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곡을 알게 된 건 외란 쇨셔와 슈베르트, 파가니니 for Two를 냈던 길 샤함이 피아니스트 여동생인 올리 샤함과 함께 만든 음반인 Dvorak for Two음반을 통해서였다. 사실 드보르작의 바이올린 소나타는 다른 보헤미안 바이올린 소나타들과 함께 커플링 되어서 제법 나와있는 게 있지만, 메이저 레이블에서 발매한 건 아마 이 정도가 전부이지 않을까 싶을 만큼 음반으로 찾았을 때는 선택지가 별로 없는 레파토리이다. 바이올린 협주곡은 제법 되는데, 역시 실내악을 더 좋아하는 나로서는 다소 아쉬웠던 부분. 악보는 꽤 많이 나오는데, 화려한 테크닉을 앞세우기보다는 서정적이고 부드럽고 나긋나긋하면서도 약간은 서글픈 감성을 비추는 곡이라 그런지 연주회에서 그렇게 자주 연주되지만은 않는가보다 지레짐작을 할 뿐이다. 




Posted by 리히테르




알프레드 브렌델. 

올해 82세인 노구의 이 피아니스트를 알게된 건 아마 내가 클래식에 입문한 십 년 하고도 몇 년 더 전이겠지만, 본격적으로 그의 연주를 들어보기 시작한 건 최근의 일이다. 그 전까지 나는 그의 연주가 딱히 취향이 아니라고 생각하던, 꽤나 편협한 클래식 애호가였다. 그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아이러니컬하게도 그의 적자 (嫡子) 로 알려진 폴 루이스의 연주를 사랑하게 되면서부터였다. 그는 2008년 연주자로서 은퇴를 선언했고, 이후 공식적인 연주행사에서는 2009년 다음과 같은 모습이 남아있다. 1분 남짓 되는 코믹한 아래의 영상은, 파트 타임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는 브렌델의 모습을 담은 참 재미있는 영상이었다. 

 

 

 


그런 그가 책을 냈다. 책날개의 설명으로는 그 외에도 참 많은 음악 관련 저서와 대담집이 있는 모양이지만, 아직 클래식을 듣기 시작한지 그닥 오래 되지 않은 내 경력에서는 이번 책이 처음으로 접하는 책이었다. 그의 책들 대부분은 우리나라에서는 소개되고 번역되었더라도 절판이 된 지 오래였다. 영국 아마존에서 찾아보니 다음과 같은 표지와 제목으로 발간이 되어 있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독일어 알파벳의 A부터 Z까지, 피아니스트 브렌델이 알파벳 하나 하나 키워드를 짚어가면서 자신의 소신과 소회를 서술해놓은 책이다. 피아니스트로서 후배들에게 전달해주고 싶은 브렌델 자신만의 생각을 남겨두고자, 혹은 피아노 연주를 즐겨 듣는 이들에게 감상의 포인트를 짚어주고자 하는 의도에서 쓰여진 책이다. 


브렌델 자신의 연주에서 느껴지는 소박함에 비하여 상당히 보수적으로 느껴지는 브렌델의 연주관이나 감상관 (특히 알프레드 코르토나 에드빈 피셔, 솔로몬 등의 연주를 인용하는 것을 보았을 때) 사이사이에 개인적으로 피아노 연주들을 들으면서 공감했던 부분이 참으로 많아서, 차분하게 밑줄을 긋고 형광펜으로 표시를 하면서 읽고, 두고 두고 음미하면 좋을 문장과 문구들이 많았다. 특히 짧은 기간이나마 피아노 레슨을 받으면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몇 곡과 슈베르트의 곡에 대해 레슨 선생님께 들었던 작품, 작곡가에 대한 평이나 연주에 대한 조언들이 놀라울 만큼 브렌델이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과 닮아있다는 것에 놀랐다. 사실, 이 책은 브렌델 자신만의 개인적인 견해라고 하기에는 어찌 보면 지나칠 정도로 보편적인 이야기들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랑 Liebe/Love 에 대한 장에서 그는 이렇게 서술한다. "우리가 연주하는 작품에 대한 사랑은 음악적 형식이나 구조에 매몰되지 말고, 그 틀을 뛰어넘어도 됩니다. 아니, 그래야만 하죠. 색감, 온기, 열정, 감각미가 더해지만 사랑의 대상은 살아있는 존재로 깨어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손끝에서 탄생한 생명체에 우리 손으로 피를 흘리게 하거나 멍들게 하는 일을 해서는 안되죠". 또한 그는 기보 Notentext/notation에 대한 장에서, 그는 슈베르트의 피아노곡에 대해서, "신경 써서 페달을 밟아야 하는 작곡가들 중 한 명" 이라고 하고, 그래서 음향을 따스하고 꽉 찬 듯이 울리게 해 주어야 한다고 하는데, 이건 내가 슈베르트를 배울 때 몹시도 고생하고, 강조해서 배웠던 것과 일맥상통하는 표현이었다. 아마 슈베르트에 관해서는 이런 견해들이 꼭 브렌델이 아니어도 모두가 동의하는 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들어온 상당히 많은 슈베르트 피아노곡 연주들이 이러한 원칙들을 지키기 위해 수렴하고 있기도 하니까 말이다. 뿐만 아니라, 자주 접하고, 좋아하는 피아노곡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은, 내가 작품을 들으면서 어렷품하게 느끼지만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고 있던 느낌들이나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보다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다양성 Veilfalt/variety 에 대한 장에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op.110 이 가진 참신함에 대해 "서정적인 부드러움, 익살스러운 평범함 (경박한 나, 경박한 너, 우리는 경박한 사람들), 고정적인 바로크 형식이 하나의 테두리 안에 다층적으로 들어있다는 사실" 이라고 이야기 해 주는 것이 그런 예이다.  


그 외에도 시대악기 피아노에 대한 브렌델의 다소 보수적이면서도 비판적인 생각이나, 악보에 적힌 작곡가의 의도를 해석하고, 연주로 그것을 표현하는 데 적용하는 원칙들을 책을 통해 알아가는 과정은 내밀하면서도 즐거운 경험이었다. 우리가 음반을 통해 만나는 연주자들의 연주에서 느끼는 연주자의 의도와, 연주가 아닌 글로 직접 표현되는 연주자의 생각이 미묘하게 다르기도 하고, 또 일치하기도 한다는 것을 깨닫는 것 자체가 상당히 재미있었다. 


브렌델의 연주를 근래에 애정을 가지고 듣게 된 사람으로서, 이 책은 어찌 보면 음악이라는 간접적인 언어가 아닌 글이라는 직접적인 언어로 그의 생각을 알게 되어 다소 감상하는 데 있어서 연주자의 의도를 상상하는 재미를 반감시키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그런 걱정과 달리 훨씬 유쾌한 경험이었다. 그가 서문에서 기대했던 대로, "최대한 간단하게 표현하되, 그렇다고 너무 단순하게 쓰지 않"았기 때문인지, 묘한 불완전함과 함축 사이에서 브렌델을 만나보고 싶었던 사람들에게 이 책은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선물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한다.




Posted by 리히테르

시월의 마지막 밤, 아니, 12시가 지났으니 벌써 11월. 11월의 첫 날은 만성절이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얇아지면서, 유령들이 떠도는 날. 이런 날을, 모든 성인들의 축일이라 이름붙인 건, 참 아이러니컬한 일이다. 



Leos Janacek

On the Overgrown Path

Andras Schiff, piano



1. Our Evening



4. The Madonna Of Frýdek




깊어가는 가을, 안드라스 시프의 야나첵 음반을 접했다. 풍월당에서 동그마니 놓여 아무도 안 사가는 음반을 사갈까요, 물어보니까 "안 무섭고 예쁘게 쳐요, 연주 좋아요" 라는 답변이 돌아오길래, 냉큼 모셔왔다. 과연 따스하다. 시프의 음색을 ECM 음반이 다른 음반에 비해 참 잘 잡아내는구나.


이 야나첵의 곡은 "수풀이 우거진 오솔길을 따라" 라는 제목으로 흔히 번역된다. 한창 젊은 시절에 모라비아 지방의 민요를 따다가 작곡한 소품집 비슷한 피아노 모음곡이다. 안개 낀 것 같은 몽환적인 분위기에 다소 처연하게 들리는 단순한 멜로디가 실려있다. 동유럽 특유의, 건드리면 깨질 것 같은 섬세한 슬픔이 서려있는 것 같다. 








오밤중에 글 쓰면 안 되는 이유 [클릭]



The Road Not Taken

 

Robert Frost


Two roads diverged in a yellow wood,

And sorry I could not travel both

And be one traveller, long I stood

And looked down one as far as I could

To Where it bent in the undergrouth;

 

Then took the other, as just as fair,

And having perhaps the better claim,

Because it was grassy and wanted wear;

Though as for that the passing there

Had worn them really about the same,

 

And both that morning eqully lay

In leaves no step had trodden black.

Oh, I kept the first for another day!

Yet knowing how way leads on to way,

I doubted if I should ever come back.

 

I shall be telling this with a sigh

Somewhere ages and ages hence;

Two roads diverged in a wood, and I ……

I took the one less travelled by,

And that has made all the difference.



Posted by 리히테르

updated 2012.7.23. 같은 곡 두 번 올린 거 알고 사진 때문에 일부러 끌어올리기.

음원은 필터링 때문에 유투브 끌어옴. :) 재생 시간으로는 봐서는 같은 음원 같다는.





photo by F80, 아그파 슬라이드 필름.



너무 콘트라스트를 강조해버렸나 -_-;; 모래에 비네팅이 생겨버렸다...
언제 찍었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강원도 양양 근처에 낙산사 가는 길이었나... 가물가물하다.
찬바람이 아직 가시지 않은 초봄이었다.
해수욕장에는 아무도 없었고,
깔쌈한 모래에 혼자 지나간 것 같은 발자국을 남길 수 있었다.
한참을 걷다 와서 뒤돌아보니 내 발자국만 있길래, 좋아라~ 하며 찍었다.

꽤 맘에 드는 사진이다.

아직 가지 않은 길.
미래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

내가 지금 이 자리가 아니라면, 어디쯤에 서 있을까.



written at 2007 summer





Mendelssohn, Lied ohne Worte (Song without words)
op.109 in D major

Jan Vogler, cello
Louis Lortie, piano



Posted by 리히테르

어렸을 때 추억으로 남아있는 곡들을 요즘 찾아다 듣는 모양새다 보니 문득 반 농담삼아 이걸 올리고 싶어졌습니다. 다들 피아노 칠 때 한 번쯤 쳐보셨을 곡들요. 흐흐흐흐흐... 일단 플레이! 어렸을 때 피아노 좀 쳐봤다 하시는 분들 중에서 이거 안 쳐본 분들 별로 없을걸요~? 메에롱~




Fridrich Kuhlau (1786-1832)

Sonatina in C Op.20 no.1

1. Allegro



3. Rondo : Allegro


Jeno Jando, piano



유투브를 뒤져보면 영국 (... 아니 왜 또 영국이냐고 -_- 제일 위에 있는 거 그냥 눌렸을 뿐인데;;;) 웹사이트에서 교육용으로 배포하는 연주 동영상도 있습니다. 요건 전악장. 워낙 작은 곡이기 때문에 전악장 다 해도 10분도 안 되니, 참 편한 곡임에 틀림 없습니다. 클클클




외갓집에 갔더니, 제 어렸을 때 사진을 보여주시더라고요.... 아이고. 저게 언제적이야. 나님은 기억도 안 나는데... 얼추 걸음마를 시작하고 난 다음이었을테니 돌 지나고 18개월 이후... 그쯤 되었을 때인 듯 하네요. 엄마님 왈, 저 옷도 백화점에서 산 비싼 옷이었단다. 라고 ㅋㅋㅋ 사진 감상의 포인트는 막내 외삼촌께서 조카를 물빨핥 (...) 하면서 틀어주던 마이클 잭슨의 쓰릴미 LP판이 되겠습니다. 진짜 이걸 보고 있자니, 내가 도대체 왜 락덕이나 팝덕이 아닌 클덕이 된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니까요. 


사진 보기 (닭살 주의)







Posted by 리히테르

내가 처음으로 포스팅한 음악이 소콜로프의 바흐 인벤션이었다.

그가 어떻게 생긴사람인지 공개한다.

얼굴로 봐서는 잘 몰랐는데, 피아노 치고 있는 걸 보고 피식. 했다.
배가 피아노 건반 밑에 닿을 지경이네...-ㅁ-




Francois couprerin (1668-1733)
Pieces de Clevecin, 18' Ordre , 3' Livre
<Tic-Toc-Choc ou Les Maillotins>

대장간의 망치소리를 묘사한 쿠프랭의 이 곡은 원래 2단건반 하프시코드
(=독일어로는 챔발로= 불어로는 클리브생)를 위한 곡이다.
루이 14세의 호화로운 궁정을 반영하듯 밝은 분위기의 이 곡은
꽤나 톡톡 튀는 리듬감이 듣는 사람을 즐겁게 한다.
여튼 나도 이 곡을 듣고 좋아서 악보를 찾아 보았다.
딱 보기에 음이 많지 않고 어려워 보이지 않길래
별 생각없이 한 번 쳐보자, 하고 치다가...
"뭐야 이거! 뭐 이런 변태적인 곡이 다 있어!
이걸 어떻게 치라는 거야!"
을 외치면서 포기했던 악몽이. 손이 너무 꼬였지 말입니다.

피아노를 쳐 보신 적 없는 분이라면
동영상 보면서도
소리랑 손모양이 도저히 싱크로가 안 되는 경험을 하실지도...;;


참조를 위해서 악보 싱크로 버젼 유투브 동영상도 지원해드립니다.




========================================================================================================




Segei Prokofiev(1891-1953)

Piano Sonata No.7 in Bb major, op.83 

3. Precipitato

이곡은 자칫하면 속도와 무게감 사이의 균형을 잃기 쉬운 곡이다.
워낙에 빠르게 치는 걸 지향하기 때문에
미친듯이 달리다 보면, 이 곡 특유의 무게감을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게다가, 처음부터 끝까지 포르테 일색이라서,
잘못하면 나중에 점점 커지고 싶어도 커지지 못하는 -_-; 낭패를 보기도 쉽다.
소콜로프는 좀 느릿하게 달리면서도 이 곡이 가진 무게를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연주해 주는 듯 하다.
보고 있으면 피아노 부셔질까봐 조마조마한 느낌까지...-ㅁ-

이 두 연주에서 보다시피 이 사람의 특색은 아름다운 음색이다.
심지어 프로코피예프의 전쟁소나타까지 훈훈하게 느껴지게 만드는 음색.
생긴 모습, 치는 모습과 다른 따뜻한 음색.
이 사람이 친 슈베르트는 그런 면에서 리히테르 연주의 감동을 능가한다.

소콜로프는 음반은 절대 안 내고 실황공연만 줄창 고집하기로 유명한 피아니스트이다. 

여튼. 그의 레퍼토리의 방대함은

위에서 동영상 두 개씩이나 링크했다시피
17세기 프랑스 궁정 작곡가인 프랑소와 쿠프랭의 클리브생 곡에서부터
현대 프로코피예프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기가막히게 잘 치는...
차세대 리히테르랄까.
그의 음반 안 내기 괴벽만 좀 없으면 그의 멋진 연주를
좀 더 수월하게 접할 수 있을 것을, 절대 안 낸다. ㅠ_ㅠ


Posted by 리히테르
4년마다 돌아오는 2월 29일은 로시니의 생일입니다.
이번엔 탄생 220주년을 맞이했네요. 구글에서는 이런 로고를 내보냈고요. ㅋㅋㅋ 아이고. 개구리. ㅋㅋㅋ




I Solisti Veneti
Claudio Scimone


정작 29일 당일날에는 얼마 전에 포스팅했던 도둑까치 서곡 La Gazza Ladra 을 줄창 틀어놓으면서 셜록과 모리아티를 추억했지만 사실 제 페이보릿 로시니는 이 스트링 소나타입니다. 총 여섯 곡을 작곡했는데, 여섯 곡 모두 장조라는 위엄. 카라얀님과 베를린 필하모닉 일당들의 음반이 유명하지만, 괜히 빡센 저작권 갖고 계신 분의 음원을 올리고 싶진 않아서, 워너 음반사 염가음반 Apex로 발매되었던 음원을 올려봅니다. 이거 요즘도 나오는지 모르겠네요. 유쾌하고 발랄한 로시니 특유의 분위기가 잘 묻어나고 있는 곡입니다. 오페라로 워낙에 명성을 날렸던 작곡가지만, 피아노곡도 꽤나 많이 작곡했을 뿐더러, 관현악곡, 실내악곡도 제법 작곡했습니다. 할 건 다 하고 살았던 셈이죠. 실제로 오페라보다는 서곡이 자주 연주되는 걸 보면, 오히려 성악보다는 기악곡 쪽에 더 풍부한 재능이 있던게 아니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채널 클래식스에서 로시니의 피아노곡들을 차곡 차곡, 그것도 모던 피아노가 아닌 에라드 피아노로 녹음해서 꾸준히 (그 마이너 중에 초 마이너한 곡을, 지치지도 않고!) 꾸준하게 녹음하고 있는 파올로 자코메티 Paolo Giacometti 라는 피아니스트의 로시니 자켓을 보면... 그야말로 뿜깁니다. 이 피아니스트는 레파토리가 레파토리니만큼 정말 geek 하다는 느낌을 주는 외모에, 음반 자켓을 자세히 보면 정말, 다른 사람들은 절대 안 할 것 같은 포즈와 구도로 제작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정말 본인이 저렇게 내달라고 해서 저렇게 낸 거면, 정말 만나보고 싶네요. 얼마나 재미있는 분일지. (혹은 끔찍한 분일지 ㅋㅋㅋ) 정말, 이 분 노린걸까요, 저런 포즈와 디자인으로 자켓을 내면, 마이너한 로시니의 마이너한 에라드 피아노 음반이 조금이라도 잘 팔릴지도 모른다는 걸 말이죠. 자켓만 봐도 참으로 궁금해집니다. 대체 어떤 음반인지. 


피아노 페달을 닦고 있는 거 맞습니다. 네.

술안주

샐러드에...

기차까지

아무리 피아노가 좋기로서니

츄리닝을 입고 자기 음반 자켓 사진 찍는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Posted by 리히테르
셋째 날, 마지막 프롬스는 프랑스 피아니스트인 엘렌 그리모의 공연입니다.

http://www.bbc.co.uk/proms/whats-on/2011/september-05/86
 

Prom 68: Pittsburgh Symphony Orchestra & Hélène Grimaud
Monday 5 September
7.30pm – c. 9.55pm 
Royal Albert Hall

Braunfels
Fantastic Appearances of a Theme of Hector Berlioz (20 mins)

Beethoven
Piano Concerto No. 4 in G major (35 mins)

INTERVAL

Tchaikovsky
Symphony No. 5 in E minor (45 mins)

Hélène Grimaud piano
Pittsburgh Symphony Orchestra
Manfred Honeck conductor


레파토리와 연주자 둘다 만족스러운 공연을 만나긴 쉽지 않은데, 이 편성을 보고 김기절...
차이코프스키 5번은 제가 오케스트라 시절에도 연습해봤던 곡이고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도 보고 싶던 곡.
게다가 그리모가 잘 하는 곡이기도 하지요.

가장 좋아하는 3악장을 빌헬름 박하우스가 칼뵘이
지휘하는 빈필의 반주와 함께하는 65년의 구닥다리 명연을 올려봅니다.

 
Posted by 리히테르

냉정과

열정 사이


요즘 이래 저래 시끄럽다.
내 선택에 후회하지 않을 거라 믿었는데, 지독한 회의감을 느끼는 상황들이 연속으로 터지고 있고
런던 동서남북을 달달 외워가며 6개월 넘게 벽돌을 쌓듯 차곡 차곡하니 준비했던
휴가마저 위협받고 있는 상황. 일은 정신없이 몰아치고, 마음의 평화는 간곳이 없다.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그냥 떠나버리고 싶은 기분이 하루에 열두번도 더 솟구치는 요즘,
그나마의 업무에 집중하기 위한 최소한의 평정심를 유지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내가 잃을 게 뭐가 그렇게 많기에,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학문에 대한 미련도, 이제 거의 남아있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아마도 일 때문인가 보다. 이 일을 사랑하는가보다. 하지만, 하지만 이건 아니야.
어느 정도는 나를 비롯한 주변사람들의 무책임과 무관심함에 기인한 상황이기에
폭발하기 일보직전의 감정상태는, 일정 부분 이상 내 자신을 향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지간하게 겪을만한 건 겪어봤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젊은가보다.
이런 상황은, 낯설고, 짜증나고, 화나고,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어쨌든 감정적인 upset을 어찌하지 못해 여기 저기 발산하지 않고서는,
정말로 돌아버릴 것 같은 압박감.

"주여, 어디계시나이까. 저들은 저들이 하는 일을 모르고 있나이다."
십자가에서 부르짖던 예수의 절규를 그대로 내뱉고 싶은 기분이라니.
종교란, 뜻밖의 상황에서 뜻밖의 위로를 건내준다는 데 그 위력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독한 냉담자이자, 거의 무신론자에 가까운 내가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은
상황의 심각성에 대한 반증이다.

분당에서 듣고 새로이 발견했던 평화로운 음악을 올려본다. 아마도 비슷한 시기에 작곡되었던
유명한 "봄" 소나타의 분위기와 몹시 비슷한 탓이겠지.
구하기 힘들어서 어렵게 어렵게 구했던 셰링과 헤블러의 연주.
라이센스로 간신히 구했지, 아마...
소중한 만큼 아름답고, 정돈되고, 평화로우며, 단아한 연주이다.



Violin Sonata No.6 in A, op30-1
2. Adagio
Henryk Szeryng, violin
Ingrid Haebler, piano
Posted by 리히테르

+)  후. 이런 하늘이 그리워서. 음원 갱신하고 끌어올린다. My favorite Schubert Piano Sonata.
아. D.960은 예외입니다. 흣.

2008.09.15. 10:19 에 작성된 글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게, 가을이다.
(이런 걸 느끼고 살 정도로 지난달, 지지난달보다 형편 폈다는 얘기도 됨 ㅋㅋ)
여태 너무 하드코어로 살았다 싶기도 하고...

추석 연휴라고...
집에 왔다.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이 너무 이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대략 저 그림에서 구름 좀 지워주시면 비슷한 느낌? ㅋ

가을이면 듣고 싶었던 음악 하나 올려본다.
슈베르트다.
기분 좋으면 가끔 흥얼흥얼하기도 한다.




Schubert Piano Sonata D.664 in A major, mvt.1 allegro moderato

연주자 : Maria Joao Pires, piano



10분이 넘는 곡이라, 용량 줄인다고 음질 많이 깎아먹었다 ^^;;
피레스는 좀 추진력 있게 연주하는 편이고...
내가 좋아하는 리히테르 연주는 느린 대신에 긴장감이 있고
음색이 이것보다 훨씬 이쁘다. ㅋㅎ

처음 접했던 때가 아득하다.

내게 피아노를 가르쳐주었던 사람이 첫 연주회를 가졌을 때 쳤던 음악이었다.
슈베르트는 음 하나 하나에 색깔을 입히는 듯이 연주해야 한다고 했다.
음색. Tone. Color. 이게 슈베르트의 음악에서 정말, 아니, "가장" 중요하다고.

듣기 편안한 멜로디와 아늑함 이면엔
연주하는 사람이 조각을 하듯 정성들여 만든 음색이 있었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빛 속에서 연주하던 모습을 관객석에서
넋나간 듯이 듣고 있을 때
그 황홀함이 되살아나는 곡.

Posted by 리히테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