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곡을 알게 된 건 외란 쇨셔와 슈베르트, 파가니니 for Two를 냈던 길 샤함이 피아니스트 여동생인 올리 샤함과 함께 만든 음반인 Dvorak for Two음반을 통해서였다. 사실 드보르작의 바이올린 소나타는 다른 보헤미안 바이올린 소나타들과 함께 커플링 되어서 제법 나와있는 게 있지만, 메이저 레이블에서 발매한 건 아마 이 정도가 전부이지 않을까 싶을 만큼 음반으로 찾았을 때는 선택지가 별로 없는 레파토리이다. 바이올린 협주곡은 제법 되는데, 역시 실내악을 더 좋아하는 나로서는 다소 아쉬웠던 부분. 악보는 꽤 많이 나오는데, 화려한 테크닉을 앞세우기보다는 서정적이고 부드럽고 나긋나긋하면서도 약간은 서글픈 감성을 비추는 곡이라 그런지 연주회에서 그렇게 자주 연주되지만은 않는가보다 지레짐작을 할 뿐이다. 




Posted by 리히테르





열심히 안 한 것은 아니지만 열심히 안 해서인 걸로 생각하겠다. ...(중략)... 그래서 난 그냥 열심히 하지 않은 편이어야 한다. 난 열심히 하지 않아서 세상으로 나온 거다. 난 열심히 하지 않아서 버려진 것 뿐이다

-윤태호, <미생> 중-


미생에 나오는 장그래의 대사는, 나에게 참 격하게도 와 닿는다... 아프긴 하지만, 거짓은 아니므로.


봄이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까.

뭘 말하고, 뭘 말하지 말아야 할지. 

어떻게 말해야 "잘" 말하는 걸까. 


나이가 서른이 넘었는데

인생은 여전히 어렵다.


이 모든 게 온전히 내 몫이라는 것도.

당장 내일부터 쏟아져들어올

FAQ 리스트들이 내 머릿속에 쫙 뜨지만, 

그에 대한 답은 아직까지도 준비 되어 있지 않다.

얼마나 시간이 지나야, 조리있게 잘 말해줄 수 있을까.




머릿속이 엉키는 것 같을 땐 헛소리 그만하고 바흐나 들읍시다.

 



J.S.Bach

French Overture BWV 831 in B minor

8.Echo


Alexis Weissenberg, piano



다른 연주들도 좋은데, 니콜라예바 연주가 개중 제일 따뜻하고 마음에 들더라. 리히테르 연주는 다이나믹의 폭이 커서 좀 깜짝 깜짝 놀라게 하는 편이다.




안드라스 시프의 실황 영상 : 이건 전곡 :) 이거 블루레이로 프랑스 모음곡 전곡이랑 묶여 나오더니만 진짜 장난 아니게 인기가 좋다. 하나 사야겠네... ㅎㅎㅎ




Posted by 리히테르

어렸을 때 추억으로 남아있는 곡들을 요즘 찾아다 듣는 모양새다 보니 문득 반 농담삼아 이걸 올리고 싶어졌습니다. 다들 피아노 칠 때 한 번쯤 쳐보셨을 곡들요. 흐흐흐흐흐... 일단 플레이! 어렸을 때 피아노 좀 쳐봤다 하시는 분들 중에서 이거 안 쳐본 분들 별로 없을걸요~? 메에롱~




Fridrich Kuhlau (1786-1832)

Sonatina in C Op.20 no.1

1. Allegro



3. Rondo : Allegro


Jeno Jando, piano



유투브를 뒤져보면 영국 (... 아니 왜 또 영국이냐고 -_- 제일 위에 있는 거 그냥 눌렸을 뿐인데;;;) 웹사이트에서 교육용으로 배포하는 연주 동영상도 있습니다. 요건 전악장. 워낙 작은 곡이기 때문에 전악장 다 해도 10분도 안 되니, 참 편한 곡임에 틀림 없습니다. 클클클




외갓집에 갔더니, 제 어렸을 때 사진을 보여주시더라고요.... 아이고. 저게 언제적이야. 나님은 기억도 안 나는데... 얼추 걸음마를 시작하고 난 다음이었을테니 돌 지나고 18개월 이후... 그쯤 되었을 때인 듯 하네요. 엄마님 왈, 저 옷도 백화점에서 산 비싼 옷이었단다. 라고 ㅋㅋㅋ 사진 감상의 포인트는 막내 외삼촌께서 조카를 물빨핥 (...) 하면서 틀어주던 마이클 잭슨의 쓰릴미 LP판이 되겠습니다. 진짜 이걸 보고 있자니, 내가 도대체 왜 락덕이나 팝덕이 아닌 클덕이 된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니까요. 


사진 보기 (닭살 주의)







Posted by 리히테르

베토벤만 연속으로 두 개 포스팅하는 건 이번주 내내 아이폰에다가 베토벤 음반만 6장을 꾸겨넣어서 무한반복으로 돌려듣기를 해서 그런 게 아닙니다... ㅠ_ㅠ ㅎ 요즘 이런 걸 포스팅해야 될 것 같았어요. 그냥요. 그냥.

친절한 설명 따윈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왠지 그러면 댓글로 욕이 달릴 것만 같은 불안감 (...)에 몇 자 적습니다.
Ich denke dien이라는 민요? 가곡? (둘 중에 뭔지 잘 모르겠네요. 베토벤의 가곡 중에서 이런 제목은 없거든요. 아마도 민요가 아닐까 생가합니다 ^^ 당시의 유행가라든지.) 의 선율을 주제로 한 연탄 변주곡입니다. 연주자는 외르그 데무스입니다. 이 분 이제 꽤 늙었죠. 몇 년 전에 하우스 콘서트를 하러 오셨을 때 실황을 봤었습니다. 백발이 성성한 머리로 어마어마한 타건을 구사하시던 걸 마룻바닥에 앉아 온몸으로 진동을 느끼던 경험이 잊혀지지 않네요. 이 곡은 꽤 간단하고 단순한데, 이걸 치고 싶어서 악보를 구해봤더니 아니나다를까 녹록하지 않더군요. 언젠가 저도 연습하고 해서 저랑 비슷한 실력을 가진 분과 함께 연주해 보는 게 꿈입니다... :) 시대악기 연주도 궁금하긴 한데... 연주가 나온게 없다는 건 낚시.


[##_Jukebox|cfile10.uf@1513C24C4E18546E0BF695.mp3|Ludwig van Beethoven - 09. 6 Variationen in D-Dur, WoO 74.mp3|autoplay=0 visible=1 color=black|_##]


6 Variations in D major

on the Lied " Ich denke dien "


Jorg Demus & Norman Shelter, piano


from Deutsche Grammophone

Complete Beethoven Edition Vol.6 Klavierwerke







Posted by 리히테르
2월 23일 수요일, 저녁 8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

Beethoven "Last" Piano Sonatas

op. 109, No.30
op. 110, No.31
op. 111, No.32


그 다음날인 24일이 USCAP 관계로 출국임에도 꿋꿋하게 예매했던..., 휴, 출국 일정이 조금만 바뀌었어도 피눈물 흘리는 사태가 발생할 뻔했던, 소중한 공연이었다. 외국 연주자의 공연, 특히 피아노 독주 리사이틀은 무려 2년여 만. 라두 루푸의 내한 공연이 캔슬되는 바람에 그렇게 되어 버렸다. 그래도 학생 때는 돈이 없어서 그렇지 콘서트 고어마냥 이런 연주회 저런 연주회 부지런히 찾아다녔는데, 취향이 굳어지고, 인턴, 레지던트를 거치며 그나마 있던 여유시간도 적어지면서 (그래도 임상의사들 보다는 여유있지만) 콘서트를 접하는 일 자체를 거의 포기하기도 했고, 있어도 평일 공연은 가운뎃손가락을 쿨하게 날려주는 -_-a 강심장을 가지게 된 탓이다. 이번 공연은 그런 면에서 더 특별했다. 2월 스케줄을 확인하고 고심 끝에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슈만과 클라라 동호회 단체 예매를 통해 거금을 들여 R석을 예매했던 공연이었다. 공연 당일날까지도 갈 수 있을지 없을지에 대한 확신은 없었지만, 어쨋든, 별러온 공연이기도 하고, 레파토리 때문에라도 목숨걸고 보러가겠다는 생각은 했었기에, 꿋꿋하게 마지막까지 취소하지 못했었다. 원래 22일 화요일이었던 비(非) 서지컬 페어웰이 교수님의 사정 때문에 이날로 옮겨졌지만 개의치 않았다. 밥과 술을 얻어먹는 회식 따위는 이 공연이 내게 주는 의미에 비하면 그야말로 콧방귀 핑 뀌어줄 정도밖에 되지 않았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지나고 난 다음의 일이니 조금 더 과장을 덧붙여 이야기 해 보자면, 미국행을 포기해도 공연은 포기할 수 없었달까. 시프라는 연주자를 딱히 좋아라 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인턴 때 샀던 그의 베토벤 후기 소나타 3개만 녹음한 ECM 음반을 퍽 좋게 들었었다. (트랙백 참조) 정신없는 보라매 외과 말턴 인턴에게는 정말 환한 빛이 되던 베토벤의 후기 소나타 연주였었다. 저녁 6시 15분, 마지막 증례의 헤딩이 끝나자마자 번개같이 옷을 챙겨입고 쏜살같이 병원을 튀어나와 지하철에 올랐다. 지하철에서 음악반에서 호른하셨던 영상의학과 선생님을 우연히 만났다. 마침 같은 공연을 보러 가는 길! 고클래식(링크)에 올라온 Guardian 지와 BBC가 합동으로 제작한 시프의 lecture 동영상 (링크) 에 대해서 도란 도란 이야기하다보니 어느덧 도착. 생각보다 일찍 도착해서, 여유있게 표 찾고 화장실 다녀와서 좌석 안착. :)

좌석은 B블럭 9열 1번좌석 그러니까 무대를 보고 섰을 때 왼쪽 앞쪽에 해당하는 자리였다. 자리가 좋았던 탓에 감동이 배가 된 것도 분명히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정말 이 자리 만족한다. 건반이 보이면서도 음향이 잘리지 않아서 참 좋았던 것 같다. 무서울 정도. 시프의 음색은, amazing, gorgeous, awesome, great, nice, beautiful... 또 없나. 영어로? ㅋㅋㅋ 후... 마침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연극 프랑켄슈타인 (대니 보일 : 우리가 아는 그 대니 보일 감독) 프리뷰를 우리나라 사람 누가 직접 가서 봤다고 자랑자랑 하는 소식에, 정말 몇시간 사이에 평생 당할 염장 다 당하고 마음 한구석이 백탄 마냥 하얗게 타들어가고 있었는데, 간만에 그런 염장 따위 꿋꿋하게 이겨낼 수 있는 공연을 보게 되어서 너무 좋았더라는. 음반에서도 투명하고 예쁘고 아름답다고 느꼈는데, 실황으로 보니 들으니 음반을 부수고 싶은 충동마저. ㅠ_ㅠ 여기 저기 이모 저모 감정적으로 쌓인게 좀 있었던 탓도 있겠지만 30번 3악장 변주곡, 31번 1악장과 아리오소, 마지막 32번 아리에타에서 난 그냥 계속 울었던 것 같다... 휴지기마다 코 훌쩍이는 소리, 침 꼴깍 삼키는 소리가 여기 저기서 들렸던 걸 보면, 나만 그런게 아니라 다행이지만... 맙소사. 그래요. 나 이 후기 세 곡 실황 처음이에요. 이 세 곡은 기교도 기교지만, 그걸 뛰어넘는 감수성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면, 그만큼 사람들을 감동시키기 어려운 곡이라는게 내 생각. 후기 현악사중주와 맥을 같이 하는 베토벤의 이 마지막 작품들은, 아직까지도 좋아 죽는다는 사람은 쉽게 만나기 어렵기도 하거니와, 그런 만큼 상대적으로 내가 그 곡들을 무섭게 좋아하는 이유를 잘 설명하기 힘들기도 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정말 난 이 세 곡을 죽자 사자 좋아하는데, 사람들이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중에서 뭘 제일 좋아하냐고 물어보면 망설이지 않고 이 세 곡을 꼽는데, 왜 좋아하냐고 물어보면,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린다. 말로 표현하기 참 힘든 부분이다. 그냥, 베토벤이라는 사람이 자기 인생을 담아낸 이야기 같아서, 내가 이만큼 치열하게 살아왔고, 그렇게 살아왔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곡을 써냈다는게 믿어지지 않게 놀라워서, 그래서 감동적이라고 하면, 좀 오글오글하려나. 어쨌든, 본 공연은 정말 성공적으로 끝났다.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 많이 있겠지만, 그리고 난 다른 리뷰들을 읽어보지 않아서 이게 객관적으로 어떤 공연이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본공연에 한하여 개인적인 감상평을 끄적여 보면 다음과 같다.
인상적인 부분을 몇 꼽자면, 우선 31번 1악장의 아르페지오. 보통 다른 연주들은 트릴이나 반주의 개념, 즉 화성의 개념으로 정신없이 쳐내려가는 이 아르페지오를 시프는 예외적으로 아주 또박또박 "성실하게" 치는 느낌. 한 음 한 음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그런 연주였다. 그리고 다른 연주에서는 느낄 수 없는 독특한 리듬감과 다이나믹. 순간적으로 어. 이게 그 거? 반응이 나올 정도. 그만큼 속도가 느려졌기 때문에 답답하게 느끼는 사람도 있었을 것 같지만, 그리고 예전의 나라면 역시 싫어했겠지만, 뭔가 차분하고, 정돈된 느낌이어서 색다르게 들렸다.
그리고 30번 3악장 변주곡의 테마. 시프 자신도 이 곡에 대한 애정이 굉장히다고는 들었지만, 직접 보니 정말 대단하긴 대단했다. 이게 이렇게 가슴을 울리는 곡이었나, 싶었다. 난 30번에 대한 애정은 나머지 두 곡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빈약한데, 아... 내가 이걸 몰랐다니. 재발견. 이건 소름이 끼치는 수준이었다. 명불허전, 음악을 들으면서 온몸에 소름이 오소소 돋는 것도 얼마만인가. 
이 두 가지 말고 나머지는... 정말 딱히 뭐라 할 말이 없다. 전체적으로 다이나믹의 폭도 넓어서 굉장히 풍부하게 들리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너무나도 좋았으니까. 공연이 끝나고 박수를 칠 때, 내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도대체 어디에 앉아있는 건지, 여기가 천국인지 지옥인지 눈앞에 보이는 저 무대가 정말 아득하게 느껴질 정도의 아찔함을 경험했다면... 이게 소위 "뽕 맞은" 기분인건가. 그렇다면 왜 마약중독자들이 자꾸 마약하는지 알 것 같다는 정도의 기분이었다면, 대충 전달이 되려나 모르겠다.

이 정도가 본 공연이었다. 대박은 그 다음. 그러니까 앵콜곡. 앵콜곡 정말 다시 생각해도 ㅎㄷㄷ 였다는.

시프의 앵콜곡은
Schubert 의 Impromptu(즉흥곡) D.899의  No.1(C minor)와 No.2 (Eb major), 그리고 Bach의 Well-tempered Clavier, Book 2 (평균율 2권)의 No.1 BWV 870 C major Prelude & Fugue.
헐킈. 첫 앵콜곡이 시작되었을 때, 슈베르트 즉흥곡이라는걸 바로 알아차렸기에, 그 긴 곡을 두 개나 칠 거라는 예상을 전혀 못했었다. 맙소사. 그거 한 곡이 최소한 10분 안팎을 달리는 곡이잖아. 이럴 수가! 관객의 열정적인 박수와 커튼콜이라고는 했지만, 인터미션도 없이 그 대곡을 셋이나 연주해 놓고 또 셋이나. 이건 뭐. 저 레파토리들은 그냥 따로 연주회 차려도 손색이 없는 곡들이잖아요. 응? 이 아저씨가 뭘 먹고 이렇게 기운이 좋은 겁니까. 시프의 음반을 몇 개라도 사 본 이들은 저 레파토리를 보면, 그가 자기가 잘 하는 곡, 자신 있는 곡은 이 연주회에서 아낌없이 풀어놔 주었다는 걸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냥 연주회를 1.5배 해줬다고 보는게 맞을 듯. 표값이 아깝지 않았다. 정말 오래간에 눈이 뿌옇게 되고 코를 훌쩍이며 손이 부셔져라 박수를 치면서, 이 공연 오기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게다가 본 공연에서 아리에타가 끝나고 박수 타이밍이 조금 빨랐다 싶어서 분위기가 살짝 싸했는데, 앵콜곡 박수에서는 정말 관객과 연주자와의 교감이 잘 나타나주어서 더 좋았고.

끝나고 싸인회가 있었다. 줄이 굉장히 길었는데, 한시간 반 여를 기다렸지만 정말 마지막 한 사람 까지 다 싸인해준 시프, 수고 많았어요. 피아노 치느라 팔도 아팠을 건데... 대단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더 많이 늙기 전에, 한 번 더 와서, 당신이 더 잘 하는 레파토리를 들고 와서, 우리 모두가 다시 한 번 뜨거운 가슴으로 진심을 담아 박수를 칠 수 있기 되기를. Viva!



안드라스 시프의 사인회


피아노 공연이 있으면 항상 음반과 악보를 챙겨가는 건 습관이 된 듯. 이번엔 빈 원전판 베토벤 후기 소나타집 악보에 시프의 싸인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하. 칠 줄은 몰라요. 칠 줄 알면, 좋겠지만- 그저 악보를 보고 뚱당거리고 다시 듣고, 그렇게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곡을 외우게 되더군요. 아는 만큼 의식적으로 어디가 틀렸는지 귀를 쫑긋하면서 듣진 않지만, 그래도 아예 모르고 듣는 것 보단 더 재미있게 들을 수 있는 건 사실인 것 같아요. 싸인회가 끝나고 흥분한 마음과 여운을 가라앉히고 가려 오랫동안 서성거렸는데, 덕분에 시프의 긴장 풀린 자연스러운 자세와 표정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다행이에요 :)

그의 ECM음반 녹음을 하나 올려봅니다. 다시 들어봐도 실황 연주와 음반 연주가 상당히 비슷한 스타일이네요!


Beethoven, Piano Sonata, No.31, Op.110
in Ab major
1. Moderato cantabile masto espressivo
Andras Schiff, piano
Posted by 리히테르


Manuel Blasco De Nebra, Piano Sonata
Sonata No.109 in A minor
Pedro Casals, Piano



Domenico Scarlatti, Piano Sonata
Sonata in D major K.491
Murray Perahia, piano

스페인 왕가의 음악가였던 도미니코 스카를라티 Domenico Scarlatti의 생몰년도는 1685-1757
이 스페인 작곡가 네브라 Nebra의 생몰년도는 1750-1784

어쩐지... 둘이 스타일이 너무 비슷하더라.

스페인 피아노 소나타들, 특이 이 시기의 곡들은 듣고 있으면 악보 그려보고 싶어진다는 게 공통점이다. 듣고 있으면 그냥 외워질 것 같고, 그대로 칠 수 있을 것 같고. 중독성도 장난이 아니심.

왠지 밥 아저씨가 짠 하고 나타나서 술술 피아노를 쳐 보이면서 "참 쉽죠?" 할 것 같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은근히 우아하고 기교적인 면이 없지 않아 있단 말이지.
참 신기한 곡들이다.


스페인은, 내 첫 유럽 여행지였다.
내가 영국 영국 영국 런던 런던 런던 노래를 부르는 건, 베네딕트랑 영드 때문 뿐만이 아니라 진짜 내가 거기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서 그러는 거다. 내가 가본 유럽은 스페인과 동유럽, 그게 땡이다. 독일도 경유지였을 뿐 서유럽 땅은 당최 밟아본 일이 없다.

처음 가본 유럽, 스페인...
그라나다, 알함브라 성의 고혹적인 햇살과
바르셀로나의 가우디만큼은 정말 절대 잊을 수 없는 추억이었다.
스카를라티와 네브라 뿐만 아니라
타레가와 세고비아가 테어난 기타의 나라.

세비야의 스페인 광장을 거닐면서 맞이했던 상쾌한 아침공기와 햇살은 두고 두고 사진으로 남아있다. F80으로 남겨둔 아끼고 아끼는 사진. 수평이 맞지 않아 보정을 좀 한 거긴 하지만, 그 때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 찍었던 이 사진의 따스한 색감은 그 때 그 시간에 있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Spain, Sevilla F80 by 리히테르


Posted by 리히테르


14. Zart und singend
Wilhelm Kempff, piano



예전에 네이버 블로그 시절에 올렸던 것과 같은 사진, 같은 곡.


슈만의 Eusebius가 이렇게 소곤 소곤, 나긋 나긋하게 들릴 수도 있구나.
슈만은... 어쩌면, 조용한 새벽에 꽃 피는 소리를 음악으로 옮길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을지.



Posted by 리히테르


Friedrich Gulda, piano




오늘처럼 햇볓이 쨍쨍하고
여름인 듯 사람들이 반팔 티셔츠 입고 다닐 때
분수대를 보면 늘 생각나는 곡.



예당 음악분수


Posted by 리히테르
마주르카는 폴란드 전통 춤곡의 일종이다. 쇼팽이 작곡한 마주르카의 수는
전부 합쳐서 한 40-50개가 넘는다. 상당한 양의 곡들이다.
긴 곡도 있고 짧은 곡도 있고 화려한 곡도 있고 단순한 곡도 있고
그 많은 곡들이 단 하나도 같거나 비슷한 곡조가 없으니 참 대단하기도 하다.
유일하게 관통하는 공통점은 그 애수와 서정성, 폴란드 특유의 감성이다.

예전에 한창 피아노에 빠졌을 때 한동안 쇼팽 마주르카를 많이 쳤었다.
아마추어인 내 입장에서, 마주르카는 곡 수가 많은 만큼 그나마 쇼팽의 많은 피아노곡 중에서
선택의 폭이 상당히 넓은 곡목 중 하나였다.
사실 쇼팽의 왈츠도 녹턴도 기본적인 손놀림이 둔했던 나로서는 영 어려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바흐에서 하이든-모짜르트-베토벤으로 이어지는 고전곡에
너무나도 익숙했던 탓에, 쇼팽의 곡에서 자주 쓰이는 루바토라든지, 여러 장식음과 코드,
그리고 페달링의 처리는 대략 난감 그 자체였다.
그런 점에서 마주르카는 곡 하나 하나의 길이도 짧고, 음이 많지 않고 단순한 곡들이라
훨씬 연주해 볼 만했던 것 같다.
그래서 몇 달 동안 마주르카만 한 열댓곡 정도를 연습했다. 곡이 어렵지 않으니 진도가 빨리 나갔다.
일단 한 번 시작하니 재미들려서, 하도 그것만 치니까,
그냥 쇼팽 마주르카 전부 다 쳐보지 그러냐는 얘기까지 들었다. -_-;;

그렇게 쳤었던 마주르카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곡은 이 곡이다.
어느 날 밤에 도서관에서 늦게까지 공부하고 지하철 막차를 타고 집에 오는 길에
마주르카만 쭉 듣다가 그만 이 곡에서 펑펑 울어버렸던 기억이 난다.
도대체 그날 별로 기분 나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공부가 유난히 안 되던 날도 아니었는데 
지하철에 혼자 타고 있으면서 귓가에 들려오는 음악이 어찌나 쓸쓸하게 들리던지.
와. 정말 이런 쓸쓸한 느낌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런 느낌 때문에 눈물이 날 수도 있다는 것도. 
그 일은 이후로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있다.

아슈케나지, 미켈란젤리, 그리고 루빈슈타인의 연주를 서로 비교하라고 올려본다.
쇼팽은 이런 재미가 또 있다. ㅎㅎㅎ


Michelangeli의 연주


Ashkenazy의 연주


Rubinstein 의 연주


올림픽 공원의 유명한 나무 ^^


Posted by 리히테르

1. Praeludium
6. Gigue

Andras Schiff, piano

쉬프의 최근 ECM신보다.
무슨 성당에서 한 실황 녹음이라고 하던데 음향이 살짝 울리는 게 신비롭게 들린다.
그의 바흐 연주는 장식음과 페달링이 과한게 흠이라고 하는 평이 많지만, 이번 것은 생각보다 만족스러웠다.
어쩌면 그는 바흐가 살았던 시대에 가장 잘 맞추어 모던 피아노를 다루고 있는게 아닐까.
그 땐, 하프시코드를 사용했을 테니 음이 겹쳐울려서 어느 정도는 지저분하게 들렸을테고
연주자에 따라 섬세하고 화려한 장식음과 기교를 표현하는 게 당연시 되던 시대였을 테니까.

이 걸 연습하던 시절에 찍은 내 손.


예전에 배우고, 연주하고, 녹음까지 했던 곡.
녹음은 솔직히 다시 해보고 싶다.

왜 굳이 이 곡이냐 하면 디누 리파티의 마지막 리사이틀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이 곡과 슈베르트 즉흥곡, 쇼팽 왈츠 전곡이 프로그램이었는데, 
Hodgkin's disease 로 투병 중 무리해서 리사이틀을 열었고, 쇼팽왈츠 전곡은 결국
다 연주하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는 드라마틱한 이야기에 더 끌렸던지도 모른다.

악보를 다시 꺼내 연주해 보니 손때와 연필자국이 지저분하고 앞장이 너덜너덜하다.
그 때 진짜 열심히 연습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레슨 시작한지 2년만에 이 곡 전부를 치는데 도전했었다.
사실 이 곡은 한 곡이지만 여섯개의 작은 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쉽게 생각하면, 여섯 악장인 셈이다.
그걸 다 치겠다고 했으니... 지금 생각하면 참, 그 자세로 공부를 했으면
졸업을 1등으로 했겠다. 그래도 그 때 열심히 한 덕분에
바흐의 수많은 곡들 중에서도 그럭 저럭 칠 줄 아는 곡이 생겼다는 게 다행스럽기도 하고.
빠른 악장인 쿠랑트와 알르망드는 결국 끝을 보지 못했다는 게 아쉽기도 하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연대 음대 입시곡으로 출제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쿨럭 하기도 했다.

예전에 네이버 블로그에 썼던거 편집.



1. 프렐류디움.

작은 프렐류드라는 뜻. 총 24마디로 되어있고 3성부입니다. 
이탈리아풍이라고 하는데 정말 특유의 밝음과 아름다움이 가득한 곡이죠.
파르티타 1번을 이루는 여섯개의 곡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곡입니다.

손 돌리기까지 무려 3주라는 긴 시간을 필요로 했던...
처음에는 '이상하다, 이쯤하면 대충 뭐 가르쳐주실 때가 됐는데...;'라는 생각이 들어도
영 별 말 없이 손 더돌려 오라는 명만 받으니 어리둥절했는데, 처음으로 이 곡에 대한 "음악"을 배운 첫 시간,
정말 더할 나위 없이 이해가 갔습니다. 왜 손 잘 돌려오랬는지... 

... 각 성부의 수평적 프레이징과 각 성부의 수직적 화음을 모두 만족시켜야 하는데,
저는 수직적 화음은 잘 되도 수평적 프레이징이 영 시원찮았던거죠.
그걸 하려면 기본적으로 손을 거의 완벽하게 돌려놔야 했지요... 
거기다 이걸로 끝나는게 아니죠. 각 성부의 다이나믹과 균형을 아슬아슬하게 잘 맞춰나가는 감각도 필요합니다.
캬. 막상 별 생각 없이 연습은 해갔지만 선생님의 요구대로 하려니까 한마디 건너 한 마디씩 막히데요.

정말 배우면서 한탄도 많이 하고 성질도 많이 나고 고생도 많았습니다.
이제 거의 완성을 보고 있는 곡입니다. 가장 좋은 곡은 왜 맨날 가장 어려운지. ㅋㅋㅋ

다음 사진은 이 곡 중 제가 제일 안되고 있는 부분...-_-;;; 하아.  
선생님이 연필로 까맣게 표시해놨죠. 정말 다른게 아니라,
손이 세 개였으면 좋겠습니다!!



6. 지그.

빠른 4박자 춤곡입니다. "뽕짝" 이죠.
"악보는 심플한데 쳐보면 의외로 어려운 곡" 베스트 순위를 늘어놓으면
1등은 못해도 최소한 열 손가락 안에 꼽힐만한 곡이라고 자부합니다. 젠장-_-;;;
이 곡 처음에 연습 잘못해서 왼손 오른손을 바꿔서 연습하는 바람에
(악보 참조... 바른자세로 적힌 4분음표가 왼손이고 나머지가 오른손입니다.)
습관 고치느라 시간이 많이 낭비되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아까운 일이죠.
왼손 4분음표 도약이 거의 두옥타브까지 넘나들기 때문에 빨리 연주하는데 손이 둔한 저는 아주 애를 먹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속도를 좀 냈습니다만, 속도 낸다고 만족하실 선생님이면 내가 이렇게 좋아할리가 없죠.
조오기 사진 왼쪽 구석에 보면 "짧고 공격적" 이라는 단어에 X표가 딱 쳐져있습니다.
빨리 하다보면 도약이 워낙 크니까 주 멜로디를 때리듯이 성의 없이 치게 되는데
그렇게 치면 노발대발하시는 선생님.
그건 지그를 치는게 아니라 피아노 가지고 퍼포먼스 하는 거라나요.
어흑. ㅠ_ㅠ 사실 과시용이잖아, 이곡...;;; 

Posted by 리히테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