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2.02 작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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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Sheppard(c.1515-1558), Antiphone. Libera Nos I & II
Stile Antico

Text
Livera nos, salva nos,
justifica nos O beata Trinitas!


AJ style양께서 아카펠라를 올려놓으셨길래...
트랙백을 하려고 했는데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어서 -_-;; 그냥 올립니다.
네이버/싸이 시스템에 너무 길들여진 저로서는, 여기 시스템 아직도 적응하기 힘들어요.

Swingle Singers나 Real Group의 노래를 처음 들어본 것은 아닙니다.
특히 Real Group이 부른 Beatles의 <Penny Lain>은 정말 좋아하는 곡이구 ^^
다만, 성악곡에 대한 거부감이 심하던 시절엔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

이런 노래들과는 카테고리가 완전히 다르지만.
    -혹은, 저런 노래들이 속(俗), 이라면 이런 노래들은 성(聖)에 속할지도 모르겠군요.
      비하하려는 의도가 전혀 아니고, 카테고리가 그런걸요 ^^ 종교음악이니...-

어쨋든. 지금 나오는 곡 역시 반주가 없이 성악으로만 부르는 노래입니다.
총 9명으로 구성된 단체고, 이 곡의 성부는 총 6성부로 알고 있습니다.
처음엔 순간 오르간 반주가 되고 있는 걸로 착각하기까지 했다죠. -ㅁ-;;

집에서 이걸 틀어놓으면 어김없이 엄마와 동생으로부터
"귀신나오는 소리 그만 좀 꺼라" 는 힐난이 백발백중 날아오긴 합니다만...
낸들 이런 게 좋은 걸 어쩌라구요...;;;

풍월당 세일 때 군침을 흘리면서,
왠지 모르게 편안해보이는 자켓빨에 속아서 집어온 음반, Music for Compline.
Compline은 성무 일과 중 종과, 즉 저녁 기도를 말합니다.
저녁기도를 위한 음악이라는 뜻이지요.

모르는 작곡가들 투성이지만,
모두 영국 출신이라는 것 하나만으로도 가슴이 두근 두근 하면서.
영국.
대체 한 번도 가 본 일이 없는 그 섬나라가 뭐길래.
그 유명하신 엘가나 브리튼 따위는 안중에도 없으면서,
먼 옛날 구닥다리 시절의 작곡가들에게는 왜 이렇게 마음이 가는지.
16세기 르네상스 시대 영국의 작곡가 셋.
Thomas Tallis
John Sheppard
William Byrd
이 세 사람의 폴리포니 곡들.

다음은 음반 소개글입니다.
"'stile antico'는 젊은 영국 싱어들로 구성된 앙상블로서 젊은 구성원들이 주는 신선함과 활기찬 이미지로 빠르게 인지도를 얻고 있다. 2005년에 '국제 고음악 Young Artists 부문'에서 수상을 하면서 이들 행보의 밝은 서막을 알려왔고, 당시 비평가들은 힘 있고 생기 있는 목소리에 구성원들의 균형 있는 조화가 매우 돋보인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첫곡을 트는 순간. 그대로 넋이 나가 버렸습니다. 이런 종교 음악들을 들을 때 마다 느끼는 거지만, 어디서 듣던지간에 내 주변 환경을 화려한 스테인드 글라스로 은은한 빛이 새어들어오는 성당으로 바꿔버리는 마력을 가지고 있어요.

원래 진짜 음반 내지 정말 안 읽는 편인데, 정말 좋아하는 곡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음반 내지를 펼쳐보게 됩니다. 안되는 영어를 끙끙대면서 열심히 읽어보니...

원래 이 곡은 Compline(저녁 기도)를 위한 게 아니라 Matins(아침 기도)를 위한 곡이었지만 최근 연구에 의하면 Sheppard가 이런 전통적인 성무일과의 역할에 충실하게 맞춰서 작곡하지 않았다는 게 밝혀졌습니다. 당시 Sheppard가 있었던 Magdalen Collage에서는 모든 사람이 삼위일체절 아침과 잠자리 들기 전에 이 안티폰을 부르도록 정해져있었고 아마 이를 통해서 작곡가가 이걸 저녁기도시간에 부르는 세팅도 염두에 두고 작곡했을거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관습에 따르면, 이 안티폰을 저녁기도 시간이 끝날 무렵에 부르도록 되어있는지도 모른다고 하네요.


어쨌든...
사람의 목소리는, 정말 가장 위대한 악기라는 말이 정녕 맞는 것 같아요.

Posted by 리히테르
런던 여행기를 마무리 지었는데도, 다녀온지 어언 두 달째에 접어드는데도 불구하고
사골국물 찜쪄먹을 정도로 우려먹고 있는 런던.

마침 지인의 지인분이 런던에 가시는데 책덕후
(... 사실 전 애서가나 탐서가라는 단어보다 책덕후라는 단어가 더 맘에 듭니다.) 라고 하셔서
제가 런던을 둘러보며 악착같이 (...허허허... 내 동갑내기 친구들이 해로즈 백화점 가서 명품 가방 하나 더 살 시간에
난 책방을 찾아 다녔다 이말인가... 크흙...) 찾아다녔던 서점들에 대한 정보들을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생각해보니 에필로그 편에다 서점을 쏙 빼놨더라고요? 아이고, 이 바보야.

최근 BBC뉴스에서 중소 서점들이 점점 소멸되어가고 있다는 소식에 마음이 아팠더랬습니다.
오래되고 아름다운 서점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ㅠ_ㅠ

구글맵과 홈페이지도 함께 첨부하고, 각 서점들의 사진도 다시 업로드해 드립니다.
사진들은 재탕하더라도 용서 바랍니...(읭? 네? 용서가 안된다고요?
살려주세요 ㅠ_ㅠ 잘못했어요 ㅠ_ㅠ 바빠서 많이 못찍었어요 ㅠ_ㅠ 담에 가면 더 많이 찍어올게요 ㅠ_ㅠ)

제가 실제로 방문했던 곳은 1번부터 6번까지 여섯 군데 정도입니다.
나머지는 가려고 계획은 했지만, 가보지 못했습니다. 
(라고 써놓고 보니 한 군데 빼 놓고 다 가봤네요... 집념의 승리다. oTL) 


런던은, 특히나 서울과 비교한다면-
과장을 하지 않더라도 "서점이 발에 채이게 많은" 도시 맞습니다. 밥집, 펍과 커피집, 샌드위치집 다음으로 많은 게 아마 서점일거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중고 서적 취급점도 굉장히 많고, 큰 서점도 각자 나름대로의 주력 도서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테리어의 고풍스러움과 따뜻한 분위기로 승부하는 서점도 있습니다.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것이,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기념품점들의 물건은 대부분이 "책" 입니다. 상대적으로, 참 빈약하기 짝이 없는 각종 기념품들과 대조적으로, 항상 서가가 있고, 책이 있습니다. 그 책들은 게다가, 그냥 구색 맞추기가 아니라, 제법 전문적입니다. 그 점이 참 인상적이고 또 부러웠습니다.
책덕후들에게, 런던은 "천국" 과 같은 도시 맞습니다.
영어로 된 책이 두렵던 것도 잠시, 예쁘고 센스있는
책 표지에, 아늑한 서점 분위기에, 고풍스러운 서가에서 책을 뽑아드는 그 은근한 매력에
어느덧 읽지 못하더라도 한 권 사들고 길을 걷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하나 덧붙이자면
"영국 서점에 들어갔다 나오면 미국 책 못삽니다" (...)
솔직히 영국에서 예쁘게 뽑혀 나오는 책 표지들, 왜 미국 가면 그모양 그꼴이 된답니까... 하아...


1) Daunt Books 던트 서점
홈페이지 :  http://www.dauntbooks.co.uk/
구글맵 : http://g.co/maps/ekdjj
구글맵에서 검색을 해 보시면 알겠지만, 런던 안에서 지점이 몇 개 있습니다. 1존 안에서는 본점인 메릴본 하이스트릿에 있고, 무어게이트 역, 즉 런던 동쪽의 더 시티 근방에 지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시티 쪽에는 가보지 못했지만 햄스테드 히스 (2존) 를 방문하면서 그쪽의 지점을 본 기억이 있네요. 제 런던 여행기 중에서는 마지막날 (Day #6) 중반부를 참조하시면 되겠습니다. 이 서점은 런던에서 가장 아름다운 Beautiful 서점을 모토로 하는 서점입니다. 아마 내부에 들어가시면 공감을 하실거라 생각합니다. 서점이 처음 문을 열었을 때의 모습에서 크게 바뀐것 같지가 않다는 느낌이 바로 오고, 그 따뜻한 분위기에 편안해지는 걸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찾아가는 방법은 베이커 스트릿 Baker street 역 (Northern line 혹은 Bakerloo line) 에서 내려서 메릴본 로드 Marylebone Road 를 따라 동쪽(리젠트 파크 역 방향) 으로 걸어가다가 (마담 투소 박물관 쪽으로 가서 이 박물관을 지나쳐서 걸어가면 동쪽 방향입니다.) 메릴본 하이 스트릿 Marylebone Hight Street 으로 빠져서 남쪽으로 걸어가면 됩니다. 그 근방에선 마담 투소 박물관이 가장 유명한 건물인데, 이 박물관 건너편에서 메릴본 로드를 따라 가시다가 메릴본 하이 스트릿 표지판이 보이면 우회전 해서 메릴본 하이 스트릿을 따라서 좀 가면 나옵니다. 만약에 리젠트 파크역에서 오시는 거면 반대 방향으로 오면 되겠죠. 주변이 대학가이고, 중고 상점과 각종 그릇 가게라든지, 캐스 키드슨, 폴 스미스 액세서리 매장 등 아기자기하고 예쁜 매장들이 이 메릴본 하이 스트릿을 따라서 늘어서 있는 고즈넉하고 조용한 거리에 위치하고 있으니, 서점을 구경하는 겸사 겸사 이 거리 구경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런던의 메이페어 지역의 동쪽 경계에 해당하는 곳이기 때문에, 이곳도 나름대로 부촌이라고 합니다.

메릴본 하이 스트릿 84번지입니다.


서적의 종류 자체는 많지 않습니다. 주로 여행 서적을 취급합니다. 물론 다른 일반적인 소설과 고전도 구비되어 있고, 아동 서적도 제법 충실한 편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서점은 내부 인테리어도 아름답지만 가방도 참 유명하더군요. 런던 튜브를 타면 열에 한둘은 꼭 이 서점 가방을 보조가방으로 들고 있는 걸 본 것 같아요. 실제로도 매우 튼튼하고 실용적이랍니다! 서점 사진 다시 재탕합니다. :)

다시 봐도 다 쓸어오고 싶은 저 책들... ㅠ_ㅠ


유명한 이 서점의 가방도 하나 득템!




2) Foyles 포일스
홈페이지 : http://www.foyles.co.uk/
구글맵 : http://g.co/maps/8axvj
영국에서 제일 큰 서점 체인점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교보문고 격이죠. 가장 많은 책을 파는 가장 큰 서점. 런던에서는 차링 크로스 로드 한가운데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5층짜리 건물이고, 지하부터 지상 꼭대기까지 서점입니다. ㅎㅎㅎ 꼭대기 층에는 카페도 있다고 했는데, 시간이 없어서 가보진 못했습니다. 벤베니가 이브닝 스탠더드 지에서 런던 가이드 식으로 설명한 다음의 기사 (http://www.thisislondon.co.uk/lifestyle/article-23858710-benedict-cumberbatchs-my-london.do) 에도 나와있답니다. ㅎㅎㅎ 지하에 DVD와 음반을 파는 곳도 겸하고 있습니다. 레스터 스퀘어 Leicester Square (Northern line 혹은 Piccadilly line) 에서 내려서 차링 크로스 로드 Charing Cross Road 를 타고 북쪽으로 쭉 올라가면 됩니다. (만일 반대방향인 남쪽으로 가게 되면 트라팔가 광장 Trafalgar Square 과 만나게 됩니다.) 이 차링 크로스 로드는 서점의 거리입니다. 포일스가 아니더라도 책덕후라면 눈이 뒤집혀질만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정말, 먹는 곳 빼고 다 서점입니다... oTL 안타깝게도 내부 사진은 찍지 못했어요.



3) Blackwell 블랙웰
홈페이지 : http://bookshop.blackwell.co.uk/
구글맵 : http://g.co/maps/pg5ws 
위에 설명한 포일스 서점의 구글맵을 자세히 보신 분이면, 포일스 건너편에 블랙웰 서점이 자리잡고 있으며, 차링 크로스 로드를 따라서 올라가다 보면 블랙웰을 먼저 만나고 그 다음에 맞은편에서 포일스를 만나게 된다는 걸 금방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포일스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포일스가 건물 4~5층을 차지하는 데 비해서 블랙웰은 한 층입니다.) 홈페이지의 모토에서 알 수 있듯, 옥스포드를 기점으로 한 전문서적 출판사인 블랙웰에서 운영하는 "일반 서점" 입니다. 그래서인지 아무래도 전문서적, 의학, 공학 등의 서적의 비중이 제법 됩니다. 이 서점은 차링 크로스 로드에서 꽤나 튀고 눈에 잘 띄는 서점인데, 눈이 시리도록 푸른 간판 때문입니다. 



4) Waterstones 워터스톤즈
홈페이지 : http://waterstones.com
구글맵 : http://g.co/maps/24vw6
이곳 역시 런던에서 여러 곳에 지점을 두고 있는 서점입니다. 저는 피카딜리 본점과 코벤트 가든 지점에 들렸던 것 같네요. 이곳은 워낙 정신 없이 배회하다가 우와! 큰 서점이다! 하고 들어갔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엄청 유명한 서점 (...) 이었던 거라, 위치에 대해서는 앞선 서점들 처럼 위치를 어떻게 설명해 드릴 수가 없어요. 절 데려가시면 무료로 네비게이션 해 드릴테니 데려가 주시면 안될ㄲ... (야!!!) 구글맵을 참조하시길 부탁드립니다. 피카딜리 본점은 포트넘 앤 매이슨 Fortnum & Masson 매장에서 피카딜리 플레이스 Piccadilly Pl 를 타고 피카딜리 서커스 Piccadilly circus 방향 (동쪽)으로 쭉 오시다 보면 아래 설명할 해차드즈 Hatchards 서점을 지나 세인트 제임스 처지 St James Church 를 지나서 걸어오다보면 아래 사진과 같은 간판을 만나게 됩니다. 포트넘 매이슨을 가게 되면 이 워터스톤즈와 해차드즈는 보기 싫어도 보게 될 것 같습니다. 코벤트 가든 지점은 코벤트가든 역과 레스터 스퀘어 역 사이의 복작복작한 골목길 중에서 개릭 스트릿 Garrick St 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쪽 구글맵은 이 링크 http://g.co/maps/ypz3n 를 참조하세요.)

피카딜리 본점의 모습입니다.



5) Hatchards 해차드즈
홈페이지 : http://www.hatchards.co.uk/
구글맵 : http://g.co/maps/7kmyk
런던에서, 혹은 영국에서 - 제일 오래된 서점입니다. Since 1797 이라는 위엄돋는 간판이 그 위용을 뽐내는 오래된 서점입니다. 로드 바이런과 오스카 와일드가 애용했던 서점. 역사의 향기가 물씬합니다. 서점은 오래되었지만 책은 오래되지 않았답니다. 하지만, 그 브랜드에 걸맞게 하드커버 양장본을 많이 보유하고 있고, 금테 두른 고급스러운 제본판이 많더군요. 내부도 오래된 나무 냄새가 물씬 나는 것이, 다른 서점들과는 좀 다릅니다. 위에 설명한 워터스톤즈보다 조금 못 미쳐서 포트넘 매이슨 홍차 매장 바로 옆에 붙어 있습니다.

뽀대 나는 셜록 홈즈...



6) Cecil Court 세실 코트
구글맵 : http://g.co/maps/5hu5h
런던에서는 제법 이름이 날리고 있는 "중고 서적 거리" 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황학동 고서적 거리 같은 곳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 레스터 스퀘어에서 차링 크로스 로드를 등지고 반대쪽, 즉 트라팔가 광장 쪽으로 내라가다 보면 나옵니다. 이 골목 전체가 중고 서점이 쫙 늘어서 있는 거리입니다. 제 경우에는 트라팔가에서 차링 크로스 로드 까지 걸어 가는 길에 나왔더랬습니다. (그렇게 멀지 않아요.) 트라팔가 광장에서 세인트 마틴 인더 필즈 St Martin-in-the-Fields 성당을 지나서 초상화 박물관 National Portrait Gallery 건너편 길로 레스터 스퀘어와 차링 크로스 로드까지 쭉 올라가다가 바이런이라는 펍을 보면 바로 위에 저 간판이 보이게 됩니다. 그 곳이 세실 코트입니다. 중고 서적이라고는 하지만 각종 스케치, 고지도, 악보 등등 "종이로 만든" 오래된 것들은 다 취급하는 모양새입니다. 

Cecil Court



여기서부터는 제가 방문해보지 못했지만 런던에서 제법 유명한 서점들입니다. 사진도 없고, 다음 기회에 꼭 좀 가보고 싶어서 군침을 뚝뚝 흘리고 있는 곳입니다. :) 

7) Heywood Hill Books 헤이우드 힐 서점
홈페이지 : http://www.heywoodhill.com/
구글맵 :  http://g.co/maps/g6x9e
유럽의 명문 서점들을 소개할 때 영국편에는 항상 이 서점이 들어있더군요. 메이페어 지역의 주태가에 위치한 작고 조용한 서점이라고 합니다. 손님들에게 맞춤식으로 서가를 제공하고 추천해주기로 유명하더라고요 ^^

그외에 런던은 아니지만
영국에서 꽤 유명한 "아름다운 서점" 으로는 더비셔의 "Scarthin's books" 가 있다고 하더군요... 

홈페이지 : http://www.scarthinbooks.com/
구글맵 : http://g.co/maps/34eje

허허허 시골 구석의 서점이 이렇게 유명하다니, 부럽습니다.
더비셔 가시는 분들은 한 번 포인트 삼아 들려보세요!




Posted by 리히테르
It's time to go home...

드디어, 이제.
마지막 날이군요.
런던에서 돌아온 직후, 제 여행기의 시작은 다음 트윗이었습니다.

런던은 정말...
책을 좋아하고, 좀 불편해도 느긋하게 웃어넘기고, 좀 낡아도 즐기고 편안해하며, 
오래된 것들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에게는 천국과 같은 도시입니다.
공사판으로 도시의 반이 뒤집혀있어도,
그것조차 오래된 원래의 것들과 잘 섞여들어가 있는 곳...

런던에서 돌아온 지 2주째 접아드는 지금도, 런던에 대한 제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여행기를 쓰면서, 그 때의 기억을 끄집어내어 비디오를 돌려 보듯 또 되새기고, 또 추억했던 것 같네요.
그럼에도 아쉬움과 그리움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이제 마음의 고향처럼 되어버린 곳. 런던.
서울이 제 육체적 고향이고, 샌프란시스코가 제 유년기의 일부를 차지하는 제 2의 고향이었다면,
런던은 제 마음이 항상 머무는 곳이 될 것 같습니다. 

런던의 지하철(튜브)와 참고한 자료, 홈페이지 정리는 따로 포스팅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마 여적지 포스팅한 사진 중에 튜브역 사진은 있어도 튜브 사진이 하나도 없다는 거 눈치채셨는지 모르겠네요. 네. 따로 포스팅하려고 합니다. 런던 지하철은 여행 기간 내내 제 발이었으니, 따로 포스팅을 할 만한 분량이 나올 것 같아요. ㅋㅋㅋ 여기에 묶어서, 제가 여행 준비에 참고했던 서적과 홈페이지 링크들을 묶어서 정리해두면 보기 편할 듯 해서, 따로 정리해보기로 했습니다. 사진도 많고, 스크롤 압박에, 말 많고 탈도 많고, 해석이나 사실의 전달에 오류도 많은 포스팅을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거듭 감사드립니다.


Day 6. 
2011.9.6. GMT 05:00, London, The Strand Palace.

짐을 챙겼습니다. 책 짐이 걱정이었는데, 다행히도 다 들어갑니다. 여분 가방에 홍차를 쑤셔넣는데... 위험합니다... 음. 오늘 해로즈 가서 한 짐 사와야 하는데... -_-;; 하지만 뭐 괜찮겠지...;;; 날씨가 꾸물꾸물한게 예감이 좋지 않아, 비옷을 따로 꺼내놓았습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정말 이건 잘 한 일이었어요) 한국에 가니까, 두꺼운 옷보다는 얇게 입는 게 나을 듯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짐을 챙기고 확인하고 나니까 두세시간이 금방 가더라고요. 책 탓에 트렁크 부피는 별로 늘지 않았는데 무게가 런던에 올 때의 2.5배는 되는 것 같았습니다. 걱정이 슬슬 되기 시작하더라고요. 나 혼자 이걸 히드로 공항까지 어떻게 들고 가지...;; 혼자 튜브 타고 갈 수 있을까... 하지만 지금 걱정한다고 짐 들어주는 천사가 나타날 리는 없는 노릇. 어쨌든 오늘은 오늘의 런던을 1분 1초를 아껴 즐기고 돌아가야 하니까요.
제가 묵었던 호텔은 체크인 할 때 방값을 다 내고 체크아웃 할 때는 그냥 방 키만 던져주고 나가면 되더라고요. 귀국 비행기편이 밤 9시이기 때문에 짐은 컨시어지에 맡기면 된다고 해서 짐을 일단 맡겨두고, 이제 날 매일 매일, 심지어 하루에 두 번은 봐서 얼굴을 기억하는 호텔 도어맨 할아버지께 여느 때 보다 환한 얼굴로 Good Morning!을 외치고 차링 크로스 역으로 발걸음을 서둘렀습니다.
베이커루 (Bakerloo : 말 그대로, 베이커 스트릿과 워털루를 연결하는 거 맞아요 ㅎ) 라인을 타고 베이커 스트릿 Baker Street 역에서 셜록 홈즈 박물관을 찍고 리젠트 파크를 잠깐 들렀다가 던트 서점 본점이 그 근처인 메릴본 하이 스트릿 Marylebone High St 이라 거기에 가보려고 했어요. 시각은 7시 반. 거의 첫차라, 평일 지하철인데도 한산합니다. 베이커 스트릿. 아서 코난 도일이 창조해 낸 가상의 인물, 셜록 홈즈의 집이 있는 거리. 221번지... 원래 220번지까지 밖에 없는 그 거리에 건물을 새로 지어 만든 221번지 플랫이 정말로 존재하는 곳... 전 셜로키언이나 홈지언 정도는 아니지만, BBC 셜록 이후로 팬질 시작한 이후로는 이곳을 결코 그냥 지나치고 갈 수 없다는 것 쯤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베이커 스트릿 역에 내린 그 순간, 그 곳에 가득한 셜록 홈즈의 흔적들에 반가워할 수 밖에 없었던 건- 당연한지도 모르겠습니다. 분명히 그는 이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인물이었는데, 어쩜 이렇게 현실에 존재하는 실제의 인물보다 더 존재감이 컸던 것인지- 미스테리입니다 :)

파이프를 문 셜록 홈즈의 옆모습이 그려진 지하철 역의 벽면

지하철 역에 나오면 꼿꼿하게 서 있는 셜록 홈즈의 동상. 날이 맑은 날이면, 이 주변에 정말 홈즈의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 사람들도 만날 수 있다 합니다.


이 날, 런던의 날씨는 가히 최악이었습니다. 본격적으로 가을이 되었다는 듯, 기온이 뚝 떨어진데다가 비가 오고, 바람도 어마어마하게 불었습니다. 사람들이 밖에 나오질 않는 것 같더군요 ㅋㅋㅋ 날씨 탓에 셜록 코스프레를 한 사람은 보지 못했습니다. 베이커 스트릿에서 셜록 홈즈 뮤지움이 있는 221번지로 가려면 리젠트 파크 쪽, 즉 베이커 스트릿 역의 북쪽으로 가야 합니다. 전날 밤잠을 설치고 튜브 안에서도 멍한 정신으로 흔들 흔들 가다가 내린 저는 베이커 스트릿 역에서 나오자마자 방향을 완전히 반대로 잡고, 거의 한 블럭을 내려갔다 올라오는 삽질을 저질렀습니다. 그 날씨에 ㅋㅋㅋ 런던의 빗줄기는, 바람 때문이기도 하고, 비가 오는 건지 안 오는 건지 우산을 쓰자니 별로 안 오는 것 같고, 안 쓰자니 참 불편한 그런 비였습니다... -_-;; 겪어보시면 압니다. 왜 얘네들이 우산 안 쓰고 모자 쓰고 방수 코트 입고 다니는지...;;;
여튼 한바탕 아침 운동처럼 한 블럭을 내리 왕복하고 나니 더 반가운 셜록 홈즈의 집- 어차피 저는 안에 들어갈 생각은 별로 없었어요. 그 정도로 매니악하지 않고, 다른 것 까지 보려면 시간이 넉넉하지도 않았으니까요. 나중에, 원작을 두 번 세 번 읽고, 내가 정말 저 안에 전시된 것들을 보고 즐길 수 있는 수준이 되었을 때, 다시 가보고 싶은 공간이었습니다. 
가상의 인물인데도, 실제 인물인 양, 파란색의 동그란 현판이 붙어있는 걸 보고 저는 웃음을 멈추지 못했습니다. 그냥 그런 게 있다고 알고, 듣는 것 보다 실제로 보니 정말 훨씬 더 재미있었어요. 그 존재감만으로도 말이죠!

셜록 홈즈의 집- 저 안에는 정말 셜록과 존이 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착각마저 들 정도였어요.

좀 더 서두르면 리젠트 파크를 대강 둘러볼 수 있겠고, 어차피 이 근방의 최종 목적지는 던트 서점이었기에, 리젠트 파크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날씨 탓인지 정말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았어요. 비도 비지만, 바람이 너무 세차게 불어서, 우산을 쓸 수가 없었습니다... ㄷㄷㄷ 
그렇다고 리젠트 파크를 포기할 수는 없었죠. 동물원이 있는 북쪽까지, 리틀 베니스까지 연결되는 운하를 따라가지 못하더라도, 프림로즈 힐까지 올라가지 못하더라도, 여왕님의 정원, 퀸스 쥬빌리 가든 Queen's Jubilee Garden까지는 보고 와야 할 것 같았어요. 어차피 9시 반-10시는 되야 서점 문을 여는데 아침밥도 먹었고,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어딘가를 돌아다니는 것 밖에 없었고요. 그리고 그 악천후에도, 리젠트 파크의 풍광은 절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이런 아름다운 정자도 있고...

어디나 빠지지 않는 아름다운 화단

퀸스 쥬빌리 가든 입구

퀸스 쥬빌리 가든


퀸스 쥬빌리 가든은 그렇게 넓고 압도적이라기보다는 그냥 분수가 하나 있는 소박한 정원이라는 느낌이었죠. 그 건너편에는 대학교 건물이 있어서, 그냥 학교 앞뜰 같은 분위기였어요... 사진을 보시면 알겠지만, 사진에 바람이 찍혔습니다. 오히려 비는 그닥 많이 오지는 않았는데 몸이 날아갈듯 바람이 불어대더군요... ㅎㅎㅎ 마지막 날이라고, 런던에서 저를 날려버리고 싶었던 걸까요...


다른 정원도 비슷하지만,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건 영국의 국화인 장미. 몇몇 화단에는 장미의 품종이 적힌 팻말이 함께 꽂혀 있어서 몇 가지는 눈여겨 보았습니다. 그 중에서 눈에 띄었던 앤 볼린 종류도 찍어보고요. 품종들을 하나 하나 다 살펴보고 싶었고, 정말로 재클린 뒤 프레라는 종류의 장미가 있는지도 확인하고 싶었지만, 날씨도 날씨였고- 시간도 없고 해서 포기했습니다. 날씨가 좋다면, 다시 한 번 가 보고, 프림로즈 힐에도 올라가보고, 운하를 따라 산책하면서 조정 연습을 하는 청년들도 구경하고, 동물원에도 기웃거려보고 싶은 장소였습니다. 그 때 그 시간 그 장소에서는 날씨 탓에 그닥 별 감흥이 없었는데, 돌아와서 사진들을 보니 그리워지네요. 아무 생각 없이 거닐다가 아무렇게나 찍어도 사진들이 참 예쁘게 나오는 곳이었구나, 라는 걸,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공간, 그런 곳이 리젠트 파크였어요.


리젠트 파크에서 다시 베이커 스트릿 역으로 와서, 던트 서점을 찾아 메릴본 로드 Marylebone Road를 따라 걷기 시작했어요. 베이커 스트릿 역에는 다들 아는 유명한 마담 투소의 밀랍 인형 박물관이 있죠. 상당히;; 비싼 입장료에도, 많은 사람들이 관람을 위해 개장 시각 전부터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어차피 관심은 없었지만, 간판은 찍어드리는 예의. ㅋㅋㅋ 


제가 찾는 던트 서점은 메릴본 하이 스트릿에 있는데, 베이커 스트릿 지하철역이 끼고 있는 두 거리, 즉 베이커 스트릿과 메릴본 로드 중에서 메릴본 로드를 통해서 동쪽으로 조금 가다가 한 블럭 정도 남쪽으로 들어가면 있는, 즉 번화한 큰 길에서 한 블럭 떨어져 있는 메이페어 쪽의 주택가에 해당하는 길이었어요. 길의 초입에는 다음과 깉이 디킨스가 이곳에 살면서 썼던 작품들의 주인공이 부조로 새겨져 있습니다. 뭔가 참 못 만들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지만, 뭐... 디킨스니까... 일단 한 번 찍고 보는 센스 -_-;;


던트 서점을 찾는 건 그닥 어렵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냥 메릴본 하이 스트릿이라는 거리 자체는 크게 복잡하거나 긴 도로도 아니었구요. 지도를 보고 가면 금방 찾게 되어있더라고요. 안내문은 없지만, 그 근처에는 아기자기한 공방이나, 악세서리 가게들, 그릇 가게들이 옹기 종기 모여있어요. 폴 스미스 악세서리 가게도 있어서, 이 곳에서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폴 스미스 목도리를 선물로 사갖고 왔습니다. 서점을 찾아가는 길에 제 한눈을 팔게 만든 캐스 키드슨 매장이며, 이름 모를 그릇, 옷가게들, 초컬릿, 과자 가게들, 그리고 흔한 중고 매장인 옥스팜 oxfam 까지... 추적 추적 내리는 비에 한기가 들었지만, 이런 소소한 것들은 그냥 보기만 해도 기운이 나고 즐거웠던 것 같네요. 시간 관계로 자세히 보지 못한 다른 가게들이 눈에 아련하게 밟힙니다. 

던트 서점. 초록색의 등이 예쁘게 보이는 이 서점의 주소는 메릴본 하이 스트릿 84번지입니다.


던트 서점은, '런던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Most beautiful bookstore in London 을 타이틀로 걸고 운영하는 서점인데, 에이 뭐 서점이 이뻐봤자 얼마나 이쁘겠느냐... 라고 생각하고 들어갔던 제게는 정말 참 신선했습니다. 사실, 서점에 들어섰을 때의 첫 인상은, "예쁘다" 라기보다는... "편안하다" 였습니다. 조용하고, 나즈막한 음악이 흐르고, 오래된 나무 냄새가 나고, 훈기가 도는 곳. 그래요. 이것 저것 장식이 예쁘다기 보다는, 서점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게, 책이 빼곡하게 박힌 서가들이 촘촘하게 늘어서 있고, 다만 오래된 분위기를 풍긴다는 것 외에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우리나라의 대형 서점과 현대화된 서점만 접해본 제게는 상당히 큰 문화적 충격이었습니다. 
얼마나 오래된 물건인지 모를 전등과 서가들 사이에서, 밟으면 삐걱 삐걱 소리를 내는 마룻바닥에, 나무의자 혹은 가죽 소파가 드문 드문 떨어져 있고, 쉬고 싶으면 그냥 몇 분이고 가만히 앉아 책을 읽어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그런 분위기. 필요한 책이 있느냐 먼저 묻지는 않지만, 궁금한게 있어서 다가가면 환한 미소로 맞아주는 직원.

모두 다 예쁜 책들.

아동 도서 코너

에메랄드 색깔의 벽면과 서가들

지하 서고의 여행 책자들

책 진열대

2층으로 된 서가


모든 책을 다 갖추고 있다기보다는, 던트 서점은 여행 책자와 컬러 도판, 화보를 중심으로 판매하는 서점인 것 같았어요. 책들이 지역별로 나뉘어져 있었고요... 이곳에서 저는 워즈워스의 시집을 샀습니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네버 렛 미 고우나 제가 런던에 있는 동안 튜브에서 읽는 사람 다섯 번은 더 본 것 같았던 원 데이도 사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하루 종일 책 짐에 치여버릴 것 같아서 자제했어요. 대신에, 작고 귀여운 책들 중에 본 윌리엄스와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함께 편집한 영국의 민요집과 서점의 명물인 캔버스 가방을 샀습니다. 던트 서점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캔버스 백은, 런던 길거리를 다니면서, 지하철을 타면서, 다들 한 손에는 핸드백, 다른 어깨에는 이 가방을 하나씩 들고 있는 게 그렇게 부러웠던 아이템이었지요. 그래서 결코 싸지 않은 가격에도 그냥 커다란 걸로 하나 샀습니다. 그리고 전 지금도 누가 뭐라건 이 가방을 줄창 매고 다니고 있지요 :) 이 가방을 산 건 잘 한 일이었어요. 워낙에 넉넉한 데다가, 옆구리에는 우산을 넣을 수 있는 작은 공간이 따로 있어서, 너무너무 맘에 들었어요. 나중에 홍차와 선물과 책들을 나눠서 공항에 들고가는 데 아주 유용하게 쓰였지요.

귀국 후에 찍은 던트 서점 가방


그리고 메릴본 하이 스트릿을 도로 지나 베이커 역으로 돌아왔습니다. 언젠가 다시 런던에 가고 싶다면, 이 거리는 꼭 다시 한 번 들리리라 다짐한 곳 중의 하나로 콕 찍어놓고 말이죠.

슬슬 빅토리아 알버트 박물관으로 가기 위해서 베이커 스트릿 역에서 서클 라인을 타기로 했습니다... 베이커 스트릿 역은 메트로폴리탄 라인과 서클 라인, 그리고 베이커루 라인이 지나는 환승역이고 이 곳을 지나는 라인 중에서 메트로폴리탄 라인은 세계 최초의 지하철 노선입니다. 1863년 개통되었지요. 그리고 서클 라인과 메트로 폴리탄 라인은 겹치는 구간이 있고, 이 겹치는 구간 상에 베이커 스트릿 역이 있기 때문에 같은 플랫폼에서 다른 기차를 타면 되는 구조로 되어 있어요. 그래서 서클 라인을 타러 내려가면, 필연적으로 메트로 폴리탄 라인 플랫폼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지하철 역을 볼 수 있는 거죠... 이 사실을 몰랐던 저는, 그 어느 곳에서도 보지 못했던 기상 천외한 지하철 역 플랫폼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진짜 아니 이게 무슨 드라큘라 성 컨셉의 지하철 역인가 (...;;;) 했더라는.

메트로폴리탄 라인 플랫폼

메트로 폴리탄 라인이 설명된 안내문


서클 라인은 지하철이 자주 안 오기도 하고, 느리기도 해서, 메트로폴리탄 라인이 먼저 오길래, 다른 역에서 갈아타고 갈 심산으로 먼저 오는 메트로폴리탄 라인의 열차를 탔습니다. 덕분에, 저는 런던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지하철 노선을 몇 정거장이나마 탈 수 있습니다.
중간에 서클 라인으로 갈아타고, 사우스 캔싱턴 역에서 내린 저는 지난 사흘 동안 프롬스를 보느라 줄창 다녔던 그 지하도를 따라서 빅토리아-알버트 V&A 뮤지움으로 들어갔습니다. 지하도 중간에 천장에 아래 사진과 같이 톱니바퀴가 돌아가면서 V와 A를 돌려주는 간판이 설치되어 있고, 그 쪽에 지하도와 연결된 V&A 입구가 있었습니다. 그 입구는... 그날의 헬게이트였죠... 그랬습니다. 빅토리아-알버트 뮤지움. V&A. 그 시작이었습니다.

톱니바퀴가 돌아가면서 저 V와 A가 뒤집어집니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꽤나 재미있답니다.

지하도와 연결된 V&A 입구. 그러니까 헬게이트... ㅡㅜ


런던으로 떠나오기 전부터 V&A의 명성은 익히 들었습니다. 거기 가 꼭 가 두번 가 부터 시작해서... 거기 가면 한국 오기 싫을걸, 비행기 놓칠 걸... 하는 협박까지. 이쪽으로 들어가면 그 곳은 V&A의 헨리 콜 윙 wing 에 해당되어요. 이쪽에다 가방을 맡기고 화장실 다녀와서, 본격적으로 구경을 하러 들어갔습니다. 여느 국립 박물관처럼 이 곳도 무료 관람입니다. 지도가 1파운드인데 테이트 미술관에서 그랬듯이- 안 내기 참 미안해서 내고 지도를 가져갑니다. 들어가자 마자 맞닥트린 것은, 조각으로 가득 찬 회랑, 그리고 그 회랑에서 나뭇가지가 뻗어나가듯 연결되어 있는 갤러리들이었습니다.

입구에서부터 등장하는 수많은 조각상들.


길을 헤맸던 탓인지... 처음에는 지도를 보고 좀 organized 된 구경을 해보려고 했으나... 인도와 이슬람쪽의 전시물에서부터 조금씩 정신줄을 놓기 시작... -_-;; 허허허 문양들이며 창문이며...으와... 옷, 테피스트리, 카펫...


허허허허... 참 깨알같이 많이도 모아두었더라고요... 옷 전시해놓은 것도 어쩜 이렇게 이쁜지. 아니 그냥 드레스일 뿐인데... 당시에 썼던 접시, 의자, 책상 등등등... 아이고... 못살아... 그리고 그렇게 헤매다가 중앙 홀로 나오니, 여기는 또 어디 난 누구... (...ㅋㅋㅋ) 묘하게 낯설어보이는 현대적인 구조물과, 고전적인 건축양식이 그냥 한데 어우러져 있는 모습...


여기서부터는 규모가 사람이 들고 나를 수 있는 것을 넘어서는 범위의 전시가 계속되었습니다. 문짝, 기둥, 분수대, 제단 등등등... -_-;; 얘네들은 도대체 이걸 어디서 다 가지고 와서 보존도 참 기가막히게 해 놓고 복원도 참 멋있게 잘 해놓고... 눈 돌아가요. 정말 내가 뭘 찍는지도 모르고 계속 찍었던 것 같아요. 찍어도 찍어도 끝이 없어요...
제 디카의 사진 카운트는 이 박물관에서 네 자리수를 찍었습니다. orz...

중세 시대의 문짝...

2층의 철제 구조 전시물

중국쪽에서 온 것 같네요...


그렇게 정처없이 헤매다가 어떤 방에 들어갔는데... 그게 Cast Court였습니다. 하필이면... -_-;

Cast Court

Cast Court

Cast Court


... 어 이 방은 중간에 천장이 없고 그냥 건물 하나를 통째로 위아래가 다 뚫린 공간... 입니다. 기둥과 벽을 떼온 게 거의 그대로 전시되어 있어요. 무덤에서 발굴한 관이라든지, 조각상들도 모두 여기... 사진으로는 그 넓고 웅장한 규모가 모두 나타나지 못했지만, 전 그냥 이런 압도적인 전시실도 있구나... 라는 걸 느꼈어요. 심지어 그 곳에 흐르는 공기도 다른 곳과는 뭔가 다른 느낌이랄까.

2층에서 내려다본 모습

일부는 아직 복원공사중이었습니다.


그렇게 갤러리들-기증 혹은 기부를 한 사람들의 이름, 후원해준 귀족들의 이름이 붙은-을 하나씩 하나씩 돌아보는데... 스테인드 글라스, 문짝, 제단... 허허허. 그러니까 이건요, 갤러리와 갤러리 사이의 칸막이도 전시의 일부. 모두가 다 보물... 쌀횽이 "못된 욕심쟁이 할머니가 전세계의 보물을 다 훔쳐다 쟁여놓은 곳 -_-" 이라는 게 이해가... 아니 그렇다 쳐도, 이렇게 센스있게 배치하는 것도 능력... 그러니까 이건 그냥 뮤지움 자체가 보물... 허허허... 
베개만큼의 거짓말을 보태서 저 여기서 입 하도 벌리고 있어서 턱 빠지는 줄 알았습니다. ㅡㅜ

르네상스 종교 부조 벽면

가문의 문장 부조 벽면

갤러리와 갤러리 사이의 칸막이가 그냥 유물...

개러리에 원래 있는 분수대와 유물로 갖다 둔 분수대가 구별이 안 되네요.

분수대와 샘물을 배치해두었던 갤러리


처음에- 이 여행기를 쓰면서, 스크롤 압박이 너무 심하니까 바둑판처럼 사진을 편집해서 올리려고 했어요. 하지만 사진을 정리하고 보정하면서 다시 보니, 도저히 안되겠더라고요. 유물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았어요... 허허허.
그리고 이런 어마어마한 전시실이 끝났나 싶어서 다른 방에 들어가면 또 뭐가 있나 싶어서 지도는 그냥 접어 넣고 안 가본 것 같은데를 들쑤시고 다녔지요...

V&A의 로고. 빅토리아와 알버트가 부부였는데 로고도 부부처럼...(...)


그렇게 헤매다가 중세시대-르네상스 시대 유럽 전시관에 발을 들여놓았고, 지옥에도 급이 있다면 여기는 거의 뭐... 무간지옥... -_-? ㅋㅋㅋ 처음에 들어갈 땐 별 생각 없었어요. 정말이에요.

유심히 유물을 두러보는 사람들, 중세 전시관 입구.

Ecce Homo. 십자고상 전시물들

스테인드 글라스들

성화들


성화, 성물, 성체 조배함, 벽화, 테피스트리... 지붕의 가고일, 타일까지... 사실 이런 전시물들만 계속 나오면 지루해지기 쉬운데, 그러지 말라고 우리의 친절한 뮤지움께서는 전시물과 함께 아래와 같은 "체험 코너" 를 마련해 주셨습니다. 타일 문양 맞추기, 중세시대의 괴물들을 그린 기와, 벽돌과 판화들을 전시하면서 괴물 따라 그려보기, 자기만의 괴물 그려보기... (꼬마들이 그림 그려놓은 샘플을 보면, 재미있게도, 닥터후에 한 번쯤 나왔을 법한 외계인스러운 괴물들이 제법 있답니다 ㅋㅋㅋ) 어... 저는 꼬마가 아니지만, 보니까 어떤 아저씨가 옆에서 해보고 있길래 저도 그림 그려보고 타일 맞춰보고 나왔습니다.

체험 코너!


이런 꺠알같은 지도인지 만화인지 모를 테피스트리도 있었구요... 역시 중세-르네상스관의 최고봉은 성물 전시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정말 정교하고, 화려하고, 사람의 손으로 이보다 더 아름답게 만들 수는 없다고 경쟁하는 듯한 물건들... 여기 무슨 유물 콘테스트 출품작만 모아놓은 거 아니냐며...

상아와 금, 은으로 세공된 성물들

넋놓고 바라보았던 유리잔이라든지

그 와중에 중세 악보 채색 필사본들도나와주시고.

이런 성체 조배함이라든지...


... 그러니까 내가 저걸 훔쳐가고 싶어도 정말 못 골라서 못 훔쳐가겠소... -_-;;; 참 깨알같이 많이도 모아두었습니다. 알버트 공의 안목도 안목이지만, 이걸 대중에게 공개하고 전시하겠다는 생각도 참 혁신적인 것 같아요. 그것도 무료로... 야, 미안해서 공짜로 못보겠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요. 도대체... 나라면 이거 나 혼자보고 절대로 남한테 안 보여주겠다! 아오...;;; 그렇게 갤러리마다 유물들에 혼을 뺏기고 홀로 나와서 아까 본 반대편 위층을 올려다보니... 읭? 천국이 요기 잉네? -_-;;; ... 아니... 여기는 어딜 대고 찍어도 작품이 나오네...? 끙...


저건 어느 성당에서 뜯어온 기둥들이오... 허허허...
자칫 고리타분하게만 느껴질 수 있는 이런 오래된 것들 사이사이에, 일부 갤러리에서는 최첨단을 달리는 현대적인 전시회도 함께 열리고 있는 것이 V&A의 특징입니다. 이런 유물들이 결코 죽어있는 것으로 느껴지지 않고, 살아 숨쉬고 우리와 같은 시대에 존재하고 있는 현실이라는 걸 깨닫게 하는 장치들이죠. 제가 간 주간에는 Porter Gallery라는 곳에서 Power of Making이라는 주제로 전시회가 개최되고 있었습니다. 재미있고 특이한 전시품들이 많았어요.

대형 뜨개질이라든지

나무로 만든 것들

악기, 전자 제품, 과일

어... 이런 희한한 모양의 탁자와 의자에 앉아서, 영상물을 보는 관객들. 조각 아닙니다. 사람입니다.

별나게 생긴 의자라든지. 저도 앉아봤고요. ㅎㅎㅎ

다양한 모양의 철제 간판들

빛과 천을 이용한 작품

마네킹 가지고 장난치기라든지


하하. 와... 눈이 즐거웠어요. 사실 계속 옛날것만 보면, 좀 지루해지기 마련인데, 이런게 중간 중간에 요소 요소 배치되어 있다 보니, 지루할 틈이 없달까요. 시간여행을 다녀와서 잠깐 휴게실에서 쉬고 다시 과거로 가는 그런 안전장치 같은 배려라고나 할까요. 그래서 그 어마어마한 양의 옛 예술품, 공예품들을 둘러보는데도 지치지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르네상스시대의 책들 중에는 진품(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에-)을 전시해놓고, 그 사본을 똑같이 함께 배치해놓고, 그 책을 구경하는 사람들이 넘겨보고 읽어볼 수 있게 해 놨더라고요... 이런 고마워라! 네, 그래서 저는 거기서 르네상스 시대의 도감이라든지, 건축학 책 같은 걸 뒤적 뒤적 해 볼 수 있었습니다. 고풍스러운 폰트들과 손으로 그린 그림들이 비록 사본일지언정 어찌나 멋지던지요! 아쉽게도 책을 떼오진 못했...(야!) ㅋㅋㅋ


대강 한 층을 다 돌았나 싶어서 다른 층으로 가니까 주로 British 어쩌구 라고 적힌, 주로 영국의 유물들을 모아놓은 갤러리가 나오길래 오오. 이번엔 자기네 나라 껀가보다... 라면서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전시실에 비해서 다소 어두침침하고, 조용하며, 서늘한 것이, 유물들이 오래되고, 약한 것들을 따로 모아놓은 분위기였습니다. 역시 다른 곳보다 좀 음침한 것이, 영국 특유의 분위기가 물씬합니다. 

교회의 제단

여왕님의 침대


여기도 요소 요소 전시실 사이마다 지루하지 않게 체험코너를 만들어 놨는데, 그 중에는 테피스트리 만들어보는 코너도 있었어요. 그림으로 설명이 쭉 나와있길래, 어렵지 않겠다 싶어서 (어 그니까 애들도 하는데 내가 왜 못해 라는 오기... 완전 쓸데없는 오기..., 그리고 호기심 -_- 때문에) 한 버 해봤어요. ㅋㅋㅋ 하라는대로 하니까 제법 모양이 나오데요? 아래는 제가 거기서 가르쳐준 대로 짜본 테피스트리의 일부입니다. 제가 이거 열심히 짜고 사진 찍는동안 한 외국 관광객들이 내내 제가 하는 거 보고 있다가 제가 일어나니까 따라하데요? ㅋㅋㅋ 다들 어른들이었... ㅋㅋㅋ 이거 가져올 수도 있게 해 놨는데, 그냥 두고 왔습니다. :) 작은 유물들은 모두 돋보기를 설치해놓았고, 예술품들의 재질을 아이들이나 시각장애인이 만져보고 알 수 있도록 샘플들을 배치해 놓고, 서랍식으로 열어볼 수도 있게 해 놓은 코너도 많았어요. 게다가 옛날의 패티코트를 입으면 어떻게 되는지 비슷한 걸 입어볼 수 있게 해 놓은 코너도 있었고, 액자나 의자를 직접 조립해 볼 수 있게 해 놓기도 했어요. 아이고. 누가 박물관 지루하다고 합니까. 이렇게 재미있는 박물관이 어딨어! ㅋㅋㅋ 솔직히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이걸 더 재밌어해요 ㅋㅋㅋ 패티코트 입어보고 ㅋㅋㅋ 의자랑 액자 맞춰보고 ㅋㅋㅋ 특히 커플 한 쌍이 패티코트랑 코르셋 세팅되어있는거 낑낑대면서 입어보고 입혀주는 걸 봤는데 이건 레알 몰래카메라로 찍어주고 싶었을 만큼 깜찍했다는 뒷 이야기 ㅋㅋㅋ


전시실 중간 중간에는 이런 휴게실이 있습니다. 그냥 책들이 있고 의자와 소파가 있고, 인터넷을 연결한 컴퓨터가 있는 휴게실이에요. 천장은 자연 채광으로 뚫려있고, 그 위에도 전시물이라고 할 수 있는 각종 장식품 (...) 이 걸려있으며, 여기에 배치된 소파와 책장, 책상들은 그냥 아무나 앉아 있을 수 있고 책도 꽂혀있는 거 맘대로 봐도 되지만, 그것 조차 작품이라서 설명이 다 붙어있습니다. 혹시라도 소심하게 작품인 걸 알고 못 쓰는 사람들을 위해서 친절하게 Welcome to seat 라고 적어주는 센스.

휴게실 의자와 책장

휴게실 천장


그리고 영국 전시실은 계속됩니다... 아니 왜 나는 분명 이 전시실에서 저 전시실로 갈 때마다 수백년의 시간을 단 몇분만에 뛰어넘고 있는 것인데 왜 그 시대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지... 아니 저 깨알같은 그릇들이며 화장대, 거울, 시계... ... 아니... 솔직히 저것들은 그냥 귀족들이 좀 사치스럽게 썼던 생활용품이잖아요. 실제로 그 시대에 아까워서 어떻게 써먹었는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사용 안 하고 모셔놓는 물품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 너무너무 예쁜 겁니다. 그걸 이렇게 모은 것도 대단하고, "무료로" 아무나 와서 볼 수 있게 하는 것도 대단하고... 하아...

은제 식기들

헨리에타의 집이라고 된 어떤 갤러리. 그 시대의 거실 재연

이런 화장대와 거울

저런 화장대와 거울

이런 도자기

저런 도자기

어떤 무도회방 재연

오리엔탈풍의 테피스트리와 화려한 거울

역시 오리엔탈 풍의 기묘한 이질감을 선사하는 거울과 장식품들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던 영국 유물들의 전시관을 빠져 나오니 다시 처음에 맞딱뜨렸던 조각들의 복도가 나오더군요. 안 본 전시관을 찾아서 헤매다가 최근 아랍권 예술가들의 전시를 따로 꾸려놓은 곳이 있어서 그쪽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꽤 특이하고 이색적이었어요. :) 굉장히 아랍 특유의 화려한 색채들을 현대 미술의 기법들과 결합시켜서, 화려하면서도 세련되어 보이는 것들이 꽤 있었답니다. 돈만 많으면 나도 하나 사고 싶...(야!!)

이런 옷도 전시하고

철제 구조물도 있었고

카펫이나 천들도 전시되어 있더군요

오르한 파묵의 소설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그림을, 자세히 보면 신식 현대옷을 입은 인물들과 묘하게 섞어놓기도 하고

이런 비구상, 추상 작품들도 전시하고

트럼펫 카드를 변형한 목조 전시물도 있었습니다.


서로 다른 문화권의 예술품들을 번갈아가면서 구경하고 나니, 시간이 벌써 너끈하게 두시간은 지났더라고요... 시각은 벌써 점심 시간이 얼추 지났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고, 이 뮤지움의 스콘과 홍차는 한국에서부터 꼭 먹어보고 오라고 강력하게 추천을 받았던 터라 마침 시간도 딱 맞고 정신을 차려보니 허기가 밀려오기 시작한 터라, 주린 배를 움켜쥐고 까페테리아를 찾아갔습니다. 

까페테리아로 가는 길에 발견한 층계참... 와아...


그리고. 저는 런던에 와서 "두 번째" 제대로 된 식사... (이것도 식사라고 부를 수 있다면야 ㅋㅋ) 를 했죠. 이게 제가 런던에서 먹은 마지막 식사였습니다. 최후의 만찬이라고나 할까요. 까페테리아는 메뉴 종류별로 샐러드, 따뜻한 음식, 피자 파스타 등등 여러가지 코너가 나뉘어져 있었지만 저는 곧장 스콘과 케이크, 차와 커피를 파는 코너로 가서 줄을 섰습니다. 점심때가 좀 지난 시각이었는데, 사람이 북적북적했어요. 그리고 아주 단순하게, 건포도 스콘과 얼그레이 티폿을 하나 시켰습니다. 싸지는 않았어요. 건포도 스콘은 제가 줄을 설 때만 해도 한가득 쌓여있었는데, 제 차례가 되니 제 바로 앞의 한 아저씨가 한꺼번에 서너개를 주문하는 바람에 제 차례가 되었을 때 딱 하나 남았더라고요. 오 예. 행운의 마지막 한 남은 건포도 스콘 득템!!! 산딸기 잼과 살구잼을 한가득 곁들인 후 (신기한 것이, 버터는 돈을 받는데 잼은 돈을 안 받더군요 ㅎㅎㅎ) 계산 완료. 전부 한 6~7 파운드 남짓 했나 그랬어요. 결코 싼 가격은 아니지만, 뭐... 마지막인데 뭐 어때 하고 티폿을 받고, 왠지 없으면 섭섭할 것 같아서 우유도 하나 세팅해서 앉을 곳을 찾았죠... 아무 생각 없이 어, 저쪽에 빈자리가 있네... 하고 앉았는데, 뭔가 분위기가 이상해서 눈을 들어 천장을 보는 순간-... ... ... 먹을 게 눈 앞에 있는 걸 까맣게 잊을 뻔했습니다. 정말로. 저 정말 접시 도로 들고 나갈뻔했다니까요 ㅋㅋㅋ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뭔가를 먹고 있는 걸로 봐서 잘못 앉은 건 아닌데 ㅋㅋㅋ 

V&A의 까페테리아.

최후의 만찬. 왼쪽부터 건포도 스콘, 잼, 얼그레이 티폿, 우유, 찻잔 ㅋㅋㅋ


아놔 식당이 이렇게 멋있으면 곤란하지 말입니다... 유물 한가운데서 밥을 먹으라니 이게 말이 되냐고요 ㅋㅋㅋ 근데... 스콘을 한 입 먹고, 얼그레이 차를 따라 한 모금 들이키는 순간... 냐하하... 정말, 맛있어서 눈물이 난다는 말 웃기지 말라고 하는 저였는데... 같이 먹는 사람도 없이 혼자 먹는데... 왜 눈물이 났는지... 아... 정말 맛있더라고요. 잼을 한가득 발라서 스콘을 먹기 시작했는데... 아오... 이건... 이건 그냥 꿀맛... 더 묘사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서 이 정도만 해 둡니다만. 거기다 얼그레이는 왜 이렇게 부드럽고 향기롭데요? 스콘과 홍차를 먹다가 목이 메어 고개를 드니 여기가 현실이 아닌 것만 같은 스테인드 글라스와 샹들리에가 장식되어 있고. 눈을 들면 비현실적이다 싶을 정도로 멋진 장면이 펼쳐져 있고, 입으로 들어가는 스콘은 이렇게 달콤하고 감칠 맛 나게 부드러울 수가 없고, 코르 스며드는 얼그레이의 향기는 제가 맡아본 그 어떤 향수보다 향기롭고... 영국 사람 특유의 나지막한 웅성거림이 배경음악으로 깔려있던 그 곳은 제 기억에서 절대 지울 수 없는 한 끼 식사가 되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그 때의 그 순간이, 그 풍경이, 그 맛과 향기가- 미치도록 그립습니다.
그렇게 점심식사가 아쉬울정도로 빨리 끝났어요. 워낙에 빨리 먹는데다가, 한 입 먹고 자린고비 천장에 걸린 조기 쳐다보듯 신기하게 스테인드 글라스와 샹들리에를 쳐다보면서 게걸스럽게 스콘 한 조각을 잼을 듬뿍 발라 한입 가득 우물대다가 입이 귀에 걸린 채로 얼그레이 찻잔을 두 손에 받치고 홀짝거리며 마지막 남은 한 모금마저 우유를 부어 싹싹 핥아마시는 동양 여자애 한 명에게 아무도 눈길 조차 주지 않기를 다행이었어요. 거기가 영국이라서... ㅋㅋㅋ 아마 한국이었으면, 왠 미친 사람이 식당에 들어왔다고 쫓겨났다고 해도 부족하지 않을 모습이었을 겁니다.
그냥 스콘 한 조각을 홍차와 곁들여 먹었을 뿐인데 세상에서 가장 호화로운 만찬이라도 먹은 양 배를 두드리면서 까페테리아와 연결된 가든에 나와 한 바퀴를 돌았습니다. 건물 자체가 유물이라더니, 과연 그러하더군요. 붉은 색의 건물과 잘 만들어놓은 아담한 분수는 어쩜 그렇게 서로 다른 시대의 산물임에도 잘 어울리던지.

V&A 안쪽의 가든

붉은 벽돌!


다시 조각상들의 회랑으로 돌아왔습니다. 처음에 들어왔던 그 곳이었죠. 그러니까 이렇게 한 층을 거의 한 바퀴를 돈 셈이 되었어요... 못 본 것도 있겠지만, 잊기로 했습니다. 다음에 또 와야하니까요. 그렇게 저는 런던을 떠나면서 런던에 다시 방문할 구실을 차곡 차곡 쟁여두고 있는 셈이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조각상들의 회랑에는 드물지 않게 저렇게 나이 지긋한 분들이 조용히 앉아 스케치를 하고 있는 모습도 눈에 띄었습니다. 조각상들의 회랑에서 다른 나라 유물 전시관으로 빠지게 되어 있는 구조였기 때문에, 조각상들의 회랑만 다시 한 번 쭉 훑어보는 시간을 가지고, 그리고 위층으로 올라갔어요. 

저 소녀의 조각상은 어디를 가리키고 있는 걸까요-


V&A 2층은 소위 "철물점" 즉 metalware 전시실이었습니다. 쇠붙이로 만든 것은 모조리 모아놓은 전시실이었죠. 담장, 철문, 문고리, 지붕 풍향계, 촛대, 의자, 마차 바퀴살 등등... 아이고, 진짜 저걸 다 어떻게 다 뜯어서 놓은건지... 전 이 전시실이 제일 좋았어요. ㅋㅋㅋ 다른 데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이곳만의 전시 특징이랄까요, 소재 중심으로 전시실을 배치해놓다니, 참 재미있더라고요. 


게다가... 여기에는 왕실과 귀족들이 오랫동안 모아왔던 "저금통" 컬렉션도 있답니다. 세상에! 담장과 문설주, 풍향계까지는 그렇다 쳐도, 저금통이라니! 아놔! 저금통이라니! ㅋㅋㅋ 정말 어찌나 아기자기하고 귀여운지 ㅋㅋㅋ 아 정말 저런 저금통이면 나도 돈 악착같이 모으고 싶겠다 ㅠ_ㅠ 아앍. 심저어 저 저금통 중에는 영국의 화가 번존스의 그림이 그려진 저금통도 있었어요! ㅋㅋㅋ

저금통 컬렉션!


그리고 철물점은 계속됩니다. 테라스의 일부였던 걸로 추정되는 것들 뿐만 아니라 열쇠와 자물쇠, 쇠로만든 부조와 심지어 트렁크 컬렉션까지..(꼬록...) 아 정말 얘네들 뭘 모으면 진짜 끝내주게 옵세시브하게 모아주는 사람들 맞는 것 같아요. 맞고요. 

대문 경칩, 자물쇠...


정말 한 층 가득 쇠로 된건 다 쓸어모아놨는데... 아니 이걸 2층에다 전시하면 무거워서 건물이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이 다 될 정도였어요... ㅋㅋㅋ 그렇게 한바퀴 둘러보다가, 아까 1층에서 봤던 제단을 눈앞에서 다시 보게 되었죠. 어떤 색깔을 입혔는지 어떤 재질을 썼는지 세세하게 다 샘플과 함께 전시되어 있었어요. 아 저 섬세한 나뭇잎과 소용돌이 문양 사랑합니다 ㅠ_ㅠ 

그림자마저 너무 멋진 유물!

천장의 스테인드 글라스. 흐린 날씨에 좀 신비로운 색깔을 띄고 있었지요!

돔 천장


그리고 철물 전시는 계속됩니다. 전시의 특성상 전시된 것들은 3차원적인 구조물이지만 2차원적인 아름다움을 최대한 드러내는 물건들이어서, 사진을 찍기에는 거의 최적이었던 것 같아요. 찍고 찍고 또 찍어도 계속 새로운 것이 나오니... 이건 무슨 화수분도 아니고 말입니다 ㅋㅋㅋ 그리고 어떻게 그렇게 많은 철제 구조물이 있는데, 다 모양이 다른지, 그것도 정말 신기하구요.

교회 담장에 걸려있었을 법한 화려한 장식

쇠창살을 가까이서 찍어보았습니다. 나름대로 뾰족하게 보안 기능도 겸하고 있어요!


그리고 간신히 이 마의 철물점에서 벗어나나 싶었더니... 이젠 깨알같은 작은 조각상들을 한꺼번에 모아서 전시해 놓은 곳이 나옵니다. 이것도 도자기나 돌이 아닌 철제라서 이 층에다가 따로 모아놓은 것 같더라고요... 철제 구조물 이 정도면 다 봤겠지... 하던 저는 이 컬렉션을 보고 아연 실색. 결국 이건 그냥 대강 대강 이런게 있구나 라고만 기억해 두고 한바퀴 쓱 걸어갔다가 걸어나왔어요. 컬렉션을 다 보면 한국에 못 갈 것 같았어요. -_- 정말로... 



간신히 철물점에서 벗어나 내려오는 길에, 이런 전시관이 또 있는 걸 발견했어요. 그냥 지나갈 수가 없었어요. ㅋㅋㅋ 아니 진짜 나 오늘 한국 가는 비행기 타야 된다고 이 뮤지엄느님아... ㅡㅜ;;; 박물관을 확장공사 하면서 주변의 건물과 유리 지붕으로 연결만 한 상태로, 그대로 갤러리로 만들어놓은 곳이었습니다. 내셔널 갤러리의 생즈버리 윙을 만든 사람과 같은 사람이 후원을 했는지, 갤러리 이름에 생즈버리가 붙어있더군요. 반가운 이름이닷! 하면서 들어가보니... ㅎㅎㅎ 17세기~18세기 런던과 유럽의 가옥에 있던 나무 층계며, 가고일, 건물 외벽의 석조 조각품을 거의 그대로 옮겨서 전시해 놓은 갤러리더군요... ㅋㅋㅋ 나 원 참 기가막혀서... 이쯤하면 정말 거의 이 수집의 철저함에 대해서는 기가 질릴 정도가 됩니다... 아하하... ㅡㅜ

 

지붕의 용골로 쓰였을 법한 조각들

그 시대의 나무 층계

각종 사진 자료들

나무로 된 테라스

석조 조각상들과 가고일들

문짝, 기둥들...


하아. 그렇게 간신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뮤지움 밖으로 옮겼습니다... 뭐 이런 곳이 다 있나요. 아니 왜 난 5분전에 들어와서 다 보지도 못한 것 같은데 시간이 3시간이 넘게 지나있는 건지 이해가 안 가요 ㅠ_ㅠ 정말... 
어쨌든, 런던에 있는 내내 나름 가장 큰 백화점인 해로즈에 한 번도 못 가본 상태였고, 이 곳의 홍차보다는 과일차가 명물이라 들어서 과일차는 꼭 좀 사가지고 가고 싶었어요. 우리나라에 잘 안 들어오기도 하거니와, 맛을 보니까 정말 맛있었기에... :) 꼭 사고 싶기도 했구요. 게다가 제 베프가 마침 시간 맞춰서 사다달라고 부탁한 물건도 있었으니, 잘 되었다 하면서 튜브를 탔죠. 해로즈 백화점은 피카딜리 라인의 Knightsbridge 나이츠브릿지역에서 나오면 바로 연결이 되어 있어요 :) 런던의 명물 백화점 답게 가격도 비싸고, 직원들은 정말 엄청나게 친절하며, 으리으리하고, 토나오게 넓습니다. -_-;; 제가 갔을 때난 외벽이 리모델링 중이라서, 험악했죠 ㅋㅋㅋ 완전 공사판 ㅠ_ㅠ 런던에 고층건물이 없어서 그런지 단면적이 정말 토나오게 넓다는걸 뮤지움에서도 느꼈지만 그게 백화점에까지 적용될 줄은 몰랐어요 ㅋㅋㅋ 이건 백화점이 아니라 그냥 미로에요 미로...orz 
해로즈에 들어가는 자여, 백화점에서 무사히 빠져나오고 싶다면, 적어도 자기가 들어간 게이트가 몇 번 게이트인지는 기억해두시기 바랍니다. 안 그러면 정말 못 나오는 수가  :) 해로즈는 나름대로 그 자신이 브랜드이기 때문에 자체 브렌트를 모아놓고 파는 아케이드가 따로 있습니다. 곰인형, 볼펜, 자석, 머그컵, 초컬릿, 비스킷, 가방 등등. 아예 관광객들을 위한 기념품점처럼 꾸며놓은 코너가 있어서, 그쪽으로 흘러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이 곳에 홍차는 잔뜩 있을지언정, 제가 사고 싶은 과일 차는 없었어요. 일단 홍차를 조금 샀죠. 개인적으로 캔에 들어있는 loose leaf tea는 가급적이면 사지 않으려고 했어요. 다 먹기도 힘들고, 나눠주기도 힘들고, 번거롭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_-;; 티백보다 무거워서 혼자서 들고 귀국할 수가 없었거든요. 워낙에 그 자체가 양이 많으니 가격도 전체적으로 좀 비쌌고요. 그 외에는 별로 다른 물건에는 관심이 없었던 저는 그냥 대강 둘러보고, 주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직원을 붙들고 물어봤습니다. 과일 차 어디에 있어요? 저쪽에 food hall 가면 있어요! 아하. Food hall 이 있구나. 거기에 과일 차가 있더군요. 근데 이 아케이드에서 나가서 food hall을 찾는 것이 또 일이었습니다. -_-;; 우리나라 백화점에 익숙해 있던 저는 정말 이 해로즈가 당황스러웠어요. 층은 몇 개 없는데 한 층이 정말 어마어마하게 넓은데다가, 우리나라처럼 널찍한 통로가 있는 게 아니고 좁은 통로를 이리 저리 알아서 피해다녀야 하는 무슨 시장바닥같은 백화점인데다가 결정적으로 우리나라처럼 식품매장이 지하가 아니라 화장품, 향수, 잡화 매장이랑 같은 층에 있었어요... 냐하하 ㅋㅋㅋ -_-;; 지하에는 또 뭐가 있었는지 전혀 기억이 안납니... 사실 전 이 해로즈 백화점 1층만 내내 헤맸습니다. 다른층으로 이동한 건 향수 사고 Tax refund 받기 위한 서류 받으려고 직원 따라 졸졸졸 내려간 것 밖에 없...(....)  ㅋㅋㅋ 여튼... 물어 물어 Food Hall을 찾았습니다. 해로즈 백화점에서는 마침 한국 음식 대전을 하고 있었는데 저는 그거 구경도 못했어요 ㅋㅋㅋ 계산할 때 직원이 어디서 왔느냐 물어보길래,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반가워 하면서 안내문도 주고 아는척도 하고 그러더라고요. 해로즈 백화점에 들르시는 분들께 당부하오니, 제발 모르면 알아서 찾지 말고 그냥 물어봅시다 -_-;; 혼자 찾으려고 하면 백발백중 헤매게 되어 있어요. ㅋㅋㅋ 여기 직원들 거의 "영국 전역에서 제일 친절한" 사람들일거에요. 정말로. 


그리고 드디어 Food Hall을 찾았고, 무사히 종류별로 과일티를 부지런히 집어왔습니다. 만세! 득템! 그리고 같은 층에 있는 향수 매장을 찾아서, 친구가 부탁한 향수도 득템했죠. 단지 제가 이곳에서 산 건 홍차와 향수일 뿐인데 우리나라에서 백화점 1층부터 꼭대기까지 다 돈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ㅋㅋㅋ 아놔 ㅋㅋㅋ 직원들은 정말 친절했어요. 영어 잘 못해도 차근 차근 이야기 해 주고, 선물이라고 하니까 느리고 서툴러도 꼼꼼하게 포장해주고 ㅋㅋㅋ 아참, 선물 포장은 가급적 갈 길이 급하다면 하지 마세요. 정말 전 속으로 꾹꾹 눌러참았지만 제가 뺏어서 대신 하고 싶었다니까요! ㅋㅋㅋ 아놔 러브 액츄얼리에서 알란 릭맨이 로완 앳킨슨(미스터 빈)을 상대로 포장 하는 거 느려서 속터트리는 장면 있죠, 그 상황이 똑같이 벌어진다니까요! 그거 그냥 영화가 아니었어! 실제로 그러니까 그렇게 만든 거였다구요 ㅋㅋㅋ 아놔 ㅋㅋㅋ 여튼 재미있었습니다. 백화점 그 자체로도 참 예쁘고, 오래되고, 멋진 곳이었어요. 꼭 뭔가를 지르지 않더라도 다시 오게 되면 느긋하게 한 번 둘러보고 싶어지는, 활기찬 곳이었습니다. 

그렇게 해로즈 백화점을 나올 시점에서 저는 어제 포트넘 매이슨을 나올때와 거의 비슷한 꼴이었어요... 던트서점 가방과 핸드백을 양 어깨에 매고, 해로즈 홍차 비닐봉지를 두 봉지 들고 있었죠... -_-;; 비행기 시각은 밤 9시였고, 적어도 저녁 6시가 되기 전에 호텔로 돌아가 피카딜리 라인을 타고 히드로 공항으로 가야 했죠. 해로즈 백화점을 나온 시각은 오후 2시 반에서 3시 사이였어요. 그 길로 곧장 또다시 피카딜리 서커스 역으로 달려갔죠. 마지막으로, HMV 매장과 웨지우드 매장, 그리고 비타코코 -_- 라는 마지막 미션을 달성하고, 시간이 된다면 J Sheeky 레스토랑에서 피시앤 칩스를 먹고 비행기를 타려고 했어요. 하지만 짐은 많았고, 날씨는 최악이었고, 움직임은 느렸습니다. 호텔 컨시어지의 무료 인터넷과 인쇄가 가능한 컴퓨터에서 구글맵을 뽑아와서 위치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시간에 비해서 동선은 길었고, 움직임은 둔했습니다... 웨지우드 매장은 결국 도자기를 파는 매장 외에는 찾지 못했고, J Sheeky 레스토랑도 결국 방문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HMV에 들릴 수 있었고, 이곳에서 제가 사려고 마음먹었던 DVD를 살 수 있었습니다. 아마존에서 제임스 매커보이 주연의 라스트 킹 오브 스코틀랜드, 그리고 륄리의 아르미데 DVD를 사려고 했지만 후자는 재고가 없어 구하지 못했구요. 왠지 할인 판매하는 라스트 킹 오브 스코틀랜드 DVD 하나만 들고 나오기 민망했던 저는 다운톤 애비 DVD도 함께 집어들어 계산을 치렀습니다. 그리고 최후의 미션, 비타 코코 -_- 를 찾아나섰어요. Waitrose 라는 매장을 아무리 찾아도 없었는데, 이게 이게, John Lewis 라는 백화점 식품 매장을 의미한다는 걸 한참만에 깨닫고는, 바로 그쪽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득템! 




이 음료수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의 링크를 참조하시면 되겠습니다.
http://gall.dcinside.com/england_drama/96856
네. 저 이걸로 디씨 영드갤에서 건전 벽반 달리고 일베 갔었...(...) 영국 현지에서 이걸 사먹어 본 분들이 제가 이걸 꼭 먹어보고 오겠다고 하니까 극구 말렸습니다만... 왜, 호기심은 목숨이 아홉개인 고양이도 죽인대잖아요. 트위터에서도 많은 분들이 그거 원효대사님 해골물 맛이다, 난 다 못먹고 버렸으니까 제발 일부러 찾아서 먹지 말라고 뜯어말렸습니다만 ㅋㅋㅋ 아니 왜 벤베니가 대본 리딩 때 떡하니 놓고 마셨대잖아요 궁금하잖아요 도대체 어떤거길래 사진에 찍히게 가져와서 먹냐고 ㅋㅋㅋ 그리고... 찾아헤맨 보람 끝에 그 비싼... 하나에 2파운드 가까이 하는 그 비싼걸  사서 먹어봤습니다...
...
....
.....
어쩐지 V&A에서 너무 맛있는 거 먹었다 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_-;;; 음료수의 맛은 대강 이러합니다.

"상한 수박물에다가 설탕을 탄 후 시큼한 석류액기스 끼얹은 맛"
으... 뭐랄까요. 코코넛 워터 특유의 풋내가 강한데다가... 단맛이 별로 없기 때문에... (유기농 홀푸드라더니 진짠가보더라고요 ㅋㅋㅋ) 목구멍으로 넘어갈 때 마다 올라오는 묘한 내음이 상당히 비위에 거슬리긴 했지만... 일단 전 목이 말랐고, 돈도 아까웠기 때문에... 꾸역 꾸역 다 먹었습니다. -_-)v 용자 인증. 매장 밖에서 비를 그으면서 오만상을 다 찌푸린 채 이 음료를 들이키고 있는 걸 본 지나가는 영쿡 아저씨가 픽 하고 웃데요? 아놔 이 이저씨야 웃지마 ㅠ_ㅠ 웃지 말라고!

그게 제 영국 여행의 마지막이 되었습니다. 그 때 시각은 이미 5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고, 저는 서둘러 호텔에 와서 홍차짐을 정리하고, 히드로 공항으로 출발했지요. 날씨는 아침보다 훨씬 험악했습니다. 바람이 심해서 우산을 도저히 쓸 수 없을 지경이었고 빗줄기도 꽤 거세어져 있어서 걱정이 좀 많이 되었습니다. 비옷을 따로 꺼내놓은 것은 잘 한 일이었어요... 짐을 들고 우산을 쓰는 건 불가능하다는 판단 하에 저는 1주일 내내 한 번도 입지 못했던 비옷을 뒤집어쓰고, 양 손에 짐을 한 가득 들고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퇴근 러쉬아워였기 때문에, 버스나 택시를 부르는 것도 여의치 않았어요. 혼자 들기에 딱 좀 버거워보이는 짐을 낑낑대고 호텔을 나서자, 도어맨 할아버지께서는 감을 잡으셨는지, 택시 필요하지 않냐고 물어보고, 짐도 들어주시더군요 :) 비행기 시간이 몇시냐고 물어봐주시고요. 그래서 튜브 타고 가겠다고 했더니, 시간도 넉넉하니, 그러려무나... 하면서 보내주셨어요. 감사하다고 인사드리고 빠빠이-. 
코벤트 가든 역으로 그 짐을 끌고 가서, 튜브를 탔습니다. 코벤크가든역은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그게 정말 다행이었어요. 물론 승강장까지 가려면 계단을 좀 내려가야 했지만. 사람들이 너나없이 도와주시더군요 :) 친절한 영국인들!
히드로 공항은 터미널이 총 다섯 개입니다. 자기가 타려는 비행기가 어느 터미널에서 출발하는지 미리 알아가야 했어요. 제가 타는 비행기는 터미널 1번이었고, 히드로공항을 지나는 세 개의 지하철역 (터미널 1,2,3 과 터미널 4, 터미널 5 이렇게 3개의 지하철역이 있어요) 중에서 가장 먼저 내리는 역이었죠. 시간이 시간인지라, 튜브는 만원이었지만. 큰 불편함 없이 타고 갈 수 있었어요. 타고 내릴 때도 사람들이 흔쾌히 기다려주고, 양보해주더군요 :) 사람이 많아 공기가 답답했지만, 창문을 열어놓은 덕분에 나중에 사람들이 좀 빠지자 오히려 쌀쌀할 지경이었구요.
무사히 시간 맞춰서 히드로 공항에 무사히 도착했고, 체크인도 잘 했고, 짐도 잘 부치고, 보안검색을 통과했습니다. 히드로 공항 면세점은 뭐... 예상했던 대로 조촐했어요. 여행기간 동안 파운드화 현금을 쓴 일이라고는 먹을 것과 물값, 팁, 그리고 뮤지움과 갤러리 지도값 따위가 전부였기 때문에 지갑 속엔 꽤 많은 현금이 남아있었어요. 이 돈으로 엄마와 할머니의 선물을 마저 샀습니다. 오이스터 카드는 나머지 잔돈과 함께 소중하게 다시 넣어서 가져왔어요. :) 아마도 영국의 해가 서쪽에서 뜨지 않는 이상 다음번에 런던에 가게 되면 오이스터 카드를 또 쓰게 될 테니까요... 아마도- 정말 히드로 공항에서 1존까지 가는 요금만 딱 남겨놓고 파운드화를 모조리 면세점에다 주고 왔던 것 같네요 ㅋㅋㅋ Tax Refund도 무사히 잘 받았고요 ^^ 일이 마무리 되고 떠날 일만 남자, 피로가 물밀듯이 몰려오더군요. 그제서야 제가 정말 영국을 떠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아직 못 본게 많은데... 보고 싶은 것도 많고, 만나고 싶은 분들도 많은데- 떠나야 한다니.
비행기 게이트 쪽에 먼저 가서 쉬고 있었는데, 한쪽 벽면을 문득 보니, Goodbye- 라고 적혀있었어요.


곰털모자를 쓴 근위병 아저씨. 다음번에는 아저씨랑 꼭 사진 찍으러 와야겠어요 ㅋㅋㅋ 생각해보니 근위병 교대식은 못 봐도, 근위병이랑 사진을 찍을 수는 있었는지도 모르겠는데- 바쁘다고 전혀 생각 안 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깨닫고... ㅎㅎㅎ 저 굿바이라는 인사를 보니까 정말 어찌나 아쉽던지... 정말... 아쉬워서, 이륙할 때 눈물이 날 것 같더라고요. 정말 내가 돌아가야 하는구나- 라는 생각에. 무사히 돌아가게 되어서 드는 안도감보다도, 진한 아쉬움을 느끼는 여행은 이번이 또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삽질도 많이 했고, 그만큼 재미있는 일도 많이 겪었던 제 런던 여행은 이렇게 끝났습니다... 비행기 안에서는 잠시 Three days of Rain을 읽다가 밥 먹는 것도 잊을 정도로 죽은 듯이 잠만 잤던 것 같아요.ㅋㅋㅋ 그리고 무사히 인천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올렸던 제 트윗은 아마도- "돌아와 버렸어요. 반송해 주세요 ㅠ_ㅠ" 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ㅋㅋㅋ

마지막편인 만큼, 길이도 길고, 사진도 가장 많고, 스크롤 압박도 최강입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

Posted by 리히테르
런던 여행도 어느덧 막바지. 내일이면 귀국입니다. 마음이 급해진 저는 전날부터 잠을 좀 설쳤습니다.
첫날로 돌아간 것 같았죠. 부지런히 돌지 않으면 최소한의 것도 다 못 보고 갈까봐 조마조마.

스크롤 압박은 계속됩니다. 아니 왜 사진도 말도 줄지를 않아! (매우 치세요...)

Day 5.
2011.9.5. GMT 05:00 London, The Strand Palace Hotel

긴장탄 탓인지, 이른 시간에 눈을 떴습니다. 귀국 시간은 내일 밤 아홉시. 얽... 잠자는 시간을 빼면 대략 런던을 둘러볼 시간은 스무시간 남짓밖에 안 남았...;;; 이날부터 귀국 때 까지는 런던에 도착한 첫날 못지 않게 하이 하이 쏘 하이 모드였던 것 같네요 -_-;;; 제가 묵은 호텔은, 방값이 적잖이 비싸긴 했지만, (일주일치 방값이 거의 왕복 뱅기 표값과 맞먹는 금액 -_-) 워낙에 위치가 좋고, 깔끔했어요. 중간에 왔다 갔다 자주 할 수 있었고, 그 때 청소하는 걸 볼 기회가 있어서 봤는데, (메이드 분이 제가 온 줄 모르고 청소삼매경이었...) 레알 표백제로 박박 닦고 수건도 잘 갈아주더이다. 수압이 나쁘다는 이야기를 듣고 걱정하며 갔는데, 저희 집보다 물 잘 나와서 씻는 데 전혀 문제 없었습니다. 제가 잘 안 씻는 스타일이라 그렇지.. oTL 런던의 석회수는 악명이 높긴 높아서, 린스를 잘 챙겨갔는데, 피부는 그냥 저냥 별일 없었지만 머리는 린스 써도 뻣뻣해지더라는;;; 냉장고가 없어서 좀 불편했는데, 뭐 날씨가 그렇게 더운 곳도 아니라서 그냥 저냥 그렇게 불편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level 7 (우리나라로는 8층) 이었는데, 호텔 방 너머의 창문은 저런 풍경이더군요. 아침에 깨면, 오 예... (네. 저쪽은, 런던의 동쪽입니다. ㅋㅋㅋ 아침 맞습니다. ㅋㅋㅋ) 거킨과 시티가 보여요. 헤헤... 다만 이 창문은 보안상의 문제로 열리지가 않아 환기가 되지 않아 좀 답답했습니다만, 선풍기가 있더군요 ㅋㅋㅋ 오냐. 방값 비싼거 용서해주마... (그래도 비싸긴 되게 비쌌죠...ㅎ)


꼭두새벽 (우리나라에서는 출근하기 위해 일어나는 시각이건만, 여긴 꼭두새벽 맞음 ㅇㅇ) 부터 워털루 브릿지를 건넙니다. 셜록에 나온 앵글과 비슷한 각도로 사진 한 장 더 찍어보고. 셜록 3화에 나왔던 옥소Oxo 타워 근처의 뻘밭에 가보려고 했습니다. 여기서 계산 착오. 브라이튼에서 오후 2시~3시가 만조였던 걸 기억해서, 아침 일찍 가면 물이 빠진 걸 볼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었죠... 그러나. 이건 완전히 오류 -_-;; 템즈강은 도버 해협, 브라이튼 쪽은 영국 해협. 다른 바다입니다. 켁. -_-;; 간조, 만조 시간이 거의 반대였죠... 그래서 이날도 삽질. 아놔 내가 우리나라에서도 안 보는 만조 간조 시간을 영쿡의 런던까지 와서 알아가야겠느냐고...;;; 결국 런던에 있는 내내 저는 템즈강의 뻘밭을 보지 못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세인트 폴에서 밀레니엄 브릿지를 건널 때 즈음 (오후) 이 물이 빠지기 시작한 시각이었는데, 왜 그걸 까먹고 그리 삽질을 했는지 원. 워털루 브릿지를 건너 서우스 뱅크 센터의 헤이워드 갤러리 간판을 찍고, 흐뭇한 마음으로 옥소 타워 쪽으로 걸어갑니다. 전 그 때 까지만해도 템즈강의 수위에 대해서 개념이 없었죠...네... orz

셜록 오프닝은 워털루 브릿지가 포함되어 있죠. 저는 워털루 브릿지에서 찍었으므로...;;;

사우스 뱅크의 마스코트, 늑대. 토피어리인지 사암 조각인지 헷갈리네요. 어딜 보는 걸까요


사우스 뱅크 센터는 트윗에서 각종 공연 전시 홍보로 그렇게 염장을 지르더니만, -_-;; 결국은 셜록 2화의 그래피티 외에는 얼씬도 못 하고 귀국했습니다. 그냥 저 폰트 찍어왔으니 됐다... 는 개뿔, 갈거야 -_- 런던 또 갈 거야 -_- 가서 저거 보고 올거야... oTL 설핏 듣기로는 현대미술, 특히 독창적 전시회가 많이 열린다고 합니다.
여튼 워털루 브릿지에서 NT를 지나서 세인트 폴 쪽, 증 동쪽으로 걷다 보면 IBM 건물이 나오고, 그 건물을 지나면 얼마 안 가서 OXO 옥소 타워가 보입니다. 이 부근이 셜록 3화에서 미술관 경비원, 알렉스 우드브릿지의 시체가 발견된 곳이지요.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시피, 옥소 타워 옆으로 강변으로 내려갈 수 있는 계단도 잘 되어 있습니다만, 걸어서 내려 갈 수는 없었습니다. 옷 벗고 뛰어든다면 모를까...;;; 수영하기엔 좀 춥더이다... ㅋㅋㅋ 게다가 들어갔다가는 나도 알렉스 우드브릿지 될 기세.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발걸음을 돌립니다. 세인트 폴에 기어이 한 번 더 갔지요. 어제 놓친 건 정말 아쉬웠는데다가, 트친 카뮤님께서 세인트 폴 갤러리는 꼭 올라가봐라, 올라갈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매우 강조해 주셨기 때문에 귀가 얇은 저는 도저히 그걸 포기할 수가 없었을 뿐더러, 어제 갤러리 뿐만 아니라 지하 묘지도 닫았기 떄문에 그 유명한 넬슨 제독의 묘와 웰링턴 공작의 묘 뿐만 아니라, 화가와 시인들, 그리고 성당의 설계자 크리스토퍼 렌의 무덤도 못 보고 왔거든요.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물론 세인트 폴 말고 다른 데를 갈 수도 있었지만, 아직은 내일 하루가 더 남아있었고, 날씨가 저렇게 좋은데, 아침 첫 시간에 올라가면 사람도 별로 없고 (월요일이니까...) 괜찮을 것 같았습니다. 성당이 문을 열자마자 (아침 10시) 후딱 성당에 들어 갔다 오는 걸로 하고, 그 사이에 뭘 할까 고민을 해 봤는데, 남들 다 가는 런던타워와 타워브릿지, 그리고 런던 시청 쪽을 못 가봤더라는 게 생각났죠. 제가 잡은 런던 행동 반경의 동쪽 경계 East border는 화이트채플과 브릭 레인이었는데, 이게 타워브릿지보다 동쪽입니다. 몰랐는데 화이트 채플이 1존과 2존의 경계더라고요. ^^ 금융 허브인 카나리 워프는 2존과 3존 사이에 있던 걸로 기억하는데, 거기까지 갈 엄두는 내지 못했죠. 나중에 들어보니 우리나라 코엑스 같은 곳이라더군요. 큰 미련은 남지 않습니다. 이 날, Day 5 까지 제 행동반경은 동쪽으로 거킨과 바비칸, 세인트 폴과 테이트 모던을 지나지 못한 상태였어요. 아무리 내가 타워 브릿지 따위는 아오안하는 녀석이라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_-;; 보기는 봐야죠. 게다가 Tower Hill 타워 힐역의 지도를 보니, 그 쪽에 런던탑과 런던 시청 신청사가 있기 때문에, 잠깐 가서 한꺼번에 보는 거면 효율적이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사진만 찍자고 생각해서...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테니 자투리 시간에 보자 생각했어요. 어차피 화이트채플과 브릭 레인까지는 못 갈 것 같았습니다. 당시 전 "여지껏 피카딜리 서커스에 한 번도 안 가봤"었던 상태... orz 게다가, 아무리 바빠도 V&A랑 베이커 가는 찍고 가야지 말입니다. 하이드 파크는 런던 오기 전에 이미 포기했다고 쳐도 말이죠. 게다가 오늘은 주말이 지났으니 주말 동안에 있었던 런던 지하철 "금족령" 도 풀렸습니다. ㅋㅋㅋ 출근 시간이 되기 전에 서둘러야죠. 출근시간이면 사람이 많아서 일부 노선은 연착이 심하거든요. 하지만 아직 이른시간이니까... 버킹엄 궁을 찍고 가기로 합니다. 타워 힐 역과 같은 노선 상에 있는 세인트 제임스 St James 역에서 내리면 첫날과 다른 코스로 금방 버킹엄 궁을 지날 수 있으니까요. 더 몰을 걷고 싶은 마음은 끝까지 들지 않았습니다. ㅋㅋㅋ 그 먼 길을 내가 왜 걸어 -_- 출근하는 것도 아니고... 그거 말고 더 예쁜 길도 많고 볼 거 많아 바빠 죽겠는데 ㅋㅋㅋ 지하철 만세. 본전 뽑자. 워털루 브릿지를 도로 건너 엠뱅크망 역에서 서클 라인이든 디스트릭트 라인이든 타고 세인츠 제임스에서 내려서 버킹엄 보고 같은 라인 타고 타고 가는데, 오호호. 금족령 풀리니까 다닐 만 하구나. 이러면서 씡나게;;; 걸어갔습니다. 

워털루 브릿지.

셜록이 노숙자를 만나 정보를 얻었던 워털루 브릿지 밑

워털루 브릿지 밑을 지나 엠뱅크망 역으로 가면서 클레오파트라 니들 건너편의 조각상

클레오파트라 니들, 걍 오벨리스크입니다. 별거 없었음.


여왕님의 거처, 버킹엄 궁. 영국 국기가 걸려있으면 궁에 여왕님이 계시다는 의미. 어차피 근위병 교대식 따위는 볼 생각이 전~~~혀 없었고, 그냥 이 나라의 여왕, 내가 덕질했던 나라의 여왕님이 사시는 거처라니 다녀가보는 게 예의일 것 같았죠. ㄲㄲㄲ 여왕님께서는 8월 중순부터 9월 초까지 윈저 성에서 여름 휴가를 보낸다고 알고 있었는데, 오잉. 버킹엄 궁에 계신다네? 휴가 다녀오셨군요. 휴가 잘 다녀오셨습니까, 여왕 폐하. ㅋㅋㅋ 속으로 그렇게 인사를 하고, 궁전 사진을 열심히 찍었습니다. 버킹엄 궁의 인상은, "여왕님 혼자 사시는 건 아닐 터인데 궁전 너무 작은 거 아님?" 참... 유럽의 다른 성 -제가 가본 오스트리아 빈의 쉔부른 궁이라든지, 가보진 못했지만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하는 프랑스 파리의 베르사이유 궁이라든지 말이죠- 에 비해서 상당히 작고 아담해서, 그런 궁들에 비해서는 오두막집 같아 보였달까요 -_-;; 

분수대도 있고...

뽀대나는 철문과 정원

더 몰. ㅎㅎㅎ 난 저 길로 출근하지 않는 이상 안 다닐꺼여 -_-


세인트 제임스 파크를 가로질러, 지하철 역으로 가는 길에... 햇살이 고운 탓인지, 지난 번에는 호수를 경계로 저쪽 편만 봤는데, 이번에는 버킹엄 궁 쪽, 그러니까 반대편을 볼 수 있었습니다. 싱그러운 햇살, 촉촉한 공기, 상쾌하기는 얼마나 상쾌한지. 꽃들은 얼마나 예쁘던지. >_< Hooray!

호수 너머의 런던 아이.

런던아이...

벤치 하나 하나 사랑스럽습니다.

공원 에 드문 드문 흩어진 우아한 조각상들. 이건 수돗가? 샘물? 이더군요 ㅋㅋ


인적이 드문 이른 아침 이 시각, 공원의 주인은 사람이 아니라 "오리" 입니다. -_-;; 덩치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보는 오리보다는 1.5배 큰 녀석들이 제가 가까이 가도 도망가지 않습니다. 오히려, 제가 먹을 거 가져오는 줄 알고 제 쪽으로 슬슬슬 다가옵니다. 헐킈. 더헉. 진짜 놀랬어요. 심지어 오리 한 마리는 카메라를 들고 다가가니까 카메라가 먹을 걸로 보였는지, 지가 사람인 줄 아는 건지 제게 다가와서 제 허벅지를 부리로 꾹꾹 찔러대더라니까요? ... 뭐야 이거 무서워. 영국 왕실이 키우는 오리는 다들 자기가 이렇게 사람인 줄 아나요? 왕가에서 오리도 교육시키냐며. ㅋㅋㅋ 게다가 카메라를 들이대니, 먹이가 아니라는 걸 이내 깨달은 녀석은 새침하게 포즈를 잡아주는 시츄에이션... orz 이쯤하면 오리가 아니라 사, 상전... ㅋㅋㅋ 내가 쟤들이 구미에 당길 만한 먹을 걸 안 가져오기 다행. 그럼 진짜 대거 공격당했을 것 같군요... 껄껄.


세인트 제임스 역은 화이트홀 한가운데 있죠. 가면서 법무부 건물 보고 오오잉. 하면서 찰칵 :)



정액권 본전을 뽑기 위해서 타워힐 역까지 쭉 갑니다. 확실히 튜브를 타면 빠르긴 빨라요. 금방 가더라고요 :) 타워힐 역의 출구로 나오면, 바로 런던 탑이 보입니다. 우와. 길만 건너면 됩니다. 그리고 런던 탑 너머로 템즈강이 넘실 넘실. 오. 좋다. 은혜로운 지하철 역이로다. ㄲㄲㄲ

런던 탑

타워힐 지하철 역 앞의 해시계. 언더그라운드 표지판 뒤의 허름한 성벽은 로마시대의 성벽이라죠... :)

왼쪽의 런던 탑 너머 현대식 건물 중 달걀모양의 건물이 런던 시청 신청사

런던 탑 입구의 조각들. 상당히 리얼합니다. 색깔만 아니면 박제인 줄로 착각할 뻔했...


런던 탑의 옆길로 조금만 걸어가면, 템즈 강이 나오고, 거기서 왼쪽을 보니, 타워 브릿지가 그 고운 자태를 드러냅니다. 오예. 런던에서 제일 오래된 다리. ㅋㅋㅋ 난 봤지롱. -_-;; 저 다리를 건너가서 런던 시청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각도가 나오는 위치로 가야 정석적인 여행이겠지만, 시간이 없으므로 비슷한 각도에서 사진만 난사해대고, 생략 ㅠ_ㅠ

런던 탑 사이로 보이는 거킨!

역광이라 사진 찍기가 힘이 듭니다 -_-


어차피 런던 탑에 들어갈 생각도 없고, 시청도 보고 타워브릿지도 봤으니, 세인트 폴에 올라가야 합니다. 도로 지하철 역으로 오는 길에 작은 공원이 있어서 또 한 번 찍어보고 :)


타워 힐 역에서 한 정거장만 서쪽으로 가면 모뉴먼트 Monument 역이 있는데, 이 역은 Bank 역과 지척이라 (차링 크로스와 엠뱅크망 정도 되는 듯) 기나긴 환승통로를 지나 센트럴 라인을 타고 세인트 폴까지 갔습니다. 모뉴먼트 역에서 내리면 런던 대화제 (1666) 기념비와 코크니의 어원이 된 종탑이 있다고 하지만, 시간 없어서 생략 ㅠ_ㅠ
제가 세인트 폴에 도착했을 땐 열시가 좀 지난 시각이었습니다. 후훗. 아직 사람이 적습니다. 입장료는 14.50파운드. 싸지 않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 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기에 군소리 안 하고 냅니다. 성당 내부는 사진 촬영 금지. 조용히 쉬고 계시는 영쿡의 영웅과 위인 어르신들을 노하지 않게 하려면 그게 예의였겠지요. 세인트 폴 성당은 런던에서 가장 크고 높았던 건물 답게, 돔 꼭대기의 높이는 지상에서 85미터. 약 건물 15~17층가량의 높이입니다. 이쪽 편에서 속삭이는 소리가 반대쪽 편에서 다 들린다는, 돔 천장 기저부 가장자리에 위치한 첫번째 갤러리, 위스퍼링 Whispering 갤러리를 지나, 스톤 Stone 갤러리, 그리고 맨 위의 골든 Golden 갤러리까지 올라가면, 런던 시내를 한눈에 다 볼 수 있습니다. 위스퍼링 갤러리는 실내, 스톤 갤러리와 골든 갤러리는 야외죠. 우리나라 서울로 치면 남산타워 같은 데라고나 할까요. 맨 꼭대기인 골든 갤러리까지는 계단이 나선형으로 총 530여 개. -_- 나선형이라서 올라가면서 계단이 많다는 느낌은 별로 안 들지만 (게다가 중간에 위스퍼링과 스톤 갤러리에서 쉬어가니까요 ^^) 마냥 녹록하지만은 않습니다. 노인네들이 거기 올라가다 심장발작을 일으키기도 한다고. 천식환자나 비만인은 아예 올라가기 전에 안내인이 체크하고 올라가지 말라고 말리기도 하는 것 같더라고요. 승강기 타고 가라고... 사실 그나마 승강기는 위스퍼링 갤러리까지밖에 없습니다...-_-;; 제가 갔을 때도 CPR방송이 하나 터져서 완전 깜놀;;; 나선형 계단이라 계단 올라가기가 힘들다기보다는, 층계폭이 좁고 가팔라서 저는 힘들다기보다는 어지럽다는 게 더 문제였습니다. -_-;; 꼬불꼬불하고, 일부 통로는 저도 간신히 몸이 통과할 정도로 좁더군요. 덩치 큰 서양 아줌마는 통로에 껴서 못 지나갈 지경. 그러나... 일단 제일 꼭대기 골든 갤러리까지 한 번 올라가 보면, 힘들게 숨을 몰아쉬며 올라간 관광객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장관을 볼 수 있습니다. 다들 탄성을 지르고 숨을 몰아쉬며, It's valuable, It's worthy to go up을 외치고요. 게다가 돈을 그렇게 많이 냈는데, 본전은 뽑아야 되겠다는 일념으로 올라가기도 했죠. 와... 사실 골든 갤러리는 바람도 강하게 불거니와 (강풍이면 폐쇄된다고 -_-) 일단 올라가면 한 바퀴 돌 수는 있는데, 통로가 굉장히 좁고 높아서, 제 어깨-목까지 오는 펜스가 촘촘히 쳐져있었는데도 바람이 하도 세게 불다 보니 전 다리가 후들 후들 떨려서 (제 몸무게가 얼만데 설마 날아가겠냐만은 -_-) 벽에 찰싹 붙어서 게걸음을 걷는 삽질을 ㅡㅜ 골든 갤러리와 위스퍼링 갤러리 모두 올라가는 층계와 내려가는 층계가 일방통행입니다. 올라간 층계로 도로 내려갈 수 없고, 내려가는 층계로 올라갈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골든 갤러리에서는 사진은 찍는 둥 마는 둥, 내려가는 쪽 까지 이 동그란 기둥의 반 바퀴를 돌아야겠는데 정말 너무 무서워서 발걸음이 안 떨어지고 눈물이 찔금 나고 그랬는데 어떻게 어떻게 정신줄 안 놓고 내려왔네요. 어휴 ;;; 앍... 근데... 명불허전입니다. 세인트 폴에 들러 가는 사람들이여, 힘들어도 포기하지 말고 꼭, 끝까지 올라가시기를. 으와... 날씨도 꽤 괜찮았기 때문에, 멀리까지 보였고, 정말 최고였습니다. :) 

스톤 갤러리에서 바라본 테이트 모던

역시 스톤 갤러리입니다. 아래 광장의 예수님상이 잘 보이죠!

역시 스톤 갤러리, East view. 거킨이 잘 보입니다.

스톤 갤러리에서 골든 갤러리로 올라가는 길의 성당 돔 지붕 내부. 곰팡내가 물씬해요 :)

골든 갤러리. West view. 런던 아이와 헝거포드 브릿지가 잘 보이죠.

골든 갤러리. East view. City입니다.

역시 East쪽 view

골든 갤러리에서 바라본 테이트 모던.


세인트 폴에는 폴 성당의 설계자인 크리스토퍼 렌 경뿐만 아니라 터너, 밀레이, 라이톤 경 등 화가들의 무덤 뿐만 아니라 블레이크와 바이런 경 등 웨스트민스터에는 없는 수많은 시인과, 영국 국민의 영웅, 넬슨 제독과 웰링턴 경의 무덤이 있죠. 무덤들을 하나 하나 둘러보면, 알게 되지만, 주로 경찰, 군인, 의사 등 웨스트민스터보다는 좀 후대 사람들을 중심으로, 고관 대작들보다는 주로 중산층이나 평민 계층 사람들 중에서 존경받는 사람들이 주로 모셔져 있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지하 묘지에는 세인트 폴의 역사가 파노라마 영화로 상영되고 있었죠. 지루하지 않게 아주 잘 해놨더라고요 :) 비록 30년이라는, 유럽 성당의 건축 역사상 거의 최단기간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짧은 시간에 지어진 성당이건만, 그렇다고 대충 지은 건 아니었습니다. 2차 대전 때, 독일 공군이 이 성당에 폭격을 해 댔고, 실제로 이 세인트 폴 성당의 돔의 일부와 회랑은 직격탄을 맞고 부셔졌습니다만, 성당은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이걸 보고 런던 시민들은 목숨을 걸고 성당의 돔에 기어올라가 불발탄을 걷어냈다고 하죠. 당시 수상인 윈스턴 처칠은 세인트 폴 성당을 지키자는 연설로 온 영국인들의 마음을 뜨겁게 달구었고요. 그 때의 흑백사진을 기념품점에서 엽서로 팔고 있길래, 한 장 집어왔습니다. 이제는 다소 관광지로 전락했을지언정, 이 세인트 폴 성당은 그런 이유에서라도 런더너들에게 정신적인 지주라고 합니다. 이런 대강의 사연을 알고 갔던 저는 지하 묘지의 연대표도 꽤 감동적으로 구경할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네요 ^^ 갤러리에 올라 갔다 와서도 성당 내부를 쭉 돌고 지하 묘지 Crypt 도 한 바퀴 도는데 한참이 걸렸어요. 무덤은, 웨스트민스터와 마찬가지로 찾아다니면 찾아다니는 만큼 보이더군요. 영국을 영국답게 한 사람들이여, Rest in Peace.


오늘은 월요일. 코톨드 갤러리가 무료 개장을 하는 날입니다. 오후 2시까지이기 때문에, 서둘러 서머싯 하우스로 가야 합니다. 주섬 주섬 기념품도 챙기고 나니 벌써 11시가 넘어버렸길래, 서두릅니다. 차링 크로스로 갈까 했다가, 갈아타러 한두 정거장 가기도 귀찮고 무엇보다 지하 환승 통로는 -_- 진짜 좁고 어둡고, 무슨 두더지 땅굴 마냥 답답했기 때문에, 그냥 호번 역에서 올드위치쪽을 통해 걸어가기로 했습니다. 이참에 그쪽 구경도 할 겸 해서요. 올드위치 쪽을 가다 보니까 요런 건물이 나오더군요. 부시 하우스. 오잉. BBC가 여기 잉네? 안 그래도 런던 북서쪽 Peddington 패딩턴역 너머까지 가야 하는 (2존) TV 센터까지는 갈 시간이 없기 때문에 꿩 대신 닭으로, 한국에 있을 때 스푹스를 보면서 잘근 잘근 씹어대며 발로 차주겠노라 마음먹었던 BBC 현판을 발로 찼... 다간 왠지 한국 가기 전 마지막 행선지가 스코틀랜드 야드가 될 것 같아서 참고 그냥 애꿎은 카메라만 부려먹습니다. 찰-칵.

황금 빛이 번쩍이는 BBC 현판.

올드위치 거리 간판과 CCTV. 런던은 전세계에서 가장 CCTV가 많은 도시답게, 정말 어딜 가나 있더군요. 많기도 많더이다.

부시 하우스에서 본 건너편 광장


지도상에서 거리로는 제법 걸어야 할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금방입니다. 코톨드 갤러리에 성큼 들어갔죠. 마침 툴르즈 로트레크와 잔 아브릴 특별전을 하고 있었는데, 어떻게들 알고 찾아왔는지 정오도 안 된 시각인데사람이 바글글 다글다글 합니다... -_-;; 헐. 이 싸람들아, 점심도 안 드시나요. oTL. 코톨드 갤러리는 영국 가기 전부터 각종 책자들과 입소문을 통해서 런던 미술관 중의 알짜 -_-)b 라는 소문을 듣고 기대에 부풀어 입장했습니다. 역시, 실망 시키지 않더군요. ㄷㄷㄷ 마네와 모네의 그림이 같은 장소에 모셔져 있으며, 세잔의 그림이 방 하나를 가득 채우고, 루벤스의 그림을 올려다 볼 수 있으며, 고갱과 고흐의 그림이 그들이 함께 살았던 노란 집인 양 함께 걸려있는 그런 미술관입니다.

이런 화려한 장롱도 있군요. 나도 혼수로 이런거 하ㄴ..(야!!!)

세잔의 자화상

가장 유명한, 마네의 폴리베르제르의 여인. 사람들이 빼곡한 게 보이시나요. :)

모네의 정물화

창가의 조각상

모네의 풍경화 앞에서 스케치를 하는 할아버지.

그림도 그림이지만, 이 곳 천장화와 벽화를 그린 화가와 천장화에 대한 설명도 일일이 다 걸어놨습니다. 정말 예뻐요.

가장 유명한, 반 고흐의 "귀를 자른" 자화상. 네덜란드의 반 고흐 미술관에 하나, 그리고 이곳 코톨드 갤러리에 하나. 전 세계에서 두 점.

그림도 그림이지만 천장화도 참 예쁩니다.

고흐의 그림 옆엔 고갱의 그림이 나란히 걸려있습니다.

한층 위에는 피카소를 비롯해서 작은 그림들과 풍경화가 아기자기하게 걸린 이런 곳도 있구요.

피카소 초기 그림도 이렇게 있어요. 서명이 보이시죠!

추상화를 감상하는 아저씨


툴르즈 로트레크 특별전은 잘 모르는 화가이기도 해서 대강 둘러보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이 너무 많았...orz) 근데 대강의 인상으로도, 포스터며, 당시 무용 팜플랫, 티켓까지 -_- 시대별로 참 깨알같이 모아뒀는지, 전시 굉장히 잘 해놨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로트레크의 화풍이 변하는 것도 볼 수 있구요. 불행했던 삶을 살았던 화가의 노고가 고스란히 드러나있던 전시회였습니다. 실제로 코톨드 갤러리의 설립자도 굉장히 안목이 뛰어나서, 작품을 완전히 이해하고 감상할 때 까지 몇십년이고 꾸준히 보고 공부하는 옵세 -_- 였다고 하네요.
갤러리 샵에서 못 본 그림들과 고흐의 엽서를 몇 장 사들고 호텔에 들려서 짐을 좀 내려놓은 다음, 이제 피카딜리와 리젠트 스트릿으로 가기로 합니다. 내일이 귀국인데, 홍차 지르러 가야지라. 가기 전에, 생각해보니까 로얄 오페라 하우스의 플로럴 홀을 못 본 것 같아서... 그쪽을 통해서 코벤트 가든 역으로 가서 지하철을 타기로 했습니다. 가는 길에 행운을 맛봤죠. ㅎㅎㅎ

오메. 런던 경찰들 말 타고 다닌다니 진짜다! 꺄.

로얄 오페라 하우스의 플로럴 홀.

헷 런던의 명물 빨간 전화박스와 블랙캡이 특별출연해주셨길래 한 장 더...(...)


코벤트 가든 역에서 피카딜리 라인을 타고 피카딜리 서커스 역으로 나오니, 일단,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아오. 공기가 다릅니다. 사람이 정말 어찌나 많은지 -_-; 여태 제가 다닌 곳들 중에서 제일 사람 많았던 것 같아요. oTL BBC 셜록 미방영 파일럿을 보면 바로 아래 사진즈음을 지나는 존 왓슨을 스탬포드가 불러세웁니다. 바로 거기가 크라이테리온 레스토랑 앞이었... (... 맙소사...)

Criterion 레스토랑. ㅎㅎㅎ 셜록홈즈 원작소설에서 마이클 스탬포드가 존 왓슨에게 밥사줬던 식당이죠. 최고급 레스토랑입니다 ㅋㅋㅋ

유명하신 큐피드 상. 사실은 큐피드 동생에 해당하는 자비의 신이라죠? 활은 있지만, 화살은 없습니다.


피카딜리 광장의 저 동상 앞에 있으면 24시간 안에 아는 얼굴을 만나게 된다고는 하지만, 전 그거 싫으므로 ㅋㅋㅋ 사진만 찍고 발걸음을 옮깁니다. 할 게 많다구. ㅎㅎㅎ 리젠트 스트릿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OMG. 한쪽 반은 완전 공사중. 더블 데커들이 그 좁은 길을 아슬 아슬하게 그러나 천천히 잘도 왔다 갔다 합니다. 정신 없이 지나다니는 와중에 문이 뒤로 나 있는 로드마스터, 그러니까 구형 버스들도 목격했습니다... 정말로 사람들이 정류장 없이 뛰어가서 타고 뛰어 내리더군요... 엄마야. 저거 어톤먼트에 나왔던 그 버스...(야!) 골동품이 길거리를 다니네? 이러면서 넋 빼놓고 바라보다가 문득 정신차리고 걸어가기를 몇 번. 내가 이 복작거리는 거리에서 그러고 다니고도 소매치기 한 번 안 당하고 잘 돌아온건 행운이었던 게 분명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ㅋㅋㅋ 여기는 정말 몇 미터 간격으로 지도가 계속 나와서, 길 찾기 참 편했어요. 문제는 공사판이 한창이었다는 거. 어지간한 매장은, 위치가 옮겨갔거나, 문을 닫았거나, 매장을 축소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가져갔던 여행책자에 소개된 가게들은 특히 대부분 그랬어요. 어차피 쇼핑이 목적은 아니었지만, 복병이 있었으니 바로 웨지우드 Wedgwood 홍차. -_- 아니 왜 가게가 없냐, 가게가 없어 -_-;;; 홍차 뱉어내 이 자식들아아아아.

리젠트 스트릿에 있던 과자점.... 으와... 내가 찍은 사진에 내가 위꼴 ㅡㅜ

공사 안 하는 부분은 그나마 좀 깔끔해 보이네요.


번잡한 큰길을 피해서 피카딜리 아케이드 쪽을 둘러보러 갑니다. 좋은 캐시미어 옷들이 많이 있다고 해서, 부모님 선물을 거기서 살까 한 번 보려고 했어요. 골목 골목마다 오래된 건물들이 정말 얼마나 멋지던지 ㅠ_ㅠ

피카딜리 아케이드 옆의 건물

피카딜리 아케이드. 구두 닦는 영국 신사...


한 바퀴 둘러봤으나 물건 보는 안목이 아직 덜 자란 저는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일단 홍차를 사러 발걸음을 옮깁니다. 런던, 그것도 피카딜리에 왔으면 당연히 포트넘 & 매이슨 Fortnum & Mason에는 한 번 가야죠. 찾는 건 어렵지 않았어요. 이 근방도 도로 공사가 한창이더군요. 에구구... 

신호 기다리면서 건너편에서 찰칵

위엄 돋는 바닥의 로고

가게 내부


영국 왕실에 차를 납품하는 회사인 포트넘 & 매이슨.  과자와 차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이곳은 가히 천국입니다. 지상 지하 합쳐서 6층인가 7층인가까지 있다고 하던데 하여간에 저는 바빠서 한 층밖에 못 봤지만, 욜형 말씀 들어보니 윗층에는 애프터눈 티를 마실 수 있는 찻집도 있고, 크리스마스 물품을 파는 곳도 있더라고, 로얄 웨딩에 쓰인 케익이랑 쿠키도 전시해 놨더라고...(꼬록...) ㅎㅎㅎ 다 못 구경하기 잘한 것 같기도 해요. 못나왔을지도. 런던 가게들은 다 무슨 꿀을 발라놨답니까, 죄다 무슨 문에 사람을 못 나가게 하는 자석이라도 달아놨답니까. 왜들 이래 진짜 ㅋㅋㅋ 저는 일단 여기서 의국에 갖다드릴 선물과 홍차들을 바구니에 차곡 차곡 쟁여갑니다. 근데... 진짜 못 고르겠더라고요... 이걸 담으니까 저것도 담고 싶고, 저걸 담으니까 그것도 담고 싶고... 이런 식. 내가 도둑놈이더라도 못 골라서 못 훔치겠다, 이놈들아. (이 말을 V&A에서 또 하게 될 줄, 이날까지만 해도 전 꿈에도 몰랐죠... -_-+) 여튼 한국에서 익히 유명하다 들었던 홍차 종류 (퀸 앤이라든지, 로얄 블랜드 따위) 를 담고, 비스킷 통이 너무 이쁘길래 의국에다 드릴 걸로 하나 골라잡습니다. 비스킷 다 먹고 나면 통은 내 꺼! 이러면서...oTL 잼 종류 엄청나게 많고, 선물 포장도 잘 되어 있어서 사오고 싶었지만, 일단 너무 무거웠어요. 혼자서 도저히 못 들것 같더라고요. 이미 이 때까지 다니면서 야금 야금 모은 팜플랫이며 지도, 그리고 책과 엽서들을 비롯한 종이 짐이 한 짐이었거든요 -_-;; 하여간에 들었나 놨다를 한 열 번 정도 한 끝에 자제력을 최대로 발휘하여, 차와 과자를 한아름 담았습니다. 큰 봉지로 두 짐이었는데, 당연히 100파운드 넘겠구나 망했네 이러고 계산대에 가져갔는데, 반도 안되더라고요. 우리나라 돈으로 10만원을 안 넘었어요. 홍차를 많이 사서 그랬는지 생각했던 것 보다 그렇게 비싸지 않았어요. 위타드 같은 곳에 비하면 비싼 편이긴 했지만, 그래도 명성에 비해서는 괜찮았죠. 오히려 초콜렛이나 토피류가 훨씬 더 비싸서 놀랬습니다. 잼도 가격은 괜찮았던 것 같아요.


포트넘 매이슨에서 다시 리젠트 스트릿으로 나가려고 방향을 잡고 걸으니까... 생각지도 않은 행운이 출연합니다. 런던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인 Hatchards. 생각해보니 포트넘 매이슨 옆집이네요 ㅋㅋㅋ 간판의 년도에서 보실 수 있듯이 무려 18세기 말에 문을 연 이 책방은, 거의 200년도 더 된 세월에도 불구하고 꼿꼿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ㅡㅜ 으아.......... 살려줘어....... 들어가보니까, 오래된 원목 가구의 향기가 은은합니다. 책들의 배치나, 규모도 상당합니다. 지하층과 2층까지 다 서점이었는데, 못나갈 것 같아서 다 둘러보진 못하고, 책들도 양장본이 많고, 고급스러운 제본의 책을 많이 팔더군요. 군침이 뚝뚝 돋는 걸 참느라고 아주 고역이었습니다. 다시 생각해도, 정말 제가 여기서 어떻게 살아나왔는지 모르겠어요... 꺼억...

간지 돋는 셜록 홈즈 양장반... 우오. 집을까 말까 집을까 말까 쓰다듬기만 하다가 너무 두꺼워서 눈물을 머금고 포기 ㅠ_ㅠ


한참을 이렇게 번화가를 돌고 나니, 손에 든 짐이라고는 홍차 뿐인데도 괜히 지치고 허기집니다. 런던에 온 이래 호텔에서 거의 어거지로 우겨넣는 아침밥 이외에 한 번도 제대로 된 밥을 사먹은 적이 없으니, 은근히 한끼 식사가 그리웠죠... 그러던 제 눈에 띈 시내 한가운데 작은 교회의 free market 프리마켓. 어디서 너무나도 맛있는 냄새가 나길래 끌려갔더니만... ㅡㅜ 싼 가격으로 이것 저것 푸짐하게 많이 팔더라고요... 여기서 작은 조각 파운드 케익과 페루 음식이라고 놓고 파는 걸 사먹었습니다. 그냥 고기 볶음, 새우 볶음, 감자 볶음 이런 거 한데 섞어서 칠리 소스랑 볶음밥 같은 거에 곁들여 먹는 거였어요. 그나마 거기서 파는 것 중에서 제일 덜 느끼해 보이는 음식이라 골랐는데, 성공적이었습니다. 일단 배고파서 그런지 맛있었구요, 워낙에 양이 많기도 한데, 그래도 음식 담아 주는 사람에게 잘 말해서 내가 먹고 싶은 거 좀 더 덜고 안 먹고 싶은거 좀 적게 덜고 이런 걸 얘기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 

나의 일용할 양식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ㅋㅋㅋ

교회 뒷마당에 앉아서 먹는 점심은 정말 맛있었습니다. ㅋㅋ


밥도 먹었고 해서 기운 내서 호텔로 돌아갑니다. 포트넘 & 메이슨 홍차가 한짐이었기 때문에 일단 이걸 좀 두고 와야 했어요. 들고 돌아다니니까 너무 힘들어서 -_-;; 그 와중에도 길가를 지나며 눈에 띄는 녀석들을 찍어대는 건 여전합니다. 워터스톤 서점. 이것도 역사가 꽤 있는 대형 서점이죠. 여기서 벤베니의 신작 드라마 Parade's End를 구했습니다. 홍차짐에 책짐. 도저히 안되겠는데... 제가 정말 욕심 많기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인간이 맞나 봅니다. 여기서 좀 더 걸으니까 옥스포드 스트릿이 나오더라고요. -_-;; 

워터스톤 서점.


옥스포드 스트릿 역은 차링크로스로 가는 Northern 라인이 지나고 있기도 했고, HMV도 여기에 있을 뿐만 아니라, 이 근처에 위그모어 홀이 있었거든요. 공연은 못 봐도, 위그모어 홀 구경은 해야지라... 하는 마음에... 여기까지 왔으니 위그모어홀로 그냥 제 발걸음이 거기를 향해 가고 있네요... 손이랑 어깨는 비명을 지르는데 ㅋㅋㅋ ㅡㅜ

가는길에 이른바 까페 골목인 카나비 스트릿도 지나쳐갔습니다. 까페에서 느긋하게 한 잔 하고 싶지만... 갈 길이 바빠서 생략... 흑... 도대체 전 왜 그렇게 바빴을까요... 뭘 했다고...;;;
 

카나비 간판이 보이시나요. :)


위그모어 홀은, 위그모어 스트릿에 있어서 위그모어 홀입니다 -_-;; 이 길은 복작복작하기 이를 데 없는 옥스포드 스트릿에서 북쪽으로 한 블록 뒤쪽에 있어요. 사람이 좀 덜 다니는 주택가입니다. 


위그모어 홀을 봤으니 이제 정말 호텔로 가야 겠는데, 어차피 한 번 지름신이 내린 거, 끝장을 보자 싶어서 HMV에 가서 DVD도 마저 챙겨가려고 했습니다. 근데 -_-;; 여기서 복병. 옥스포드 스트릿도 공사중;;; 길거리의 반이 공사중인데, 공교롭게도 HMV 매장이 공사중이어서, 다른 곳으로 옮겨갔더라고요. 그걸 모르고 있었던 저는 내내 해멨습니다. 게다가 내일 귀국인데 아직까지 비타코코를 파는 곳은 눈에 띄지 않고... 옥스포드 스트릿에 Waitrose가 있다고 들었는데... 아무리 봐도 그 간판을 찾아 헤매는데, 어딨는지 보이질 않아서 속이 꽤나 탔습니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백화점 지하 식품매장이어서 못 찾은 거였다는 ㅋㅋㅋ 결국은 짐 가득 들고 낑낑대다 완전 지치고 입이 한 자 정도 나와서 호텔로 돌아와 짐을 내려놓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옥스포드 스트릿에있는 자라 ZARA 매장이, 재미있게도 런던 "패션" 컬리지 건물에 위치하고 있더군요. ㅋㅋㅋ 스페인 브렌드인데, 좀 우습기도 하고요... 그래서 한 방. 아, 런던에서 정말 맘에 들었던 것이, 영어 간판 폰트들... ㅡㅜ 어지럽고 정신없어보이는 거리에도, 간판의 글씨체들은 어쩜 그렇게 점잖고 깔끔하며, 시원시원하게 적어놓았는지. 현란한 미국과는 좀 대조적이었어요... 아니 똑같이 영어를 쓰는 나라인데 왜 영국이 더 멋있냐며... (콩깍지... ㅋㅋㅋ)
이 날 저는 베네딕이 신문지만 들고 찍은 누드 사진이 있다는 J Sheeky Seafood Restaurant 소식을 전해듣고 귀국하기 전에 어차피 피쉬 앤 칩스도 못 먹어봤는데 여기서 먹고 가면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요. 식당 위치가 Leicester Square 레스터 스퀘어역이라는 이야기만 듣고 찾을 수 있겠지?라는 -_- 안이한 생각에 그 근처를 돌아다녔었어요. 나중에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고 어이없어했지만... (바로 테넌트 연극한 극장 바로 뒤편!!! -_-+) 결국, 찾지 못했고, 피쉬 앤 칩스도 먹지 못했어요... 그 와중에 레스터 스퀘어 주변을 헤매면서 셜록 2화에서 존과 셜록이 함께 걸었던 차이나 타운을 발견하고는 바삐 지나가는 와중에 아이폰으로 찍어대긴 했었던 것 같네요. 런던이라는 지극히 서구적인 도시 안에 이질적으로 위치하고 있는 차이나 타운. 중국 음식 냄새가 골목 골목 배어있는 것 같던 거리- 그럼에도, 저는 아래 있는 저 사진을 도대체 그 수많은 사진들 가운데 어느 시점에 찍었는지에 대해 기억의 공백이 없습니다. 아마 디카로 찍은 게 아니라 아이폰으로 찍고 넘어간 곳이라 그런 탓이겠거니 싶지만... 드라마 촬영지라는 개념 이외에 차이나 타운의 개념은 제 기억속에서 잊혀진 듯... 그 때 정말 정신없이 돌아다니긴 했는가보네요.   



옥스포드 스트릿 역에서 Northern 라인을 타고 차링 크로스역을 통해 호텔에 돌아와 짐을 내려놓으니, 서둘러 내셔널 갤러리를 보러 돌아가야 할 차례입니다. 어제 못 본 그림들을 마저 봐야 했죠. 게다가 오늘은 여유있게도 공연이 일곱 시 반에 시작하는 날이었어요. 아직 시간이 좀 더 있었죠. 

차링 크로스 역의 벽화. 이쁘다 헤헤헤.

이번에는 들판위의 성마틴에도 올라가봅니다. 아기 예수 상이 앞마당에 당당히 세워져 있고, 요한 복음서의 말씀이 적혀있지요.

트라팔가 광장. 볼 때 마다 새로워요. 한쪽 끝에 있는 병 속의 배 모형.

올림픽 맞이 기념 전광판. 1년도 안 남았군요!

흐린 날의, 평범한 트라팔가 모습... 정들었습니다 ㅋㅋㅋ


내셔널 갤러리는 6시면 폐관입니다. 어차피 공연장 까지 가는 데는 지하철 금족령이 풀리니 정거장 갯수가 반으로 줄기도 해서, 시간이 여유로우니까, 폐관 시간에 맞춰 사람들 내쫓을 때 내셔널 갤러리를 나온 저는 그 시간에 차링 크로스 로드 Charing Cross Road의 책방들을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아침에 맑던 날씨는 간 곳이 없고, 빗방울이 후두둑 후두둑. -ㅁ-;;; 차링 크로스 로드는 다녀오신 분들의 말을 빌면 책방이 "발에 치이게 -_-" 많은 곳이죠... 책덕후들에게는 천국. 이 길을 것다 보면 세실 코트 Cecil Court라는 중고 서적 거리, 서울로 치면 옛 황학동과 비슷한 골목도 있습니다... 여태까지 사오고 싶었던 책들에 거의 슬립을 그어놓았을 망정이지... 큰일납니다. 제게는 마약 소굴보다 더 무서운 곳. -_-;;

세실 코트. 골목 어귀의 펍 이름이 시인의 이름인 바이런인것도 재밌네요.

세실 코트 초입. 저 간판 다 서점. -_-)b

이런 옛날 그림 초상들을 파는 가게도 있고

이건 중고 악보 가게.

악보 가게 나무 현판.


세실 코트를 빠져나와 길을 걷다 다른 골목을 빼꼼하게 들여다보니, 런던에서 최장기 공연 연극으로 이름난 애거서 크리스티의 "쥐덫"을 공연중인 성 마틴 극장이 보입니다. 그냥 지나가기 송구스러워서 (공연을 못 보니까 ㅠ_ㅠ) 기념으로 한 장 찰칵.

간간이 눈에 띄던 로얄 메일. 내게 아마존 물건을 배송해주는 고마운 ㅋㅋㅋ 차량이 너구나!


차링 크로스 로드는 소문대로 책방이 발에 치이게 많더군요. 양쪽 길거리가 먹는 집 빼고 다 서점이던데요... oTL 뭐 이런 거리가 다 있지. 

푸른 간판이 인상적인 블랙웰 서점.

영국 최대의 서점 체인인 포일스. 별로 안 커보인다고요? 저 건물 통째로 포일스 서점이란 말이오!

윌리엄 골딩의 지구 끝 책들... 골딩 책이 이만큼 있는 것도 놀라웠습니다. -_-)b


포일스에서 지난 크리스마스에 BBC에서 TV Film으로 제작되었던 나이젤 슬레이터의 토스트Toast 와 테넌트의 연극, 셰익스피어의 Much Ado About Nothing 헛소동의 캠브리지 학생들 가이드 Cambridge Student guide 책을 사가지고 프롬스 공연장을 향했습니다. 프롬스 공연장에서 입장할 때 표를 잠깐 잃어버려서 패닉에 빠지는 경험도 했지만, 결국 잘 찾았구요 ㅋㅋㅋ (여기서 교훈 : 공연장 갈 때는 뭘 많이 들고 다니면 시망. =_+) 이날은 런던에 있던 날 중에서 도착한 날을 제외하고는 제일 늦게 들어왔었습니다. 와서 호텔 TV를 트니까, 재밌는 드라마를 제법 하길래, (The Field of Blood라든지, 미란다도 영접했군요 ㅋㅋㅋ) 보다가 잠이 들었어요. 

사진이 어째 갈수록 줄어드는 게 아니고 늘어납니다. 허허허... 빅토리아 알버트를 마지막날에 갔는데
이곳에서 사진 카운트가 천 장이 넘었어요... 허허허...
스압이 갈수록 심해지는 포스팅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Posted by 리히테르
Day 3. 런던에 온지도 어느덧 사흘째.

2011.9.3  GMT 06:30 London, The Strand Palace Hotel

이틀동안 빡세게 다닌 피로가 쌓이긴 쌓였는지, 일찍 잤는데, 늦잠을 잤습니다... 라는 게 아침 6시 반 기상 ㅋㅋㅋ -_-;; 사실 혼자 다니면 아침에 일어나서 이것 저것 주섬 주섬 챙길게 많고, 밤에는 늘어져서 죽은듯이 자기 때문에 늦게 일어나면 꽤 후달렸어요. 크흐. 그래도 매일 매일 7~8시간 이상 푸욱 자주셨어요. 밥 비싸다고 안 먹고 과일/야채 먹고 다니고... 그래서 살은 빠지고 되려 건강해져서 돌아왔다는 후문.
원래 런던 북쪽에 위치한 햄스테드 히스 Hampstead Heath 는 일요일에 가려고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토요일에 런던 동쪽 The City를 돌고, 일요일에 햄스테드 히스를 보러 가려고 했어요... 근데 BBC 뉴스를 맨날 보다 보니까 계속 변함없이;; 일요일에 비온다고 하는 거에요. 브라이튼에서 안개에 된통 당했지, 우리나라에서는 기상청 안 믿고 막 다니는 게 습관 되서 처음에 여기 일기예보도 안 믿고 그랬는데... 이게, 의외로 정확하더라고요 -_-;; 사실 정확하게 일기예보를 한다기 보다는, 워낙에 날씨가 변덕이 심한 런던이니까 두루뭉수리하게 대략적인 예보만 해 줄 뿐만 아니라(대부분 "때때로" 소나기 shower, 바람이 "종종" 불겠음 뭐 이딴식 ㅋㅋㅋ) 매일 매일 예보를 다르게 해서 (그러니까 월요일 예보에서는 금요일에 비가 올거라고 했다가, 수요일 예보에서는 금요일에 맑을거라고 하는 식),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orz 그래. BBC였지.. 천하의 '사람낚는' BBC. 어쨌든 우산은 언제나 지갑과 여권 다음 가는 필수품으로 가방에 넣고 다니긴 했지만, 비오는 날에 청승맞게 공원에 혼자 다녀오고 싶진 않았고, 그래서 계획을 변경, 토요일에 햄스테드 히스를 가고 일요일에 씨티The City를 가기로 했어요. 이날부터 내셔널 갤러리와 빅토리아 알버트 뮤지움 V&A 를 조금씩 조금씩 자주 둘러보기로 마음 먹었었죠. 전 어쩌다보니 런던에 온지 사흘이 지나가도록 남들 다 가는 피카딜리 서커스나 해로즈 백화점 한 번 못가봤더라는... -_-;; 정말 돌이켜생각해보면 여행경로가 좀 기괴하긴 했어요. 남들 다 가는 데 안 가고... ㅋㅋㅋ 

햄스테드 히스는 런던의 북쪽 교외에 위치한 넓은 공원입니다. 말 그대로 Heath. 황야. 잡목숲이에요. 2존에 있기 때문에 도심에서는 지하철을 타고 제법 가야 합니다. 의외로 교통이 불편한 위치에 있어요. 버스도 잘 안 다니고, 지하철도 그래요. 그나마 Northern 라인 (까만색) 을 차링 크로스 역에서 타고 북쪽으로 쭉쭉 올라가서, Hampstead 햄스테드역에서 내리면 되겠더라고요. 햄스테드 히스를 둘러싸고 있는 튜브 역은 이것 말고도 "Hampstead heath" 햄스테드 히스라는 Overground 오버그라운드 지상철도 있고, 3존까지 포괄하고 있는 넓은 지역이기 때문에 여러 군데가 있지만, 어차피 이것들 다 공사중. GG. 어차피 그 쪽에 시인인 존 키츠가 살았던 Keats House가 있길래 들러서 가보기로 했습니다. Northern 라인은 캠던 타운 Camden Town과 유스턴 Euston 역을 중심으로 꽈배기모양으로, 두 갈래로 갈라져요. 어느 방향으로 가는 차인지 보고 타야 하더라고요. :) 사실 햄스테드 히스에 오전을 몽땅 투자할 거라는 계획은 없었는데... 길도 어렵고, 일단 들어가보니까 너무 호젓하고 좋아서 못 나왔더라는... ㅡㅜ 

런던의 햄스테드와 하이게이트를 위시한 북동쪽은 동북쪽 이슬링턴의 빈민가와 붙어있는 런던의 대표적인 부촌입니다. 비버리 힐스라고나 할까요. 나중에 한국 와서 책 읽다가 안 사실인데, 세계에서 제일 비싼 집이 햄스테드쪽에 있다고 하네요. 사실 오일 달러로 돈을 번 부자들이 사는 동네로 알려져 있고, 집들을 보면 낡고 소박해보여도 차들 다니는 거 보면 부티가 좔좔 흐릅니다. 특히 다닥 다닥 붙어있는 전원주택풍의 집에 집 하나 하나 마다 천차만별인 정원가꾸기의 진수 -_-)b 를 눈이 아프도록 볼 수 있는 동네였습니다.  
이 날은 London A to Z를 잘 써먹었습니다. 첫날 (Day #1) 코벤트 가든 근처의 작은 책방에서 London A to Z를 사긴 샀는데, 도대체 이런 눈 빠져라 글씨 자잘하고 알아먹기 힘든 지도가 무슨 도움이 된다고 다들 들고다니나 좀 의아했는데... 정말 여기 햄스테드 히스를 다니면서 이거 없었으면 큰일날뻔했어요... 허허허 -_-;; 햄스테드역에 내리면 바로 햄스테드 히스가 보이는 게 아니옵고 -_-;; 그 복잡다단한 주택가의 골목을 요리 조리 따라서 한참을 가야 하거든요. oTL. 

진짜... 튜브역에서 나와서 어버버... 어느쪽으로 가야 하는지 표지판도 없고 해서... 무엇보다 지도에서 내 위치와 동서남북을 모르고 그래서... 이 때 필요한 건 "아이폰 나침반" 이었다는. +_=  의외로, 지도와 나침반은, 유용합니다. 흐아. 게다가 좀 이른 시간에 도착해서 그런지 사람도 별로 안 다녀요. 여튼 간신히 방향을 잡고 가고 있긴 합니다만, 제가 맞게 가고 있는지 불안해서 현지인으로 추정되는 조깅하는 할아버지나 아저씨 (왜 아줌마가 할머니가 아니냐는 질문은 금기입니다...;;;) 를 붙들어 세우고 키츠 하우스 위치와 방향을 물어봅니다. 근데, 어랍쇼. 잘 모르는 눈치를 보아하니 역시 찾기 쉽지 않을 듯... 제가 가는 방향은 맞게 잡긴 했는데, 골목길에서 터닝 포인트 완전히 놓쳐버려서 결국 키츠 하우스 찾는다고 주택가 한 두 바퀴는 돈 듯요 ㅋㅋㅋ 은근히 찾기 어렵습니다. 키츠 하우스 자체는 햄스테드 지역 도서관과 붙어있어요. (답다 다워 -_-) 이 지역도서관도, 키츠 하우스도 무슨 저택이 아니고 주택가에 여느 사람들이 사는 집이랑 똑같이 -_- 아주 평범하게 (위장술도 이런 위장술이 어딨...) 자리잡고 있어서, 더 그랬어요. 게다가 문이 닫겨 있었기 때문에 왕래하는 사람이 적어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이렇게 헤매면서 둘러보는 재미가 아주 솔솔하더라고요. 혼자다니는 여행의 묘미는 여기에도 있어요. 헤맨다고 누가 뭐랄 사람도 없고, 헤매는 것 자체도 즐기게 되더라고요.

햄스테드 역 부근의 작은 교회.

와. 19세기에 지어진 맨션인데 아직도 멀쩡해.

참 예쁘게 자란 담쟁이 덩굴들

햄스테드의 집은 대개 대문이 있고 집까지 이렇게 좀 깊이 들어가야 하고, 정원이 꽤나 넓습니다. 부자동네라는 증거

좀 다닥 다닥 붙은 플랫 하우스 처럼 보이는 곳도 정원 가꾸기에 대한 집착은 무서울 정도. 정말 어찌나 탐스럽고 예쁜지.

해가 높아지면서 날씨가 맑아지고 있더라고요. 아직 가을이 덜 와서 푸르른 나무들.


헤맨 끝에 간신히 키츠 하우스를 찾았습니다! 와! 만세! 들어가보진 못했지만, 정말 찾았다는 데 의의를 둬야 하는 장소였어요. 그리고 의외로 소박합니다. 입장료도 꽤 비싸게 받고... 그냥 밖에서 저것만 봐도 뿌듯했어요. 옆에 지역도서관이 있는데, 키츠 하우스랑 연계해서 이것 저것 행사들도 많이 하는 것 같더라고요. 키츠 시 해석 강좌도 열리고, 낭송회도 하고... 허허허... 부럽다.


키츠 하우스에서 방향을 틀어 Hampstead Heath 오버그라운드 역 쪽으로 방향을 잡습니다. 어차피 벤베니가 언급했던 하이게이트 Highgate 연못과, 하이게이트 묘지, 그리고 좀 더 욕심내서 켄우드 하우스 쪽으로 가려면 이 엄청나게 넓은 햄스테드 히스의 동쪽으로 가야 했거든요. Northern 라인의 햄스테드 역은 햄스테드 히스의 남쪽에서 약간 서쪽에 위치하고 있고, 키츠 하우스가 이 역에서 좀 더 동쪽, 그리고 햄스테드 히스 오버그라운드 쪽이 키츠 하우스에서 좀 더 동쪽에 있는 거였기 때문에 동선을 그렇게 짜면 딱 맞겠다 싶었어요. 그리고 햄스테드 히스 오버그라운드 역 쪽은, 햄스테드 히스에서 가장 높은 언덕인 팔리아먼트 힐 Parliament Hill 과 주택가를 통해 바로 연결되어 있었어요. 햄스테드 히스 역은 그나마 표지판이 잘 되어 있어서 팔리아먼트 힐로 바로 방향을 잡고 열심히 걸어갔어요. 생각해보니 Daunt 던트 서점의 지점도 그쪽 즈음에서 본 듯 하네요. 정말 조용하고 고즈넉한 동네였죠. 주택가가 좀 경사가 급한 길을 따라서 침 떨어지게 멋있고 집 하나 하나 다 다른 모양으로 쪼로록 늘어서 있는 저 쪽 언덕 끝에서 공원이 그냥 심플한 담장 하나를 경계로 바로 시작되더라고요. 오오. 제대로 왔다! 그렇게 숨을 몰아쉬면서 언덕을 올라갔어요. 사실 언덕이라고 해 봤자 그냥 나즈막한 구릉이기 때문에... 정말 뻥이 아니고 올림픽 공원 몽촌토성보다 야트막해요. ㅎㅎㅎ


팔리아먼트 힐에 올라가니 여기는 별천지. 저기는 런던. 푸른 초원과 나즈막한 나무들 사이로 저쪽에 날빛이 스치며 지나가는 런던의 스카이라인이 실루엣처럼 모습을 드러냅니다. 호곡. 날씨가 좋으면 더 좋았겠지만, 저런 빛이 비추는 풍경도 너무나 좋아하길래, 사진에 나온 벤치에서 시원한 바람을 쐬면서 잠시 앉아있었어요. 저 말고도 다들 한 숨 돌리는 겸사 겸사, 잠깐씩 앉았다 가는 할머니 할아버지, 조깅족들이 많았어요. 남들 많이 안 오는 이곳에 일부러 오기 참 잘했다는 생각이 새삼 또 들고 ㅋㅋㅋ


쌀횽의 여행기 중에서, "런던은 앞으로 걸어가면서 내가 영화 속에 있는 건가 보다 하고 걷다가 영화 속에서 빠져나왔나, 하고 뒤를 돌아봐도 여전히 영화 속 같은 풍경이 이어지는 곳" 이라는 명언을 해 주셨는데, 제겐 햄스테드 히스가 그랬어요. 꿈속을 달리는 것 같은 푸른 초원에서 간간이 개들을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만 지나가고 시원한 바람이 불고 빽빽하지 않고 드문 드문하게 있는 나무들을 마주치는 풍경이, 내가 꿈 속에 있나, 혹시 꿈에서 나왔나 하고 뒤를 돌아보면, 여전히 꿈 속 같은 풍경이 펼쳐지는 그런 곳이었어요.
교통 불편하다고 투덜거리지 말고 발품 팔아서 꼭 갈만한 그런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나중에 시간이 모자라서 Regent Park 리젠트 파크의 Primrose Hill 프림로즈 힐을 포기했는데, 아마 여기 팔리아먼트 힐을 다녀와서 눈 질끈 감고 포기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언덕을 내려와서 벤베니가 말한 하이게이트 연못으로 방향을 잡습니다. 언덕을 내려오면 인포가 보여서, 거기서 지도를 하나 집어들고, 화장실도 다녀오고 그랬네요. 팔리아먼트 힐을 내려오면, 하이게이트 연못은 금방이에요. 구글맵에서 보이는 것과 달리, 하이게이트 연못은 "하나"의 연못이 아니라 여러개의 작은 연못이 옹기 종기 모여있습니다. 이름도 각각 다 붙어있어요. 낚시 연못 Fishing Pond, 새들의 연못 Bird Pond, 그리고... 정말로 수영장 -_- 이 있습니다. Men and Women's Bathing (!!) Ponds가 있었어요!

아마도 새들의 Bird 연못

이건 아마도 낚시 Fishing 연못

이게 바로 하이게이트 연못 수영장!

Men's Bathing Pond 내부. 여자 쪽은 울창한 숲과 나무에 둘러싸여서 못 보게 되어 있는데, 남자 쪽은 이렇게 한쪽에 탁 트인 부분이 있었... (흐흐흐)


벤베니 너 진짜 여기서 수영한단 말이냐 ㅋㅋㅋ 왜 내가 갔을 땐 안했어 ㅋㅋㅋ 수영하는 거 보여줘 ㅋㅋㅋ 수영 잘한다며 ㅋㅋㅋ 근데 물 조금 드럽던데 -_-;; 아 뭐... 좀 드러우면 어때 ㅋㅋㅋ 여튼 날씨가 제법 쌀쌀해서인지 수영하는 사람은 못 봤습니다만, 자전거가 세워져있고, 왕래하는 사람들이 있는걸 보니 실제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긴 했어요. 사실 여기서 그냥 하이게이트 묘지를 보러 발길을 돌렸어야 했는데... 지도를 보니까 -_- 생각보다 켄우드 하우스 Kenwood House 까지 올라갔다 가는 길이 별로 안 멀어보이는 거였...(끙...) 잠시 고민을 하다가 어차피 보러 온 거 켄우드 하우스도 찍고 가자, 라고 결심하고 켄우드 하우스로 향했습니다. 솔직히 제가 내린 튜브역에서 켄우드하우스까지는 햄스테드 히스를 거의 반 바퀴를 도는 길입니다. 지도에서 대강의 넓이를 확인해보신 분은, 이게 얼마나 넓은 공원인지 아실 거에요. 하이드파크보다는 좀 작기는 하지만, 하이드 파크가 켄싱턴 궁의 정원을 포함하고 있다는 걸 고려해 보면 그래도 2존과 3존의 경계를 거의 다 잡아먹고 있는 넓이거든요. 여튼. 오전 내내 햄스테드 히스에서 나오지 못한 원인은 이 켄우드 하우스에 대한 욕심 -_- 때문이었어요. 가는 길도 그렇게 만만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공원 중간 중간에 지도와 길이 표시된 간판이 있지만, 그래도 아무 표시 없는 갈림길이 예상치 못하게 종종 등장하기 때문에, 믿을 거라곤 정말 제 방향감각, 하다 못해 아이폰 나침반 -_- 밖에 믿을 게 없었어요. 길이라고 나있는 걸 지나가면서도 느꼈지만 공원 지도가 의미가 없겠다 싶었던 게, 얘네들 그냥 잔디밭에서 강아지 데리고 데굴 데굴 하면서 지나다니거든요...orz
켄우드 하우스 자체는 왕실 땅이고, 햄스테드 히스는 그냥 국립공원 같은 공유지이기 때문에, 켄우드 하우스를 비롯한 주변의 녹지의 일부는 햄스테드 히스 안에 있지만 담장으로 경계가 지워져 있습니다. 그러니까 햄스테드 히스에서도 그 안에 있는 켄우드 하우스가 있는 곳으로 지나가려면 문과 담장을 지나가야 한다는 거죠. 이 사실을 알면 의외로 켄우드 하우스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얼마나 걸었을까, 나무들이 내뿜는 촉촉한 공기를 마시면서 한참을 가니 저런 하얀 집이 나타났습니다. 저절로 탄성을 내지르게 하더군요. 참 별 것 없는 그냥 흔한 건물인데, 우거진 녹지에 포근하니 둘러싸여 있으니 너무너무 예뻐보이는 거에요. 정말 이 햄스테드 히스에 건물이라곤, 그것도 저런 저택이라곤 달랑 저거 하나 뿐이거든요. 햄스테드 히스의 서쪽에도 무슨 하우스/저택이 있다고 합니다만, 덜 유명하니까 무시해주시고 ㅋㅋㅋ

Kenwood House. 증명사진. ㅋㅋㅋ

가까이서 본 Kenwood House 켄우드 하우스

켄우드 하우스 옆의 숲길 아케이드

켄우드 하우스의 옆에는 화장실이랑 먹을 것 파는 까페, 그리고 인포도 있고, 가드닝 관련해서 모종이랑 용품을 간단히 파는 장터도 있어요... 와. 사실 켄우드 하우스 자체는 입장 시간이 오후라서 오전에 가면 안에 들어가보지도 못하고 그러는데 어차피 안에까지 들어가 볼 생각은 없고, 멋있게 지어준 집이니까 한 바퀴 돌아나 보자, 라는데 집 밖에 볼게 더 많았던 셈이죠.

게스트 하우스 쪽 입구에 걸린 현판과 다정한 벤치

켄우드 하우스로 들어가는 입구. 사실 여기가 앞이고, 흔히 사진에 잘 나오는 쪽이 뒤쪽이라는 것 같아요.

켄우드 하우스를 한바퀴 돌고 뭔가 아쉬워서 다리쉼을 할 겸 인포 부근의 까페로 들어갑니다. 저택이라고는 하지만, 그냥 집 한채에 불과해서 한 바퀴 도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아요. 까페에서는 사람들이 옹기 종기 모여서 커피를 마시고 브런치를 먹으며 쉬고 있었어요. 11시가 좀 안 된 시각이어서 그런지 아침밥 먹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맛있는 냄새... ㅡㅜ 하지만 난 비싸고 많아서 (... 얘네들 기본 1인분은 제 기준으로 2인분에 육박하더라고요. 혼자서 뭘 시켜먹을 수가 없는게, 혼자 가서 민망한 게 문제가 아니고... 저 말고 혼자 먹는 사람 많으니깐... 비싸기도 비싸지만, 여기 사람들 먹는 게 도저히 나 혼자서 먹을 수 있는 양을 주는게 아니라는 데 있었...;;; 덕분에 밥값은 굳었나.) 외면하고, 가드닝 장터로 눈길을 돌립니다. 영국식 정원가꾸기는 절 실망시키지 않아요.

탐스러운 수국꽃과... 다른 꽃과... 와...

모종 값 싸지 않군요. ㅋㅋ


벌들이 윙윙 날아다니는데 마침 주인장이 물을 주고 있는데 해가 반짝 나고... 아유, 정말 어찌나 이쁘던지요. 꽃을 좋아하시는 얼룩비둘기님께서 이걸 보셨으면 얼마나 좋아하셨을지. 모셔왔어야 하는데! 영혼의 일부나마 제 곁에 있었기를 기원하며, 사진을 난사해댔더라는.

너무너무 예뻤던 꽃 한 송이. 와아.

켄우드하우스에서 볼 건 다 봤으니 이제 하이게이트 묘지로 향합니다. 하이게이트 묘지는 햄스테드 히스에서 동쪽으로 한참을 가야 있는 묘지였어요. 일단 햄스테드 히스에서 나와야 하니까, 켄우드 하우스에서 하이게이트 연못의 동쪽을 따라 난 길을 걸어서 남쪽으로 내려오다가 공원을 빠져나왔습니다. 주택가랑 그냥 잡목림이랑 나무담장으로 대강 펜스만 쳐져 있고 드문 드문 아무나 드나들 수 있는 통로가 다 있어서 드나드는 건 어렵지 않았어요.
하이게이트 쪽도 정말 어마무서운 -_- 부자들이 사는 곳이기 때문에, 여기 집들도 정말 장난이 아닙니다. 와. 집구경 하느라고 침 떨어지고 그러기도 참 오래간만입니다. 와.
전혀 화려하지도 않고, 튀지도 않고, 무엇보다 굉장히 꽃과 나무를 위주로, 인공물을 안 쓰고 조화롭게 정원을 가꿔놓은게 너무너무 예쁘더라고요. 집 디자인이랑 잘 어울리게 그렇게 꽃과 나무를 가꾸는 것도 재주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기... 나름대로 부촌이라서 여기 저기 철제 담장이 있고, 길거리 한 구역마다 통째로 양쪽 끝에 문이 잠겨있진 않지만 낑낑대면서 열고 닫고 해야 하는 철문이 있는 길거리가 많습니다. ㅎㅎㅎ 처음 보는 저는 당연히 그쪽 길은 못 들어가는 줄 알고 정말 엄청 헤맸습니다. 그만큼 일단 햄스테드 히스를 빠져나온 그 순간부터, 그 복잡한 주택가의 길을 요리 조리 따라서 하이게이트 묘지를 찾아가느라 고생 한바탕 했어요. 현지 거주민으로 생각되는 고급차를 불러세워서 하이게이트 묘지 Cemetery 어딨냐고 물어보고 그랬네요. -_- 물어보고 나서야 그 철문 밀고 들어가서 쭉 가서 조금만 가면 금방이라고;;; 아이고 두야. 대부분 젊은 사람들보다는 나이 지긋하고 머리 하얀, 점잖은 중장년 내지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대부분입니다. 하이게이트 묘지에 당도하니, 때는 점심때가 다 되어서, 햇볓은 쨍쨍, 하늘은 파랗고 뭉개구름 둥실 둥실. 덥습니다...-_-;;; 거의 오전 내내 걸었기에 땀이 삐질 삐질합니다... ㅡㅜ

사실 하이게이트 묘지는 Plnnr.com에서 별이 다섯개 꽉 채운 점수를 받기도 했고, Spooks 스푹스 시즌 7에서 루카스 노스 (리차드 아미티지)가 자기 전 부인과 접선하는 장소로 쓰였던 곳이기도 했고, 벤베니가 무덤 사진 찍다가 팬에게 몰카도 찍어서 텀블러에 올라왔던 장소이기도 해서 무리를 해서라도 꼭 가보고 싶었는데, 아는 게 별로 없었어요. 에 뭐 그냥 가서 둘러보고 오면 되는 거겠지... 라고 막연하고 당연하게 생각하고 위치 말고는 알아보고 간 게 없었더라는. ㅋㅋㅋ East, West 두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고, 둘 다 돈을 받고 들어가야 합니다... 길 하나 사이로 East와 West 입구가 마주보고 있어요. 진짜 아무 생각 없이, 정보도 거의 없이 왔는데, 좀 벙쪘어요. 무덤 구경하는데 돈 내야 하는 나라... 무덤 구경시켜주는 "가이드" 있는 나라... 꽥... 하이게이트 묘지의 West는 East에 비해서 좀 더 오래된 묘지이고, 가이드 투어가 아니면 안 들여보내줍니다. 가이드 투어는 30분마다 있고, 15명이 넘으면 짤없이 사람 끊습니다. 영어 가이드 말고는 없고요. 그리고 7파운드로 가격도 쎕니다. East는 West가 포화상태에 이르자 19세기 중반에 새로 만든 묘지로, 무덤의 양식도 옛 것 보다는 조금 모던한 것들도 보이고, 그쪽 안내원 말로는 "유명한" 분들은 East가 더 많다더이다. ㅋㅋㅋ 그리고 유명한 칼 마르크스의 묘지는 East에 있습니다. 그리고 East는 가이드 투어는 하루에 한두번만 하는 것 같고, 이외의 시간에는 입장료 3파운드를 내면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습니다. 가격의 압박에 잠시 고민했지만, 그냥 돈 내고 들어갔습니다. 둘 다요. 나란 녀자 무덤 구경하는데 우리나라 돈으로 2만원 가까이 냈다 이말인가. 크큭. 근데요, 정말 괜찮아요. 호젓하고, 우리나라처럼 으슥한게 아니고 평화롭고, 조용하고... 간간이 고인의 일가친척이 방문해서 무덤을 가꾸고 꽃에 물주고 잡초뽑고 하는 거 간간이 볼 수도 있고... 괜히 숙연하지만, 그래도 그 평화롭고 고즈넉한 분위기는 돈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무덤마다, 자세히 보면 재미있는 묘비명도 있고, 각자의 사연을 상상하는 재미도 솔솔하구요. 여튼 전 둘 다 봤는데 너무 좋았습니다. 강추 Place!

Highgate Cemetery West 입구의 망루. 실제로 도굴꾼 잡으려고 야경꾼이 근무했데요.

 

하이게이트 묘지의 West는 어쩌다보니 시간을 못 맞춰서 East를 먼저 보고 부랴 부랴 West 투어하는 데 껴서 봤습니다. East는 최근에 생긴 묘지 답게 길도 제법 잘 나있고, 좀 더 깔끔하고 단정한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그렇게 넓지가 않아서...(하긴 햄스테드 히스 반바퀴 돌고 온 상황에서 이 묘지는 넓어 보이지 않는 게 당연했어요.) 그냥 한 바퀴 쓱 도는 데는 30분정도면 충분하더라고요. 나눠준 안내서에서 나와있는 대로, 제가 아는 사람들의 이름이 눈에 띄는 대로 무덤을 찾아보는데, 이거, 보기엔 쉬워보였는데 찾아보니까 그렇게 쉽지 않더라고요. 특히 더글러스 애덤스! 은하수를 위한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썼던 더글러스 애덤스 아저씨! 이분의 무덤이 있다고 해서 한참을 근방을 배회하고 찾았습니다. 찾고보니 허탈했죠. 이러니까 못 찾지! 외마디 소리를 질렀다는...;;;

Highgate Cemetery East

무덤의 주인은 미들턴 Middlton


앗. 캠브리지 공작부인 (케이트느님) 의 할아버지일까요! 제가 신기해서 한참을 보고 있으니까 지나가던 할아버지가 한마디 설명 해줍니다. 미들턴이라는 성으로 봐서 윌리엄 왕자 마누라인 케이트느님의 조상일수도 있겠지만, 미들턴이라는 성 자체가 영국에서 드문 성이 아니기 때문에 모르는 일이라고 ㅋㅋㅋ 이 근방에 더글러스 애덤스의 무덤이 있었는데, 정말 달랑 비석 하나만 조촐하고 간소하게 세워져 있어서 왔다 갔다를 몇 번씩 하면서 찾아다녔어요. 그리고 마침내 찾았습니다. 꺅!


더글러스 애덤스의 무덤.


사진을 가까이서 찍어서 그렇지, 저 비석 크기 레알 B4용지 한장 크기 정도 밖에 안 됩니다. 흑... 애덤스 아저씨, 너무 소박하잖아요. 아저씨 정도면 좀 더 으리으리한 무덤을 만들 수도 있는데... 라면서 괜히 감동하고.
칼 마르크스의 무덤은 가장 유명한 사람 답게, 잘 닦인 길가에 위치하고 있고, 그의 근엄한! 두상이 비석 위에 위풍당당하게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에 쉽게 찾았어요. 자본주의를 신봉하는 저지만, 그래도 이 분이 대단한 사람이라는 건 부인할 수 없었어요. 마침 근처에서 필리핀 사람이라고 소개한 여학생 한 분이 사진을 막 찍고 있다가 저를 보니 반색을 하면서 자기 사진 찍어달라, 그럼 나도 너 찍어줄께 이래서 오오 좋다 짝짝꿍 ㅋㅋㅋ 하면서 서로 사진찍어주고 그랬습니다. 사람이 별로 없는 무덤가인데 말 안통하는 외국인이지만 일행을 만나니 어찌나 신나던지요. 근엄하신 칼 마르크스 앞에서 오도방정을 다 떤 동양 여인네들. 미안합니다, 마르크스 선생. 좀 시끄러웠지요. ㅎㅎㅎ

칼 마르크스의 무덤

대강 볼 것도 다 봤고, 사실 영국 사람들 중에서 제가 아는 분들이 별로 없어서... 더 찾아보는 걸 포기하고;;; 언능 West로 건너갑니다. 가이드 투어 아니면 들어가보지를 못하니까 괜히 오기도 생기고, East만 보고 가기엔 왠지 반만 보는 거 같애서 억울하기도 하고, 그랬어요. 그래서 오기내고 들어갔죠. 처음에 들어갈 때 입장권 파는 아줌마가 제가 영어 잘 못하는 눈치니까 영어 못 알아들으면 가이드가 영어로 진행되니까 들어오지 말라길래 눈을 부라리면서 -_-+ I don't care 외쳐주고 버티니까 고개를 절래 절래 젓더니 들여보내주더라고요? 흥! 야! 내가 말을 잘 못해서 그렇지 알아듣는건 (사실 알아듣는 것도 잘 못하긴 하지만) 대강 알아듣는다고! 버럭! 여튼 남 신경 쓰지 않고 당당하게 고개 들고 투어에 껴서 가이드 아줌마를 졸졸 따라 다니기 시작합니다. 점심때라서, 사람 구성은 15명보다 적었어요. 독일에서 온 노부부 한 쌍, 그리고 프랑스와 스페인에서 온 한 무리의 가족들, 남미/동남아계 여학생들, 그리고 정말 완전 토종 동양인에, 나홀로 한국사람 하나, 저. -_-;; (제가 키도 제일 작았는데;;; 아 다시 생각해도 저 정말 깡 센거 맞나 봅니다.) 키가 작고 얼굴이 좀 직사각형으로 길쭉하고 넉넉한 몸매의 영쿡 아주머니가 입구에서부터 주저리 주저리 설명을 시작하면서 가이드 투어가 시작되었어요. 사실 상당히 "영국적" 이고, 영국 특히 빅토리아 시대의 인물들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꽤나 지루할 수 있는 투어이지만, 워낙 가이드분이 열심히 설명해 주시고, 같이 투어하는 분들의 분위기도 정말 진지해서, 그것만으로도 괜찮은 경험이라 생각해요.


West쪽은 아까 말했다시피 East보다 오래되기도 하고, 폐쇄적인 투어를 하는 만큼 고관 대작과 갑부들, 귀족들의 무덤이 많습니다. 그리고 처음에 이 하이게이트 묘지를 설계했던 사람들이라든지, 재벌 기업들의 묘지도 많이 있습니다. 아. 참고로 그 유명한 서점 체인점 Foyle's의 설립자인 Foyle의 무덤은 East :) 그리고 빅토리아 시대 때(? 잘 못알아들어서... 맞나...) 이집트 문명이 유입되면서 카타콤 형식의 묘지를 도입했는데, 이 때 West에다가 돈 많은 귀족들이 자기 무덤을 카타콤 형식으로 만드는 게 대유행이었데요. 그래서 West 한 구역은 아예 통째로 카타콤입니다... 카타콤의 문 중에서는 철문에 구멍 뚫어놓은 양식도 있는데, 처음에는 냄새 때문에 안 뚫다가 영혼이 드나들게끔 해야 한다는 상징적인 목적과 환기 목적으로 뚫기 시작했다는 등의 설명도 참 자세히 해 줍니다... 사실 전 여기에 누구 누구가 묻혔다기보다는 (그런건 진짜 못 알아 듣기도 하고 -_- 알지도 못하고) 옛날엔 이런 이유로 이런 무덤을 만들었고 저런 이유로 저런 양식을 썼고 이런 이야기가 알아듣기도 쉽고 재미있었거든요.

카타콤 묘지들입니다

카타콤 묘지들이 원형으로 빙 둘러져 있는 곳에는 천장 위에 이렇게 나무가 심어져 있어요.

카타콤 구역 입구

그리고 이 가이드 투어의 정점은 저 카타콤 묘지 안에 들어가서 그 안에 안치되어 있는 관들을 직접 손전등으로 비춰가면서 보여준다는 데 있습니다... 더헉. 덜덜덜. 습하고 서늘한 카타콤 안에 들어가서 거의 낡고 삭았고 먼지가 뽀얗게 앉았고 일부는 문짝이 떨어져나가서 관의 모양이 다 드러난 걸 보여주는데 조금 소름 돋았습니다. 여기서 가이드 아줌마의 질문 : 옛날 관이랑 요즘 관이랑 뭐가 다른가요? 영국인 아줌마가 냉큼 대답합니다. (동양에서 온 새까맣게 어린 저는 서양식의 관을 본 적도 없어서 침묵 ㅋㅋㅋ) "옛날 관이 요즘 쓰는 관보다 높이가 높네요". 맞습니다. 왜 그럴까요? 가이드 언니의 설명 청산유수로 좔좔 해주십니다. 옛날에는 시체를 관에다 넣고 이렇게 카타콤에 안치해두면 땅에 매장한 게 아니므로 당연히 시체썩는 냄새가 장난이 아니었겠죠. 짐승이나 벌레도 많이 꼬여서 비위생적이었을 겁니다. 이걸 해결하기 위해 옛날 관들은 요즘 관보다 차이나는 높이 만큼을 숯 (Chacol)을 깔아서 탈취제로 썼던 거죠. 오오. 신선하다. 저는 진짜 무슨 우리나라 민속 박물관에서 선조의 지혜에 탄복하는 초딩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거리면서 설명을 들었어요.

이외에는 West에서 유명한 사람들의 묘지를 둘러보고, 2차 대전 때 폭격맞아서 아작난 무덤들, 그 무덤들을 복원하는 모습들을 차례로 둘러보는 정도로 하고 끝났던 것 같아요. 독일인 노부부가 2차대전 때 독일 군 폭격에 부셔지고 드러누운 비석에 당도하자 제일 먼저 올라가서 안타까운 표정으로 둘러보고 Sorry를 중얼거리던 모습이 굉장히 기억에 남습니다... 그 밖에도 이 하이게이트 무덤을 설계한 사람의 무덤과 비석이 한쪽 구석에 조용히 있는 것도 보고, 피터 래빗 Peter Rabbit의 작가인 베아트릭스 포터 Beatrix Potter 의 연인이었지만 신분의 차이로 평생 결혼하지 못했던 노만 워렌Norman Warne의 무덤도 여기에 있구요. 그리고 영국의 라파엘 전파 화가이자 테이트 브리튼에 걸려있는 그림들을 그린 가브리엘리 로제티 Gabrieli Rossetti 의 가족무덤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것 말고도 뭐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었겠지만, 기억도 안 나고, 다 알아듣지도 못했어서 이만 생략해요. ㅎㅎㅎ 가이드 투어는 약 1시간정도 진행되더군요.

로제티의 가족무덤 뒤쪽이 본인의 무덤입니다.

하이게이트 묘지 구경이 끝났으니 이제 도심으로 가야죠. 여기는 외곽.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을 찾아보니 Northern 라인의 Archway 아치웨이 역입니다. 참고로 햄스테드 역이나 아치웨이역 모두 2존과 3존의 경계에 걸린 역이더라고요. 둘 다 Northern line인데 Camdon 캠던 역 혹은 Euston 유스턴 역을 중심으로 동서로 갈라지기 때문에 햄스테드 히스를 중심에 두고 정 반대편에 위치한 역인 거죠. 그리고 아치웨이 역이 위치한 곳은 런던의 동북쪽, 이즐링턴. 가만. 이즐링턴, 어디서 많이 듣던 것 같은데... -_- 제임스 맥어보이가 산다는 그 동네. ㅎㅎㅎ


이즐링턴 간판이 선명한 길거리 표지판을 한 번 찍어도 보고... 아 일단 덥고 시간도 많이 지났으니, 게다가 오늘은 프롬스 보는 날, 마음이 급해서 튜브역으로 뛰어들어갑니다. 어차피 오늘은 런던 지하철 라인의 반절이 쉬는 날. 유스턴에서 그냥 지하철만 갈아타기 아쉬우니, 나와서 대영도서관이나 둘러보자, 하고 내려서 나옵니다. 유스턴 역에서 대영박물관은 걸어서 10여분도 안 되는 가까운 거리. 유스턴 역에서 나와 킹스 크로스 쪽으로 걷다 보면, 저 너머 킹스 크로스의 붉은 지붕을 배경으로 현대식 붉은 벽돌 건물이 하나 나타납니다. 이게 바로 대영 도서관 British Library 입니다


대영 도서관 외벽에 걸려있는 스티븐 프라이 Stephen Fry의 말

유명한 대영 도서관의 대문

멋있다...뽀대난다...간지난다...

가까이 가서 또 찍고...

 

대문을 성큼 넘어 저쪽을 보니, St Pancras/King' Cross 세인트 판크라스, 킹스 크로스 역이 보입니다. 저게 기차역이라니. 와... 정말... 붉은 역사와 너무나도 기가막히게 잘 어울리게 지어논 모던하고 세련된 양식의 도서관. 정말 멋있었어요. 영국에서 본 건물 중에서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런던 가시는 분들, 제발 버킹엄 궁 가지 마시고, 버킹엄 궁에서 말꼬리만 쳐다보는 근위병 교대식 이딴거 보지 마시고 (난 안 봤음 -_-) 이런 데 가 봐요. 정말 런던이 얼마나 좋은 도시인 지 알 수 있다고요!! 아놔!! ㅋㅋㅋ


하늘이 맑고 빛은 좋고. 와... 와... 저는 그저 감탄만.

붉은색은 햇빛을 받아 불타오르고

시계탑. 시각이 꽤 정확합니다.

안뜰에 있는 조각상. 캠퍼스를 들고 골똘이 생각하는 기괴한 모양의 조각상 아래서 어떤 여인이 책을 읽고 있어요. 이런 시시한 풍경마저 멋있어보이게 하는 도서관이라니! 아니 일개 도서관이라고! 꽈당. 사실 대영도서관은 일개 도서관이라고 하기엔 좀 미안하죠. 원래 대영박물관 안에 있던 도서관이, 장서가 늘어나고 늘어나면서 결국 분관한 셈이었거든요. 여기도 대영박물관의 일부라 보는게 더 나을지도 모릅니다.

이런 원형 광장도 있고요


바깥을 둘러보다간 햇볓에 쓰러져 죽을 것 같아서 일단 안으로 들어갑니다. 나름 야심차게;;; 열람실 들어가려고 신청서도 가져왔습니다... 들어가서 완전 개념없이 어버버버 하면서 한 바퀴 둘러보니까, 건물 중앙에... 왕의 서재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고개를 들어서 봐도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거의 지하에서 지상 level 4 까지 거의 다섯개 층을 차지하고 있는 이 서재가 바로 King's Library. 얽... 책이다. 저거 다 책이야. 그냥 책도 아니고 옛날 책이야... (꼬록) 저거 그냥 전시된 가짜 책이 아니고,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고 책장도 드르륵 드르륵 움직이는 살아있는 서재입니다... 후... 전 그냥 전시만 해 놓은 건 줄 알았는데 사람들 왔다 갔다 하고 서가 움직이는 거 저 서재 한 바퀴 돌면서 두 번이나 목격했어요. 꽥.

왕의 서재 주변에서는 폴리오 소사이어티 갤러리 특별전을 하고 있었어요

일러스트 전시회 같았는데, 재미났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왁!

도서관 로비... 디자인이 새끈하니 멋집니다.

천장엔 대낮에도 불이 켜져있네요. 자연광과 인공광을 함께 써서 눈을 피곤하게 하지 않으려는 의도일까요.

한켠에는 그림이, 한 켠에는 문인들의 흉상이.


아놔... 여기는 천국입니까. 나 살아 있는 거 맞지라... 아니 무슨 도서관이 이렇게 좋아요. ㅠ_ㅠ 꺼억... 곰팡내나고, 어두침침할 줄 알았는데... 하지만 나에게 X을 준 대영도서관. 열람실 열람 온라인 신청 reader pass pre-registration 을 한 걸 들고 reader pass를 정식으로 registration 하려고 (대영도서관은 일반인 출입이 안 되고, 열람실을 둘러보려면 reader pass 등록을 해야 해요. 도서관 등록처에서 직접 해도 되고, 인터넷에서 pre-registration 을 하고 나서 열람증을 발급받아도 됩니다.) 등록처에 갔더니... 끅... 영어로 주소 증명이 되는 서류가 필요하다는 거에요. 여권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니었어?! 어버버... 나중에 inboklee 님께서 알려주시길, 영어로 주소 증명이 되는 게 별 게 아니고 가스요금 전화요금 같이 가지고 갈 수 없는 물건의 값을 치르는 고지서, 계산서라든지 은행 계좌의 statement 같은 서류라는데... 게다가 우리나라 여권은 아시다시피 주소가 나와있지 않죠. 우리나라는 주소증명을 주민등록등본으로 하지만, 영국엔 그런 서류가 있지도 않구요. 어후...;;; 아놔...;;; 저는 완전 벙쪄있고, 당황해서 걔들이 뭐라하는지 하나도 모르겠고... 어디서 왔는지 물어보더니, 친절한 직원분이 구글번역이 틀어놓고 ㅋㅋㅋ 저한테 영어로 타이핑을 쳐주더라고요... 보통 니가 보고 싶은 건 갤러리에 다 있을테니 갤러리 가서 보고 가라고... ㅡㅜ 끙... 아니 난 열람실에 들어가보고 싶다고... 끙...;;; 책 보고 싶단 말이야...;;; 끙... 사실 그 때 시각이 문 닫을 시각도 몇 시간 남지 않았고, 프롬스 때문에 후달리기도 했구요, 결정적으로 영어도 딸렸;; 기 때문에 그냥 물러났습니다. ㅡㅜ 어씨... 결론적으로 자국민 혹은 영국 내 거주자가 아니면 상당히 복잡하고 어려운 시스템인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터덜 터덜 갤러리로 가봤는데... ... (...) 갤러리에서 거기 둘러보고 가는 외국인/영국인 들은 거기 유리창에 찰싹 붙은 동양 여자애가 한 마리 보셨을지도 모르겠네요... 껄껄.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 셰익스피어 소네트 초판본이며... 인도, 일본, 한국, 중국의 각종 고문서들 (많이도 뺏어왔다...), 그리고 헨델의 메시아 악보, 슈베르트의 An die Musik 악보, 모짜르트의 악보, 그리고... 비틀즈! 악! 비틀즈의 초판 레코드와 가사집, 악보... (엄마야... 콰당) ... 제길. 좋겠다. 늬들은 복도 많지. 거기다가... NT의 Archive를 못 본 제게... 천운이... 바로 테렌스 레티건 Terrence Rattigan 경의 희곡 대본, 초연 사진, 신문기사들 특별전이 갤러리 한 구석에서 소박하게... 베네딕이 나온 After the Dance 원고는 못 봤지만, 자필 원고며... 타이핑 초판이며... 귀중한 자료들이 잔뜩 있었고, 동료 비평가, 작가들과 나눈 자필 편지까지 고스란히 다 모아놨더군요. 이쯤하면 정말 옵세시브하다는 말을 해 줘야 하지 않을까요. 아 정말 정신이 혼미하더이다. 이 분이 쓴 희곡들의 스토리는 보면 좀 막장스러운데 여왕에게 기사 작위를 받은 Sir 경이랍니다. 대단한 극작가래요... orz

그리고 그 갤러리와 이어진 바로 아래층에 SF 도서 전시회를 하고 있었어요. 제목이 Out of This World였나. 여튼... 수집에는 거의 광적인 영국사람 답게 영국에서 출판된 SF 도서를, 테마별로 (디스토피아라든지, 외계인, 우주 여행 등등) 따로 따로 모아서 전시해놨더라고요. 도라예몽도 있었고, 쥘 베른의 서적 영어 번역판도 봤던 듯 해요... ㅋㅋㅋ 아무래도 자국 작가들 위주라서 모르는 게 많았는데... 많았는데... 마지막 출구 근처에... 아놔... 닥터후! Doctor Who! 악! 달렉 Dalek 이다! 달렉이야! 하면서 가서 봤더니... 닥터 후 뉴시즌 OST의 Hand-script Urtext, 즉 자필 악보 원고...(...) 가 전시되어 있고, 그 위에 귀여운 달렉 미니어쳐가... 앍... 미니어처는 CG 쓸 때 썼던 모형이라고 걸려있고... 아놔... 유리창 부셔봐 나 저거 가져갈래 (...) 한동안 그 앞을 떠나지 못했습니다. 기념품점은 정말... 돈 벌 생각이 있는 거냐 없는 거냐. 왜 안 팔아. ㅠ_ㅠ 팔기만 하면 다섯개 여섯개씩 살거라고! 어이고...;; 돈을 주겠다는데 왜 안 파냐고;;; 뭐 이런 절규가 목구멍까지 치밀어오르는 것을 느끼며...ㅡㅜ 샵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영국에 와서 느낀 건데, 항상 기념품점에는 기념품의 1/3은 책이더라고요. 특히 테이트 모던과 이곳 박물관, 그리고 V&A에서 그걸 심하게 느꼈어요. 여긴 기념품의 1/3은 책이라는 법령이라도 있나...갸웃. 여튼 이곳이 도서관인 만큼, 기념품점은 거의 서점입니다. 문구류와 엽서, 카드를 함께 파는데, 재기발랄하고 특이한 게 너무 많아서 탄성을 지르다가 비싼 값에 들었다 놨다 하다가 결국 사버린 게 꽤 많아요. 근데 왜 니네들 그 멋있는 건물 모습 사진 담긴 냉장고 자석 안 파냐...ㅡㅜ 저는 의국에 있는 제 책상의 한쪽 벽이 쇠로 된 칸막이라서 어디 나갔다오면 자석 꼭 사오는데...;; 안팔더라구요. 아 그 멋있는 빨간 건물!! 엽서 말고!! 꺽...;; ㅠ_ㅠ 개중 인상깊었던 물품은 이언 매큐언이라든지 버나드 쇼의 흑백 사진을 엽서로 만들어서 팔던 것. 전 이언 매큐언 사진 엽서 사왔습니다! 아싸! 득템 ㅋㅋㅋ

이렇게 한바탕 지름신의 광풍이 지나가고. 이제 슬슬 서둘러야지 여기 온 김에 셜로긔 촬영장 스피디네랑 러셀 스퀘어를 찍고 갈 수 있습니다. 발길을 재촉합니다.


로비에 있던 특이한 책 의자


나오는 길에 역시나 너무나 하늘이 예쁘고 그 하늘에 빨간 세인트 판크라스 (난 아무리 해도 pancreas가 먼저 나오는 직업병이 있지만 -_-) 가 너무 이뻐서 또 찍어요. 아래 사진은 현재 제 아이폰 배경화면 ♡


대영 도서관은 유스턴 역과 킹스 크로스 역 사이에 있고, 대영도서관에서 유스톤 역을 지나 유스턴 로를 따라 좀 더 서쪽으로 가야 대영 박물관과 이어진 Gower st이 나옵니다. 유스턴 로에서 부터 이 Gower st는 North를 달고 북쪽으로 뻗어가게 되는데, 이 골목으로 들어가면 스피디네 식당이 나옵니다... 악. 셜록의 221B Baker st이다... ㅋㅋㅋ 실제 베이커 가는 이 거리에서 리젠트 파크 기준으로 서쪽으로 정 반대편에 있지만, 여기는 BBC 2010 셜로긔의 플랫. 드라마를 보면, 실제로 221B Baker는 거기가 아니라 여기라는 착각이 들죠. ㅋㅋㅋ 여튼, 길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습니다. 금방 찾았어요! 와우, 대영도서관 혹은 대영박물관에서 멀지 않습니다. 오오.

스피디네. 안습이게도 이미 닫았...

221이 아니라 아숩... 하지만 저 문고리... 문고리! 앍!


저 문고리 두들겨보고 싶은 유혹을 느낀 게 저 뿐만은 아니겠죠... ㅋㅋㅋㅋㅋㅋ 참느라 혼났습니다 ㅋㅋㅋㅋㅋㅋ 이 플랫의 실제 주소는 아래와 같아요. 아마도 셜록 제작진들이 여기다 Baker St 표지판을 붙여놓고 그랬겠죠! 앍. ㅋㅋㅋㅋㅋㅋ 혼자 이런거 상상하며 사진찍고 다녔습니다...orz



어쨋든 스피디네 식당은 문을 닫았으니, 저녁은 포기하고 (...) 프롬스 보러 가는 길에 러셀 스퀘어를 들리기로 합니다...만. 여기서 제 삽질 본능은 여지없이 발휘. 러셀 스퀘어 가는 길에, 자전거를 빌렸더랬습니다... Barcley라고, 런던의 은행이 후원하는 무인 자전거 대여 센터가 있어요. 여기서 자전거를 빌리면 하루에 1파운드면 기한 내 반납 조건으로 (기한이 넘어가면 5분, 10분, 30분, 1시간마다 어마어마한 추가요금이, 분실이나 훼손시에는 100~300파운드가 넘는 벌금으로 호된 철퇴를 맞게 된다는 게 압뷁) 자유롭게 타고 다닐 수가 있어서, 마침 저는 지치기도 했고, 지하철역까지 가기엔 좀 멀고, 더워서...(...) 자전거를 빌려봐야지, 런던에서 자전거 타봐야지... 하는 부푼 꿈을 안고 자전거를 빌렸습니다. 이들 자전거는 무겁기도 하고 크기도 커서 일단 빌려가지고 나오는데 낑낑거려서 키 큰 영국 총각이 도와줬구요. (그 총각 내가 본 영쿡 총각 중에서 제일 잘생겼었는데 ㅡㅜ ...;;;) 그 다음에 처음엔 안장이 너무 높아서 낑낑거리다가 간신히 안장 높이 맞추는 법을 알고... 가방을 고정시키고 타기 시작한 건 좋은데... 당연하지만... 서울에서는 인도로 자전거가 쌩쌩 잘도 지나다니는지라 아직 런더너의 개념이 없는 무뇌충이었던 저는 아무 생각없이 인도로 자전거를 몰았던 거죠... -_-;;; 못살아. 그렇게 한참을 아슬아슬하게 가는데, 머리가 하얗고 구부정안 영쿡 알아버지께서 절 불러세우더니, "너 이렇게 인도에서 자전거 타면 안 돼. 경찰에게 걸리면 벌금 300파운드라오." 네? 네에? 뭐라구요? ... 전 완전 당황. 허걱. 얼굴이 빨개져가지고 '몰랐다 미안하다 감사하다 ㅠ_ㅠ' 허리를 굽혀 인사하니까 뭐 외국인이라 몰랐나보다 싶었는지 씨익 하고 웃으시더니 조심하라고 하더라고요... 아니... 친절한 건 어디로 안 가고 좋은데... 벌금 얘기를 듣고 완전히 얼어버린 저는... 정말 완전 경.직. 모드...orz -_-;; 일단 차도로 내려가서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는데, 아시다시피 영국은 섬나라. 좌측통행. 우리나라랑 차가 다니는 방향이 반대입니다. 이게 뭐 대단한 차이냐... 라고 생각하고 다녔고 걸어다닐 때도 그건 별로 신경이 안 쓰였는데... 자전거를 타고 도로를 "운전" 해서 다니니까.. 맙소사... 젠장 좌회전 하려면 어디로 가야 해. 우회전하는 게 이쪽으로 가는 게 맞나? 아니 그보다, 내가 가는 이 길이 코벤트 가든으로 가는 게 맞나...oTL 아놔... 미쳐... 러셀 스퀘어 가든에서 코벤트가든으로 튜브를 타면 되는 거였는데!!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지... 끙... 아놔 내 1파운드... 엉엉엉엉엉 그래도 전생에 런더너였던 기억 (...-_-;;) 과 방향 감각은 어디 갖다 버릴 지경은 아니었는지, 어떻게 어떻게 돌고 돌아서 코벤트가든까지 시간 맞춰서 무사히 왔습니다. 제길. 그 때의 스트레스며 공포감은 여행 내내 최악의 기분으로 남아있어서, 앞으로 절대로 여행가면 안 하던 짓은 하지 말자는 결심을 하게 만들었죠.
그래서 결국 이 망할노믜;; 자전거 때문에, 러셀 스퀘어와 대영박물관을 찍는 건 대실패. 으악. -_-; 




그나마 자전거 타기 전에 작은 가든 (Tavistock square 더군요. 유스턴 로드에서 러셀스퀘어를 향해 남쪽으로 내려가다보면 만나게 되요 ㅋㅋㅋ)에서 잠깐 쉬었는데, 러셀 스퀘어보다 작고 아담하고 조경도 너무 이쁘게 해 놔서 그냥 찰칵. ㅋㅋㅋ 아... 정말 이 사흘째는 써놓고 보니 사진도 별로 없고 가본 곳도 별로 없고... 이날을 감히 The Day of  삽질로 임명합니다 ㅠ_ㅠ 이날 삽질하는 덕분에 가보고 싶은 곳을 많이 못가봐서 정말 아쉬웠어요... 분명히 호텔을 나오기 전에는 오늘 초상화 박물관이라도 잠시 들려서 프롬스 가야지... 라고 마음먹었는데 결국 그러지 못하는 바람에, 런던에 일주일씩이나 있으면서도 초상화 박물관에 들르지 못하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런던느님 잘못했어요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야...;;;) 여튼 무사히 호텔로 돌아와서 옷을 갈아입고, 로얄 알버트 홀을 향해 출발! Proms 후기는 전편에 모두 몰아넣었습니다 :) 마지막 사진은 그날의 알버트 공 기념비입니다. 가까이서 찍은 사진은 세삼 화려하네요 ㅎㅎㅎ



하이드 파크, 로얄 알버트 홀 맞은편의 알버트 공 기념비 :)


Posted by 리히테르
2011.9.2. GMT 08:11 London, Victoria ~ Brighton & Hove, Seven Sisters, Eastbourne. Sussex
 
Day 2. 이날은 빅토리아 Victoria 역에서 떠나는 브라이튼Brighton행 기차를 예매해두었습니다. 런던에서 기차 타고 남쪽으로 1시간 정도 가면 있는, 서섹스 Sussex 주의 브라이튼-이스트본Eastbourne 사이의 세븐 시스터즈Seven Sisters를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해협인 영국해협 (가장 가까운 거리인 도버해협보다는 좀 더 남서쪽에 위치한 듯...) 에 있는 하얀색 석회 절벽.

영화에 하도 많이 로케이션 되어서, 아마 보면 다들 아실 법한 그 곳. [관련 포스팅 보기 링크]
그곳에 다녀왔습니다.

아침에 출발하기 전에, 호텔방에서 BBC news를 보는데 (대개 저는 BBC를 죽어라고 본 게, 팔 할은 날씨 보려고 -_-;; 나머지는 폭동 관련 소식과 드라마 ㅋㅋㅋ 때문에) 브라이튼 항구에 안개가 뽀얗게 낀 배경을 뒤로 하고 리포터가 foggy 어쩌구 저쩌구를 주절거리는데 ㅡㅜ 끙. 아놔. 보자마자 육두문자부터. (아무도 듣는 이 없으니 욕이라도... 흑) 젠장. 그러나 설마. -_-;;; 설마가 사람잡는다더니. 흑... 아니 왜 내가 가는데 안개가 껴. 저는 그래도 그 때가 워낙 이른 아침이였는지라, 낮에 해 나면 안개가 걷히겠지. 라는 지극하게 낙관적인 (... 심하게 낙관적이었죠. 덕분에 여행 다니는 데 스트레스는 덜했습니다만... 좀 대책없이 낙관적이었다는 게 문제 ㅋㅋㅋ) 생각으로 어차피 영어도 안 되는데 환불 받는 건 더 머리 아플 것 같고, 거기 안 가면 딱히 할 것도 없고 해서...(나중에 생각해보면 그냥 거기 가지 말고 켄싱턴궁과 하이드 파크를 봤어야 한다는 후회가 2% 정도 듭니다만) 그냥... 갔습니다. 

Off peak 기차표는 미리 예매해두면 꽤나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어서, 왕복 10파운드 정도로 해서 기차표를 영국에 오기 전에 미리 결제를 해 두었더랬습니다. 빅토리아Victoria역에서는 Southeast 방면으로 가는 열차들이 주로 출발하게 되는데, 그래서 브라이튼으로 가는 기차를 빅토리아 역에서 탔습니다. 영국 국철 National Rail 이었지요. 브라이튼으로 가는 열차는 아침 8시 10분정도에 출발하는 편이였고, 런던으로 돌아오는 열차는 저녁 7시 20분쯤에 브라이튼에서 떠나는 편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일찍 가서 좀 늦게 오는, 다시말해 출퇴근 시간을 피해서 다니면 저렴한 가격에 다녀올 수 있었던 거죠.


기차 떠나기 20분쯤 전에 빅토리아 역에 미리 도착, 발권을 했습니다. 예매번호가 있었기 때문에 발권은 자동발권기에서 발권하면 됩니다만, 역시나 -_- 중간에  에러가 터져서 지나가는 직원 불러서 매표창구에 가서 다시 발권했어요. 뭐, 친절한 영국인들, 영어 안 통해도 그냥 제가 예매한 서류 프린트해간 것 정도만 있으면 알아서 잘 해결해주더라구요. 다행이에요. 조흔 나라야. (쯧쯧.. 그놈의 콩깍지.) 발권하고도 시간여유가 좀 있어서 빅토리아역을 이리 저리 구경합니다. 역시나 서울역보다도 낡았습니다. ㅎㅎㅎ 정말이지 80년대쯤으로 타임머신 타고 돌아간 것 같았어요.
그럼에도 여기가 유럽이라는 걸 느끼게 해 준 것은, 화장실 입구에 붙어있는 30펜스 -_- 표지. 오냐. 볼일도 돈내고 봐야하는 무서운 나라 영쿡. ㅋㅋㅋ
 


기차는 전광판을 보다가 플랫폼이 정해지면 그 플랫폼으로 가서 타면 되요. 출발하기 한 10분 전은 되야 플랫폼이 어디라고 뜹니다. 저도 남들 하는 것 처럼 전광판 열심히 보다가 플랫폼 찾아가서 기차 탔어요.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그냥 분위기 보고 남들 하는 대로 하고 그러니까 혼자 가는 여행도 다닐 만 하더라고요. 영국이라 그랬나. 허허. 설마 전생에 정말로 영국사람이었나, 나... (<< 틀려 이것아...-_-) 여튼 기차에 올라타면 좌석 지정이 따로 되어 있는 게 아니고, 사실 이게 러시아워 타임이 아닌 만큼 자리도 널널하기 때문에 아무데나, 기차 가는 방향을 파악해서 역방향이나 정방향으로, First class라고 적힌 데만 피해서 앉으면 됩니다. 나중에 표 검사를 하니까 꼭 표를 잘 챙기고 있어야 해요. 기차 내부 사진은 다음과 같아요. 우리나라 KTX 보다 좀 더 여유있는 좌석인 것 같고, 랜덤하게 테이블 배치가 되어 있고요. 당연히 창가 자리에 앉았어요. 혼자 앉아있으니까 브라이튼까지 내내 옆자리와 건너편자리에 영쿡 백인 총각과 아저씨가 각각 앉아서 갔었습니다. 옆자리에는 진한 갈색 머리의 준수한;; 총각이 앉아서 내내 아이폰만 열심히 만지작거리다 갔고, 건너편에는 배둘레가 햄과 같은 수염난 금발 아저씨가 "수트 빼입고;;" 앉아서 아침 먹고 친구랑 수다 떨고 전화하고 그러다 가더라고요 ㅋㅋㅋ 전 창밖 풍경 보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만. ㅎㅎㅎ 

나름 깔끔한 기차 내부


약 1시간 10분정도를 달려서 (중간 중간에 경유역이 몇 있어서 좀 늦어졌습니다. 런던으로 돌아올 땐 경유역이 적어서 그런지 1시간도 안 걸려 금새 도착하더라고요. 기차 자체는 꽤 빨랐어요!) 브라이튼 역에 도착했습니다!

빅토리아 역보다 1.5배는 더 후줄근해보이는 브라이튼역. 반야외입니다. 비둘기와 갈매기가 먹을 것을 찾아 들락 날락 자유자재로 하는 그런 시골 역이에요. ㅎㅎㅎ 꽤 커 보이지만, 상당히 낡은 정말 "빈티지" 기차역이었어요.


여튼 세븐 시스터즈 가는 법에 대해서는 검색해보면 꽤 많은 분들이 다녀가시면서 구구절절 소중한 정보를 남겨주셨고 저 역시 그 자료들을 많이 참조했습니다. 브라이튼역에서 세븐시스터즈를 경유해서 이트스본을 왕복하는 버스는 12, 12A, 12X, 13X 이렇게 네 가지가 있습니다. 이 네  버스 모두 더블 데커, 즉 2층버스이구요. 원래 Birling Gap을 경유해서 가는 버스는 주말에 13번만 다닌다고 되어 있었는데, 13번 버스는 없어지고 같은 노선으로 주중에도 1시간마다 13X가 다니는 걸로 바뀌었습니다. 브라이튼 역에 있는 Visitor Center Information (인포)에 가면 One Day Super Saver를 3.2파운드에 구할 수 있는데, 이걸 타면 브라이튼에서 이스트본을 오가는 버스를 비롯해서 브라이튼 역에서 처칠 스퀘어로 가는 6번 버스 뿐만 아니라 뉴헤븐Newhaven이나 피스헤븐Peacehaven, 시포드Seaford까지 가는 모든 버스를 이 표 한장으로 해결볼 수 있게 되요. 즉 이 One Day Super Saver를 들이밀면 걍 아무 버스나 아무데서나 내리고 타고가 가능! 여튼 저도 그 이야길 듣고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인포에 가서 슈퍼 세이버 티켓을 끊었어요. 버스 시간표를 인포에서도 안 주니까 프린트해가라는 이야기를 듣고 프린트해갔는데, 인포에서 아예 Bus Times라고 해서 버스 시간표를 죄다 책으로 묶은 잡지를 무료로 집어갈 수 있게 입구쪽에 진열해놨더라구요. :) 아싸. 횡재. 이러면서 냉큼 하나 집어들고 호텔에서 프린트해온 꾸깃꾸깃한 종이는 쓰레기통에 투.척. ㅋㅋ 그리고 어차피 세븐 시스터즈로 가는 버스들은 모두 브라이튼역에서 500~600m 가량 떨어진 처칠 스퀘어Churchill Square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브라이튼 역 바로 앞에서 6번 버스를 탔습니다. 슈퍼 세이버 있으면 이걸로 그 버스도 탈 수 있으니 체력도 아끼고 본전도 뽑는 셈이지요. 그러면 금방 한 한두정거장만 가서 처칠 스퀘어에서 내려주는데요, 여기에 브라이튼에서 나름 제일 큰 쇼핑센터가 있고, 막스 앤 스펜서도 있기 때문에 여기서 물을 사가지고 갔습니다. 점심(... 이랄 것 까진 없고 여튼 과일 좀 싸온 것)은 가져왔기 때문에 갈증 때문에 힘들 수 있다는 조언을 많이 들었거든요. 물은 정말 필수. 물 없이 다니면 원체 죙일 걷는 코스라 갈증으로 제대로 고생하기 딱 알맞기 때문에 물 꼭 챙겨야 해요! 처칠 스퀘어에 내리면 버스정류장이 한 8개쯤 있는데, D정류장이었던가 E정류장에서 12, 12A번 버스가 출발합니다. 저는 12번은 놓쳤고, 12A번을 탔어요. 두 버스 모두 코스에 큰 차이는 없고, 중간에 시포드였나, 뉴헤븐에서 12A가 한 정거장 정도 더 경유하는 거라서 12A가 좀 천천히 가더라구요. 
여튼 다녀오신분들이 조언해주신대로 무조건 더블데커 2층의 맨 앞자리를 사수하라고 하시길래 저도 족보대로 ;; 버스 타자마자 2층으로 올라가서 맨 앞자리 차지하고 앉았습니다. 유리창이 좀 지저분하긴 하지만, 와. 정말 런던에서 못 타본 2층버스 여기서 원없이 타고다녔더라는. 헤헤. 시야가 정말 확! 트이는게 좋더라구요... 뉴헤븐과 피스헤븐은 은퇴한 노인들이 쉬러 내려와서 사는 곳이기 때문에 아기자기한 영국식 코티지 Cottage 가 쫙 늘어서있는 시골마을인데 버스에서 이 마을들 지나면서 영국 시골 풍경을 원없이 원없이 볼 수 있습니다. 버스를 타고 1시간쯤 가서, 시포드를 지나면, 세븐 시스터즈로 들어서는 들판 풍경이 짠 하고 펼처집니다. 이날 날씨가 정말 안습이었던 게, 육지 쪽은 햇볓이 쨍쨍, 바다 쪽은 안개가 뽀얗게 ㅡㅜ 였더라는... 흑... ;;;

버스 2층에서 다라본 풍경들...


버스를 타고 가면 Exceat Park Centre라는 곳에 내리면 되는데, (사람들이 우르르 내린다고는 하지만, 제가 간 날은 사람도 적었고 우르르 내리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버스 전광판에 정류장 이름이 다 나오니까 Stop 버튼 누르고 내리면 되더라구요.) 여기가 Cuckmere쿠크미어 강을 건너고 나서 나오는 세븐 시스터즈 인포입니다. 여기에 화장실도 있고, 지도도 팔고, 엽서랑 책자들도 파는데, 저는 직원분 붙잡고 예전에 포스팅했던 그 포인트에서 사진을 찍고 싶은데 어디로 가면 되냐 물어보니까, 여기는 쿠크미어 강 건너편이니까 그 각도로 찍으려면 강 반대편으로 넘어가서 Golden Galeon이라는 펍 앞에서 주차장쪽으로 가서 들판으로 난 길을 담장 문 밀고 가서 쭉 가면 된다 알려줍니다. 구글맵 스트릿 뷰와 위성 사진을 보고 확인했던 사실이랑 크게 다르지 않아서 안심하고 하라는 대로 했어요. (여기서 구글맵 찬양! 만세 ㅡㅜ) 사실 Golden Galeon과 Exceat Park Centre는 버스 한 정거장 차이이기 때문에 그냥 걸어가셔도 되요. 가는 동안 걸어가면서 아래 사진처럼 굽이 굽이 흐르는 쿠크미어 강을 볼 수도 있습니다 :) 버스 도로는 A259번이라는 국도를 따라 나있기 때문에 옆에 갓길처럼 된 잔디밭길을 따라 걸어가면 되요. 차도 별로 안 다니더라는. 날씨 탓 ㅠ_ㅠ 


인포에서 알려준 데로 Golden Galeon에서 농장 문을 열고 하염없이 펼쳐진 들판을 따라 걸어가기 시작했어요. 가도 가도 끝이 없을 것만 같던 들길. 양쪽에서는 양과 말(응? 베네딕이라고?) 이 한가로이 평화롭게 풀을 뜯고... 바람에 휘어진 나무가 드문 드문 서있고. 그런 전형적인 "잉글랜드 남부" 의 시골풍경이 이어집니다.

앗! 저기가 그 오두막집이요!

어디서 바흐의 칸타타 "양들은 한가로이 풀을 뜯고" 가 딱 들리지 않습니까!


그렇게 하염없이 들길을 따라서 30~40분 정도를 열심히 걸어갑니다. 오르막도 있고 내리막도 있기 때문에 경사가 급하진 않지만 포장 안된 잔디+흙길이고, 소똥 말똥도 밟을 수 있는 길입니다. 나름대로 전 호젓하니 좋았어요. ㅎㅎㅎ

사진에서처럼 좀 가면 익히 본 어톤먼트의 오두막집이 보이기 시작하고, 보이니까 금방 갈 것 같은데 -_- 별로 안 가까운 거리를 부지런히 가다보면, 드디어 바닷가가 나옵니다. 와! 바다다!

이런 젠장 안개 ㅠ_ㅠ

한 가족이 강아지를 데리고 와서 강아지와 함께 강을 건너더라고요... ㅋㅋㅋ


원칙적으로 세븐 시스터즈를 보는 코스는 두 가지가 있고, 이 두 코스는 쿠크미어 강을 끼고 두 갈래인데, 강 한쪽에서 일단 코스를 시작하면, 코스 중간에 강을 건널 수 있는 길이 없습니다. 즉... 강 이쪽편에서 세븐 시스터즈를 보고 (제가 간 경우 그 오두막집이 있는 쪽) 강 저쪽편에서 절벽을 기어올라가 벌링갭까지 걸어갈려면 꼼짝없이 왔던 길을 강을 따라 도로 와서 강을 건너서 다른 코스로 가야 하는 식입니다. 하지만.... 꼼수가 있었으니, 그게 바로 강 하구의 바다와 강이 만나는 곳에서 강을 건너는 거였죠. -_-;;; 쿠크미어 강 자체는 수심이 깊지 않고, 유속도 느린 강입니다. 강 하구에서는 여러갈래로 갈라지고 작은 시냇물을 이루면서 바다로 빠져나가게 되는데요, 포인트를 잘 고르면, 그냥 바지만 걷어올리고 건널 수 있습니다... -_-;;;
 


게다가 마침, 제 앞서 가던 부부 한 쌍께서... 아래 사진과 같이 치마 걷고 바지 걷고 건너시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부인 되시는 분은 저랑 키가 비슷해서, 어떻게 건너시나 유심히 보다가... 저도 신발 벗고 양말 벗고 바지 걷어올리고 건넜습니다... 부인되시는 분의 종아리정도까지밖에 안 되는 깊이길래... 건널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제가 건너는걸 하도 빤히 쳐다보니까 물이 차갑다 이러면서 건너시는데... 뭐라 고맙다고 말도 못했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침 제가 맨날 짐이 무겁다고 툴툴대면서도 꼭 갖고 다니던 넉넉한 손수건과 물티슈가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가져온 음식을 다 먹고 남은 비닐봉지가 있었기에 실행 가능한 작전이었...(... 그리고 혼자 갔으니까 가능했겠죠. 암...) 여튼, 바다와 강이 만나는 부분의 얕은 부분을 골라서, 강을 건넜습니다! 아마도 강물에는 영국해협의 물이 섞여들어와있었겠지요. 차갑다던 말과 달리, 생각보다 미지근했어요. 수영하기 딱 좋은 온도였더라고요... 오메. 나 영국까지 가서 물에 발 담궈봤어! 만세! (쯧쯧쯧....)
 

용감하게 쿠크미어 강을 건너시던 부부. ㅋㅋㅋ

바다 저편에는 저렇게 허리까지 물 담그고 낚시하는 분도 있던걸요!


신발 벗은 김에 바닷물에도 가까이 가서 바닷물에도 담궈보고 그러고 옵니다. 모래사장이 아니라 자갈밭이기 때문에 발바닥이 상당히;; 아팠습니다만... 우리나라처럼 갯지렁이가 있거나, 파도가 세게 치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그냥 자갈밭에 앉아서 발 닦고 신발 도로 신는 건 의외로 깔끔하게 끝났답니다. ㅋㅋㅋ 
그렇게 강 저쪽에서 이쪽으로 건너버렸으니, 시간 여유가 생겼습니다! ㅎㅎㅎ 안개가 뽀얗게 낀 바다쪽과 달리 육지 쪽 하늘은 얄맙게도 푸르더군요 ㅠ_ㅠ 흑. 엑스맨의 스톰 소환해서 안개 좀 치워주... (...)

강을 건너니 때맞춰 만조가 시작됩니다. 기둥들이 잠긴 게 보이죠?


강을 건넜으니 저 하얀색 절벽을 가까이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당연하지 않겠어요? (뭐라구요? 당연하지 않다고요? 쳇.) 그래서 그 하얀 절벽을 향해 열심히 걸어갑니다. 대부분 기본 사이즈가 송아지 사이즈인 강아지를 한마리도 아니고 두 마리 세 마리 씩 데리고 온 영국 사람들이 강아지를 강물에서 철벅 철벅 놀게 하고 자기네들끼리 맥주 마시고 샌드위치 먹으면서 바다 보고 그러더라고요... ㅎㅎㅎ


절벽은 정말로 손으로 만지면 하얀색 분필가루가 묻어나는 석회암이었어요. 영어로 낙서도 꽤 되어 있더라고요. 까마득하게 높은데, 낙석주의 이딴 표지판 하나도 안 적혀있... 하긴. 뭐... 알아서 조심하라 이거지...
인포로 도로 갈까, 한 번 올라가볼까 고민하다가, 어차피 시간도 아꼈겠다, 올라가보기로 합니다. 이게 후회할 만한 결정이 될 줄은 몰랐죠. 이거 별로 안 높아보여서 금방 올라가겠지... 했다가 완전 고생. -_-;;;

쿠크미어 헤븐 :)

 
보기에는 만만해보여도 의외로 경사가 급합니다. 좀 올라가고 보니까 우리나라처럼 나무가 우거진 게 아니라 그냥 허허벌판이라서 얼마나 올라왔는지 한눈에 다 보여요. 다리가 후들 식은땀이 쫙 흐릅니다. 이거 잘못하다 떨어지면 정말로 죽을 수도 있겠어. (네 저 의외로 겁 많아요 ㅋㅋㅋ)

제 서명이 있는 하얀 길이 제가 걸어올라온 길입니다... ㄷㄷㄷ

쿠크미어 강 주변의 늪지대


그래도 올라가면 올라간 보람이 있다고, 올라가니까 시원하고 탁 트인 게 정말 좋더라구요. 와. 세븐 시스터즈 반대편인 저쪽 시포드 풍경도 굉장히 이쁘구요. 저쪽은 안개가 별로 안 꼈네... 아마도 이 때 완전 한낮이라서 그나마 안개가 좀 걷혔을 때였을 겁니다. 보기와 달리 꽤 더웠어요. 따뜻하게 챙겨입고 간다고 했다가 더워서 혼났...ㅠ_ㅠ


다들 하는 장난인 풀밭에 하얀돌로 이름쓰기. 제가 한 건 아니고 누가 써놨더라고요. 저도 하얀 돌 주워다 Benedict Cumberbatch 쓰려다가 너무 길고 힘들;;어서 (덕력부족 ㅠ_ㅠ) 중간에 포기. 에라이. 이름 하나는 긴 녀석 같으니라고! ㅋㅋㅋㅋㅋㅋ (으이고 이 바보야. 니 이름이나 쓰고 올 것이지... ㅡ_ㅡ;;;) 여튼 첫번째 봉우리 꼭대기에서 세븐 시스터즈를 보면 아래와 같이 보여요. 와.

반대쪽도 멋있구요.


벌링갭까지 저 언덕을 다 넘어가면 약 2.5마일이라고 되어 있지만... -_- 그 경사 급한 오르막 내리막 언덕길이라 도대체 얼마나 걸릴지 엄두가 안 나더라고요. 첫번째 봉우리에서 그냥 내려오기로 합니다. 허허허... 강 반대편으로 넘어왔기 때문에 이쪽에서 그냥 인포로 가면 될 것 같더라고요. 다른 분들의 여행기를 보면, 세븐 시스터즈 인포에서 이스트본 쪽으로 버스를 타고 좀 더 가서 East Dean 이라는 곳까지 가면 일곱개의 절벽을 한번에 볼 수 있다는 Birling Gap 벌링갭까지 걸어서 쉽게 갈 수 있는 코스가 있기 때문에 그쪽으로 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안개는 안개고, 벌링갭은 보고가야겠더라고요. 여기까지 왔는데... 라는 오기부리기. (이 오기 때문에 여행 내내 고생은 고생대로 했더라는 슬픈 이야기...;;;) 어차피 슈퍼 세이버도 있으니, 버스는 아무렇게나 죙일 타고 내리고를 할 수 있었으니까요. 
 


세븐 시스터즈 절벽 언덕에서 인포로 가는 길. 평화롭고 또 평화롭습니다. 정말 영국 시골 풍경 좋다고 징하게 찍어댔어요. 비슷 비슷해 보여도, 결코 같지 않은 초원 넘어 강이 있고 나지막한 잡목들이 있고 양 떼 소 떼가 여기 저기 점점이 흩어져 있는... 후...


사진찍다 걷다 하니까 생각보다 인포에 금방 왔었어요. 강 반대편 코스보다 이쪽 편 (세븐 시스터즈 절벽이 있는 쪽) 코스가 좀 더 쉽고 편한 길인 것 같아요. 세븐 시스터즈 가는 길의 매력은, 끝없이 펼쳐진게 죄다 잔디밭 같아도 중간 중간에 이름 모를 들꽃들이 여기 저기 꽃을 피우고 있고, 드문 드문 자라고 있는 잡목들은 대부분 Raspberry 라즈베리와 Cassis 카시스였다는 것입니다. ㅋㅋㅋ 심지어 세븐 시스터즈 절벽 중간에는 잡목들이 몽땅 라즈베리인 구간이 있는데, 거기서 어떤 영국 할아버지께서 락앤락 김치통만한 크기의 통을 들고 라즈베리를 열심히 따고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슬쩍 말 걸고 몇 개 얻어먹기도 했습니다 ㅋㅋㅋ 보라색으로 잘 익은 라즈베리는 시지도 않고 심심하게 달달하니 맛있더라고요. ㅎㅎㅎ 여튼 이건 어느 나라처럼 관상용으로 심은 것도 아니니 무공해(...정말일까...) 라고 믿었습니다만, 갈 길이 바쁘므로 나도 그 할아버지처럼 따먹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참 많이도 널려있긴 하더군요. 그 밖에도 우리나라에서는 못 보는 예쁜 꽃들이 잔뜩 피어있어서 참 신기하고... 아 그리고 세븐 시스터즈 절벽 언덕의 잔디밭은 잔디가 반, 토끼똥이 반이었습니다. 아마도 가만히 앉아있으면... (토끼똥 때문에 그러지 못하겠지만) 어디선가 토끼가 지나갈 것만 같은 그런 데였어요. 토끼굴로 보이는 구멍들도 되게 많았구요... 

이게 카시스입니다.

요게 라즈베리

잔디밭 사이에 드문 드문 핀 이름 모르는 들꽃. 색깔이 특이해서 한 번 찍어봤어요.

언덕에 널린 하얀 돌과 대조적인 푸른 잔디와 색색의 꽃들.

미나리아재비 종류로 생각되는 하얀 꽃과 엉겅퀴들.


인포로 내려와서 버스를 기다리다가 여기가 영국이라는 걸 증명하는 빨간색 전화박스가 저쪽에 있길래, 또 한 컷. 사실 저 전화박스가 바로 인포라는 걸 증명하는 상당히 대표적인 표지물이라고 알고 있어요 ^^ 버스는 배차간격이 꽤 길기 때문에 한참을 기다려야 합니다. 최소한 10~15분정도는 기다려야 하고, 늦은 오후에는 20~30분, 13X 버스의 경우에는 한 시간에 하나 -_- 씩 와요 ㅋㅋㅋ 역시나 여기는 영국, 한 템포 느린 나라... 기다리기 지루해서, 인포에서 파는 엽서와 카드를 몇 장 샀어요. 안개 때문에 너무 아쉬워서, 잘 나온 사진 엽서 하나 쯤 가지고 가고 싶더라구요.


버스를 타고 East Dean에서 내립니다. 한낮이 조금 지난 시각인데, 어째 안개는 걷힐 기미가 보이지 않네요. East Dean에서 내리면 아래 사진과 같은 주택가 한가운데 덩그러니 버스 정류장이 있는 모양새인데, 잘 찾아보면 벌링갭 가는 표지판이 있습니다. 처음엔 못 찾아서 당황했는데, 잘 둘러보니 나무에 가려져 있었더라고요. ㅎㅎㅎ 벌링갭까지 2.5마일. 한 5킬로미터 되는 거리인데... -_- 그쪽으로 찻길이 나 있어요. 양쪽에 갓길처럼 된 비포장도로가 있는데 그 길로 쭉 걸었어요. 나름 길이라고 할 만한 게 나있어서, 그냥 허허 벌판인 세븐 시스터즈 절벽을 걷는 것 보다는 편하긴 했는데... 문제는 제가 키가 작고 다리가 짧았다는 거 -_-;; 성인 남자라면 30~4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이긴 했지만, 저는 좀 오래걸리더라고요... ㅎㅎㅎ 게다가 이 도로가 직선 도로가 아니고 커브를 그리는 도로였기 때문에... -_-;; 으... 여튼 생각했던 것 보다는 좀 멀었습니다. 

이 방향에서 왼쪽으로 벌링갭 가는 길이 나 있어요 :)


벌링갭으로 가는 길은 안개... 정말 폭풍의 언덕이나, 퇴마록 영국편에 나오는 유령의 기사 나올 것 같은 조금은 으스스한 풍경이 이어졌습니다. 어째 그 흔한 동물도 별로 없어서... 흑... 생각보다 빨리 지치더라는.


그래도 부지런히 걷고 또 걸어서 벌링갭에 도착했습니다. 후... 여기서 도로 아까 East Dean 까지 도로 걸어갈 엄두가 도저히 안 나는데, 마침 여기 버스 정류장에서 시간표를 보니까 걸어온 시간 동안 배차 시간이 알맞게 지나서, 13X 버스가 금방 도착하겠더라고요... 어차피 안개도 끼고 만조가 한창이고 해서, 해변에 내려가보지 말고 일단 대강 보고 버스 타고 가자... 라는 계산을 하고 다가갔습니다. 


안개가 뽀얗게 꼈네요. 역시... 그래도... 하얀 절벽은 여전히 멋있고, 몽환적인 풍경 속에 바다 빛깔도 신비로웠어요. 날씨가 맑았다면 더 아름다웠겠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세븐 시스터즈... 두고 보자. -_-;


그 와중에 생각보다 쌀쌀한대도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 안 춥나요... 덜덜덜. 

13X 버스를 잡아탔는데, 이게 브라이튼 행이 아니라 이스트본 행인지라... 결국 어쩌다보니 이스트본 시내까지 들어갔다가 거기서 브라이튼행 버스인 12번을 타고 도로 브라이튼으로 왔습니다. 그래도 아직 기차시간인 7시 20분까지는 꽤 넉넉하게 시간이 남아있었어요. 그래서 그냥 브라이튼 항구를 보러 갔습니다. 중간에 내리면 되니까요. 아침에 BBC 뉴스에 나왔던 브라이튼 항구가 여전히 안개에 잠긴 채 그대로 뿌연 모습이었습니다. -_-;;; 흑. 

브라이튼 항은, 뭐랄까... 우리나라 월미도 같더라고요. 바다를 향해서 꽤 멀리까지 뻗어있는 항구에요. 배가 다니는 항구라기보다는, 그냥 유원지에요... 도박장이랑 오락실이 있더라고요. 그 안개에도 불구하고 해변에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어요. 날씨도 별로 안 더운데... 그래도 바닷 바람을 쏘이려고 온 분들인가봐요. 안개 낀 풍경도, 그 나름대로 매력적이긴 했으니까요... 색감이 별로라, 흑백으로 바꾸어봤는데, 콘트라스트를 높이니 사진이 그나마 봐줄 만 하네요... :)

항구의 주인인 갈매기 -_-


그러고도 시간이 남아서 브라이튼 시내를 구경했습니다. 브라이튼 자체가 큰 도시도 아니고 그래서 구경하는데 오래 걸릴 것 같지 않았거든요. 그래도 이스트본이나 시포드, 뉴헤븐, 피스헤븐보다는 활기찬 도시였어요. 가게도 제법 늘어서 있고, 찻집이며 펍에 사람들이 제법 있었거든요. 그리고 로얄 파빌리온을 보러 가기로 했습니다. 안타깝게도, 트친분들이 알려주신 예쁜 찻집은 못 찾았어요. 정확한 찻집 이름과 위치를 까먹고 안 적어간 덕분에... -_-;; 그래도 런던처럼 골목 사이 사이에 아기자기한 까페나, 상점, 식당이 제법 많더라고요. 생각보다 재미났어요! 

오와 캐스 키드슨이다. 여기도 있네!

가로수마다 걸린 예쁜 꽃들

로얄 파빌리온 정원에 핀 빨간 꽃. 이거 여기 저기 되게 많더라고요.


나름대로 영국의 타지마할이라고 불린다는 로얄 파빌리온에 다녀왔어요. 건축양식이 특이해서, 인상적이더라고요... 이런 건물이 이런 곳에 있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신선했습니다. :) 날씨가 흐려도 비가 안 와서 그런지 사람들이 제법 있었더라는. 공원에는 다람쥐가 제 세상 만난 듯 신나게 뛰어다니면서 샌드위치 먹는 관광객 옆에서 빤히 쳐다보면서 기다리고 그래요... 영국 동물들은 죄다 지가 사람인 줄 아나... oTL

로얄 파빌리온 근처 공원의 청설모 ㅋㅋㅋ

시내 구경하고 돌아다니니까 금방 기차시간이 다 되어서 브라이튼 역으로 가서는 런던으로 무사히 돌아왔어요. 런던으로 오는 길에 기차 밖으로 보는 석양이 아주 일품이었죠. 기차가 워낙 빨리 지나가서, 제대로 된 사진을 찍지 못했지만, 정말 해 지는 풍경은 황홀했어요. 영국은 9월인데도 위도가 우리나라보다 높아 그런지 해가 늦게까지 안 지더라고요. 빅토리아 역에 도착하니 8시 반 정도였고, 호텔로 돌아오니 밤 9시. 뭐야... 이거 어제랑 똑같잖아. -_-;; 생각보다 적지 않게 걸어다녔던 터라, 지쳐있었습니다...만, 호텔 방 BBC를 틀어보니. 으악. 토치우드 한다! 이러면서... 영어 자막 틀어놓고 보다가... 자버렸습니다. ㅋㅋㅋ 사실 영국 여행 내내 밤 9시 이후에는 호텔 방 밖으로 거의 나가질 않았어요. 런던 폭동이 안정상태라고는 하지만, 역시 밤에 혼자 다니는 건 좀 무섭기도 했고, 야경을 보기엔 상당히 지쳐있기도 했어요. 그리고 은근히, 호텔 창 밖으로 사이렌 소리가 종종 들리는 게 공포감을 가중시키기도 한 탓이었죠. 주말에는 BBC 뉴스에서 간간이 East End 이스트 엔드 지역에서 소요사태가 있었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던 걸 보면, 조심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일부터는 본격적으로 미술관과 박물관을 털기로 했어요... 

둘째날은 사진이 적어서 분량이 좀 적은가 했더니 다시 보니 그렇지도 않네요 -_- 뭐야 이거. 똑같이 길잖아 ㅡㅜ 흑. 네 저 말 많고 욕심 많아요. 죄송합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려요!  

 
Posted by 리히테르
런던.
사람들이, 하다못해 형광조끼를 입은 막노동자까지 책을 들고다니고, 내셔널 갤러리랑 테이트 미술관을 보는 곳.
튜브 안에 들어가는 순간 열기에 숨이 턱 막혀도 아무도 불평 안 하고 sorry와 excuse me 만 오가는 곳.
환기가 안 되는 지하도의 어디서엔가 울려퍼지는 나즈막한 음악소리가 지친 발걸음을 한숨 돌리게 하는 곳.
그런 곳이었습니다.

Day 1. 여기서부터 스크롤 압박입니다... 아우... 도대체 얼마나 찍고다닌거야... orz

2011.9.1. GMT 05:30 London, The Strand Palace Hotel.

전날에 그렇게 피곤에 쩔어 잠이 들었는데도 불구하고 새벽 5시에 잠이 깼습니다. -_- 호텔 아침밥을 6시 반부터 주는데, 그냥 1착으로 가서 먹었습니다. 먹고 나오니까 여기가 런던입니다. 빨간색 더블데커들이 왔다 갔다 합니다. 저는 Oyster Card (굴카드, 런던 교통카드 ^^) 받은 게 있어서 1주일치 Travelecard (약 28파운드정도) 를 넣어두고 다녔기 때문에 버스는 안 탔습니다. (+ 나중에 추가 : 런던에 있는 내내 저는 이 Travelecard로 버스"도" 탈 수 있다는 걸 까맣게 몰랐습니다. 맙소사... -_- 네. Travelcard로 버스"도" 탈 수 있습니다! 참고로 튜브역에서 충전한 트레블카드는 버스 겸용이 되지만, 버스용 트레블카드는 튜브가 안 된다는군요. 런던 버스가 느리다는 사실이 한 줄기 위안이 되기는 하네요... 끅... 못 탈 것도 없었는데...oTL) 튜브 타고 걷고 튜브 타고 걷고 그렇게만 다녔어요. 호텔 건너편에는 익히 들은 폴 Paul 빵집도 있더군요. (이 집 빵은 런던에서 그나마 제일 맛있다는데 일주일 내내 있으면서 비싸서 결국 못 먹어봤다는 ㅡㅜ) 호텔 위치가 워낙에 하도 좋아서, 근처에 어지간한 건 다 있었습니다. 테스코도 있고, 크럼플러 Crumpler 가방가게도 있고, 문구점이며, 우표 전문점, 건강식품 가게, 약국도 있고, 위타드 Whittard 매장 작은 것도 있고... 그랬어요. :) 숙박비는 좀 쌨고, 방도 정말 완전 작았지만 ㅡㅜ 그래도 위치 하나는 기차게 좋고, 서비스도 만족스러웠으니 본전 뽑았다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명동의 세종호텔쯤 되는 위치에 있었다 생각하시면 쉬울거에요.
 

빨간색 2층 버스다! 꺅! 여기는 런던이구나! 런던 맞구나!


그렇게 오늘의 일정을 시작합니다. 사실 딱히 계획이랄게 있었다기보다는, 그냥 오늘은 서쪽을 보자, 내일은 동쪽을 보자 뭐 이딴식이었... (... -_-;; 너 도대체 여행을 어떻게 다닌거냐...) 여튼 오늘은 테이트 브리튼 Tate Britain 에 갈 생각으로 걸었습니다. 무슨 똥배짱인지. 교통 불편하다는 얘길 듣고 무작정 걸어가기로 마음억었더랬습니다. 사실 테이트 브리튼과 테이트 모던을 오가는 테이트 보트 Tate Boat 가 있다지만 뱃삯이 편도 5파운드, 그 돈이면 히드로공항 한 번 왕복하는 돈인지라 그냥 관두기로 했어요. ㅋㅋㅋ 가는길에 세인트 제임스 파크 St James Park 나 보자 라는 심보로 출발! 아침 7시도 되기 전이라, 지하철 씩이나 탈 거 있나... 라는 마인드... -_-;;; 그런 고로, 평일임에도 트라팔가 광장 Trafalga Sq 이 이렇게 텅텅 비어있었어요. 날씨 참 좋죠! 그죠! 제가 간 첫날이 런던 날씨 중에 드물게 정말 좋았더랬습니다. 현지인들도 so lucky!라고 :)

푸르스름한 새벽녘의 트라팔가 광장. 도로청소의 물기가 아직 덜 가신 기운이 :)


트라팔가에서는 여느 유럽 도시처럼 방사상으로 길이 나 있습니다. 버킹엄궁 Buckingham Plalce으로 가는 더 몰 The Mall도 여기서 시작되죠. 그쪽으로 방향을 잡고 걸어갔습니다. 


애드미럴티 아치 Admiralty arch 라고, 더 몰로 들어가는 대문입니다. :) 앞 뒤로 다 찍어봤어요. 역시 아침 일찍이라 사람이 적고 한산합니다. 러쉬아워가 되면 차들로 꽉꽉 차요 ㅋㅋㅋ 요기서 더 몰 타고 쭉 가면 버킹엄궁이 나오지만, 더 몰은 꽤 깁니다. 멀어요. 그래서 그냥 저는 재미없는 더 몰을 걷지 말고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 들어가보기로 합니다. 하고 방향을 틀어보니, 얼레, 저쪽에 빅벤 Big Ben 이 있네? 저기로 가면 재밌겠다 (... 쯧... 대책 없다...) 라는 생각이 들어 그쪽으로 가기 시작했습니다. 새벽에 조깅하는 사람들이랑 출근하는 수트입은 아저씨들말고는 한산한 공원이었습니다.


런던의 공원들, 특히 1존 안에 있는 대표적인 공원 Park 들인 St James Park 세인트 제임스 파크, Hyde Park 하이드 파크, 그리고 Regent Park 리젠트 파크 이 셋은 모두 Royal Park 로얄 파크입니다. 다시 말해서 영국 왕실 소유의 땅이죠. 무료로 드나드는 게 가능하지만, 언제든지 왕의 맘대로 유료로 바뀔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그만큼 이 땅을 왕실의 허락 없이 함부로 개발하거나 훼손하는 것도 금지되어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런던의 녹지는 왕실의 보호를 받는거지요! (부럽다 ㅠ_ㅠ)

우거진 St James Park 너머로 보이는 빅벤!

St James Park의 연못 분수. 아침부터 열심히 뿜는.

Duck Cottage 입니다. 무려 1891년에 지어졌데요. 오래도 되었고, 아담하고 이쁘기에 한장!


빅벤이 보이는 방향으로 세인트 제임스 파크를 가로질러 가면 이런 건물이 나옵니다. Horseguard house였나. 뭐라 번역을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여튼 마굿간 (...) 이 아니고, 근위병 훈련소? 거처? 같은 곳입니다. 지금은 박물관으로 바뀌었죠. 왕실의 건물 답게 위용이 대단합니다. 역시 아침이라서 사람없이 텅텅 비었군요. 런던 관광지의 대부분은 빨라야 아침 9시, 적어도 10시는 되야 엽니다. 그러니 아침 7시가 좀 넘은 이 시각에 아무도 없는 건 당연한 거죠 ^^


이 건물을 지나서 웨스트민스터 쪽으로 계속 걷다 보면, Cabinet (캐비닛, 내각) 이 모여있는 Whitehall 화이트홀을 지나게 됩니다. 맨날 스푹스 보면 위에서 찍어주는 직사각형 안에 동그란 홀이 있는 건물 있죠? 그 건물들입니다. 좀 위압적으로 느껴지는 관공서들이 쭈루룩 늘어서 있습니다. 외무부, 농산부, 교통부, 내무부, 법무부 등등이 있어요. 이 화이트홀을 걷다 보면, 이런 게 나와요. Cabinet War Room 캐비닛 워 룸, 특히 Churchill war room 처칠 워 룸입니다. 처칠 수상이 2차대전동안 집무를 봤던 방공호죠. 방공호입니다. 말 그대로 저기 보이는 회색 문으로 들어가면 있는 "지하 방공호" 입니다. 입장료도 유료라고 하고, 어두컴컴하다고 하길래 전 겉에서 이렇게 사진만 찍고 안 가봤습니다만, 나이드신 분들, 특히 전쟁을 겪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와서 숙연하게 둘어보고 가는 곳이라고 하더군요 :)


그리고 이 방공호 입구 바로 옆에는 이런 구조물이 있습니다. 발리 테러사태의 희생자 추모비입니다. 화이트홀에는 곳곳에 이런게 많았어요. 테러, 전쟁의 희생자, 전사자들 추모비요... 
 


그리고 화이트홀 사잇길로 빠져나옵니다. 지도도 없고 뭣도 없지만 왠지 저쪽에 빅벤 Big Ben 이 보였으니까 이쪽으로 가면 웨스트민스터 Westminster 가 나올것 같아서 그렇게 갔습니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이랑 국회의사당은 봐야겠지 말이에요. 그러다가 눈부시게 하얀 건물의 입구에서 잠시 스푹스 Spooks 에서 루스라든지, 코니가 우아하게 하지만 몰래 살짝 들어갔을 것 같은 관청 건물의 문짝을 찍어보고 그랬습니다.... ㅋㅋㅋ
 


화이트홀을 지나 서쪽으로 서쪽으로 것다 보면, 짠 하고 웨스트민스터 튜브역이 나옵니다. 걸었다고는 하지만 사실 지하철 한두정거장밖에 안 되는 거리에요 :) 


그리고 방향을 틀면 아침햇살에 빛나는 국회의사당 -영국인들은 이걸 말 그대로 "웨스트민스터"라고 해요. 즉 정치 관련 기사나 대화에서 "웨스트민스터" 는 곧 국회를 의미합니다.- 이 금빛 찬란하게 모습을 드러냅니다. 우리가 말하는 웨스트민스터 사원을 영국인들은 그냥  The Abbey 라고 해요. 런던에는 웨스트민스터 사원 Abbey 뿐만 아니라 대성당 Cathedral 도 있거든요. 후자는 빅토리아역 근처에 있는 붉은 벽돌 건물이라고 합니다. 완전히 다른 건물이에요! 여튼 익히 알다시피 국회의사당 바로 건너편에 웨스트민스터 사원이 있습니다. 그 사이에 난 길로 또 신나게 걸어갑니다. 출근시간이 다 되어가는지, 차가 제법 늘었어요. 런던에 가면서 깜박 잊고 손목시계를 안 가져 갔는데, 별로 불편한 줄 몰랐던 것이, 그나마 핸드폰이 있기도 했지만, 주변을 휘휘 둘러보면 보이는 첨탑의 시계가 대개 잘 맞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ㅋㅋㅋ 그냥 고개 들어서 시계탑 아무데나 있는 거 보면 되더라구요. ㅋㅋㅋ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뒤돌아서 보면 빅벤이 이렇게 보입니다. 오메 벌써 여덟시 반이래 ㅋㅋㅋ


웨스트민스터도 여느 관광지와 마찬가지로 아침 10시는 되야 관광객을 받기 시작합니다. 아래 사진은 북쪽 입구로, 사실상 웨스트민스터 사원의 뒷문에 해당합니다.  이 북쪽 입구에는 지금 한창 복원 공사중인 성 마가렛 처치 St Magaret Church 가 붙어있지요.관광객은 이 북쪽 입구로 들어가서, 흔히 보는 정문, 하얀 첨탑 두개가 나란히 있는 남쪽 출구로 나오게 됩니다. 


여튼 원래의 목적지는 테이트 브리튼이었으니, 국회의사당과 웨스트민스터를 지나서 템즈강이 나올 때 까지 계속 걸어가기 시작합니다. 사실 국회의사당 자체는 템즈강가에 바로 연해 지은 건물이라서, 그냥 건물 폭 만큼만 걸어가면 템즈강이 나와요. :) 아침 햇살이 빛나는 템즈 강은 이렇습니다... 생각보다 한강같았어요 ㅋㅋㅋ


웨스트민스터에서 밀뱅크 Millbank를 따라서 계속 가면 램버트 Lambert 브릿지 (웨스트민스터 국회의사당과 연결된 다리는 웨스트민스터 브릿지고, 거기서 서쪽으로 가면 램버트, 복스홀 Vauxhall 브릿지가 차례로 나오게 됩니다.) 가 나옵니다. 이 다리를 지나야, 테이트 브리튼이 나오게 되요. 즉, 테이트 브리튼은 램버트 브릿지와 복스홀 브릿지 사이에 있는 건물입니다. 여튼 웨스트민스터와 램버트 브릿지 사이에 커다란 건물들이 몇개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템즈 하우스 Thames House 입니다. 스푹스에 나오는 MI5[각주:1]의 실제 본부 headquater는 여기에요. ㅋㅋㅋ 실제 영국 스파이들이 근무하는 곳! 오오. 이게 밀뱅크에 있구나. 사실 일반인들에게도 일부 공개하는 코스가 있습니다만. 전 그냥 사진만 찍었으니 만족하고 제 갈길을 갑니다. ㅎㅎㅎ

Thames House The Millbank


테이트 브리튼에 도착했습니다만 시각은 9시 -_- 젠장 미술관은 10시에 여는데. 낭패. 1시간동안 뭐하지? 지도를 봐도 답이 없어요. 도대체 뭔가 볼만한 포인트가 있어야죠... 제길... 그냥 에라 모르겠다 하고 하염없이 테이트 브리튼 주변을 동심원으로 돌기 시작합니다... ㄲㄲ 바로 뒤쪽에 첼시 Chelsea 미술대학이 있더라구요. 실제 런던에서 첼시라는 지역구 자체는 복스홀 브릿지를 좀 더 지난 서쪽에 위치한 부유층 주거 지역입니다만, 이 곳도 의외로 괜춘했어요. 게다가 첫날이었으니, 모든 게 신기했던 것도 한몫 했지요.

여기는 정말 벤치 하나, 풀 한포기, 나무 한그루 하나 정성들여 심어놓고 놓아두지 않은 게 없는 듯 -_- 너무 이뻐요.

아침 일찍부터 작업하시는 부지런한 미대생!

여기가 말이죠. 대학교 수위실이에요 -_- 미치겠다니까요.

작은 뜰? court? garden 에는 이런 벤치들이 있습니다. 죽으면서 자기 이름을 벤치에 새겨놓는 런더너들!


열심히 돌아다니다보니 어느덧 미술관 열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부랴 부랴 도로 미술관으로 갑니다. 

테이트 브리튼의 정면. Millbank Enterence 밀뱅크 입구입니다.


정문은 밀뱅크 쪽에 연해있지만 저는 어쩌다보니 서쪽에 있는 다른 입구로 들어갔어요 :) 이 입구도 이름이 있는데 기억이 안나네요 -_- 지도 찾으려면 정리해둔 짐을 다 뒤져야하니 생략 ㅋㅋㅋ 10시 땡 치자마자 들어갔기 때문에 갤러리 문을 열어주는 직원을 볼 수 있었습니다! 루니같은 영국아저씨닷! ㅎ

갤러리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동그란 홀에 저런 유리창 돔 지붕이 있는 걸 볼 수 있어요. 날씨가 정말 좋아서, 사진이 참 예쁘게 잘 찍혔어요. ^^


내셔널 갤러리 National Gallery 를 제외하고, (대영박물관 British Museum 은 안가봤습니다 -_- 뭘 믿고 그걸 생까고 안갔는지 원 쯧쯧 ㅋㅋㅋ) 런던의 대부분의 뮤지움과 갤러리는 사진촬영을 맘껏 해도 됩니다. 네. 사실 플래쉬 터트려도 별 말 안해요... -ㅁ-;;; 그냥 원없이 찍어도 됩니다. 전 플래쉬는 미안해서 절대 안 터트리고 찍었고, 카메라 성능도 워낙 괜춘해서 플래쉬가 별로 필요 없기도 했습니다만... 와. 정말 갤러리마다 사진찍느라고 못나오고 작품 설명해논거 보느라 못 나오고. 방은 가도 가도 끝이 없이 늘어서 있고. 볼 건 많아 죽겠고 시간은 가고. 하여간에 여기는 무슨 타디스입니까. 블랙홀입니까. 왜 한 번 들어가면 나오질 못하니... -_-;;;
 

제가 보고 싶어 마지 않았던 싱거 서전트의 카네이션 릴리 릴리 로즈!

아직 복원 공사중인 갤러리도 있어요!


테이트 브리튼의 소장작 중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건 단연 영국이 낳은 인상파 화가 중 가장 유명한 터너JMW(Joseph Mallord William) Turner 일 겁니다. 사실 내셔널 갤러리에서 터너 작품울 꾸역 꾸역 모으다가 도저히 안되겠으니까 분관한 게 테이트 브리튼이기도 하지요. 얼마나 많았으면 분관했을까요. 그래서인지 테이트 브리튼에는 터너 그림만 모아놓은 곳이 따로 있어요. 정말 터너의 A부터 Z까지 아주 옵세시브하게 다 전시해놨습니다. (영국인들이 옵세시브함은 사실상 빅토리아 알버트 V&A 박물관에서 그 최고조를 이룹니다. 나중에 보시면 압니다... -_-) 터너의 처음 전시회 때 카달로그는 물론이고, 수채화의 경우에도 색상표를 번호별로, 그림별, 년도별로 로 아주 세세하게 다 배치해놨어요. 스케치의 경우에는 위 그림처럼 스케치를 걸어놓고, 그 밑에다가 그림 그릴 수 있는 종이랑, 연필, 지우개도 구비해놨어요. 보고 따라 그리고 싶은 사람은 꼬맹이든 어른이든 할아버지든 할머니든 맘껏 앉아서 몇 시간이고 그리고 갈 수 있습니다. 이런게 한두개가 아니라 한 7~8개쯤 있어요. 제 옆에서는 미대생으로 추정되는 젊은 아가씨가 후루룩 그리고 다음 그림 가서 또 후루룩 그리고 그러고 가더라고요... 헐킈. 여기 좀 무서운 나라일세. 이쯤하면 무료로 미술교육이 되는 거 아닌가... 전 국민의 예술가화? ... -_-;

물론 터너 그림 말고도 영국의 Pre Raphaelism 라파엘전파 화가들이 그린 샬롯 아가씨라든지, 오필리어, 마리아나 처럼 밀레이, 번존스, 라이튼 경, 워터하우스 등등이 그린 우아하고 아름다운 영국 아가씨 그림들이 가득 가득 걸려있죠... 저 정말 침 떨어지는거 몇 번 닦으면서 봤습니다. 으악. 음반 자켓에서 보던 그림을 실제로 고개를 꺾어서 벽면 가득히 걸려있는 걸 보게 되다니! 오메 이게 꿈이여 생시여... 흑. ㅠ_ㅠ

테이트 브리튼은 생각보다 규모가 크지 않은데다가, 2012년 올림픽 준비로 온 도시의 반이 공사중인 런던 답게 미술관의 약 1/3은 공사중입니다. 생각보다 다 보는데 오래 걸리진 않았어요. 그래도 2시간 넘게 둘러봤으니... -_-;; 흑.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 핌리코 Pimlico 튜브역 (걸어서 약 15~20분 거리)으로 가서, 도로 코벤트 가든으로 왔습니다. 점심을 먹으려고요. 코벤트 가든 근처에는 막스 앤 스펜서 Marks and Spencer 가게가 있어서 들어가서 물이랑 (물 정말 ㅠ_ㅠ 비싸더라고요. 갈증 때문에 죽겠는데 그냥 물 죽어라고 사먹었다는...) 클레멘타인 (귤 종류인다 남아프리카 산이고, 그냥 귤, 혹은 만다린종류 보다 달고 맛있습니다... 대신 조금 더 비싸긴 해요 ㅋㅋ) 이랑 바나나, 포도 등을 사서 그 유명하다는 닐스 야드 Neal's Yard 를 찾아 헤맸습니다. 여기 꽤 쪼그만 골목이라서 찾기 어려워요. 실제로 코벤트 가든역에서 약간 북쪽에 위치한 세븐 다이얼스 Seven Dials 라는 광장에서 방사상으로 뻗어있는 길 중에 하나를 골라 잡아 가다가 골목길로 접어들어야 나타나는 곳입니다. 주변에 닐스 스트릿 Neal's Street 이라는 거리가 있어서 헷갈리기 쉽더라고요. 이 길에서 또 다른 길로 꺾어들어가서 다시 좁은 골목을 찾아야 하거든요. 반드시 구글맵이나 다른 위치 적힌 자세한 지도 꼭 가지고 가서 찾아야 해요! 저는 구글 맵 들고가서도 못 찾아서 한 삼사십분 헤맸더랬... ㅠ_ㅠ 하지만. 찾은 보람이 있습니다. 골목을 들어서니... 이런 화려한 색깔이 펼쳐지는 것이, 꺄아. 여기가 어디야. 여기가 런던 맞능가...(...)


대부분이 식당으로 둘러싸인 아주 작은 골목이긴 하지만, 그래도 사람이 앉아있을 수 있는 벤치가 있어서 거기 앉아서 혼자서 점심 (이래봤자 과일 나부랭이 -_-)을 먹어치우고 나왔습니다. 흐흐흐. 별로 먹은 것도 없는데 옆에서 음식냄새 폴폴 맡으며 먹으니 저절로 배가 부릅니다... (... 틀려 -_-;;;)
그리고 도로 코벤트 가든으로 걸어갑니다. 세상에 나 여태 숙소가 코벤트 가든인데 코벤트 가든 한 번도 못가봤구만 이러면서.... ㅎㅎㅎ 코벤트 가든은 시장처럼 생긴 하나의 큰 건물이고, 이 건물을 시계방향 순서로 로얄 오페라 하우스 Royal Opera House, 런던 교통 박물관 London Transport Museum, 쥬빌리 마켓 Jubile Market, 그리고 세인트 폴 St. Paul 교회(세인트 폴 성당 Cathedral, 런던에서 제일 큰 성당이자 테이트 브리튼과 밀레니엄 브릿지로 연결된 그 성당과는 다른 작은 교회 Church 입니다), 그리고 Apple 매장을 비롯한 각종 상점가가 빙 둘러싸고 있습니다.

그 유명한 코벤트 가든의 광장이죠! North와 South 가 있는데, 이 부분은 South 입니다.


그리고 활기가 넘치는 코벤트가든 답게 낮 시간에는 광장 주변에 이런 프리마켓이 종종 열립니다. 보기만해도 먹음직스러운 빵과 과자와... 기타 등등 단 것들을 정말 그득 그득 쌓아놓고 팝니다... 맛있겠지만, 살찔까봐 참습니다. 그리고 별로 싸지도 않.... ㅡㅜ 흑. 맛있겠다. 그냥 먹어보고 올걸... 아... 왜 내가 찍은 사진에 내가 위꼴을 당하고 있는가.

호텔에 잠시 들러서 과일 짐들을 두고 난 다음에 이번에는 동쪽으로 가볼까, 하고 또 정처없이 걷습니다. 호텔이 Strand스트랜드에 있기 때문에 여기서 동쪽으로 가면 Somerset House서머셋 하우스, Aldwych 알드위치, Fleet Street 플릿 스트릿이 연달아 나오게 됩니다. 그리고 계속 동쪽으로 걸어가면 런던의 금융가인 더 씨티The City와 런던탑이 있는타워 힐 Tower Hill, 그리고 화이트채플 Whitechapel 까지 이어지게 되죠. (서쪽으로 가면 차링 크로스역과 트라팔가 광장으로 이어지게 되구요.) 전 그냥 알드위치까지만 가봤습니다. 호텔에서 동쪽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어마어마한 규모의 서머셋 하우스가 나오게 됩니다. 이 서머셋 하우스 내부에 코톨드 갤러리 Courtauld gallery 가 있습니다. 월요일 아침 10시부터 2시까지만 무료입장이기 때문에 그 때 오기로 하고 서머셋 하우스 내부로 걸어가봅니다. 

서머셋 하우스의 테라스에서 보이는 세인트 폴 성당의 돔


서머셋 하우스는 워털루 브릿지 Waterloo Bridge 로 바로 연결되어 있어요. 그래서 워털루 브릿지로 가서 건너기 시작합니다. 템즈강 너머로 런던 국립극장 (National Theatre, NT) 이 보입니다. 베네딕이 프랑켄슈타인 연극을 했던 그곳! 꺅. 낮에 보면 의외로 멋대가리 따위 없는 건물입니다만... 밤에는 이쁘다더군요 ㅡㅜ 못봐서 또 아쉬운 마음이... 흑...



여기서 잠깐 시계를 봅니다. 아차. 오늘 웨스트민스터 사원 봐야지. 3시 반이면 입장 마감이기 때문에 부랴 부랴 다리를 건너려던 발길을 돌려 워털루 브릿지 서쪽에 위치한 Embankment 엠뱅크망 역으로 뛰어갑니다. 가까워서 한 5분만 걸으면 튜브역이 나와요. 다행입니다. :) 웨스트민스터 사원은 입장료를 받아요. 성인 16파운드. 우리나라돈으로 2만원이 좀 넘는 꽤나 비싼 값입니다만, 걍 내고 봅니다. 오디오가이드도 한국어로 된게 없어서 그냥 영어로 듣습니다. 하지만 좀 듣다가 에라 모르겠다 이거 다 들으면서 어느 세월에 다 보노 하고 때려칩니다. 그리고 신나게 내 맘대로 보기 시작합니다. 중세시대 영주들이며 귀족들이며 왕의 무덤을 아주 신나게 보고... 고대하던 시인들과 문인들의 무덤도 봅니다. 헨델의 묘비 앞에서 묵념도 드리고, 에밀리 브론테 자매와 디킨스, 초서 등등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작가들의 무덤에서 괜히 숙연해지고 그러고 나옵니다. 웨스트민스터답게 셰익스피어의 "기념비"도 있습니다만, 셰익스피어의 "무덤"은 웨스트민스터가 아닌 그의 고향인 스트렛포드에 있습니다. 아 그리고 영국인들이 제일 사랑하는 정치인, 처칠의 무덤도 있죠. 다만, 영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영웅"인 트라팔가 해전의 넬슨 제독 무덤과 묘지는 세인트 폴 성당에 있습니다. 참고하시구요.조각상들과 발밑에 깔린 묘비명을 잘 뒤져야 보고 싶은 작가들과 음악가들의 무덤을 찾을 수 있어요. 잘 보고 다녀야지, 그냥 휙휙 다니면 다 지나쳐버리고 나오기 딱 좋게 생겼더라구요. 이건 오디오 가이드에서도 말 안해주니까 그냥 알아서 찾는 수 밖에 없습니다. 열심히 찾으면 찾는 보람이 있나니. ㅎㅎㅎ 음악가들의 무덤도 한켠에 따로 모여있습니다. 퍼셀이라든지, 엘가는 물론이고, 브리튼, 본 윌리엄스, 스탠포드, 월튼 등등등... 라든지.. 흑... 전 여기가 좋아서 한참을 거닐다가 몰래 살짝 사진도 찍고 나와버렸더랬습니다. 네에, 웨스트민스터 사원은 사진촬영 금지입니다. ㅎㅎㅎ 대신에 안뜰로 나가면 사진촬영이 됩니다. 그래서 오냐 잘 되었다 라고 신나게 셔터질을 시작... (...)


엘가, 본 윌리엄스, 그리고 스탠포드의 무덤.

며느리가 이쁘면 버선코도 이쁘다고 (...) 웨스트민스터 사원이 좋으니까 바닥의 문양도 이쁩니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의 뒤뜰, 컬리지 가든 Colllage Garden이라고 사제들이 거처하는 곳의 작은 정원이 있습니다. 약초정원 Herb Garden도 겸하고 있는 곳이기 때문에 꽤나 아담하고 이쁩니다. 정원 가꾸기에 대한 집착이 대단한 영국인들 답게 정말 아기자기하고 예쁘게 잘도 꾸며놨습니다.



엔간하게 뽕을 뽑았다 싶어서 밖으로 나옵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나오는 쪽이 흔히 알고 있는 웨스트민스터 사원의 정문, 남쪽 출구입니다.


바로 근처에 기념품점이 있지만 들어갔다가 그 조악함에 고개를 절래 절래 저으면서 그냥 나와버렸어요. 오히려 안쪽에 복식이라든지, 미술작품들을 따로 전시해놓은 뮤지움이 있는데, 거기서 내부 사진 엽서 괜찮은 걸 많이 팔길래 좀 구해왔습니다... :)
그리고 이번에는 빅벤으로 가서 웨스트민스터 다리를 건너보려고 쫄쫄쫄 걸어갑니다. 가는 길에 일반인에게 개방하는 국회의사당 문 입구에서 빅벤 또 찍고 ㅋㅋㅋ 신나게도 찍어댔구만 빅벤 좋다고... 아. 실제로 빅벤의 소리는 종소리가 아니라 차임벨 소리로, 봉봉봉 거립니다. BBC 방송의 시보로도 쓰이지요! 나름대로;; 귀엽습니다!

국회의사당을 지키는 경찰 아저씨 너머로 빅벤!


웨스트민스터 다리를 건너면서 국회의사당을 보는데... ㅡㅜ 흑. 안습이게도 역광입니다.
뭐 그래도 멋있었어요! 멋있었다구!
 


웨스트민스터 다리 남단에서 동쪽으로 헝거포드 (골든 쥬빌리) 브릿지-워털루 브릿지 이런 순서로 있기 때문에 호텔로 가려고 동쪽으로 걷습니다.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런던 아이 London Eye 를 만나게 되죠. 제가 걸은 템즈강 남단의 잘 정돈된 산책로는 퀸즈 워크 Queen's Walk 라는 사우스 뱅크 South Bank 쪽 산책로의 일부입니다. 런던아이는 템즈강 남쪽에 있습니다. 즉 사우스 뱅크쪽에 있어요. 웨스트민스터 브릿지와 헝거포드 브릿지 사이에 있습니다. 타지는 않았습니다. 가격이 살인적 -_- 인데다가, 봐도 별 거 없을 것 같이 생겼고... 밑에서 찍어도 사진 잘나오고... 그래서 그냥 말았습니다. ㅋㅋㅋ 넌 그냥 존재 자체로 이쁘니까 안 탈래. ㅋㅋㅋ


런던 아이를 지나면 헝거포드 브릿지가 나와요. 셜록과 존이 걸었던 바로 그 다리! 예전 명칭은 헝거포드 브릿지였지만, 여왕 즉위 50주년 기념으로 새단장을 하고 나서 골든 쥬빌리 브릿지로 이름이 바뀌었죠. 전 헝거포드 브릿지라는 옛 명칭이 더 좋지만요 :) 가운대에 철교가 있고, 워털루 역을 드나드는 기차가 지나다닙니다. 이 철교를 중심으로 양쪽에 헝거포드 브릿지가 있어요. 다리가 두 개고, 보행자와 자전거 전용입니다. 헝거포드 브릿지에서 서쪽을 보면 웨스트민스터와 빅벤이 보이고, 동쪽을 보면 워털루 브릿지 너머로 세인트 폴과 거킨 Gerkin 을 비롯한 시티를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 이 다리 두 번 왔다 갔다 하면서 양 쪽 다 찍어댔다는...(... ㅋㅋㅋ)

헝거포드 브릿지는 현수교입니다. :)

저기 보이는 다리는 워털루 브릿지에요!


헝거포드 브릿지 남단으로 다시 와서, 사우스 뱅크를 따라 죽 이어진 퀸즈 워크를 걸어 워털루 브릿지를 향해 동쪽으로 걷습니다. 해도 이제 뉘엿 뉘엿 지고, 다리도 아프고 호텔로 가려고요... ㅋㅋㅋ 다리에 잠긴 물의 높이를 보면 짐작하겠지만, 템즈강은 조수 간만의 차가 우리나라 서해바다 뺨치게 심한 데인데, 늦은 오후-아침은 만조입니다. 때문에 사우스 뱅크에 있는, 셜록 3화에서 알렉스 우드브릿지의 시체가 놓여있던 옥소 Oxo 타워 근처의 갯벌 뻘밭은 만조로 인하여 가까이 가지도 못했어요 ㅡㅜ... 
헝거포드 브릿지 남단에서는 다리와 바로 맞닿은 South Bank centre 사우스 뱅크 센터를 만나게 됩니다. 사우스 뱅크 센터는 로얄 페스티벌 홀 Royal Festival Hall과, 퀸 엘리자베스 홀 Queen Elizabeth Hall, 그리고 헤이워드 갤러리 Hayward Gallery 가 모인 대형 문화센터입니다. 정말 어마어마하게 커요. NT 보다 훨씬 큽니다. 전시, 공연, 학회 등등... 여튼 뭐든지 하고 놀 수 있는 데인 듯 해요. 그리고 이곳에 바로! 셜록 2화에 나왔던 그래피티 그림이 있습니다. ^^

로얄 페스티벌 홀의 지상층에서는 이런 종이비행기 가지고 장난치는 설치미술이 전시되어 있었어요.

어디선가 셜록과 존이 걸어나올 것만 같아...

이른 시각이라 그런지 사람이 적습니다.

그래피티 그림의 실체. 퀸 엘리자베스 홀 중에서도 퍼셀 룸의 지하층입니다 ㅋㅋㅋ


이렇게 사우스 뱅크 센터를 지나면 바로 워털루 브릿지입니다. 사우스 뱅크 센터의 규모를 짐작할 만한 게 이 다리 사이의 간격이에요. 헝거포드 브릿지에서 워털루 브릿지까지 이르는 구역 전체를 사우스뱅크 센터가 모두 차지하고 있다는 거죠. 압도적입니다. -_- 드럽게 커요 하여튼간에.

그리고 워털루 브릿지 아래, NT 의 앞마당에서는 매일 이런 중고 서적 장터가 열립니다... 건질거 있는지 찾아보다 지쳐나가떨어졌던 -_-;;; 정말 너무 많더라고요 ㅠ_ㅠ

NT의 북샵 Bookshop은 정말 책의 천국 런던답게 정말 희극대본 연극대본 영화 시나리오 종류별로 다 구비해놓고 있습니다. 저 Three days of Rain 이라고, 제임스 매커보이가 나왔던 연극 대본 여기서 샀어요!
 


지를 것도 다 질렀겠다, 워털루 브릿지를 건너 호텔로 돌아갑니다. 근데 왠지 호텔로 가기엔 좀 이른 것 같았어요. 해도 아직 안 졌고... 좀 앉아있다 보니 피로도 풀린 것 같고 말이죠...(자알 한다... 쯧...)
 

워털루 브릿지에서 City를 보고 또 한 방 찍습니다...


워털루 브릿지에서 엠뱅크망역을 끼고 돌아서 차링 크로스 역으로 옵니다. 두 역의 거리가 100m 라길래 진짜냐고 물어보고 그랬는데... 백문이 불여일견, 진짭니다. -_- 정말 100m 밖에 안 되구요, 사실은 두 역은 쇼핑센터로 연결이 되어 있어요. 안 들어가봤지만... ㅋㅋㅋ 나름 퇴근시간, 저녁시간이라고, 펍 Pub에 영국 아저씨들이 드글드글합니다. ㅎㅎㅎ 아... 혼자 가서 아쉬웠던 것 중의 하나가, 펍에서 맥주 한 잔 하고 싶은데 같이 마실 사람이 없었단거... 우엥. 아래 사진에 나오는 요 길에 따뜻한 국물이 그리울 때 제 속을 달래줬던 Wasabi 와사비 라는 한국사람이 운영하는 초밥 체인점이 있습니다. 물가가 어마어마하게 비싼 런던에서 그나마 저렴한 가격에 따뜻한 된장국과 롤/초밥을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곳이었어요. 다만 요기 위치한 매장은 크기도 작고 한국인도 없었지만, 뭐 그냥 카페테리아식으로 자기가 원하는 거 골라서 계산하면 되는 거라 어렵지 않게 사먹을 수 있었습니다.


해도 안 졌고 시간도 남았으니, 아까 화이트홀지나면서 못 봤던 거 마저 보기로 하고 또 뚜벅 뚜벅 걸어갑니다. -_-;; 지치지도 않았나봐요. 레알 하루 종일 발로 때웠는데... 정말 거의 hypomanic state 였던거 맞는 듯.

오오 노썸벌랜드가다! 여기로 범인 오라고 했지! 셜로긔!


귀족 이름을 딴 거리들을 지나고 지나, 수상 관저인 다우닝가를 찾아봅니다. 레알 궁금했거든요. 수상님 진짜 사는지. 혹시라도 카메론 수상님를 볼 수는 있는지 하면서 ㅋㅋㅋ 그리고 정말로 있더라구요. 찾았어요 ㅋㅋㅋ


하지만 안타깝게도 ㅋㅋㅋ 일반인 출입 금지 ㅋㅋㅋ 개장시간이 정해져 있다고 해도, 지났겠죠. :) 마침 차 한 대가 들어가는 동안이 대문이 잠깐 열렸다 닫히는 걸 찍을 수 있었어요!
보고 싶었던 수상님 집 (으로 들어가는 골목) 도 봤겠다, 도로 가야죠. 가는 길에 코벤트 가든 근처에 프리메이슨 홀이 있다는 게 생각이 나서, 들렸다 가기로 합니다. 별로 안 멀다 싶었거든요. ㅋㅋㅋ

트라팔가 광장을 다시 지나면서 해질녘의 넬슨 동상을 또 찍어댑니다. ㅎㅎㅎ


트라팔가 광장 옆구리에, 내셔날 갤러리의 동쪽, 국립 초상화 미술관 바로 건너편에 바로 "들판 위의 성마틴" (St Martin-in-the-Field) 성당이 있습니다. 작고 아담한 성당이에요. 오며 가며 참 많이, 자주 봤더랬습니다. 스푹스의 에피소드 중에서 3시즌 5화인가를 보면 루스가 마음에 드는 남자에게 작업걸기 위해 말콤과 함께 이 성당에 가서 아마추어 합창단 사이에 껴서 모짜르트 레퀴엠을 부르는 게 나옵니다. 다른 쪽에서는 조이와 대니가 암살작전을 수행하는 동안 말이죠. 교차편집된 영상과 음악이 굉장히 인상적인 에피소드였는데, 여기서 루스가 레퀴엠을 부르는 장소가 아마도 여기 성마틴 성당 지하 묘지 Crypt 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전 런던에 있는 1주일 내내 눈에 채이게 이 성당을 보고 다니면서도 결국은 못 들어가봤습니다. 안습. ㅡㅜ


성마틴 성당을 끼고 돌아, 코벤트 가든을 지나서 프리메이슨 홀 Freemason Hall 로 갑니다. 중간에 너무 너무 이쁜 악세서리 상점이 있어서 또 찍고...

이쁜 건 좋지만 가격은 안 이뻐요 ㅋㅋㅋ


가게 구경하면서 걷다 보니 어느새 다 왔어요! 프리메이슨 홀이다! 스푹스의 MI5 Headquater야! ㅋㅋㅋ 엄마야 정말로 TV에 나온거랑 똑같이 생겼어 ㅋㅋㅋ (스포) 아담 카터가 총맞고 쓰러진 데! ㅠ_ㅠ 톰 퀸이 안녕 하고 인사를 하며 손을 흔들던 그곳이야! ㅋㅋㅋ 좋아라 하면서 신나게 찍습니다. CCTV는 못 찾았지만 안녕 하고 손 흔들어보이는 뻘짓도 해보고 오고요 ㅋㅋㅋ 그러고 있으니까 양복 쫙 빼입은 런더너 아저씨들이 왔다 갔다 합니다. ㅎㅎㅎ


프리메이슨 홀은 드루리 레인 Drury Lane 과 롱 에이커 가 Long Acre St 가 만나는 모퉁이 즈음에 위치해 있어요. 엘러리 퀸의 탐정 소설에 나오는 드루리 레인은 바로 이 길거리 이름이지요!


여튼 이 코벤트 가든 골목 골목을 걷다 보면 각종 연극 극장 들이 코너를 돌면 여기 나도 있소 저기 쟤도 있소 하고 모습을 드러냅니다. NT에서 주관하는 War Horse 극장도... -_- 근데 여기 어디였는지는 기억이 안 나네요... 끙.


이쯤하고 정말로 돌아갑니다. 저녁도 안 먹고 돌아댕겼는데 벌써 저녁 8시에요. -_- 아까 설명한 세인트 폴 교회에서 한 장 찍습니다. 당시 이 앞에선 서커스 공연이 한창이었어요 ^^ 사람 드글드글하는 거 보이죠...?


이렇게 첫날 관광을 마치고 다음날인 금요일에는 Brighton 브라이튼과  세븐 시스터즈 Seven Sisters, 영화어톤먼트와 윔블던에 나왔던 그 하얀색 석회절벽을 보러갑니다. 스크롤 레알 압박인 이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미리 드리며, 앞으로도 스크롤 압박은 계속될거라고 미리 양해말씀 올립니다... 헉헉헉 (쓰는 저도 힘듭니다 ㅡㅜ) ㅋㅋㅋ

  1. 영국 정보부. MI5는 영국 국내의 첩보작전을 주로 담당하고, MI6는 국제적인 첩보작전을 담당한다고 합니다. 007 시리즈로 유명한 제임스 본드는 MI6 소속. BBC 드라마 스푹스 Spooks는 MI5의 대테러본부에 해당하는 section D의 팀원들 이야기입니다. [본문으로]
Posted by 리히테르
네. 아기다리고기다리!던! 런던 (그네들 발음으로는 정말 /론돈/ 입니다만 ㅋㅋ) 에 다녀왔습니다...
후아. 첫날 사진 정리만 하루 죙일. 짐의 반은 책, 반은 홍차.
(도대체 내가 이걸 어떻게 들고 날아온거냐...덜덜) 마음의 90%는 아쉬움 10%는 피곤함 뭐 그렇습니다...
여행은 다 그렇죠. 돈도 꽤 많이 들였고요...

Introduction.
런던의 첫인상: 1. 낡았다. 2.느리다 였습니다. ㅋㅋㅋ 모든 속도가 한 템포 느린 곳. 지하철에 들어가면, 핸드폰조차 안 터지는 곳 -_-; 히드로 공항 Heathrow airport의 느낌도 그랬어요. 새끈한 인천공항과는 상당히 대조적이었죠. 30분 연착되어서 비행기에서 나오자마자 연극보러 갈 생각이었던 제 속을 새까맣게 태우게 했던 곳...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행기에서 나오자마자 마주친 다음 풍경은, 안 그래도 하이 하이 쏘 하이..(...) 였던 제 마음을 더 설레게 했습니다.

런던 날씨 안 좋다고 한 사람 누구야 당장 나와! 를 외치게 했던...

 
Day 0. 2011.8.31. GMT 18:45, London Heathrow Airport.

도착 예정 시각은 런던 시간으로 저녁 6시 15분이었습니다만, 출발도 연착, 착륙도 지연으로 거의 30분정도 늦어졌습니다. 도착이 늦어지다보니 입국심사도 늦어지고, 핸드폰 로밍은 또 왜 이리 안 되는지. (수동으로 네트워크 서비스 서비스를 설정하는 걸 모르고 있기도 했고) 짐은 또 왜 이리 빨리 안 나오는지. 지하철(튜브)을 타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가는 길은 또 왜 이리 먼지... 마음은 급하고, 기차는 안 오고... 호텔 가서 체크인을 하고 연극을 보러 가면 너무 늦겠다, 싶어서 그냥 바로 레스터 스퀘어 Leicester square 역으로 가기로 했어요. 마침 피카딜리 Piccadilly 라인에 위치하기도 했고, 호텔에서도 정거장 하나 차이, 체크인 따위는 공연을 보고 해도 별 무리 없겠다 싶었습니다. 정말... 연극을 놓칠까봐 노심초사에 또 노심초사, 마음이 급했어요. 짐을 극장에다 맡기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스쳐 지나갔구요... 그래서 레스터 스퀘어로 바로 갔습니다. 히드로 공항은 런던의 가장 외곽인 6존, 호텔이 있는 코벤트 가든 Covent Garden 역과 극장이 있는 레스터 스퀘어 역은 가장 중심가 Central London 인 1존입니다. 넉넉잡아 튜브 피카딜리 라인 타고 1시간 좀 넘게 걸렸어요. 천만다행으로, 레스터 스퀘어 역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왼편에 위치한 곳이 테넌트의 연극, 셰익스피어의 헛소동 Much Ado About Nothing 이 상연 중인 윈드햄 극장 Wyndham's Theatre! 으어. 정말 딱 열 발자국만 가면 극장 입구더라고요! 숨을 몰아쉬면서 극장으로 뛰쳐들어가보니, 직원이 반갑고 친절하게 인사하더군요. 그러면서 표를 맡겨두었냐고 물어보길래, 안에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표를 가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1분만 기다리면 Break time이니 여기 앉아서 기다려라" 더군요. 오와. 앍! 아직 안 끝났어! 게다가 아직 쉬는 시간 Break time도 안 되었어! 만세! 살았다! 공연 볼 수 있어!... 로밍이 계속 안 되어서 욜님과도 연락을 못 하고 튜브에서는 아예 핸드폰도 안 터지고... 참 난감했습니다. 무식하고 궁하면 통한다고, 거의 어거지로 강행한 극장행이 이런 행운을 맞을 줄은 몰랐습니다. 정말 1분도 안 기다리니까 Break Time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사람들이 꾸역꾸역 몰려나오더라고요. 그리고 극적으로 (!!) 욜님과 연락이 되어서 만났습니다!!! Cloakroom에 짐을 맡기고 연극을 보러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정말 행운이었어요! 

Wyndham's Theatre


극장 내부입니다. 꽤 오래된 듯, 내부도 참 고풍스럽고, 좌석도 다닥다닥 붙어있는데도 불구하고, 시야가 막히지 않고 정말 좋았습니다. 소리도 굉장히 잘 울려퍼지고 깨끗했구요... 연극은... 명불허전입니다. 데이비드 테넌트는 참 키가 크더라구요. 얼굴도 조막만하구 역시 실물이 훨씬 잘생겼어요. 캐서린 테이트는 만화 속에서 튀어나온 여주인공 같았어요. 영어? 알아는 듣느냐고요? 그까이꺼... 저는 그저 비행기 안에서 라디오 드라마를 한 번 쭉 듣고, 번역서를 두 번 정도 정독하고, 원서는 한 번정도 대강 읽고 마는 정도의, 정말 벼락치기 예습이나 간신히 하고 갔고, 내용이나 겨우 파악하지, 실상은 대사의 반의 반도 못 알아들었습니다만, 난생 처음 보는 연극은 어찌나 재밌던지요. 다들 연기도 기가막히게 잘 하고, 행동 하나, 표정 하나 생생해서 정말 허리가 끊어지게 웃었습니다. 아 진짜 제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본 연극이 "영국"에서 영접한 "원어로 듣는" "셰익스피어"의 "코미디"극이라니! 저 개콘도 재미없다고 안 웃는 인간인데! 깔깔깔. 정말... 베아트리스와 베네딕이 등장하면 이 대단한 데이비드 테넌트와 캐서린 테이트 두 사람만으로도 극장 안의 분위기가 확 바뀝니다. 그게 정말로 가능하다는 걸 목격했으니, 정말 잊을 수가 없을 거에요! 연기자의 존재감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걸 깨달았죠. 반으로 뚝 갈라 후반부만 봤는데도 너무너무 재밌었습니다! 아 정말 한 번 더 볼걸 ㅠ_ㅠ!

(나중에 추가 +)
아참... 나중에 새록 새록 다시 떠오르는 기억들을 추가합니다. 전 후반부밖에 못 봤지만, 전반부가 개그코드가 더 깨알같았다고들 하구요. 테넌트는.... 하얀색 군복을 입고 나왔습니다. 끄응... ㅡㅜ
인터넷에 좋은 사진이 있길래 올려봐요. 제복입은 남정네에 핡 하는 분이라면 보고 기절... 아... 내 기억 끄집어내서 블루레이로 만들면 안되겠느냐며...ㅡㅜ 


진지할 땐 진지하고, 똘끼가 넘칠 땐 똘끼가 넘치고... 와. 캐서린 테이트와 데이비드 테넌트는 닥터후에서도 컴패니언과 닥터로 열연한 사이였으니 정말 호흡이 딱딱 맞죠. 연기에서도 닥터 시절의 연기들이 종종 보여요. 겹쳐보인다고나 할까요. 조연들도 어찌나 깨알같은지, 조연들의 감초연기에 중간 중간에 박수가 터져나오고 그랬습니다. 이런 게 연극이로군요 :) 테넌트의 존재감은 정말 대단해서, 극의 주요 흐름에 해당하는 대사와 동작은 무대 이쪽에서 진행되고, 테넌트는 무대 저 쪽에 가만히 서 있기만 하는데도, 관객들의 시선은 테넌트에게로... (배우님들 지못미 ㅋㅋㅋ)




연극이 끝나고 정말 모두들 다 일어나서 기립박수를 치고 휘파람불고 발 구르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특히나 테넌트의 경우에는 제가 오기 전날에 목소리가 나가서 못 나왔던 터에, 혹시나 오늘도 못나올까봐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세상에! 내가 온다고 나와줬군요 테넌트님 (<< 틀려...-_-a) ㅋㅋㅋ ! 아 연극 보고 난 다음에 욜님께서 설명해주시기를, 이 연극엔 담배 피고 술 먹으면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정말로 담배 피우고 정말로 술먹고 그런데요. 후반부에서도 조연들 담배피고 술먹는거 정말로 보긴 했거든요. 전반에는 그런 장면이 더 많았데요. 테넌트가 목이 나간 건 아마 담배랑 술 때문일거라고 하더라고요. 덜덜덜. 담배야 진짜 피운다 쳐도... 술... 허허허허. 니네 촘 짱이다. (이 말을 앞으로도 수도 없이 되뇌이게 될 줄 그 때 까지만해도 꿈에도 몰랐습니다...ㅡㅜ) 연극이 끝나고 스테이지 도어로 갔습니다. 욜님께서도 선물을, 저는 면세점에서 나름대로 부랴 부랴 준비한 "막걸리 초코렛" (... 미안해 테넌트 ㅋㅋㅋ) 을 들고, 비행기안에서 궁한 머리로 쓴 카드까지 동봉해서 준비해갔습니다만, 아쉽게도 테넌트는 몸이 안 좋긴 안 좋았는지, 스테이지 도어에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기다리면서 조연 배우들 꾸역꾸역 나가는 거 보는 것도 꽤 재밌었어요! 뭐든지 처음이었으니까요!

 
그리고 호텔로 걸어왔습니다. 욜님께서 차링 크로스 Charing Cross 역까지 함께 걸어와주셨어요. 꽤 늦은 시각 (밤 11시 반 -_-) 이었는데 혼자 어떻게 다니나 걱정도 했는데, 같이 와주시는 분이 있어서 너무 다행이었어요! 차링 크로스역에서 제가 묵은 호텔 (The Strand Palace)까지는 5분도 안 걸리는 거리였습니다. 여튼 전 비행기 안에서도 계속 못 자고 그랬어서, 거의 이틀 밤을 꼬박 샌 것 같은 느낌이었고, 호텔에 체크인을 무사히 하자마자, 거의 곯아떨어졌습니다. 그렇게 시차 적응은 완료... ㅋㅋㅋ
아참. 준비해간 어댑터가 안 먹어서 좀 당황했는데, TV에 USB가 있더라구요 ㅋㅋㅋ 그래서 TV에다가 아이폰 꽂아두고 -_- 잤어요... 그리고 그 다음날 아침에 어댑터 안 먹는다고 하니까 공짜로 자기네 꺼 하나 주더라고요. 오예! 심봤다. 여튼 궁하면 궁한대로, 영어 못하면 영어 못 하는 대로 별로 불편한 줄은 모르고 지냈습니다. 싱글룸이었는데, 방은 굉장히 좁아요. 정말 작더라고요. 침대랑 화장대 있고 땡.. ㅋㅋㅋ 작은 대로 뭐 아늑하고 더운물도 잘 나오고, 커피포트랑 드라이어기 있으니까 아무 불만 없이 잘 지내다 왔던 것 같습니다!
Posted by 리히테르
난 영화를 볼 때 보통 예매를 하거나 딱히 뭘 보겠다고 정하지 않은 채 무작정 박스 오피스 앞에 가서는 즉흥적으로 시간이 맞는 영화를 고르고 보는 편이다. 인터넷 예매 따위는 귀찮아서 (그리고 파폭이나 크롬을 주로 쓰는 나로서는 액티브 X 투성이인 국내 영화관 홈페이지 굴러가는 방식에 촘 짜증 많이 나기도 하고) 안 한다. 요즘엔 현장 발권도 줄서서 안 기다리고 터치스크린으로 몇 번 두들기면 금방 금방 되는 편이기도 하고 말이지. 여튼 그런 식으로 무작정, 다트 놀이 하듯이 영화를 골라잡아 보는 편인데, 입소문과 포털 사이트의 무비 차트를 무시할 수는 없어서, 보통 소위 자주 소개되거나 뜨는 영화들 중에서 시간이 맞으면서 보고 싶었던 게 있으면 그냥 무지르듯 보는 스타일이라는 거다. 그리고 영화표를 뽑고 난 다음에, 시간이 남으면 꼭 영화 팜플랫이 쭉 꽂혀있는 곳에서 관심이 가는 팜플랫을 왕창 뽑아서 쭉 본 다음, 다음에 보고 싶은 영화를 정하는 식이다. 못 보면 할 수 없고- 그래서 보는 영화의 폭 자체가 상당히 잡식성. 블록버스터도 싫어하지 않고, 인디 영화나 단관 개봉도 좋다면 쫓아가서 본다 이거지.

요전에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광풍 (... 젠장 눈알요정 맥어보이 -_-+) 에 휩쓸려 그거 보러 가서 팜플랫 뒤지다가 발견한 예쁜 애니메이션 포스터. 우왕 이게 모야? +_+ 하고 집어들어서 가지고 왔었다. 파란 바탕에 할아버지 마술사와 하얀 코트를 입은 소녀. 무슨 내용일까 별로 궁금하진 않은데, 그림이 일단 맘에 들었다. 무슨 상도 많이 받았다고 하니 꽤 괜찮겠지, 싶었다... 그리고 트위터에서 카시스님의 뽐뿌를 받았겠지. 사실 뽐뿌 받지 않았다면 그냥 넘어갈까- 했는데, 뽐뿌를 받은 상황에서, 문제는 내가 원래 보고 싶던 영화인 In A Better World를 보러 갔다 오면서 시간표 확인하니까 마침 맞는 시간이었다는 데 있었겠지 ㅋㅋㅋㅋㅋ -_-a 대학로 CGV 흠 좀 무섭.


우리나라 포스터. 제일 이쁘다!

미국 영국 포스터

프랑스 포스터



그래서 퇴근하고 비오는데 슬리퍼도 안 갈아신고 달려갔더랬다. 영화관 도착하고 나서 내가 병원에서 신는 슬리퍼를 신고 나왔다는 걸 깨달았... orz 아 뭐 여름이니까 신고 다녀도 괜찮겠지... 이러면서 그냥 봤다. 그래, 뭐 어때. 누가 내 발만 보고 다니나염.

딱 한 타임 하는걸 잡아채다시피 표를 사서 들어갔었다. 양 옆에는 커플이 아닌 혼자 보러 온 아가씨들이 앉아서 참 좋았더랬(... 후... 먼산...). 여튼 영화 시작.

... 팜플랫은 안 읽어봤다. 무려 공식 트위터느님께서 날 팔로하는 영광을 하사하셨음에도 꿋꿋하게 공식 홈 따윈 찾아보지 않았어. 스토리도 몰라. 그냥 보러 가는 거야. 어디서 만들었는지조차 몰랐다. 어렷품하게 팜플랫에서 본 이름이 프랑스식 이름이라 프랑스 애니인가- 싶었는데... ...영화 시작하고 헙... 하고 숨을 참았다. 젠장. 저긴... 영국이잖아. ㅠ_ㅠ 어헝. 그리고 그림.. 저 그림... 아오... 극장에서 본 애니메이션이라곤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이 전부인 나에게, 아니 이건 신세계. 난 누구 여긴 어디... 아니 서양 애들도 저렇게 아련한 영상을 창조할 수 있는 거였어? 맙소사. 나 여태 뭘 본거야... 아니... 내용은 전혀 슬프지 않은데, 음악과 그림만 보는데 왜 눈물이 나지? 왜 저게 저렇게 뿌옇게 보여? 크흥, 콧물도 나네? 에어콘이 너무 센가? 아닌데 나 오늘 긴팔(...) 입었는데... ;;; 이러고 앉았음.

스토리는 적지 않겠습니다. 일단 보세요. 이젠 늙어서 밥 벌어먹기 힘든 마술사가 떠돌이가 되어 여기 저기 다니다가 우연히 만난 소녀를 딸처럼 키워주고, 그 소녀가 성장하는 이야기입니다. 이거 거의 무자막이라고 보셔야 할 듯. 애니메이션 자체도 대사가 거의 없고 웅얼거림과 표정, 의성어가 대부분인데다가, 그나마 나오는 대사는 반은 불어, 반은 영어, 반은... 스코티쉬인가요 =_+ 모르겠다. 뭔지 모르겠는 언어. 자막 하는 분도 고생께나 하셨을 듯. 여튼 언어적 표현 자체가 의미가 없어요. 화면 보면 다 이해가 됩니다. 책을 읽는 것 같다고나 할까요... 개인적으로 그 점이 몹시나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예 무자막이었으면 오히려 더 좋았을 뻔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

그 외 깨알같은 이야기들은 몇 가지 넘버링 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1) 배경은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와 글래스고 부근으로 추정되는 시골마을... 아... 에딘버러라고. 에딘버러! 으악... 정말... ㅠ_ㅠ 마술사는 프랑스에서 영국으로 건너가는 설정이기 때문에, 중간에 도버의 화이트 클리프도 나옵니다. 꺅. 그리고 안개 낀 스코틀랜드의 항구와 초원을 달리는 기차는... ... 눈물나요... 아... 여기서 또다시 맨날 트위터에서 주절거리는 "영쿡 고얀 것."

2) 애니메이션의 재미는 주연보다는 조연 캐릭터에 있다고들 하죠. 여기도 정말 아기자기한 조연 캐릭터들이 등장합니다. 체조 선수 삼형제, 복화술 하는 인형술사, 삐에로와 주정뱅이 스코틀랜드 남자... 그리고, 제일 귀여운 녀석, 마술사의 토끼 ㅋㅋㅋ 아... 정말이지. 얘네들 때문에 전혀 지루하지가 않아요!

3) 음악 정말 아련합니다. 아... Sylvian Chomet이라고 하셨나요. 감독님 사랑합니다. (당당) 이런 음악이. 약간은 샹송의 분위기가 나면서도 은은하고 잔잔한, 프랑스 돋는 음악을 영국 배경으로 써도 어울린다니. 아 정말... 끝판왕 OST. 제발 발매 해줘요. 망설이지 않고 살거야. 부탁이에요 ㅠ_ㅠ 이런 좋은 음악을 묻혀두는 건 죄악이에요...

4)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 까지 내 양 옆의 아가씨들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난 한 가운데 앉았는데, 덕분에 나도 일어나지 않았지요. 외롭지 않게 끝까지 앉아있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능.ㅎㅎ 엔딩 크레딧 중간에 한국사람들 이름이 한 무더기로 나옵니다. 함께 작업했다네요. 대단해요! 그리고 엔딩 크레딧 다 끝나면 짤막한 부가영상이 기다리고 있다는. ㅋㅋㅋ 깨알같은 부가영상 ㅋㅋㅋ

5) 결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굳이 슬프거나 굳이 행복한 결말을 내려고 애쓰지 않았다는 게 너무나도 좋았다는. 특히 마지막 시퀀스는... 아오. 저런 마무리 너무 좋아 ㅠ_ㅠ

아래 스틸샷 출처는 요기
클릭하면 커지는 게 몇 개 있어요...

이 시퀀스 진짜 웃김 ㅋㅋㅋ

에딘버러 야경

언덕 위에서 바라보는 에딘버러 시내와 에딘버러 성

시골 마을 술집에서 공연하는 장면

소녀는 마술사를 위해서 토끼고기 스튜를 만들어주죠.. 그리고... 자세한 건 직접 봐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공식 홈페이지와, 엔딩 크레딧 음악, 그리고 웹페이지 음악을 유투브에서 찾아서 올려봅니다.
공식 홈은 아래 링크에 가시면 되요.

http://www.lillusionniste-lefilm.com







Posted by 리히테르
... 제길, 가고 싶다. 난 런던 외엔 Out of 안중이었다고! 어톤먼트를 내가 왜 봤을까... ㅠ_ㅠ






Atonement OST, Mario Darianelli
13.The Cottage on the Beach




Posted by 리히테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