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곡을 알게 된 건 외란 쇨셔와 슈베르트, 파가니니 for Two를 냈던 길 샤함이 피아니스트 여동생인 올리 샤함과 함께 만든 음반인 Dvorak for Two음반을 통해서였다. 사실 드보르작의 바이올린 소나타는 다른 보헤미안 바이올린 소나타들과 함께 커플링 되어서 제법 나와있는 게 있지만, 메이저 레이블에서 발매한 건 아마 이 정도가 전부이지 않을까 싶을 만큼 음반으로 찾았을 때는 선택지가 별로 없는 레파토리이다. 바이올린 협주곡은 제법 되는데, 역시 실내악을 더 좋아하는 나로서는 다소 아쉬웠던 부분. 악보는 꽤 많이 나오는데, 화려한 테크닉을 앞세우기보다는 서정적이고 부드럽고 나긋나긋하면서도 약간은 서글픈 감성을 비추는 곡이라 그런지 연주회에서 그렇게 자주 연주되지만은 않는가보다 지레짐작을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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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레드 브렌델. 

올해 82세인 노구의 이 피아니스트를 알게된 건 아마 내가 클래식에 입문한 십 년 하고도 몇 년 더 전이겠지만, 본격적으로 그의 연주를 들어보기 시작한 건 최근의 일이다. 그 전까지 나는 그의 연주가 딱히 취향이 아니라고 생각하던, 꽤나 편협한 클래식 애호가였다. 그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아이러니컬하게도 그의 적자 (嫡子) 로 알려진 폴 루이스의 연주를 사랑하게 되면서부터였다. 그는 2008년 연주자로서 은퇴를 선언했고, 이후 공식적인 연주행사에서는 2009년 다음과 같은 모습이 남아있다. 1분 남짓 되는 코믹한 아래의 영상은, 파트 타임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는 브렌델의 모습을 담은 참 재미있는 영상이었다. 

 

 

 


그런 그가 책을 냈다. 책날개의 설명으로는 그 외에도 참 많은 음악 관련 저서와 대담집이 있는 모양이지만, 아직 클래식을 듣기 시작한지 그닥 오래 되지 않은 내 경력에서는 이번 책이 처음으로 접하는 책이었다. 그의 책들 대부분은 우리나라에서는 소개되고 번역되었더라도 절판이 된 지 오래였다. 영국 아마존에서 찾아보니 다음과 같은 표지와 제목으로 발간이 되어 있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독일어 알파벳의 A부터 Z까지, 피아니스트 브렌델이 알파벳 하나 하나 키워드를 짚어가면서 자신의 소신과 소회를 서술해놓은 책이다. 피아니스트로서 후배들에게 전달해주고 싶은 브렌델 자신만의 생각을 남겨두고자, 혹은 피아노 연주를 즐겨 듣는 이들에게 감상의 포인트를 짚어주고자 하는 의도에서 쓰여진 책이다. 


브렌델 자신의 연주에서 느껴지는 소박함에 비하여 상당히 보수적으로 느껴지는 브렌델의 연주관이나 감상관 (특히 알프레드 코르토나 에드빈 피셔, 솔로몬 등의 연주를 인용하는 것을 보았을 때) 사이사이에 개인적으로 피아노 연주들을 들으면서 공감했던 부분이 참으로 많아서, 차분하게 밑줄을 긋고 형광펜으로 표시를 하면서 읽고, 두고 두고 음미하면 좋을 문장과 문구들이 많았다. 특히 짧은 기간이나마 피아노 레슨을 받으면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몇 곡과 슈베르트의 곡에 대해 레슨 선생님께 들었던 작품, 작곡가에 대한 평이나 연주에 대한 조언들이 놀라울 만큼 브렌델이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과 닮아있다는 것에 놀랐다. 사실, 이 책은 브렌델 자신만의 개인적인 견해라고 하기에는 어찌 보면 지나칠 정도로 보편적인 이야기들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랑 Liebe/Love 에 대한 장에서 그는 이렇게 서술한다. "우리가 연주하는 작품에 대한 사랑은 음악적 형식이나 구조에 매몰되지 말고, 그 틀을 뛰어넘어도 됩니다. 아니, 그래야만 하죠. 색감, 온기, 열정, 감각미가 더해지만 사랑의 대상은 살아있는 존재로 깨어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손끝에서 탄생한 생명체에 우리 손으로 피를 흘리게 하거나 멍들게 하는 일을 해서는 안되죠". 또한 그는 기보 Notentext/notation에 대한 장에서, 그는 슈베르트의 피아노곡에 대해서, "신경 써서 페달을 밟아야 하는 작곡가들 중 한 명" 이라고 하고, 그래서 음향을 따스하고 꽉 찬 듯이 울리게 해 주어야 한다고 하는데, 이건 내가 슈베르트를 배울 때 몹시도 고생하고, 강조해서 배웠던 것과 일맥상통하는 표현이었다. 아마 슈베르트에 관해서는 이런 견해들이 꼭 브렌델이 아니어도 모두가 동의하는 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들어온 상당히 많은 슈베르트 피아노곡 연주들이 이러한 원칙들을 지키기 위해 수렴하고 있기도 하니까 말이다. 뿐만 아니라, 자주 접하고, 좋아하는 피아노곡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은, 내가 작품을 들으면서 어렷품하게 느끼지만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고 있던 느낌들이나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보다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다양성 Veilfalt/variety 에 대한 장에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op.110 이 가진 참신함에 대해 "서정적인 부드러움, 익살스러운 평범함 (경박한 나, 경박한 너, 우리는 경박한 사람들), 고정적인 바로크 형식이 하나의 테두리 안에 다층적으로 들어있다는 사실" 이라고 이야기 해 주는 것이 그런 예이다.  


그 외에도 시대악기 피아노에 대한 브렌델의 다소 보수적이면서도 비판적인 생각이나, 악보에 적힌 작곡가의 의도를 해석하고, 연주로 그것을 표현하는 데 적용하는 원칙들을 책을 통해 알아가는 과정은 내밀하면서도 즐거운 경험이었다. 우리가 음반을 통해 만나는 연주자들의 연주에서 느끼는 연주자의 의도와, 연주가 아닌 글로 직접 표현되는 연주자의 생각이 미묘하게 다르기도 하고, 또 일치하기도 한다는 것을 깨닫는 것 자체가 상당히 재미있었다. 


브렌델의 연주를 근래에 애정을 가지고 듣게 된 사람으로서, 이 책은 어찌 보면 음악이라는 간접적인 언어가 아닌 글이라는 직접적인 언어로 그의 생각을 알게 되어 다소 감상하는 데 있어서 연주자의 의도를 상상하는 재미를 반감시키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그런 걱정과 달리 훨씬 유쾌한 경험이었다. 그가 서문에서 기대했던 대로, "최대한 간단하게 표현하되, 그렇다고 너무 단순하게 쓰지 않"았기 때문인지, 묘한 불완전함과 함축 사이에서 브렌델을 만나보고 싶었던 사람들에게 이 책은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선물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한다.




Posted by 리히테르


Alfons Mucha, Winter Night



프라하에서 무하 박물관에 갔을 때 저 그림이 한쪽 벽을 다 차지하면서 크게 걸려있는 걸 봤다. 무하의 평소 그림체에 익숙했던 나는 그림의 크기와 단순함과 색감에 압도되었다. 짙푸른 청색의 어둠 속에 앉아있는 여인의 실루엣. 하얀 눈밭. 저 여인은 무엇 때문에 저러고 있는 것일까. 많은 상상력과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그림이라고 생각했다.


바흐도, 헨델도, 비발디도, 모짜르트도, 브람스도, 슈베르트도, 슈만도, 멘델스존도, 프랑스 낭만곡도, 쇼팽도, 리게티도, 야나첵도, 바르토크도, 퍼셀도, 브리튼도, 엘가도, 쉬츠도, 르네상스 시절의 이름모를 이들의 폴리포니도, 중세음악도 다 필요 없는 때가 있다. 이럴 때는 오로지 베토벤 밖에 없다.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데는 베토벤밖에 없다. 정말로. 위에 언급한 모든 이들의 음악을 다 사랑하지만, 그리고 사랑할 수 있지만, 인간의 내면 깊숙하게 침잠해들어갈 수 있는 건 정말 베토벤밖에 없다. 그 자신이 그렇게 바닥을 치고 올라온 사람이었기에.


내가 피아노를 잘 치지 못해서 이 곡들을 칠 수 없는 건 피아노에게는 다행이다. 칠 수 있었다면, 피아노줄 몇 개는 끊어먹었을지도 모른다. 1시간 반 동안 씩씩대며 지치도록 걸어대도 풀리지 않는 건 어쩌면 피아노 줄이 끊어져도 풀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지만.

   


Beethoven Piano Sonata 

No.23 Op.57 in F minor

"Appassionata"

3. Allegro ma non troppo

Wilhelm Backhaus, piano

1969년 4월 제네바 실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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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ethoven Piano Sonata 

No.14 Op.27 No.2 in C Sharp minor

"Moonlight"

3. Presto agitato

Wilhelm Backhaus, piano

1958년 10월 빈 실황

Posted by 리히테르


Nikon FM / TMX 100 by CeciliaSJH


Nikon FM / TMX 100 by CeciliaSJH



비도 오고 바람도 선선하니 상쾌한 음악을 들어보기. 상쾌한 덴 비발디만한 게 없다. 

비발디가 독일의 작센 주 영주가 베네치아에 놀러왔으니 잘 놀다가 가시라고 작곡해 준 음악이다.

물과 축제의 도시, 베네치아의 흥겨움이 물씬 풍기면서도 귀족적인 품위와 간지가 좔좔 흐른다.





Antonio Vivaldi

Concerto for multiple instrument in C major, RV 558

; Concerto for 2 Recoders, 2 Theorbos, 2 Madolins, 2 "Salmò", 

2 Violins "in Tromba Marina", Cello, Strings & Basso continuo


1. Allegro molto


Europa Galante

Fabio Biondi



곡 이름이 엄청 길죠... 네. 비발디가 제법 여러곡을 작곡해서 후대사람들을 고생시킨 -_- 소위 "여러 악기를 위한 협주곡" 입니다. 저거 고증하느라고 시대악기 단체들 머리 빠졌겠다 싶은 생각이 절로 드는 편성입니다. 그러니까 리코더 두 대, 테오르보 두 대, 만돌린 두 대, 목관악기 두 대, 바이올린 두 대, 그리고 첼로와 현악 반주와 바소 콘티누오 (흔히 하프시코드)가 함께 연주하는 협주곡 양식의 곡이라 이겁니다. 아놔. 악기 이름 주워섬기다가 까먹겠다. 저게 어떻게 협주곡이야 -_-  솔로가 의미가 있을 리가 없잖아 ㅋㅋㅋ 그냥 관현악곡이지. 그러니까 모짜르트 이후 시대의 카덴짜가 있는 그런 협주곡이 아닌 바로크 협주곡은 그냥 형식만 협주곡으로 한정을 지었을 뿐, 투티(합주, tutti) 부분과 솔로 solo 부분을 명확하게 구분짓는 데 포커스를 맞추지 않았다는 거죠.

저 Salmò라는 게 악기 이름인데, Chalumeaux (전자가 이탈리아어, 후자가 불어이긴 하지만 실상 발음은 거의 비슷합니다. ㅋㅋㅋ 몰라서 검색하느라 고생을...;; ) 즉 Reed 라는 뜻을 가진 리코더랑 비슷한 목관악기입니다. 하지만 이름에서 추측할 수 있듯, 기본적으로 클라리넷이나 오보에, 바순과 같은 리드악기인 게 차이점. 아래 그림처럼 생겼습니다. 정말 생긴 건 리코더랑 비슷한데 입으로 부는 쪽이 리코더와 달리 리드로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아마 요즘 연주에서는 비교적 같은 종류에 속하면서 그 시대 때 이용되었을 법한 오보에나 바순으로 대체하여 연주하는 경우도 많다고 알고 있습니다. (클라리넷은 특히나 비발디가 활동했던 전기 바로크 시대에는 쓰이지 않았습니다. 모짜르트 전후에나 등장했지요.) 





저 바이올린의 지시어도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추정하기로는 그 시대에 워낙에 성가 등을 연주할 때 바이올린은 약음기를 끼고 소리를 거의 내지 않는 수준의 음량으로 연주되는 게 많았는데, 그에 반대되게 큰 소리를 내라는 지시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곡이 워낙 경쾌하고 시원시원하면서도 서정미가 빼어난 인기 좋은 곡이라 그런지, 연주하고 싶은 분들은 꽤나 궁금했나 봅니다. 저 편성을 대체 무슨 악기로 어떻게 연주되는 건지 한눈에 봐서 도저히 알아먹을 수가 없는 건 외국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나 봐요. 해외의 만돌린까페 포럼의 질문 답변한 내용이 있어서 링크를 겁니다. 


http://www.mandolincafe.com/forum/archive/index.php/t-15455.html


유투브 영상은 실황 연주. 곡 자체가 그렇게 길지 않아서 전악장 연주입니다. 집에 있는 비발디 음반을 탈탈 털어보니 의외로 이거 들어있는 음반이 많지가 않다는. 내가 가지고 있는 건 베를린 클래식스의 드레스덴 궁정음악 박스물 (비르투오지 작소니에 연주) 와 이번에 올린 파비오 비온디와 에우로파 갈란테의 연주가 전부. 나이브에서 비발디 모델 시리즈 발매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는 베르다르디니 (제피로) 와 샤르델리 (모도 안티코)가 이것도 한 번 녹음해 줬으면 좋겠지만, 글쎄요. 비르투오지 작소니에의 연주는 아래 영상이랑 템포가 비슷하고, 에우로파 갈란테의 연주는 이탈리아 시대악기 연주 악단 스타일이 다 그렇듯이 미친듯이;; 빠르게 연주합니다. 이미 재생시간이 1분 가까이 차이가 나요. 연주 영상도 DVD가 몇 개 나왔던 걸로 기억하지만 유투브에는 저작권 문제로 다들 잘려서 없어진 것 같습니다. 영상에서는 가장 왼쪽에서 온 몸으로 연주하는 바이올리니스트가 아마도 악단의 리더로 보이네요. 전체적인 악기 편성은 원전에서 지시한 것과는 조금 차이가 나는 것 같습니다. 가운데 앞줄에 앉아 장난감 같은 악기를 연주하는 아가씨 두 명이 만돌린 주자이고, 기타보다 안쪽에 희한하게 목이 긴 현악기가 보이는 게 테오르보입니다. 비교적 소편성인 시대악기 연주의 특성상 지휘자가 필요 없는 시대악기단체의 리더는 보통 독주 연주자가 이끌지만, 현대 오케스트라의 콘서트마스터처럼 꼭 바이올리니스트가 맡는 건 아닙니다. 데이빗 먼로처럼 리코더 연주자가 이끌기도 하고, 비올 주자나 테오르보 주자 (대표적인 게 필립 피에를로), 혹은 하프시코드 연주자 (크리스토프 루세나 트레버 피녹 등) 가 이끌기도 합니다. 




Posted by 리히테르

요즘 운동하면서 음반 하나씩 듣기 실천 중. 헬스클럽 같은데 가는 건 아니고 (돈 없습니다. 시간도 내가 주로 운동하는 시간엔 여는 데가 없더라는) 그냥 밖에서 1시간 반 남짓 5km가 좀 못 되는 거리를 열심히 걷는 것 뿐. 연일 열대야라고 뉴스에서 떠들긴 하지만 그래도 밤엔 제법 시원한 바람이 분다. 아니 그것도 그렇지만 38도 40도 찍는폭염 겪고 오니까 여기 별로 안 더워 ㅋㅋㅋㅋㅋㅋ 난 백퍼센트 더위 타는 사람이라서 여름엔 나무늘보처럼 엿가락처럼 늘어져서 지냈는데, 더위를 미리 겪은 탓인지 아직까진 좀 쌩쌩하게 잘 살고 있음. 습도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기온만 놓고 비교해 보면 진짜 별로 안 더울 것 같은데 땀이 삐질삐질 나는 게 신기할 지경이다. 아니 일단은 빨래가 뽀송뽀송하게 안 말라서 문제다. 이런 습도 정말 짜증나. 왕 짜증.


각설하고, 운동을 하고 있는데, 음악을 들으면서 운동을 하면 효과도 좋다는 이야기도 있고, 기분도 전환 되고, 사놓고 안 들은 음반들을 이 기회에 들어치우는 -_-a 효과도 있고 해서 귀찮아도 열심히 리핑해서 넣어놓고 "매일 매일 운동 = 매일 매일 음반 하나 듣기" 개념으로 운동하고 듣는 중이다. 최근에 들은 건 David Munrow 의 음반. 제법 옛 사람인데 고음악 부흥의 시조라던가. 옛날 옛날에 La Volta 포스팅 해놓고 한동안 잊고 있다가, 요즘 갑자기 생각나서 온 방을 뒤져 먼지 구뎅이에서 음반 끄집어 냈다. 리코더 소리가 너무 듣고 싶었다. (더워서...) 먼로의 음반들이 대부분 중세-르네상스 음악을 모아놓은 컴필레이션 비슷한 음반들이라서 진짜 잡다한 게 많이 들어있는데, 주로 시대순으로 해서 중세-르네상스-초기바로크-후기바로크 이런 식이다. 아니면 헨리 8세 시대의 음악을 모아놓은 거라든지. 어차피 그 시대의 음악들은 다들 이런식으로 편집할 수 밖에 없는 곡들이기도 하다. 작곡자도 없는 무명씨의 중세음악부터, 바흐, 비발디, 헨델, 퍼셀까지.  오래간만에 들으니 시간여행하는 기분이었다. 음악의 역사를 따라 쭈욱. 데이빗 먼로가 이끄는 콘소르 일당은 이런 시간의 흐름을 어찌나 맛깔나게 잘 표현하는지. 괜히 테스타먼트로 복각되는 게 아니었어. 어쩌면 고증이 철저한 요즘 악단보다는 좀 보수적일지언정, 그들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하고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연주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니피캇 Magnificat 은 성모마리아가 예수를 잉태하고 나서 사촌언니이자 세례 요한의 아내 엘리사벳을 찾아가 축복을 받고 (이 축복이 바로 성모송에 해당한다) 답례로 주님을 찬양하는 송가. 실제로 성경에도 마니피캇이라고 표기가 되어 있다. 루카복음서 1장 46절에서 55절까지가 해당되는 부분이다. 이 부분이 통째로 송가인데, 음악으로 만들 때는 2행 혹은 3행씩 잘라서 가사로 쓰는 거다. 그러니까 이건 강림절, 즉 크리스마스 시즌에 연주되던 음악이라 이거다. ㅋㅋㅋㅋㅋㅋ 이런, 여름에 크리스마스 음악 올려서 죄송합니다. 워낙에 유명한 소재이고, 교회음악 중에서도 가장 대중적으로 어필하기 좋은 소재라 그런지, 중세시대부터 지속적으로 곡을 붙여 작곡된 곡 중의 하나다. 바흐는 이 송가를 총 12곡으로 된 일종의 칸타타 양식으로 작곡했다. 다소 웅장한 느낌을 주는 코랄 사이사이로 소프라노, 알토 아리아. 이렇게 말하니까 여자들의 노래일 것 같지만 중간에 베이스 아리아도 하나 있다. 게다가 그 시절엔 알토도 남자였지 말이다. 청아한 목소리와 목관 위주의 오블리가토가 아름다운 곡. 데이빗 먼로의 리코더 오블리가토가 들어간 9번째 곡이 왠지 다른 연주에 비해서 훨씬 세속적이고 귀여운 느낌이 들어서 올려본다. 이거 여자 목소리 아닙니다. 남자가 불렀다는...(...) 크흠.






J.S. Bach 

Magnificat BWV 243 in Eb

9. Esurientes 

James Bowman, counter tenor


The Early Music Consort of London

Dir. David Munrow


데이빗 먼로의 생몰년도는 1942-1976. 불과 서른 네 살밖에 안 되는 젊은 나이에 자살로 생을 마감하다니,[각주:1] 이 세상은 그가 연주했던 음악들 처럼 순수하지 않다는 거에 실망한 거였을까. ㅠㅠ 아니면, 저 세상에서는 태초의 원형에 가까운 음악을 공부하는 사람이 정말 필요했던걸까. 그것도 그런데, 이 The Early Music Consort of London 악단 프로필 보고 기절초풍... 바로크 바이올린이 사이먼 스탠디지 Simon Standage, 하프시코드/오르간이 크리스토퍼 호그우드 Christopher Hogwood... 으악... 요즘 고음악의 거장들, 얘네들 젊었을 때 여기서 활동했구나! 뭔가 전공의 수련을 엄청 좋은 병원에서 하고 나와서 유명한 교수로 이름 날리는 그런 사람들의 전공의 시절 그로스 사진을 보는 뭐 그런 느낌이다. (비유가 왜 이래...) 


줄리언 반스 메트로랜드와 함께 시원한 블루 레모네이드. :)



  1. 참고 자료 : http://www.davidmunrow.org/index.htm [본문으로]
Posted by 리히테르




성 금요일에 연주되는 조르디 사발 Jordi Savall 과 르 콩세르 데 나시옹 Le Concert de Nation 의 연주. 하이든 생전 당시 실제로 1786년에 작곡 후 초연되었던스페인 남부 카디즈 Cardiz 의 성당에서 지난 2007년 성금요일 (부활절 전 금요일)에 있었던 실황을 영상물로 기획한 것이다. 퍼온 영상은 총 9개의 곡 중에 7번째 곡, 즉 6번 소나타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1. Introduzione, D minor, Maestoso ed Adagio

2. Sonata I ('Pater, dimitte illis, quia nesciunt, quid faciunt'), B flat, Largo

 :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 (루카 23,34)

3. Sonata II ('Hodie mecum eris in Paradiso'), C minor, Grave e cantabile, ending in C major

 : “예수님, 선생님의 나라에 들어가실 때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 (루카 23,42)

4. Sonata III ('Mulier, ecce filius tuus'), E major, Grave

 : “여인이시여,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요한 19,26)

5. Sonata IV ('Deus meus, Deus meus, utquid dereliquisti me'), F minor, Largo

 : (=Eli, Eli, lema sabacthani) “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 (마태 27,46 / 마르 15,34)

6. Sonata V ('Sitio'), A major, Adagio

 :  “목마르다” (요한 19,28)

7. Sonata VI ('Consummatum est'), G minor, Lento, ending in G major

 : “다 이루어졌다.” (요한 19,30)

8. Sonata VII ('In manus tuas, Domine, commendo spiritum meum'), E flat, Largo

 :  “제 영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 (루카 23,46)

9. Il terremoto, C minor, Presto e con tutta la forza



십자가 위의 일곱말씀은, 말 그대로 4대 신약 복음서인 마태, 루카, 요한, 마르코 복음서에 나오는 베드로의 부인에서부터 십자가에 못박혀 숨지기 전까지 예수가 남긴 일곱개의 말씀이다. 하이든의 십자가 위의 일곱 말씀은 총 아홉 곡. 일곱 개의 말씀 앞과 뒤로 서주 Introduzione 와 종곡 ( Il terremoto, 마태복음 27장 51절의 "땅이 흔들리고 바위들이 갈라졌다" 에 관한 기술에 따른 곡) 을 포함한다. 하이든은 원래 오라토리오 버젼으로 작곡 의뢰를 받았지만, 후에 오케스트라 버젼과 현악사중주버젼으로 고쳤으며, 현재는 피아노 독주곡 버젼과 오르간 버젼으로도 연주되고 있다. 그만큼 다양한 연주를 들을 수 있는 곡이라는 뜻이다. 


요즘 운동하면서 ... (...) 이걸 듣는데, 은근히 4박자 혹은 2박자의 지극히 단순한 저음 현악 반주에 맞춰서 걸으면 자연스럽게 곡에 집중이 되면서 각각의 뜻에 따라 선율을 되새김질하기 참으로 좋다. -_-;; 현악 사중주 버젼은 살짝 심심한 맛이 있고, 오라토리오 버젼은 너무 넘치는 것 같고, 건반 독주 버젼은 잘 요약 정리된 표를 보는 느낌이라면 관현악 버젼은 잘 써진 교과서를 읽는 느낌이다. 관악기들이 선율을 잡아주고 현악기들이 차분하게 뒤를 받쳐주는 느낌이 참 좋다. 






Posted by 리히테르


Beethoven, Piano Sonata No.21 op.53 Waldstein 

3.Rondo Allegretto Moderato

Louis Lortie, piano



안드라스 시프의 강연을 다시 들어봐야 할 것 같지만... 나로서는 좀처럼 이해하기도 힘들뿐만 아니라, 치는 사람도 꽤나 피곤하게 하는 1악장의 도입부와 달리, 양손 교차 신공으로 나아가는 3악장은 꿈결같이 부드럽게 시작한다. 막판에 휘몰아치는 프레티시모 Pretissimo Coda 에 이르기까지, 이 꿈결같은 주선율은 계속 발전해서 정말이지 극적으로 고조된다. 어쩌다가 받은 악보가 베토벤의 자필 악보인지라... 한 번 올려본다. :) 뭘 듣든지간에 항상 바흐 아니면 베토벤으로 돌아와서 이것 저것 손에 잡히는대로 듣는데도 그 반복 반복 마다 다른 곡에 이끌리게 되는 참으로 신기한 작곡가들, 신기한 곡들.



어차피 악보는 집에 빈 원전판으로 전곡 한 질을 가지고 있었고, 듣기엔 쉽게 들려서 한 번 쳐보고 싶은 욕심에 악보 펴고 피아노 앞에 앉았다가 호되게 당했다. 도입부는 그렇다 치고 2, 3번 손가락으로 트릴 계속 하면서 새끼손가락으로 주선율을 쳐야 하는 건 내 수준에선 묘기에 가까웠으니까. -_-;; 베토벤 중기 곡들은 정말 "피아니스틱" 하다더니, 정말인 것 같다. 사실상 베토벤은 모짜르트와 달리, 연주자든 작곡가든 이전에 귀족의 후원 하에 종속된 존재가 아닌, 근대적인 의미를 지닌 "전문 직업", 즉 프로로서의 음악가라는 지위를 서서히 잡아가던 참이었으니, 그만큼 곡 자체가 프로페셔널한 피아니스트에게 맞게 작곡되었다고 하는 것이, 맞는 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줍잖은 실력으로 덤볐다가 제풀에 지쳐 나가떨어지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였다는 거지. 내 귀에 쏙 들어오게 쳐 주시는 수많은 연주자들께 그저 감사드릴 따름.


루이 로르티는 프랑스계 캐나다인 피아니스트. 59년생. 내가 가장 좋아하는 베토벤 변주곡인 에로이카 변주곡으로 상 받았다는데, 그저 꼭 한번 그걸 들어봐야겠다는 생각 뿐이다. ㅎ 이 사람 음반은 베토벤 말고 다른 걸 들어보지 못했지만, 전체적으로 쭉 들어보니 차갑고 똑 부러지기보다는 온화하고 따뜻한 음색이다. 파란색에서 빨간색까지의 스펙트럼을 그려 놓았을 때, 폴리니가 파란색 쪽이라면, 이 사람은 그보다는 빨간색 쪽이라고 느꼈다. 느끼하지 않으면서도 포근하달까. 내 취향엔 꽤 잘 맞는 연주였다. 지금 한창 전성기로 활동하는 분이라, 이것 저것 다방면에서 고르게 음반을 내 주고 계시니 들어보고 싶은 곡들은 종종 사서 들어보게 될 거 같다. 


유투브 동영상은 바렌보임 연주. 그닥 좋아하는 연주자는 아니지만, 잘한다 +_+


동영상이 앞부분이 좀 잘린 것 같은 느낌인데, 저 속도로 봐서는 연주시간이 10분을 넘어갔을 것 같으니, 앞쪽 반복구를 자른 것 같습니다. 유투브의 경우 구독자수가 많지 않으면 10분이 넘는 영상은 안 올라가는 경우가 많으니. 




음악만 올리기엔 허전하므로.


요즘 맛있는 빵집을 몇 개 발굴해서... 빵 사진 올려드립니다.

좀 맛있어 보이죠? 위꼴사 죄송합니다 ㅋㅋㅋ





Posted by 리히테르

카루스 Carus 음반사와 남서독일라디오방송2 (SWR2) 가 합작으로 진행하던 "Liederprojekt"의 세번째이자 완결 시리즈인 동요집, Kinder Lieder 편이 발매되었습니다. 제가 민요집 Folks Lieder 편을 구매할 때 들어갔던 저 프로젝트의 홈페이지 http://www.liederprojekt.org 에서 봤을 땐 분명히 첫 편인 자장가 Wiegen Lieder, 민요  Folk Lieder, 그리고 이번에 나온 동요 Kinder Lieder 외에도 크리스마스 노래집 Weihnacht Lieder도 분명히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 프로젝트 자체가 자선 프로젝트인 만큼 "이익"을 내기 위한 게 아니기 때문인지 최근의 예산 삭감의 영향으로 크리스마스 노래집은 진행하지 않기로 된 듯 합니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의 마지막은 이 동요집이 되겠습니다. 지난 포스팅을 트랙백으로 연결해 놓았는데, 자장가가 총 2개, 민요집이 총 3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현재 국내에 동요집은 1집과 2집만 수입이 된 상태고 3집은 아직 발매가 안 된 건지 수입이 안 된 건지 잘 모르겠군요. (아마도 후자일 듯.) 이 프로젝트는 음반 뿐만 아니라 악보, 해설 책자까지 총 3가지 세트로 구성됩니다. 우리나라엔 음반만 들어오지만, 악보집은 보면 정말 탐이 나네요. 카루스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악보집 샘플 (샘플이라고 하지만 날인이 되어있을 뿐 거의 대부분을 다 볼 수 있다. -ㅁ-)을 pdf 파일로 다운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의 최강점은, 다른 게 아닌 그림, 일러스트죠. 음반 내지가 올 컬러 일러스트로 가사가 독일어, 영어 병기가 되어 있는 가운데 아가들 그림책으로 써도 손색이 없을 만큼 좋은 퀄리티의 그림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그림들은 위에 링크한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실컷 구경하시면 되겠습니. 정말 아름답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서 자발적으로 일러스트레이터, 디자이너들이 재능기부처럼 참여한 것이라 합니다.







현재까지 나온 Lieder Projekt 시리즈를 악보와 책자까지 합쳐서 모두 모으면 아래와 같은 간지나는... ㅡㅜ 크헝...



Wenn Die Wilden Winde Stürmen

Nachwuchs des Cross Over Jugendchors, Beckum Ensemble

Alban Peters, Oboe


트랙 중에서 제일 좋았던 노래 :) 합창도, 반주도, 둘 다 너무 좋다능. 멜로디가 어디서 들어본 거 같은데 정말 모르겠어요... 아시는 분 있으면 제보해주세요! 악보와 독일어 가사는 아래와 같다는데 뜻은... 굳이 번역하지 않겠습니다. 운율에 맞춰서 한 번 불러보면 중독성이 배로 늘어납니다. 이 곡이 귀에 익었던 게, 아마도 브리튼의 New Year Carol 에 나오는 음계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다가 박자도 비슷해서 그랬던 것 같다는 생각이 뒤늦게 듭니다. 


독일어 가사 보기






다른 곡들을 추가로 올립니다. 이 앨범 들으면서 든 생각이, 우리 어릴 때 동요 배운 거 중에 독일에서 갖고 온 게 참으로 많구나... 라는 거였습니다. 단순하고 외우기 좋으면서 밝고 경쾌한 멜로디를 가진 노래들은 우리나라나 독일이나 큰 차이는 없는가보구나 싶기도 하네요. 



Hänschen Klein

Mädchenkantorei Domkirche St. Eberhard, Stuttgart Ensemble


ㅎㅎㅎㅎㅎ 이건 딱 들으니까 알겠죠? "나비야 나비야" 입니다.






Alle Vögel Sind Schon Da

Mädchenkantorei Domkirche St. Eberhard, Stuttgart Ensemble

Sabine Sauer, Klavier


ㅋㅋㅋㅋㅋ 네. "소올솔 부는 봄바아람~" 입니다.





그 외에도 여러가지 귀여운 동요들이 들어있습니다. 무려 서른 여섯 트랙. 길고 짧고 해도 씨디 한 장을 동요로 꽉 채우기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자선프로젝트이지만 어쨌든 아이들을 동원해야 하는 프로젝트인 만큼 엄격한 유럽의 법률조건 안에서 이런 일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는 것은 굳이 거론하지 않아도 예측 가능할 겁니다.


이런 노래들 말고도 가사 없이 악기로만 한 instrumental version의 동요 트랙도 포함되어 있고, 프레가르디엥 부자가 나와서 ABC 송 (독일어니까 아 베 쎄 노래로군요 ㅋㅋㅋ) 을 부르는 걸 보면 참 재미있습니다.


아이들의 티없는 맑은 목소리들이 거의 천국을 경험하게 해 주는 음반인 듯. 몇 곡 더 소개하면서 포스팅을 마칩니다. 역시 들어보면 어디서 많이 들어보는 것 같은 기분이 분명히 드실 겁니다. :) 마냥 클래식하면 지루할 것 같았는지 쿵짝쿵짝 반주들이 다채롭게 변하는 걸 보는 것도 참 재미있습니다.



Auf Einem Baum Ein Kuckuck Saß

Ulmer Spatzen Chor Ensemble

Klaus Wagenleiter und Freunde Ensemble



Laterne, Laterne

Ulmer Spatzen Chor Ensemble

Klaus Wagenleiter und Freunde Ensemble









 


Posted by 리히테르


4. Rondo, Allegro ma non troppo
David Oistrakh, violin
Lev Oborin, piano



오이스트라흐의 사진은 늘 "호빵맨"이 생각나게 합니다. 참으로 인심 좋고 넉넉해 보이는 웃음, 그리고 바지 사이즈가 궁금해지는 저 뱃살, 그리고 그 덩치와 표정에 참으로 어울리지 않게 왜소해보이는 바이올린. 대부분의 연주자들이 어느 정도는 그런 면모가 있긴 하겠지만, 특히 바이올린 연주자는 은근히 까다롭고 예민한 분들이 많습니다. 악기가 작아서 연주자 입장에선 표현력이 용이하기도 하고 피아노나 첼로에 비해 기동성이 꽤 훌륭한 악기임에도 불구하고, 음역 때문인지 음정을 정확히 짚어야 하는 현악기의 특성 때문인지, 혹은 제 편견 때문인지 은근히 의외로 까다롭고 예민한 분들이 많더군요. 그래서인지 오랜 세월동안 바이올린을 한 분들은 외모에서 이런 약간의 까칠함과 예민함이 풍겨나오게 마련인데 오이스트라흐의 사진에서는 그런 게 한결 누그러져 보인다고나 할까요. 그의 바이올린 소리는 뱃살에서 나온다고 스스로 언급했던 게 생각이 나, 웃음이 나옵니다.

날씨가 따뜻한 3월의 첫날에 어울리는 곡입니다. 오는 6월에 이자벨 파우스트의 실연으로 듣게 될 곡이기도 하죠. 만세. ㅋㅋㅋ 명연으로 알려진 연주를 다시 올려봅니다. 이번엔 눈부시게 발랄한 4악장. 저번 포스팅[링크]에선 유투브 동영상으로 1악장과 2악장을 올렸었군요. 예전에 전악장을 연습했었어요. 이 곡, 정.말. 어렵더군요. 테크닉이 아니라, 음악이- 언제나, 베토벤이든 모짜르트든, 제가 칠 수 있겠구나 생각했던 건, 늘 음악이 문제였어요. 베토벤이 구현하고자 했던 그 느낌. 그 느낌을 제대로 표현하려면, 얼마나 탄탄한 테크닉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지, 배우기 전에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런 사실을 깨달았을 때 굉장히 놀라우면서도 한편 좌절감이 심하게 들었던 게 사실이지요. 그 때부터 조금씩 조금씩 그렇게 포기했던 것 같습니다. 어차피 내가 직업으로 음악을 연주하는 게 아니라면, 즐겁게 하자고. 그게 아마추어니까. 조금은 괴롭고 힘들더라도, 내 인생 즐겁자고 하는 거, 재미지게 하자고. 남들이야 뭐라건... 어쩌겠나요. 결국은 그 프로와 아마추어 간의 괴리를 어떻게 해도 메꿀 순 없는 것을. 하지만 그런 것도 다 옛날 이야기. 이젠 집에서 썩어가다시피 하고 있는 바이올린을 한 번 꺼내주어야 하거늘, 이런 저런 핑계와 게으름으로 계속 못하고 있으니, 큰일입니다.

어쨌든. 봄이 왔으니 부제가 봄인 곡도 들어주고, 눈호강 좀 해봅시다. 조만간에 피어날 봄꽃들을 소개합니다. 제 기억으로는 21세기 초반에 디카 장만하고 얼마 안 되서 (저 쿨픽스 번호를 좀 보라죠 -_-a) 찍어댔던 것입니다. 그 주 무대가 관악캠퍼스였다는 게 어렷품하게 기억납니다. 지금도 그곳엔 여전히 예쁜 꽃들이 많이 피어있나요.

 

Posted by 리히테르
2007.12.02 작성 :)

사용자 삽입 이미지



John Sheppard(c.1515-1558), Antiphone. Libera Nos I & II
Stile Antico

Text
Livera nos, salva nos,
justifica nos O beata Trinitas!


AJ style양께서 아카펠라를 올려놓으셨길래...
트랙백을 하려고 했는데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어서 -_-;; 그냥 올립니다.
네이버/싸이 시스템에 너무 길들여진 저로서는, 여기 시스템 아직도 적응하기 힘들어요.

Swingle Singers나 Real Group의 노래를 처음 들어본 것은 아닙니다.
특히 Real Group이 부른 Beatles의 <Penny Lain>은 정말 좋아하는 곡이구 ^^
다만, 성악곡에 대한 거부감이 심하던 시절엔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

이런 노래들과는 카테고리가 완전히 다르지만.
    -혹은, 저런 노래들이 속(俗), 이라면 이런 노래들은 성(聖)에 속할지도 모르겠군요.
      비하하려는 의도가 전혀 아니고, 카테고리가 그런걸요 ^^ 종교음악이니...-

어쨋든. 지금 나오는 곡 역시 반주가 없이 성악으로만 부르는 노래입니다.
총 9명으로 구성된 단체고, 이 곡의 성부는 총 6성부로 알고 있습니다.
처음엔 순간 오르간 반주가 되고 있는 걸로 착각하기까지 했다죠. -ㅁ-;;

집에서 이걸 틀어놓으면 어김없이 엄마와 동생으로부터
"귀신나오는 소리 그만 좀 꺼라" 는 힐난이 백발백중 날아오긴 합니다만...
낸들 이런 게 좋은 걸 어쩌라구요...;;;

풍월당 세일 때 군침을 흘리면서,
왠지 모르게 편안해보이는 자켓빨에 속아서 집어온 음반, Music for Compline.
Compline은 성무 일과 중 종과, 즉 저녁 기도를 말합니다.
저녁기도를 위한 음악이라는 뜻이지요.

모르는 작곡가들 투성이지만,
모두 영국 출신이라는 것 하나만으로도 가슴이 두근 두근 하면서.
영국.
대체 한 번도 가 본 일이 없는 그 섬나라가 뭐길래.
그 유명하신 엘가나 브리튼 따위는 안중에도 없으면서,
먼 옛날 구닥다리 시절의 작곡가들에게는 왜 이렇게 마음이 가는지.
16세기 르네상스 시대 영국의 작곡가 셋.
Thomas Tallis
John Sheppard
William Byrd
이 세 사람의 폴리포니 곡들.

다음은 음반 소개글입니다.
"'stile antico'는 젊은 영국 싱어들로 구성된 앙상블로서 젊은 구성원들이 주는 신선함과 활기찬 이미지로 빠르게 인지도를 얻고 있다. 2005년에 '국제 고음악 Young Artists 부문'에서 수상을 하면서 이들 행보의 밝은 서막을 알려왔고, 당시 비평가들은 힘 있고 생기 있는 목소리에 구성원들의 균형 있는 조화가 매우 돋보인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첫곡을 트는 순간. 그대로 넋이 나가 버렸습니다. 이런 종교 음악들을 들을 때 마다 느끼는 거지만, 어디서 듣던지간에 내 주변 환경을 화려한 스테인드 글라스로 은은한 빛이 새어들어오는 성당으로 바꿔버리는 마력을 가지고 있어요.

원래 진짜 음반 내지 정말 안 읽는 편인데, 정말 좋아하는 곡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음반 내지를 펼쳐보게 됩니다. 안되는 영어를 끙끙대면서 열심히 읽어보니...

원래 이 곡은 Compline(저녁 기도)를 위한 게 아니라 Matins(아침 기도)를 위한 곡이었지만 최근 연구에 의하면 Sheppard가 이런 전통적인 성무일과의 역할에 충실하게 맞춰서 작곡하지 않았다는 게 밝혀졌습니다. 당시 Sheppard가 있었던 Magdalen Collage에서는 모든 사람이 삼위일체절 아침과 잠자리 들기 전에 이 안티폰을 부르도록 정해져있었고 아마 이를 통해서 작곡가가 이걸 저녁기도시간에 부르는 세팅도 염두에 두고 작곡했을거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관습에 따르면, 이 안티폰을 저녁기도 시간이 끝날 무렵에 부르도록 되어있는지도 모른다고 하네요.


어쨌든...
사람의 목소리는, 정말 가장 위대한 악기라는 말이 정녕 맞는 것 같아요.

Posted by 리히테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