 주옥같은 캡쳐와 결말 스포 :)
http://blog.naver.com/hailey_kim28/90102458181
한글 자막은 일단 영드갤의
Francesca횽이 episode 2까지 두 편을 제작해 주셔서 일단 거기까지 봤다가 네이버 검색에서 결말을
확인하고 스포당하고 마지막 편(episode 5)의 마지막 장면을 돌려봤다. 보고 난 다음에 나도 모르게 세상에 맙소사. ㅠ_ㅠ 결말에 정말 제대로 낚임. 헐리우드 영화와의 차별화를 위해 해피 엔딩이 아닐거라고 어느 정도 예상 하긴 했지만 뭐 이런 최악의 인생 종결자가 다 있다니. -ㅁ- 이건 뭐 죽고 싶어도 죽지도 못하고. 안 그래도 추운 날 싸늘하게 등골이 오싹한 것이 웬만한 공포영화보다 더 악몽과 같은 결말이라.
제목의 Last enemy가 이런 뜻이었나. 이건 좀 너무하잖아.
사실 이 드라마가 재미있다고 느끼긴 참 힘든 것이, 그렇지 않아도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대표로 하는 헐리우드 영화를 굳이 꼽아대지 않아도 이런 CCTV를 기반으로 한 감시 체제와 그걸 넘어서 정말 다양한 방법으로, 심지어 생물학적인 식별자를 가지고 사람을 추적하는 기술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꽤나 자주, 다양하게 다루어지는 소재이다. The Last Enemy는 여기에 좀 더 기술적으로 업그레이드 시키고 (TIA라든지, 바이러스라든지...) 여기에 정치판 싸움이라는, 다소 무게가 있는 소재를 끼워넣은데다가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의 배후나 전말을 얼키고 설키고 꼬아놔서, 보는 사람이 머리가 터지다 못해 결국 지루하게 만들 수 밖에 없는 거다. BBC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니. 나빴어. 이게
마지막회 시청률이 정확하게 첫 회의 반토막 났다던데, 보고 있으면 그럴 법도 하다고 끄덕끄덕 하게 된다. 에라이. 그나마 나같이 베네딕트 팬 자청하는 사람들은 이 배우의 해맑은 눈빛과 달달한 애정씬 때문에 봐주는거지. 나머지는 그럭 저럭 영자막으로 보는데 당최 멈춰가면서 봐도 대사량이 많고 어려운 문장들이 계속 나오니, 뭔 소린지 알 수가 있어야지 말입니다. 아니, 뭔 소린지 알 수 있다고 하더라도 너무 오래걸려. 어느 세월에 다 보니.
헨젤과 그레텔에서 보면 길 잃은 아이들이 빵쪼가리를 떨어트리고 집으로 찾아가는 장면이 있는데 이런 빵쪼가리들은 현대에서 개인이 알게 모르게 흘리고 다니는 정보에 비유된다. 인터넷에서 로그인을 하고 신용카드 결제를 하고 심지어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카드로 찍는 것 까지 자신의 개인 정보를 알게 모르게 흘리고 다닌다는 것. 게다가 동화에서 빵쪼가리는 새들이 먹어치우기라도 하지, 정보는 쉽사리 삭제되지도 않는다. 어딘가에 계속 쌓이고 tracking되고 있다는 것이지. 그래서 이런 사회에서는 정말 '잠적' 하거나 '죽은 사람' 행세를 하는 게 정말 힘들다는 것은 종종 회자되는 이야기이다.
이 드라마는 그런 상황에서 한 술 더 떠서 지문이나 홍채를 넘어 DNA와 같은 생물학적인 표지자를 개개인을 식별하는 데 쓰는 것이, 그저 보안을 위해서가 아니라 "테러 방지를 위한 국가적인 감시체제를 위해서 이용되기 시작한다면"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이런 것들이 현실화 될 경우, 그게 최악의 경우로 치닫는다면, 생각해보면 그렇게 큰 잘못을 한 게 아닌데, 무슨 폭탄 테러나 살인, 하다못해 사기나 도둑질조차 못 하는 나약한 인간이 (그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켜주려고 한 것이었을 뿐인데) 결과적으로 시스템에 의해서 위험한 인물로 낙인찍혀버리게 된다면, 그것이 한 개인의 인생을 어떻게 최악의 상황으로 바꾸어 놓는지에 대해서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이런 감시체제가 가져다주는 여러가지 이득까지 전혀 배재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이 드라마는 의도했던 바를 전달하는 데 상당한 효과를 거둔 듯 하다.
계속해서 나오는 ID를 요구하는 장면이라든지, 카드 인식, 감시 카메라 영상, 컴퓨터 화면들 편집은 머리가 아플 정도로 지속적인 개인의 사생활 침해를 경고하고 다닌다. 다만 몇 컷마다, 몇 분마다 쉴틈을 주지 않고 overdose에 가까운 경고성 메세지를 계속 뿜어내다보니, 보는 사람이 지친다는 게 문제. 드라마가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가 이런 경고성 메세지였다면, 정말 다섯 회는 좀 너무 오버인듯 하고,한 3회나 4회로 깔끔하게 마무리지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드라마가 무슨 나무늘보도 아니고 늘어지는 건 또 늘어지는 거지만 막판에 가서 후다닥 벌려놓은 떡밥들을 정신없이 주워담아 급하게 정리하는 모양새도 과히 좋지 않다. 생각해보니 이런 패턴, 낯설지 않다. BBC 드라마들 중에서 특히 스릴러나 액션을 다루게 되면 꼭 나오는 고질적인 단점이었지, 아마.
개인적으로 "콘스탄트 가드너"와 같이 보고 나서도 이런 식으로 논란거리나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주는 영화를 의외로, 꽤나 좋아하는 편이다. 마냥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영화들에 좀 식상해 하는 편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남들 다 별로다 재미없다 하며 안 보는 이 드라마에 의외로 꽂혀서 꽤 재미있게 봤던 것 같다.
자막 나머지 세 편도 만들어주시면 안될까요. (굽신 굽신. 내가 만들고 싶지만 시간이 정말 없다고요.) 편집이 조악하고 시놉시스가 엉성한건 베네딕트의 애정씬으로 용서해 줄 수 있다고 치자. 헐. 애정씬 생각하면 할수록 정말 주제랑 너무 동떨어져 있잖아. 이런 심각한 영화에 무슨 이런 달달한 로맨스를 끼워넣어서. 아무리 그렇고 그런다지만 눈이 하트모양이 되고 도 남겠다. 왤케 안타까운거니. ㅋㅋㅋ 솔직히 BBC 연출과 영국 배우들의 쩌는 연기력에서 뿜어나오는 위엄은 정말 줄글로 써놓자면 불륜, 동성애 등과 같은 막장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보고 있으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럴수도 있구나, 하며 심하게 공감sympathy하게 하는 데 탁월한 재주가 있다는 거다. 솔직히 여기 주인공 연애도 정상적인 코스가 아닌데 왜 보면서 같이 두근두근 설레게 하고 마음 아파하게 만드는 거냐고. 그래, 내가 낚였지. 님하 짱드셈.
개인적으로
미국의 드라마는 "보여주는 드라마"인 것과 비교해서 영국의 드라마는 "말하는 드라마" 라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원래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가 가랑이가 찢어진다지만 이건 자기 스타일을 벗어나려고 할 때 제대로 안 되면 어떤 결과를 보여주는지 너무 잘 나타나는 영화인 듯. 정말 이 Last enemy의 경우에는 뭔가 영국에서 '보여주고 싶은데' 결국 '말하게 되는' 것 같다.
이하는 스포 포함 캡쳐 위주. 당연히 편견 가득한 캡쳐이므로... 낚이실려면 낚이고
싫으면 조용히 마우스를 옮겨서 창을 닫으시기를.
첫번째 에피소드 캡쳐들... 당연히 줄거리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배우 위주로 -_-a
주인공인 스티븐 에자르(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캠브리지 출신 젊고 앞길 창창한 수학자(최연소 필즈 상 수상자에 빛나는 천재 수학자... -_- 역할이라니. 역시나. 정말이지 이 분 호킹의 저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geek, nerd 캐릭터로 나온다.)로, '에자르의 정리'로 유명세를 탔지만 영국을 떠나 중국에 있다가 형인 마이클 에자르의 부고를 듣고 영국으로 돌아온다. 4년동안 친형과 연락도 없고 영국의 변화에 대해서도 전혀 알지 못한 스티븐은, 모든 게 낯설기만 하다. 형의 장례식에 늦고, 형의 집에 도착해서 만난 형의 아내, 야심 안와(안나마리아 마린카). 야심과 스티븐은 서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결국... -ㅁ- ... 뭐 그렇게 되었습니다.
으. 써놓고 보니 정말 막장이네. 아무리 죽었다지만 형수랑 형의 장례식날 밤에 저러면 어쩔... ;;; 이런 심각한 상황에 러브신이 이렇게 달달해도 되는 건가여...;; 그나저나 분명 둘 다 홀딱 벗고 나오는데 야하지 않게 느껴지는건 내가 무감각한건지 연출의 승리인건지. ㅠ_ㅠ
첫 에피소드라 그런지, 한꺼번에 많은 사건이 벌어지고, 전개도 굉장히 빠릅니다. 정신이 없을 정도로 몇 분 간격으로 숨막히는 긴장감을 끌어가면서 사건을 벌려놓긴 하더군요. (그래도 보면서 걱정은 되더이다. 나중에 어찌 수습할 작정이신가... -ㅁ-) DVD에는 제작 다큐(메이킹 필름)도 있다고 하는데, 궁금합니다... 진짜...
Viwon님께서 알려주신 1화의 명장면. 동창(?) 엘레노어 내무장관이 반 강제적으로 TIA 프로그램에 참여할 것을 권하지만 계속 내켜하지 않던 스티븐은 하룻밤을 보내자마자 사라져 버린 야심을 찾기 위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추적하느라고 밤 새고 나서 호텔에서 꾸벅 꾸벅 졸면서 커피에 설탕 타려다가 야심을 발견하고 뛰쳐나간다. 저 스푼 휴지로 감싸쥐고 먹는 행동 보시라오. 네에, 디테일 쩝니다. 밤 새운 초췌한 표정으로 꾸벅 꾸벅 조는 표정하며. 저 설탕이 커피에 물들어가는 시퀀스도 참... 저 상황과 주인공의 상태, 혹은 앞날... 이랄까, 그런 것를 은유적으로 잘 표현하는 장면인 것 같다. 이런 명장면을 놓쳤다니. 제가 죽일놈입니다 -ㅁ-
이어서 두번째 에피소드. 여긴 내용도 기억이 잘 안 난다. 캡쳐해놓고 보니 이 모양입니다. 네에. 사심이 너무 가득해서 미안해요. 한글 자막은 여기까지 나와서 일단은. 근데 3편 보기 참 지친다고 해야 하나, 그래, 지친다. 스토리가 너무 머리 아파서... 감정적으로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햄릿스럽다고 해야 하나, 영국스럽다고 해야 하나. 질질질 끄는 느낌이 참 ㅠ_ㅠ 안습입니다. 사람을 지치게 해. 헐리우드한테 밀리기 싫어서 만든 거라면 각본 좀 깔끔하게 잘 쓰지 그랬니.
아. 그리고 첫번째의 손 캡쳐는... 상당히 의미가 있는 컷이다. 주인공 스티븐은 화면에서 언뜻 언뜻 보여지기로 상당히 심한 OCD(obssessive-compulsive disorder)가 있는 걸로 그려진다. 주로 청결에 대한 강박에 기인하는데, 첫화 첫 등장 장면에서 마스크 쓰고 눈가리개 하고 비행기 안에서 자는 모습 클로즈 업 해주는 걸 보고 저게 그 배우라고 상상도 못하다가 뿜었던 기억이. 어쨋든, 저 정도면 상당히 일상생활 하는데 큰 지장은 없는 걸로 묘사되지만 내가 분명 국시 준비 할 때 외운 바로는 원래 그 질환(OCD) 자체가 그닥 좋지 않은 예후를 가졌다고 알려진 만큼 스크린에서 묘사되는 행동거지를 봤을 때, 원래 저것 보다는 중증이었을 거고 저 정도 까지 호전 되는 데만 해도 엄청나게 힘들었을 거다. 그런 사람이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하지만 먼저 손을 잡기란 쉽지 않다. 스티븐과 야심의 애정씬을 보면 좀체로 스티븐이 (당했으면 당했지 ㅋㅋ) 먼저 나서서 안아주고 키스해주는 장면이 별로 없는데, 거의 유일하게 첫 사진 캡쳐할 때 쯤 손을 먼저 잡는 장면이 잡힌다.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보여주는 장면이라고나 할까. 그런 사람이니 얼마나 "감시" 체제에 예민했을까. 보는 내가 식은 땀이 다 흐를 정도로 긴장하고 다닌다. 소심하고, 여리고, 상처 잘 받는, 그런 캐릭터이다.
그리고 마지막화. (episode 5)
스포라니깐!
마지막 시퀀스에서 내무장관이자 스티븐의 친구인 엘레노어와 스티븐의 대화
"
A tag for life. It'll be easy to up-date. You won't have to keep renewing it.It won't cost a fortune to enforce.
And it'll give back to the honest ordinary citizen freedom of movement. I thought it would be a price worth paying.
I had to persuade others you were worth it...
that you belong on our side.
You're the last person we want as an enemy.
Your ID has been reinstated. So has access to your bank and all your utilities.
You're free to..."
"
UNAS...
What does it mean? "
"It's an
unaffiliated subversive.
It means access to certain public buildings is denied. So are certain forms of transport and communication. You won't be able to leave the country and your movement and contacts will be monitored.
But Stephen, you can go back to doing what you do best... being a brilliant mathematician. Go back to your old life. You won't even notice the difference. And in a few years, your data can be upgraded."
후덜...
너무한거 아뇨. 아무리 장관까지 올라간 사람이라지만 같이 자기까지 했는데 -_-
저렇게까지 할 건 없잖아.
솔직히 의사로서 보기엔 OCD 중등도로 보나 정신적인 스트레스의 강도로 보나 극 전체의 초-중반의 상태만 놓고 보더라도 저 정도면 건드리면 터지기 딱 좋은 진짜 unstable 한 상태인데, 저렇게 인생을 휘저어 놓으니, 마지막까지 정신줄 안 놓고 있는 게 기적처럼 보일 지경이다. 원래 OCD는 생각보다 흔한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우울증이나 정신분열증 등 다른 질환에 동반되기 쉬운 질환으로 되어 있는데, 주인공을 몰아넣는 설정들을 보면 끄악 님하 좀 자제염 double-hit 란 이런 건가여 소리가 절로 나온다.
결국은 형도 암살당하고, 야심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마지막에 책상에 앉은 스티븐. 종이에 뭔가를 쓰는데, 유서라는 분위기가 풀풀 풍기는게 자살을 암시하는게 아닐까 싶다. 그토록 사랑해 마지않던 야심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리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잡는데... 흐엉. 그래 저 지경이면 나래도 미쳐버리겠다. 안 그래도 정신적으로 underlying이 안 좋은 사람인데, 환상 보고 눈물 흘리는 걸 보니 정말 안타까움에 나도 같이 울뻔 했다는. 그놈의 연기 하나는 쩔게 잘 하네. 그리고 그 다음 순간, 그 뒷모습을 잡는 감시카메라에 그만 소름이 돋아버렸을 뿐... -_- 그래. 무섭다, 무서워.
사실 여기에 나오는 베네딕트는... 안그래도 하관이 긴데 머리를 올리고 나오는 바람에 이마가 훤칠하니 넓어보여서 얼굴이 제대로 가분수 (...) 라는. 콩깍지가 씌인 제 눈엔 그저 이쁘게만 좋게만 보이지만 솔직히 객관적으로 누구한테 사진을 보여주더라도 저게 잘 생겼다는 얘기를 들을 상은 아니다. 그래. 인정할 건 해야지. ㅠ_ㅠ
그나 저나, 마지막회로 갈수록 주인공이 살이 빠지는게 느껴진다. 배우님 다이어트하셨나요. 왤케 안타까워. 하긴 그 고생하고 살이 안 빠지는 게 더 이상하긴 하지만 정말 자연스럽게 속이 빼작 빼작 타들어가는게 살 빠지는 걸로 나타나다니... 허걱. 설마 시청률이 반토막이 나는 바람에 속상해서 그런건 아니겠지.
아. 이런 허접한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분에겐 감사드립니다. 네에. 이런 글을 안 써버릇해서 잘 못써요.
게다가 스압 장난 아니군요. 내 이래서 드라마 리뷰 쓰면 망하는 거긔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