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그모어 홀  백스테이지는 "사랑은 열린 문..." 까지는 아니고 여튼 스테이지 도어 레이드 (raid 맞다. 사전적 의미 그대로 습격, 급습이다. 예약의 나라 영국에서, 아무런 사전 고지나 약속 없이 들어가는 것이므로.) 를 해본 곳 중 가장 경계가 허술한 곳 중의 하나이다. 매 공연 마다 백스테이지에 쳐들어 갔는데, 단 한 번도 제제를 받은 적이 없다. 들어가보라고 등떠밀어주는 사람은 봤어도. 사실, 관객의 연령대나 성향들을 생각하면, 굳이 빡센 보안 (...)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니까, 연극을 하는 웨스트엔드의 극장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미친놈의 퍼센티지가 적고, 확률적으로 범죄에 준하는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이 적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한다.


위그모어 홀의 백스테이지는 무대를 보고 섰을 때 오른쪽으로 나가는 문으로 나가면 위치한다. (아래 사진에서 하얀색 화살표) 위그모어 홀의 무대는 아름다운 돔 천장의 벽화로 유명한데, 무대 위의 연주자 출입구가 아닌, 관객들을 위한 건물 뒤쪽의 출구로 연결되는 비상구가 무대 양쪽에 하나씩 있다. 실제로 공연이 끝나면 앞쪽에 앉은 관객들은 그 쪽으로 나간다. 이 두 비상구 중 오른쪽의 비상구로 나가면, 좁은 통로가 나오는데, 문 열고 바로 왼쪽에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다. 이 계단으로 한 층을 올라가면, 바로 연주자 대기실이다. 층계 중간에는 녹음시설을 위한 골방이 하나 있는 것도 볼 수 있다.





연주가 끝나면, 연주자의 유명세에 따라서 제법 적지 않은, 그렇지만 그리 많지도 않은 사람들이 연주자 대기실을 드나든다. 건물 자체가 4~5층정도 되는 건물이기 때문에, 그 위층으로 올라가 본 적은 없지만, 개인실은 위층에 있다고 알고 있다. 위그모어 홀 2층 (level 1)에 있는 백스테이지는 사실 연주자 대기실이라기보다는 리셉션 홀 같은 역할을 한다. 벽면에는 역대 연주자들의 흑백사진이 빼곡하게 사방의 벽을 채우고 있고, 가운데에는 와인이나 스파클링 워터 등이 놓인 원형 테이블이 있다. 보면대며, 악기를 놓을 수 있는 작은 탁자 같은 것이 벽면에 드문 드문 붙어있다.





연주가 끝나면, 위그모어 홀의 운영자 (라고 쓰고 성공한 덕후라고 읽는다) 인 Gilhooly 씨를 비롯한 음악계 명사들이나 연주자 관계자들이 이 공간에 모인다. 대부분의 경우에 동양인은 나 하나였고, 종종 중국인이나 일본인 관객이 싸인받으러 함께 들어오는 경우도 보았다. 이런 식으로 난입 (?) 하는 극성팬이라고 해 봤자, 아무리 많아야 서너명, 아니면 대부분 한두명이니, 연주자들도 딱히 불편해하거나 팬들의 출입을 막지 않았다. 시큐리티를 담당하는 직원도, 눈치가 빤히 보이는데도 들어가라고 하지, 내쫓지 않는다. 사인 이벤트 겸 연주자에게 질문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미팅이 따로 없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분명히 따로 있다. 나는 위그모어 홀 프렌즈 멤버쉽 소지자에게만 오픈되는 행사 중, 보스트리지와 BBC 라디오 진행자가 함께 출연하는, 보스트리지의 근간 Winter Journey 에 대한 대담과 싸인회에 런던에 있는 동안 유료 (5파운드)로 참석해 보았는데, 진짜 내가 제일 어리고 나 혼자 유색인종 (!) 이어서 정말로 꽤 당황했다. 아무리 봐도 백인에, 노인네들밖에 없을 때의 쪼그라드는 마음이란. 아무리 멤버쉽 간지가 좋고, 쏟아부은 돈 이럴 때 써먹어야지, 라고 하지만 역시 이런 분위기에서 위축되는 건 위축되는 거다.


벨치아 퀄텟의 연주가 끝나고 나서 쭈빗거리며 입구 층계에서 머뭇머뭇 거리고 있을 때, 자기와 꼭 닮은 두살박이 자기 아들을 팔에 안고 왔다 갔다 하던 첼로 주자였던 Antoine Lederlin 씨가 환하게 웃으면서 들어가서 같이 얘기하자며 등을 떠밀었다. 나는 이런 환대가 몹시도 낯설고 부끄럽고 얼떨떨했다. 어어... 나 이래도 되는겨? 진짜? 그럼에도 영어가 딸리고 (진짜 영어를 유창하게, 자연스럽게 잘하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에 휘말렸다. 이런 일은 정말 굉장한 동기부여의 계기가 된다.) 얼굴에 깔린 철판의 두께도 그렇게 두껍지가 않은지라, 결국은 어버버... 하다가 나왔다. 이 때 나는 그 자리에 있던 이모겐 쿠퍼(!)와 인사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이 때 대화가 압권이었다. 

"우리 어디서 봤던가요?"

"아.. 한국에 오셨을 때 연주 봤어요"

"아. 기억 나요. 대기실로 왔죠?"

"네... 감사합니다"

"런던 살아?"

"...아뇨, 여행왔어요"

"연주 재밌었어?"

"...(끄덕끄덕 : 나중에 이게 예의가 아니었음을 깨닫고 이불킥. 어이구 바보 멍청이 똥개 말미잘)"

"입고 있는 자켓 참 예쁘구나, 재밌게 지내다 가"


... 영국인들이여...


상드린 피우의 공연이 끝나고 나서는 그래도 선물이라도 전해줄 구실이 있어서 덜 어색했다. 맨손으로 가는 것 보다는,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줄 게 있는 게, 나같이 소심하고, 영어 잘 못하는, 반 쯤은 관광객 티가 어쩔 수 없이 나는 사람으로서는, 맨입으로 팬이에요, 연주 좋았어요, 싸인해주세요, 하는 것 보다 선물이라도 하나 얹어주는 게 좀 덜 구차해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던 탓이다.


보스트리지, 이셜리스, 드레이크의 공연 때는 킹스 컬리지에서 석사를 하는, 나보다 한 여섯살 정도 연하인 랜선-여자사람-지인을 만났다. 인터미션 때는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었고, 끝나고 나서는 함께 버스를 타고 레스터 스퀘어까지 왔는데, 이 친구에게 내가 보스트리지를 영업한 책임이 있었기 때문이다. 학생이기 때문에 제법 싼 값에 공연을 보러온 그 친구는 나에게 손목이 잡혀 위그모어 홀 백스테이지를 구경하는 신세가 되었다. 아무 제지없이 나를 따라서 위그모어 홀 백스테이지에 들어간 그 친구는 외마디 소리를 질렀다.


"우와! 짱이다! 역시 덕후의 나라는 다르군요!"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나는 그 친구와 보스트리지의 투샷을 찍어주었다. 나보다 영어의 유창함이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람과 같이 있으니, 정말로 든든했다.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 따로 없었다. 나는 이셜리스에게 싸인받으려고 주춤주춤 다가가다가, 좁은 공간에 빽빽히 들어찬 사람을 헤치고 드레이크에게 다가가던 보스트리지랑 부딪힐 뻔했다. 하긴, 내가 아무리 커 봤자 보스트리지 가슴께밖에 안 오는 난쟁이 똥자루였으니 아마 나 역시 옆에서 마르고 큰 인간이 다가오는 걸 보지 못한 것 처럼 보스트리지 역시 통통하고 작은 인간이 다가오는 걸 보지 못했던 것 같다. 보스트리지는 양손을 흔들며 웁스! 쏘리! 를 외치고 나를 스쳐지나갔다. 그 친구는 내 뒤에 서있다가 보스트리지와 부딪힐 뻔한 걸 빤히 보고도 한다는 말이


"음... 쌤 밀어버릴까 잡을까 고민했는데, 밀어버릴 걸 그랬나. 그럼 보스트리지한테 안겼을텐데"


.... 미안하다... 내가 잘못했다. 드레이크는 1주일도 안 되어서 또 보는 거라서 진짜 아주 배를 쥐고 웃었다. 주변에 제자들로 생각되는 젊은이들이 빙 둘러싸고 있었는데, 나를 지목하며 야! 내가 지난주에 한국에 있었는데 한국에서 날 본 사람이 또 왔어! 이러면서 몹시도 유쾌하게 웃었다. 드레이크의 아내되는 분은 금발에 눈에 확 들어오는 빨간 드레스와 스카프를 입고 있었는데, 나에게 몹시 귀여운 엽서를 받았다, 고맙다, 라고 했다는 걸 나중에 함께 간 친구에게 들었다. 앞에서는 드레이크가, 뒤에서는 드레이크의 아내가 정신없이 떠드는 통에, 안 그래도 웅성웅성 시끌벅적한 홀에서 말을 알아드는 건 무리수였다. 조용한 성격인 드레이크와 달리 아내되는 분은 굉장히 쾌활해 보였다. 잘 어울리는 부부였다. 보스트리지의 유머러스함은 정말 돋보였는데, 뭔 말인지 잘 몰라도 얼굴표정이나 사람을 대한 태도에서 드러나는 은근한 장난기가 굉장히 귀여웠다. 아주 둘이서 엄마 미소를 지으면서 광대가 내려갈 줄을 몰랐다.


사실 난 아직도 잘 모르겠다. 백스테이지에 저렇게 맘대로 들어가도 되는지. 너무 극성인 게 아닐까, 진상짓을 하는 게 아닐까. 그래도, 역시 그렇게 잘못된 일은 아닌 것 같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리고 다녀온 다음에 생각해보면, 역시 들어가보기 잘한 것 같다.

Posted by 리히테르

이거 이렇게 안 만들면 헷갈려... 까먹어...






Posted by 리히테르

런던 박물관 미술관 특별전 정리


1) 내셔널 갤러리 :

고야 초상화 특별전

http://www.nationalgallery.org.uk/whats-on/exhibitions/goya-portraits


2) 내셔널 포트레이트 갤러리 :

오드리 햅번 특별전

http://www.npg.org.uk/whatson/hepburn/home.php

Animal Tales

http://www.bl.uk/events/animal-tales




Posted by 리히테르

런던 연극


DAY 2
Jane Eyre
National Theatre Lyttelton
http://www.nationaltheatre.org.uk/shows/jane-eyre


DAY 3
Hamlet
Barbican Centre
http://hamlet.barbican.org.uk/


DAY 4
Hamlet 
Barbican Centre
http://hamlet.barbican.org.uk/


DAY 5 
Mr Foote's Other Leg
Hampstead theatre
http://www.hampsteadtheatre.com/what…/…/mr-footes-other-leg/


DAY 6
Three Days in the Country
National Theatre Lyttelton
http://www.nationaltheatre.org.uk/…/three-days-in-the-count…


DAY 7
Photograph 51
Noel Coward Theatre
http://www.delfontmackintosh.co.uk/…/Photo…/Photograph51.asp




Posted by 리히테르

... 엄청 많다 ㅠㅠ

10월 3일-10월 9일까지입니다.


London DAY 1
Knussen, Scriabin settings for chamber orchestra
Sibelius, Violin Concerto
Scriabin, Symphony No.3

South Bank Centre Royal Festival Hall
London Philharmonic Orchestra
Vladimir Jurowski, conductor
Leonidas Kavakos, violin


London DAY 2
Haydn, String Quartet in G Op. 77 No. 1
Bartók, String Quartet No. 1 Op. 7
Beethoven, String Quartet in C# minor Op. 131

Wigmore Hall
Belcea Quartet


London DAY 3
Mendelssohn, Neue Liebe; Nachtlied; Hexenlied
Bouchot, Galgenlieder
Strauss, Die Nacht; Morgen; Ständchen
Debussy, Chansons de Bilitis
Britten, The Salley Gardens; There’s none to soothe; I wonder as I wander

Wigmore Hall
Sandrine Piau, soprano, Susan Manoff, piano


London DAY 4 : 음악회 없음


London DAY 5
Bach, 
Aria: Es dünket mich, ich seh dich kommen from Cantata BWV175; 
Aria: Geliebter Jesu from Cantata BWV16;
Aria: Woferne du den edlen Frieden from Cantata BWV41
Britten, Cello Suite No. 3 Op. 87 
Bach/Britten, Five Spiritual Songs
Lachner, In die Ferne; Waldvöglein; Nachts in der Kajüte
Bennett, Tom O’Bedlam's Song
Schubert, Auf dem Strom

Wigmore Hall
Ian Bostridge, tenor, Steven Isserlis, cello, Julius Drake, piano


London DAY 6
Guerrero, Duo seraphim
Lobo, Kyrie from Missa Maria Magdalene 
Lobo, Libera me
Guerrero, Gloria from Missa Surge propera
Guerrero, Laudate Dominum
Guerrero, Maria Magdalene
Lobo, Credo Romano
Guerrero, Vexilla regis 
Lobo, Ave Regina coelorum
Lobo, Versa est in luctum
Guerrero, Agnus Dei I and II from Missa Congratulamini 
Lobo, Ave maria

The Kings Place
The Sixteen
Harry Christopher, conductor


London DAY 7
Mozart, La Nozze di Figaro, K.492

Royal Opera House
Christopher Willis, conductor
David McVicar, Director
Erwin Schrott 외.


Posted by 리히테르
런던 여행기를 마무리 지었는데도, 다녀온지 어언 두 달째에 접어드는데도 불구하고
사골국물 찜쪄먹을 정도로 우려먹고 있는 런던.

마침 지인의 지인분이 런던에 가시는데 책덕후
(... 사실 전 애서가나 탐서가라는 단어보다 책덕후라는 단어가 더 맘에 듭니다.) 라고 하셔서
제가 런던을 둘러보며 악착같이 (...허허허... 내 동갑내기 친구들이 해로즈 백화점 가서 명품 가방 하나 더 살 시간에
난 책방을 찾아 다녔다 이말인가... 크흙...) 찾아다녔던 서점들에 대한 정보들을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생각해보니 에필로그 편에다 서점을 쏙 빼놨더라고요? 아이고, 이 바보야.

최근 BBC뉴스에서 중소 서점들이 점점 소멸되어가고 있다는 소식에 마음이 아팠더랬습니다.
오래되고 아름다운 서점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ㅠ_ㅠ

구글맵과 홈페이지도 함께 첨부하고, 각 서점들의 사진도 다시 업로드해 드립니다.
사진들은 재탕하더라도 용서 바랍니...(읭? 네? 용서가 안된다고요?
살려주세요 ㅠ_ㅠ 잘못했어요 ㅠ_ㅠ 바빠서 많이 못찍었어요 ㅠ_ㅠ 담에 가면 더 많이 찍어올게요 ㅠ_ㅠ)

제가 실제로 방문했던 곳은 1번부터 6번까지 여섯 군데 정도입니다.
나머지는 가려고 계획은 했지만, 가보지 못했습니다. 
(라고 써놓고 보니 한 군데 빼 놓고 다 가봤네요... 집념의 승리다. oTL) 


런던은, 특히나 서울과 비교한다면-
과장을 하지 않더라도 "서점이 발에 채이게 많은" 도시 맞습니다. 밥집, 펍과 커피집, 샌드위치집 다음으로 많은 게 아마 서점일거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중고 서적 취급점도 굉장히 많고, 큰 서점도 각자 나름대로의 주력 도서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테리어의 고풍스러움과 따뜻한 분위기로 승부하는 서점도 있습니다.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것이,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기념품점들의 물건은 대부분이 "책" 입니다. 상대적으로, 참 빈약하기 짝이 없는 각종 기념품들과 대조적으로, 항상 서가가 있고, 책이 있습니다. 그 책들은 게다가, 그냥 구색 맞추기가 아니라, 제법 전문적입니다. 그 점이 참 인상적이고 또 부러웠습니다.
책덕후들에게, 런던은 "천국" 과 같은 도시 맞습니다.
영어로 된 책이 두렵던 것도 잠시, 예쁘고 센스있는
책 표지에, 아늑한 서점 분위기에, 고풍스러운 서가에서 책을 뽑아드는 그 은근한 매력에
어느덧 읽지 못하더라도 한 권 사들고 길을 걷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하나 덧붙이자면
"영국 서점에 들어갔다 나오면 미국 책 못삽니다" (...)
솔직히 영국에서 예쁘게 뽑혀 나오는 책 표지들, 왜 미국 가면 그모양 그꼴이 된답니까... 하아...


1) Daunt Books 던트 서점
홈페이지 :  http://www.dauntbooks.co.uk/
구글맵 : http://g.co/maps/ekdjj
구글맵에서 검색을 해 보시면 알겠지만, 런던 안에서 지점이 몇 개 있습니다. 1존 안에서는 본점인 메릴본 하이스트릿에 있고, 무어게이트 역, 즉 런던 동쪽의 더 시티 근방에 지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시티 쪽에는 가보지 못했지만 햄스테드 히스 (2존) 를 방문하면서 그쪽의 지점을 본 기억이 있네요. 제 런던 여행기 중에서는 마지막날 (Day #6) 중반부를 참조하시면 되겠습니다. 이 서점은 런던에서 가장 아름다운 Beautiful 서점을 모토로 하는 서점입니다. 아마 내부에 들어가시면 공감을 하실거라 생각합니다. 서점이 처음 문을 열었을 때의 모습에서 크게 바뀐것 같지가 않다는 느낌이 바로 오고, 그 따뜻한 분위기에 편안해지는 걸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찾아가는 방법은 베이커 스트릿 Baker street 역 (Northern line 혹은 Bakerloo line) 에서 내려서 메릴본 로드 Marylebone Road 를 따라 동쪽(리젠트 파크 역 방향) 으로 걸어가다가 (마담 투소 박물관 쪽으로 가서 이 박물관을 지나쳐서 걸어가면 동쪽 방향입니다.) 메릴본 하이 스트릿 Marylebone Hight Street 으로 빠져서 남쪽으로 걸어가면 됩니다. 그 근방에선 마담 투소 박물관이 가장 유명한 건물인데, 이 박물관 건너편에서 메릴본 로드를 따라 가시다가 메릴본 하이 스트릿 표지판이 보이면 우회전 해서 메릴본 하이 스트릿을 따라서 좀 가면 나옵니다. 만약에 리젠트 파크역에서 오시는 거면 반대 방향으로 오면 되겠죠. 주변이 대학가이고, 중고 상점과 각종 그릇 가게라든지, 캐스 키드슨, 폴 스미스 액세서리 매장 등 아기자기하고 예쁜 매장들이 이 메릴본 하이 스트릿을 따라서 늘어서 있는 고즈넉하고 조용한 거리에 위치하고 있으니, 서점을 구경하는 겸사 겸사 이 거리 구경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런던의 메이페어 지역의 동쪽 경계에 해당하는 곳이기 때문에, 이곳도 나름대로 부촌이라고 합니다.

메릴본 하이 스트릿 84번지입니다.


서적의 종류 자체는 많지 않습니다. 주로 여행 서적을 취급합니다. 물론 다른 일반적인 소설과 고전도 구비되어 있고, 아동 서적도 제법 충실한 편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서점은 내부 인테리어도 아름답지만 가방도 참 유명하더군요. 런던 튜브를 타면 열에 한둘은 꼭 이 서점 가방을 보조가방으로 들고 있는 걸 본 것 같아요. 실제로도 매우 튼튼하고 실용적이랍니다! 서점 사진 다시 재탕합니다. :)

다시 봐도 다 쓸어오고 싶은 저 책들... ㅠ_ㅠ


유명한 이 서점의 가방도 하나 득템!




2) Foyles 포일스
홈페이지 : http://www.foyles.co.uk/
구글맵 : http://g.co/maps/8axvj
영국에서 제일 큰 서점 체인점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교보문고 격이죠. 가장 많은 책을 파는 가장 큰 서점. 런던에서는 차링 크로스 로드 한가운데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5층짜리 건물이고, 지하부터 지상 꼭대기까지 서점입니다. ㅎㅎㅎ 꼭대기 층에는 카페도 있다고 했는데, 시간이 없어서 가보진 못했습니다. 벤베니가 이브닝 스탠더드 지에서 런던 가이드 식으로 설명한 다음의 기사 (http://www.thisislondon.co.uk/lifestyle/article-23858710-benedict-cumberbatchs-my-london.do) 에도 나와있답니다. ㅎㅎㅎ 지하에 DVD와 음반을 파는 곳도 겸하고 있습니다. 레스터 스퀘어 Leicester Square (Northern line 혹은 Piccadilly line) 에서 내려서 차링 크로스 로드 Charing Cross Road 를 타고 북쪽으로 쭉 올라가면 됩니다. (만일 반대방향인 남쪽으로 가게 되면 트라팔가 광장 Trafalgar Square 과 만나게 됩니다.) 이 차링 크로스 로드는 서점의 거리입니다. 포일스가 아니더라도 책덕후라면 눈이 뒤집혀질만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정말, 먹는 곳 빼고 다 서점입니다... oTL 안타깝게도 내부 사진은 찍지 못했어요.



3) Blackwell 블랙웰
홈페이지 : http://bookshop.blackwell.co.uk/
구글맵 : http://g.co/maps/pg5ws 
위에 설명한 포일스 서점의 구글맵을 자세히 보신 분이면, 포일스 건너편에 블랙웰 서점이 자리잡고 있으며, 차링 크로스 로드를 따라서 올라가다 보면 블랙웰을 먼저 만나고 그 다음에 맞은편에서 포일스를 만나게 된다는 걸 금방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포일스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포일스가 건물 4~5층을 차지하는 데 비해서 블랙웰은 한 층입니다.) 홈페이지의 모토에서 알 수 있듯, 옥스포드를 기점으로 한 전문서적 출판사인 블랙웰에서 운영하는 "일반 서점" 입니다. 그래서인지 아무래도 전문서적, 의학, 공학 등의 서적의 비중이 제법 됩니다. 이 서점은 차링 크로스 로드에서 꽤나 튀고 눈에 잘 띄는 서점인데, 눈이 시리도록 푸른 간판 때문입니다. 



4) Waterstones 워터스톤즈
홈페이지 : http://waterstones.com
구글맵 : http://g.co/maps/24vw6
이곳 역시 런던에서 여러 곳에 지점을 두고 있는 서점입니다. 저는 피카딜리 본점과 코벤트 가든 지점에 들렸던 것 같네요. 이곳은 워낙 정신 없이 배회하다가 우와! 큰 서점이다! 하고 들어갔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엄청 유명한 서점 (...) 이었던 거라, 위치에 대해서는 앞선 서점들 처럼 위치를 어떻게 설명해 드릴 수가 없어요. 절 데려가시면 무료로 네비게이션 해 드릴테니 데려가 주시면 안될ㄲ... (야!!!) 구글맵을 참조하시길 부탁드립니다. 피카딜리 본점은 포트넘 앤 매이슨 Fortnum & Masson 매장에서 피카딜리 플레이스 Piccadilly Pl 를 타고 피카딜리 서커스 Piccadilly circus 방향 (동쪽)으로 쭉 오시다 보면 아래 설명할 해차드즈 Hatchards 서점을 지나 세인트 제임스 처지 St James Church 를 지나서 걸어오다보면 아래 사진과 같은 간판을 만나게 됩니다. 포트넘 매이슨을 가게 되면 이 워터스톤즈와 해차드즈는 보기 싫어도 보게 될 것 같습니다. 코벤트 가든 지점은 코벤트가든 역과 레스터 스퀘어 역 사이의 복작복작한 골목길 중에서 개릭 스트릿 Garrick St 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쪽 구글맵은 이 링크 http://g.co/maps/ypz3n 를 참조하세요.)

피카딜리 본점의 모습입니다.



5) Hatchards 해차드즈
홈페이지 : http://www.hatchards.co.uk/
구글맵 : http://g.co/maps/7kmyk
런던에서, 혹은 영국에서 - 제일 오래된 서점입니다. Since 1797 이라는 위엄돋는 간판이 그 위용을 뽐내는 오래된 서점입니다. 로드 바이런과 오스카 와일드가 애용했던 서점. 역사의 향기가 물씬합니다. 서점은 오래되었지만 책은 오래되지 않았답니다. 하지만, 그 브랜드에 걸맞게 하드커버 양장본을 많이 보유하고 있고, 금테 두른 고급스러운 제본판이 많더군요. 내부도 오래된 나무 냄새가 물씬 나는 것이, 다른 서점들과는 좀 다릅니다. 위에 설명한 워터스톤즈보다 조금 못 미쳐서 포트넘 매이슨 홍차 매장 바로 옆에 붙어 있습니다.

뽀대 나는 셜록 홈즈...



6) Cecil Court 세실 코트
구글맵 : http://g.co/maps/5hu5h
런던에서는 제법 이름이 날리고 있는 "중고 서적 거리" 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황학동 고서적 거리 같은 곳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 레스터 스퀘어에서 차링 크로스 로드를 등지고 반대쪽, 즉 트라팔가 광장 쪽으로 내라가다 보면 나옵니다. 이 골목 전체가 중고 서점이 쫙 늘어서 있는 거리입니다. 제 경우에는 트라팔가에서 차링 크로스 로드 까지 걸어 가는 길에 나왔더랬습니다. (그렇게 멀지 않아요.) 트라팔가 광장에서 세인트 마틴 인더 필즈 St Martin-in-the-Fields 성당을 지나서 초상화 박물관 National Portrait Gallery 건너편 길로 레스터 스퀘어와 차링 크로스 로드까지 쭉 올라가다가 바이런이라는 펍을 보면 바로 위에 저 간판이 보이게 됩니다. 그 곳이 세실 코트입니다. 중고 서적이라고는 하지만 각종 스케치, 고지도, 악보 등등 "종이로 만든" 오래된 것들은 다 취급하는 모양새입니다. 

Cecil Court



여기서부터는 제가 방문해보지 못했지만 런던에서 제법 유명한 서점들입니다. 사진도 없고, 다음 기회에 꼭 좀 가보고 싶어서 군침을 뚝뚝 흘리고 있는 곳입니다. :) 

7) Heywood Hill Books 헤이우드 힐 서점
홈페이지 : http://www.heywoodhill.com/
구글맵 :  http://g.co/maps/g6x9e
유럽의 명문 서점들을 소개할 때 영국편에는 항상 이 서점이 들어있더군요. 메이페어 지역의 주태가에 위치한 작고 조용한 서점이라고 합니다. 손님들에게 맞춤식으로 서가를 제공하고 추천해주기로 유명하더라고요 ^^

그외에 런던은 아니지만
영국에서 꽤 유명한 "아름다운 서점" 으로는 더비셔의 "Scarthin's books" 가 있다고 하더군요... 

홈페이지 : http://www.scarthinbooks.com/
구글맵 : http://g.co/maps/34eje

허허허 시골 구석의 서점이 이렇게 유명하다니, 부럽습니다.
더비셔 가시는 분들은 한 번 포인트 삼아 들려보세요!




Posted by 리히테르

마지막날 여행기를 쓰고 나서 다시 처음부터 쭉 읽어보니
오타 작렬 일관성 제로 싸구려 감성 난무... (아 진짜... 난 왜 이 모양.)

길어서 접습니다


그 아쉬움의 끝을 잡고, 정리할 이야기 몇 가지만 더 달고, 이 여행기를 마칩니다.
못 해본 짓, 못 가본 곳, 못 본 것들, 못 본 사람들이 많지만...
그래도 이번만으로 끝나지 않을 거라고
꼭 다시 한 번 런던에 갈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다녀와서의 여담이고, 가서 아무 일도 없었기에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건지도 모르지만
- 주변에서는 뭐 하나씩 잃어먹고, 바가지도 쓰는 등등 안 좋은 일을 겪고 오신 분들도 제법 계시기에 -
그래도 어리버리하고 소심하며, 천방지축 덤벙거리기로는 따라갈 자 없고,
한 번에 두 가지 일은 절대 못 하는 취약한 정신줄의 소유자이며
허우대는 멀쩡한 주제에 겁대가리는 무지 많은 제가 이렇게 다녀올 정도면-
런던 정도면, 혼자서 여행다닐만한 곳이라는 겁니다. 

저와 비슷한 루트와 경비로 여행하는 분들이 많지 않을 거라 생각하지만,
모래알들이 모여 모래성이 되듯,
제가 겪은 소소한, 그리고 다소 어리석고 좁은 시야의 경험들일지언정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I. 런던, 지하철 이야기.

런던의 지하철은 Underground, 혹은 Tube 라고 부릅니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 지하철을 지칭하는 Subway는 그쪽에서는 "지하도"를 의미해요. 히드로 공항에서 저는 이 Tube, 피카딜리 라인을 타고 호텔로 왔습니다. 런던에 내리자마자 제일 처음 이용한 교통수단이 지하철이었던 셈이죠. 이후로도 (어이없게도 트래블카드 Travelcard가 버스 겸용이 되는 줄 몰라서) 버스를 탈 줄 몰랐던 제게 런던 지하철은 여행 내내 최고의 운송수단이었습니다. 
저는 런던에 1주일정도밖에 안 되는 기간동안 있었고, 가기 전에 쌀횽에게 런던 교통카드인 Oyster Card 오이스터 카드를 받은게 있었고, 제법 돈이 충전이 많이 되어 있었어요. (12파운드 정도) 누가 떨어뜨린 걸 주웠다고 하는데, 이런 횡재가- 떨어뜨린 이름 모를 런더너 혹은 여행객에게, 다시 한 번 감사를. 이 기간동안 저는 오이스터 카드에 그래서 1주일짜리 트레블카드를 충전해서 썼습니다. 런던으로의 짧은 여행을 계획했을 때, 가기 전에 제일 고민했던 게 바로 교통비였습니다. A라는 장소에서 B라는 장소를 가는데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런던만큼 다양하고 복잡한 교통 체계를 가진 곳이 또 있을까요. 이렇게 살인적인 단가의 교통비를 매기는 나라가 또 있을까요. 공항에서 숙소까지 어떻게 이동하는 게 좋을지부터 시작해서 말이죠.
정말 처음엔 Travelcard (정액권) 의 개념과 Pay as you go 의 개념도 모르고, 전직 런더너 inboklee 님께서 가르쳐주시기도 했지만 다른 사람들의 여행기를 읽어도 잘 모르겠고. 존 별로, 시간대별로 다른 이 지하철 요금 체계는 얼마나 복잡하던지. -_-;;

런던의 교통국 홈페이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http://www.tfl.gov.uk/

이곳에 들어가면, 런던 교통수단의 모든 걸 알 수 있게 해 놨어요. 심지어 벌금도 여기서 내는 것 같고, 주말마다 먹통이 되는 노선이 어디인지도 알 수 있어요. 그리고 오이스터 카드를 비롯한 교통 요금에 대한 이야기는

http://www.tfl.gov.uk/tickets/14825.aspx

이 페이지에서 차근 차근 읽어나가면 됩니다.
크게 요금 제도는 아까 말했듯 Travelcard 와 Pay as you go 두 가지가 있고, 오이스터 카드를 충전할 때 선택해서 충전할 수 있습니다. Travelcard는 따로 발매해서 가지고 다니는 것도 가능하고요.
 

몇 가지 기본 원칙은 다음과 같아요.

1) 커버하는 존이 늘어나면 요금도 늘어난다. 런던은 기본적으로 1~6존까지 있고 최근에는 7~9존도 생겼습니다. 히드로 공항이 6존, 대부분의 관광지는 1존에 모여있습니다. 1주일치 Travelcard를 기준으로 했을 때, 1존만 커버하는 경우에 20파운드 가량, 1~6존까지 다 커버하는 경우에는 50~60파운드 선까지 올라갑니다.

2) 출퇴근 시간 (주중에만 적용, 아침에는 9시 반까지, 저녁에는 오후 4시-7시) 에는 반파운드에서 심하면 1파운드 정도 더 받습니다. 이게 peak 요금이고, 이 시간 외에는 off peak 요금이라고 합니다. 1존 안에서만 움직이면 이건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3) Daily Price Capping 이 있습니다. 저는 트레블 카드를 써서 신경쓸 필요가 없었는데, 지하철을 미친듯이 쓰는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유용한 제도에요. Pay as you go 로 해도 얼마 이상은 돈이 잘리지 않게 상한선을 정해주는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맞나...)

이 정도만 알고 요금제를 읽어보면 좀 수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요금을 정확하게 안 적어놓은 이유는,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자세히 나와있기도 하거니와, 런던 지하철 요금이라는 녀석은 자고 일어나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는 게 예삿일이기 때문입니다. -_-;; (찾기 귀찮다는 구차한 변명보다는 이게 낫...←야!!)
제 경우는 공항에서 바로 1주일치 1+2존 Travelcard (약 28파운드 가량)를 오이스터 카드에 충전을 한 후 이미 있는 12파운드 가량의 돈에다가 10파운드 가량을 더 충전해 놓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꽤 쓸데없이 많이 충전해 놓은 셈이지만, 그 땐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넉넉하게 충전해 놔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어서...
이렇게 충전을 해 놓으면, 공항에서 1존에 있는 호텔로 갈 때, 호텔에서 공항으로 갈 때 이 두 번은 pay as you go로 알아서 오이스터 카드에서 돈이 잘리게 되요. 공항에서 호텔로 갈 때는 peak time이 지난 시각에 타서 off-peak 요금인 2.70파운드, 호텔에서 공항으로 갈 때는 peak time 이 걸려서 4.50파운드가 pay as you go로 잘려나갔고 그 외에는 Travelcard가 적용이 되는 거에요. 그러니까 오이스터 카드는 Travelcard 기능과 pay as you go 가 전환이 알아서 되는 카드인 거죠. Travelcard 가 정말 편하긴 편해서, 1주일동안 요금 신경 안 쓰고 그냥 그걸로 실컷 다녔습니다. Travelcard로 버스도 탈 수 있다는 걸 알았으면 더 편하게 다닐 수도 있었겠지만, ㅋㅋㅋ 몰라도 뭐 크게 불편하다 생각은 안 했으니 (게다가 줄창 걸어서 살이 빠지기도 했고-) 다행이랄까요. 워낙에 거기는 버스 속도가 느려서 같은 값이면 지하철이 가장 빠르다고 합니다. 


오이스터 카드를 충전하는 방법은 정말로 그냥 기계에서 옵션 고르고 하라는 대로 하면 되어요. 제 경우에는 이미 오이스터 카드를 가지고 갔지만 거기서 새로 발급 받아 쓰는 방법도 있습니다. 카드 발급비는 역시 따로 지불해야 합니다. 영어로 된 버튼 잘 살펴보고 터치 스크린을 몇 번 두드리면 금방 해결되는 나름 간편한 시스템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아마 이 부분은 다른 여행기들을 살펴보면 더 자세히 나와있을 것 같네요. 저는 기억이 안 나서 -_-; 크게 Travelcard와 그냥 보통 충전으로 나뉘는 옵션이 있고, 거기에 따라서 당장 오늘부터 쓸 건지, 내일부터 쓸 건지 결정하는 옵션이 있고, 커버하는 zone과 그에 따른 가격이 다 나와있었어요. 자기가 다니려는 범위와 날짜에 맞게 골라잡아서 충전하고 다니면 됩니다. 충전하려고 일단 카드 갖다 대는 노란색 판에 카드를 대면 나면 Balance (잔액) 이 뜨고 마지막에도 확인용으로 뜨게 되요. 영수증도 나왔던가- 기억이 잘 안나지만요. :) 꼭 공항이 아니어도 지하철역에는 항상 자동으로 충전하는 게 다 있고, 어디서든지 충전이 가능한 시스템이라서, 불편한 건 별로 없을 것 같았어요.
 

런던의 지하철 역과 지하철 내부는 대략 다음 사진과 같습니다. 디카로는 찍지 않고, 내내 아이폰으로만 찍었어요.


지하철을 그렇게 옵세시브하게 찍고다니진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일단 런던 지하철을 경험하게 되면 (타는 게 아니라 경험하는 것입니다... -_-;) 왜 얘들이 지하철을 "Underground" 라고 하고 "Tube" 라고 하는 지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외국의 지하철을 타 보는 건 저로서도 런던이 처음이었습니다. 나름대로 로망이나 환타지 비슷한 것이 있었다는 걸 굳이 부인하진 않겠습니다. ㅎㅎㅎ 그래도 파리나 뉴욕 지하철에 대한 악명들은 들어왔던 터라, 그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런던의 지하철이 훨씬 낫다는 것 정도로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지요. 어딜 가도 우리나라만한 지하철은 없다는 말도 수도 없이 들었고요. 아무래도 오랜 직업병으로 이런 말을 들었을 때 좋은 쪽으로 기대를 하기 보다는 최악의 상황에 대한 각오를 먼저 하고 다녀서 그런 것인지, 제 런던 지하철에 대한 첫 인상은

생각보다 괜찮네
였습니다. ^^ 그래요. 생각보다 괜찮아요. 얘네들이 Tube라고 하는 건 천장도 둥그렇고 열차도 작고 둥그런 모양으로 말 그대로 튜브같아서였고, Underground 라는 건 정말 무슨 두더지 굴 마냥 미로와 같이 깊은 땅 속에 판 굴 -_-;;;이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차 대전때는 방공호로 쓰였습니다. ㄷㄷㄷ 정말 땅굴 맞아요. 깊습니다. 오래되었기 때문에, 지저분하기도 하고, 안 쓰는 터널도 있고 그렇습니다. 그래서... 선로에서 가 돌아다니는 경우도 있습니다. 네. 사우스 켄싱턴 역 피카딜리 라인 선로에서 한 놈을 봤었죠. 옆에서 서양 언니 한 분이 꺅꺅 거리길래 쳐다보니까 귀엽... 다기엔 조금 칙칙한 색깔의 생쥐 (mouse) 가 선로 사이를 쪼르르 기어가더군요. 저야 뭐... 오오. 이 동네는 쥐도 다니는구나. 했습니다만... -_-; ㅋㅋㅋ 이 얘길 하니까 어느 분께서는 들쥐 (rat) 가 아닌 게 다행이라고 하셨사와. 그 외에 몇 가지 특징을 나열해보면...

1) 전체적으로 우리나라보다 작습니다. 좌석도 몇 개 없고, 천장도 낮아요. 객차 하나 크기가 별로 크지 않은데, 그 수 마저 우리나라보다 적습니다. 키 큰 서양 남자사람들이 목을 구부리고 허리도 구부정하게 하고 한참동안 서서 가고 있는 거 보면 진심 내가 자리 양보하고 싶을 지경. 그렇게 작은 대신에 일단 앉으면 여기는 왕좌. 제가 몸집이 작은 탓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마른 건 아니었기에 ㅋㅋㅋ 우리나라보다 덩치가 큰 사람들이 이용해서 그런가 (아니 높이를 보면 그런 것도 아닌 거 같은데) 좌석이 참 넉넉하고 푹신하더이다. 노선마다 차이는 있지만요 :) 그리고 마주보고 있는 좌석 간격이 매우 좁아요. 이쪽에 앉아서 발을 걸치면 반대쪽 좌석에 닿습니다. 실제로 첫차나 막차 때 보면 그러는 양아치들도 있었... 요즘은 CCTV가 열차마다 설치되서 보기 힘든 장면이긴 하죠. 우리나라처럼 좌석 사이를 사람이 지나다니기엔 상당히 불편한 구조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그 외엔 새마을호나 무궁화호 열차처럼 열차가 가는 방향과 그 반대방향으로 좌석이 배치되어 있는 경우도 있어요.

2) 이쪽 칸에서 저쪽 칸으로 이동할 수 없습니다. 네, 이게 우리나라랑 큰 차이에요. 일단 한 칸에 타면 그 칸이 미어 터져도 운행 중에 다른 칸으로 이동할 수 없습니다. 차량과 차량 사이에 문이 있긴 하지만 이거 열면 그대로 저승길. 정말입니다. 장난으로 문을 열면 벌금 50파운드입니다. 우리나라처럼 아무 생각 없이 차량과 차량 사이 문을 열었다가 큰일나지 맙시다. 의외로 무섭습니다.

3) 냉, 난방 장치가 없습니다. -_-; ... 대신에 창문이 있긴 한데... 지상을 지나는 구간이 일부 있긴 하지만 대부분 지하를 지나는데, 공기가 좋겠습니까? 대개 닫혀 있어요. 처음에 베네딕이 가디언 지 런던 가이드 편에 어드바이스한 기사 읽으면서 "여름에 런던 출퇴근길 튜브는 절대 타지 말라"고 했을 때 에이 뭐 얼마나 끔찍하길래- 우리나라 지옥철만하겠어? 라고 뻔뻔하게 이야기 했던 저는, 별로 덥지 않은 가을에 런던 튜브를 탔는데 그 말이 뭔 소린지 깨달았습니다. ㅋㅋㅋ 그건 공간의 문제가 아니라 공기의 문제였어요. 어차피 영국사람들은 서양애들 다 그렇듯 타인과는 일정한 안전거리를 유지하기 때문에 사람이 많다고 해서 밀치거나 신체 접촉 때문에 불편한 일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공기. 환기가 전혀 안 되는 튜브 안은 산소 부족으로 숨이 탁. 하고 막힙니다. 사람의 몸은 열효율이 지구상에서 가장 좋은 에너지원이기 때문에 밖은 영하를 찍어도 튜브 안은 한여름 못지않게 더울 수 있습니다. 심지어, 런던 지하철 광고판에는 "에어컨을 트는 것 보다 물 한병을 가지고 타는 게 어떻습니까" 라는 광고가 붙어있어요. ... 니네 진심이냐. 개그냐. 이게 영국식 유머야. 라고 어이없어했던 기억이.

5) 계단이 많고 환승구가 깁니다. 에스컬레이터가 많지 않아요. 특히 플랫폼에서 개찰구까지 나오려면 무조건 최소한 계단을 한 번 이상 거칩니다. 우리나라처럼 플랫폼에서 에스컬레이터 두 번 세 번만 타면 개찰구 이런 거 없어요 ㅋㅋㅋ 전 한 번도 못 봣사와. 정말 계단이 많으면 아예 엘리베이터 (Lift)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 이수역 4호선과 7호선을 연결하는 환승구나 홍대 입구역에서 공항철도로 가는 정도 되는 거리가 우리는 멀다고 하는데, 얘네들은 이게 기본입니다. -_- 그리고 지하라서 다소 어둑어둑하고, 미로 같습니다. 반드시 표지판을 따라가세요. 런던 지하철에는 폐쇄되고, 안 쓰는 지하도도 존재합니다. 대부분 자물쇠로 잠가 놓지만, 가끔 들여다보면- 안에서 무슨 괴물이 튀어나올 것만 같은 시꺼먼 구멍으로 보이는 경우가 많아요. 이러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는 것은 지하도 길목에서 연주하고 있는 거리 음악가들입니다. 그들이 없다면 몇 배나 더 공포스러웠을지... 

6) 승강장에 우리나라처럼 다음 역이나 전 역이 표시되지 않고 Northbound, Southbound, Eastbound, Westbound 이렇게 동서남북으로 지하철의 방향이 표시됩니다. 전광판에는 우리나라처럼 종착역이 표시되지만 기본적으로 지하철의 방향은 이런 식입니다. 항상 플랫폼이 나뉘는 곳에 노선도와 방향이 함께 붙어있으니 처음에 잘 모르면 확인하고 타는 센스. 하지만 런던 지하철역의 체계와 방향에 한 번 익숙해지면 그냥 노선도 확인 안 하고 바로 방향을 골라 잡아탈 수 있습니다. 전 첫날 오후부터 걍 방향 보고 다녔던 것 같아요 ㅋㅎ 순환선이나 중간에 분기되는 노선의 경우에는 via OOO 를 통해서 어디를 거쳐 어디로 가는 노선이라는 게 나옵니다. :)

7) 핸드폰 절대 안 터집니다. 와이파이요? 우리나라는 21세기가 아니라 22세기 같아요. 그럼 런던 지하철은 19세기 -_-;; ? 아니, 뭐... 부정할 순 없죠. 1863년에 만든 지하철역이 아직도 그대로 있는데. 하여간에 지하철에서는 무조건 먹통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지하철에서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어요. 아무도 전화 안합니다. 아니, 못하죠. ㅋㅋㅋ

8) 주말에는 노선의 거의 반이 먹통입니다. 꼭 올림픽 준비 때문만이 아니라, 늘 그러는 일이라고 해요. 아마 여행기에서 설명했던 것과 중복이 되는 부분일 것입니다. 위의 런던 교통국 홈페이지에 보면 그 때 그 때 주말마다 어떤 노선이 쉬고 어떤 역이 폐쇄되는지 알려줍니다. 그리고 런던의 일요일 지하철은 막차가 9시, 늦어도 10시를 넘기지 않습니다. 첫차도 일요일에는 늦어요. 주중에는 우리나라랑 비슷하게 새벽 5시부터 밤 12시 넘어서도 다니는 노선이 많지만, 주말엔 얄짤없습니다. 

이 정도면 대강 다 된 것 같아요. 더럽고 지저분하진 않지만, 깔끔하다는 인상 역시 안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불결"하고 "더럽다" 기보다는 "낡았다" 라는 느낌이 워낙 강했어요. 깔끔하고 말쑥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더럽지도 않았어요, 단지 좀 후줄근하고 낡았다는 느낌이에요. 그리고 속도 자체가 느리진 않지만, 연착이 심하고 한 정거장에서 오래 있는 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승강장과 열차 사이 거리가 멉니다. 타고 내리실 때 조심하세요" 라고 길게 말하는 걸 얘네들은 "Mind the Gap" 한마디로 해결합니다 :) 스크린 도어? 그딴 거 없습니다. 네. 머리 조심은 Mind your head ㅋㅋㅋ

저는 iphone 4G를 가지고 갔고, 데이터 로밍을 안 쓰고 (차단) 여행했고, 덕분에 런던에서는 인터넷의 혜택을 맛보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호텔 컨시어지에서 무료로 인터넷을 할 수 있고, 인쇄도 무료로 되어서 구글맵이나, 트위터를 연결해서 정보를 얻을 수 있었지만, 현장감이 좀 안습이었지요. 그래서 제가 런던으로 떠나기 전에 알아봤던 각종 런던 여행 관련 무료 어플은 대부분 써먹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wifi나 3G 망 연결 없이 사용할 수 있었던 건 London Tube Map이라는 앱인데 말 그대로 노선도였어요. 그냥 확대, 축소가 되는 지하철 노선도입니다 :) 통신망이 먹통이어도 노선도를 보기엔 꽤 좋았어요. 런던 지하철 안에서는 그 열차의 노선 말고는 다른 노선은 나와있지 않거든요. 특히 갈아타야 하는 역에 대해서 미리 파악하고 내리고 할 때 유용했던 것 같아요. 그 외에도 Tube Map이라는 앱이 있는데, 무료이고, 3G망을 통해서 노선별 열차의 지연 여부나 폐쇄된 역, 그 주 주말의 운행 정보도 함께 띄워주는 앱이 있었습니다. 최단거리로 갈 수 있는 노선도 알아볼 수 있구요. 정작 영국에서는 3G든 wifi든 먹통이라서 아예 쓰지 못했는데, 이게 제일 무난하고, 많이 쓰는 앱 같더군요.

런던 지하도와 지하철 통로, 환승구들은 대개 타일로 붙여진 다소 싸늘하고 우울해보이는 이미지이고, 간간이 이 타일로 모자이크 문양을 해 놓아서 어두침침하고 갑갑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려고 하지만, 역부족입니다. 플랫폼의 광고판들은 이를 상쇄시키려는 것 처럼 현란합니다. 그리고... 이곳은, 말 그대로 광고의 천국. 영화, 뮤지컬, 제약, 음료수, 관광지, 기부금 등등... 참 다양한 것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광고합니다. 광고 그 자체가 지하도를 구성하는 일부입니다. 
제가 갔을 때는 존 르카레의 스파이소설을 영화로 만든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Tinker Tailor Soldier Spy (이하 TTSS)가 곧 개봉 예정이었고, 2009 선댄스 영화제 수상작인 원 데이 One day, 그리고 미야 와코프스카와 마이클 파스벤더가 출연한 2011년 제인 에어 Jane Eyre 가 한창 개봉 흥행 중이었어요. 정말 거짓말 안 보태고 스무 발자국마다 하나씩, 모든 지하철역과 지하도에 빠지지 않고 걸려있던 게 이들 포스터였습니다. 
그리고, 음악. 워낙에 지하도 자체가 길고 이리 저리 꺾이는 미로같은지라, 지하도 자체는 좁지만 군데 군데 일종의 작은 공터같은 게 생길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이런 곳에는 어김없이 거리 연주자들이 뭐든 연주하고 있어요. 기타일수도 있고, 첼로일 수도  있고, 바이올린일 수, 그냥 무반주로 부르는 노래일 수도 있습니다. 대개 지하도의 울림을 고려해서 너무 시끄럽지 않은 팝송이나 클래식을 연주해 주더군요 :) 마음에 들면, 몇 푼 던져넣어주면 되고, 답례의 음계를 들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런 팁은 일종의 "예의" 입니다. 공연이 맘에 든다고 한참을 서서 듣다가 휑하니 가버리면, 자칫하다가는 온 지하도가 떠나가라고 큰 소리로 내지르는 험한 욕설을 뒤통수에 뭉텡이로 맞을 수 있으니 주의.

TTSS 포스터들

제인 에어 포스터. 마이클 파스벤더 (로체스터 역)


런던의 지하철은 오래된 만큼, 베이커 스트릿 역처럼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곳도 있지만 전쟁도 겪고, 올림픽 대비로 개선공사도 하면서 많이 현대화 된 곳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옛 흔적이 완전히 없어지진 않았고, 아마도 앞으로도 그럴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 데가 런던이니까요. 차링크로스에서 Northern line을 기다리면서, 제가 가는 방향이 아닌 다른 방향의 열차 하나를 떠나 보내면서 우두커니 플랫폼의 천장과 환기구를 바라보다가, 문득 아래 사진과 같은 그림을 발견했습니다. 언제, 얼마나 오래 전에 그려졌던 문양일까요- 런던의 지하철은, 그토록 불편하고, 그토록 답답한 교통수단임에도, 이토록 사소한 것에도 사람을 미소짓게 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런던을 여행하는데 이용하는 교통수단은 버스도 있고 자동차도 있고 자전거도 있지만, 전 어쩌다보니 지하철과 두 발로만 다닌 무식하고 미련한 여행자가 되어 있었어요. 정말 다녀와서 버스 안 탄게 어찌나 후회 된던지 ㅋㅋㅋ 런던의 버스는 일단 지하철보다 가격면에서 싸기도 하고, 타고 내리기가 편하고, 지하철 처럼 동서남북 방향만 파악하면 아무 정거장에서 아무거나 타도 별 무리 없이 다닐 수 있게 노선이 자여져 있기 때문에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합니다. 한마디로 우리나라처럼 복잡한 노선이 아니라는 거죠. 사실 노선도 그렇게 많지가 않습니다. 가끔, 구형 더블 데커 (로드마스터) 를 아무데서나 타기도 하고, (이들은 정거장이 따로 없이 그냥 아무데서나 승하차가 가능) 2층 앞좌석에서 탁 트인 시야로 도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도 되겠지요.
자전거와 자동차는... 저는 자전거 탄답시고 셋째날에 삽질을 한 번하기도 했지만, 전제조건은 1) 좌측통행 2)길 입니다. 두 가지가 익숙하다면 자전거는 천혜의 교통수단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건 뭐 ㅠ_ㅠ 생고생. 자동차도 좌측통행이라는 점에서는 상당히 난감한 점이 많아 보이고, 그리고... 대박인 게, 자동차를 가지고 다니면 도심 혼잡 통행료 Congestion Charge 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남산 터널에서 걷는 그런거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정말 비싸요. 런던 1존 중에서도 길이 좁은 중심가에 자동차 끌고 가려면 한 10파운드인가? 어마어마한 돈을 내야 합니다. 우리나라 돈으로 거의 2만원 돈이라구요. 게다가 이게 하루에 내는 게 아니라 한 번 들어갈 때 마다 내는 걸 걸요? ㅋㅋㅋ 런던 지역구 중에서는 이것 때문에 시의회랑 소송까지 걸었던 곳도 있다고 하니 여파가 꽤 컸죠. 덕분에 런던 공기와 교통사정은 다소 나아졌다고 합니다만, 아무리 그래도 후덜덜하긴 하죠. 사실 관광객 입장에서는 어차피 차를 타고 다닌다고 해서 주차할 곳이 마땅한가 하면 그렇지도 않고 말이죠. 결론은 런던 튜브 예찬. 확실히 이게 제일 싼 교통수단은 아니지만 (특히 런던에 살아본 분이면,버스와 튜브의 요금 차이 때문에 튜브로 1시간도 안 걸릴 거리를 버스 타고 2시간 반 걸려 다니는 분들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가장 빠르고 편한 교통수단인 건 확실한 것 같아요. ㅋㅎ


II. 런던 여행 준비할 때 참고했던 책들

1) 런던, 숨어있는 보석을 찾아서, 전원경, 리수
2) 영국, 바뀌지 않아도 행복한 나라, 전원경, 리수
3) 런던 미술관 산책, 전원경, 시공아트

4) 런던 홀릭, 박지영, 푸르매

5) 내셔널 갤러리. 세계 미술관 기행 2, 다니엘라 타라브라, 마로니에 북스

6) 런던 걷기 여행, 셀리아 울프레이, 터치 아트

7) Enjoy 런던

8) Just Go 런던

9) 런던 단골 가게, 이혜실, 부즈펌

10) 론리 플래닛 디스커버리 버젼 영국

11) 론리 플래닛 런던 (원서)


런던의 도심 지도, 입장료, 위치 정보 같은 구체적인 정보들은 대개 여행서적인 7) 8) 9) 를 많이 참조했고, 6)로 대부분의 루트를 구성했습니다. 루트를 짤 때는 Plnnr.com (http://plnnr.com/wizard/london/) 이라는 여행 루트 짜주는 앱도 일부 이용했어요. 나름대로 구역별로 동선 삽질을 안 하게 도와주기에는 이 앱이 괜찮았습니다. 다만 저 앱에는 튜브나 버스가 전혀 고려되지 않고, 걷거나 택시 타는 것만 포함되어서 좀 안타까웠는데, 그래도 다녀보니 결국은 대부분 걸어다니게 되어서 상당히 괜찮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문화적 배경과 지식, 가보고 싶은 포인트와 배경지식을 알아보는 것은 1) 2) 4) 를 많이 봤습니다. 제 여행기 포스팅에도 많이 인용했구요. 론리 플래닛은 사실상 숙소와 먹을 곳을 알아보기 위해 샀지만 그 이외에 목적을 위해서는 거의 펼쳐보지 못했어요. 원서라는 것도 복병이었고요. 미술관 가이드는 3)을 기본으로 해서 5)를 참조했고, 생각의 나무에서 펴냈고 BBC 다큐로도 방영되었던 "세계 명화의 비밀" 을 한 번 읽어보고 갔습니다.
전반적으로 대부분의 책들은 "지금 한창 공사판이 벌어지고 있는 런던"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십시오. 7번과 8번 책이 그나마 가장 최근에 나온 것이건만, 입장료도 그 새 2배 가까이 오르고, 가게의 위치가 엄청나게 바뀌어있다는 사실 따위가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습니다. 특히 리젠트 스트릿의 웨지우드 매장과 버버리 매장 등은 현재 모두 영업하지 않고 있으며, HMV등 일부 매장은 위치도 다소 바뀌었고, 없어지고 새로 생긴 가게들도 우후죽순입니다. 제발 2012년 올림픽도 있고 하니 개정판 좀 내지... -_-? 특히 세인트 폴 성당 입장료가 14.50파운드인데 아직도 언젯적 요금인지 모를 9.00 파운드라고 떡 하니 적혀있는 건 못 참아주겠소. 물론 런던의 주요 명소들을 무료로 볼 수 있는 건 사실이지만 유료 입장을 하는 곳에서 특히 각종 입장료들은 자고 일어나면 무섭게 치솟는 게 런던인데, 이 점이 거의 반영되어 있지 않아요. 책 보고 예산 짜다간 가서 거지되기 딱 좋소.


III.  런던 주요 관광지 웹사이트 정리

위에서 언급한 저런 책들이 다소 old-fashioned 되었기 때문에 신뢰성이 떨어지는 점을 감안하면
가장 믿을 수 있는 곳은 방문하고자 하는 곳의 홈페이지입니다. 
의외로 좀 구닥다리스러워보이는 런던의 외양과 다르게, 이들 주요 기관의 홈페이지들은 상당히 잘 구성되어있고, 업데이트도 잘 해주며, 정보의 턴오버도 빠릅니다. :) 특히 개인적으로 주요 박물관, 공연장, 성당과 런던 관광 정보 관련 트위터 계정들을 계속 팔로우 하며 준비했고, 여기서 깨알같이 재미있는 행사들 정보를 알아간 게 주효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가봤던 곳의 위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뮤지컬과 연극은 아무래도 케이스 바이 케이스일 것 같고, 그 분야에 대해 훨씬 더 잘 아는 존잘님들이 많은 관계로 이곳에 굳이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이외의 것은 구글신님께 여쭤보시는 센스. 중요한 건 엔간한 건 홈페이지 가면 잘 나와있다는 거에요! 그리고 현지에 최근에 다녀온 분들의 경험담이 더 정확합니다. 검색만이 살 길이오!

1) 미술관
National Gallery
http://www.nationalgallery.org.uk/

Tate 미술관 (Britain 과 Modern 은 아래 들어가서 탭을 선택하면 됩니다.)
http://www.tate.org.uk/

코톨드 갤러리 : 코톨드 갤러리는 사실상 코톨드 아트 인스티튜트라는 미술 대학의 갤러리입니다. :)
http://www.courtauld.ac.uk/gallery/index.shtml

2) 박물관, 도서관
V&A. 홈페이지 주소에서 보시면 알겠지만, 이곳도 연구소, 즉 대학입니다. :)
http://www.vam.ac.uk/

대영 도서관
http://www.bl.uk/ 

대영 박물관
http://www.britishmuseum.org/

3) 공연장

위그모어 홀

http://www.wigmore-hall.org.uk/

바비칸 센터
http://www.barbican.org.uk/

로얄 알버트 홀
http://www.royalalberthall.com/

카도간 홀
http://www.cadoganhall.com/

사우스 뱅크 센터 
http://www.southbankcentre.co.uk/

국립 극장 
http://www.nationaltheatre.org.uk/

4) 성당, 사원
웨스트민스터 사원
http://www.westminster-abbey.org/

세인트 폴 성당
http://www.stpauls.co.uk/

5) 공원, 궁전
햄스테드 히스
http://www.hampsteadheath.net/

런던의 로얄 파크 (리젠트 파크, 하이드 파크, 그린 파크, 세인트 제임스 파크, 리치몬드 파크와 켄싱턴 가든)
http://www.royalparks.gov.uk/

영국 왕실 공식 웹사이트 : 버킹엄궁을 비롯한 왕실의 건물들과 이에 대한 정보들이 나옵니다.
http://www.royal.gov.uk/ 


6) 런던 교외 여행 
브라이튼 : 지도와 버스 노선이 잘 나와있어요.
http://www.visitbrighton.com/

세븐 시스터즈
http://www.sevensisters.org.uk/

영국 철도 : National Rail Express, 기차표 예매 및 시간표
http://www.nationalexpress.com/home.aspx

브라이튼 & 호브 버스 노선 및 시간표 안내
http://www.buses.co.uk/index.aspx

7) 그 외 
타임아웃 런던 :  런던의 문화, 공연을 비롯한 각종 소식지.
http://www.timeout.com/london/

가디언 트래블 런던 가이드
http://www.guardian.co.uk/travel/series/london-city-guide

런던넷 LondonNet
http://www.londonnet.co.uk/

런더니스트 Londonist
http://londonist.com/

Visit London Web : 런던 공식 관광 가이드 웹
http://www.visitlondon.com/
 
Posted by 리히테르
It's time to go home...

드디어, 이제.
마지막 날이군요.
런던에서 돌아온 직후, 제 여행기의 시작은 다음 트윗이었습니다.

런던은 정말...
책을 좋아하고, 좀 불편해도 느긋하게 웃어넘기고, 좀 낡아도 즐기고 편안해하며, 
오래된 것들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에게는 천국과 같은 도시입니다.
공사판으로 도시의 반이 뒤집혀있어도,
그것조차 오래된 원래의 것들과 잘 섞여들어가 있는 곳...

런던에서 돌아온 지 2주째 접아드는 지금도, 런던에 대한 제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여행기를 쓰면서, 그 때의 기억을 끄집어내어 비디오를 돌려 보듯 또 되새기고, 또 추억했던 것 같네요.
그럼에도 아쉬움과 그리움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이제 마음의 고향처럼 되어버린 곳. 런던.
서울이 제 육체적 고향이고, 샌프란시스코가 제 유년기의 일부를 차지하는 제 2의 고향이었다면,
런던은 제 마음이 항상 머무는 곳이 될 것 같습니다. 

런던의 지하철(튜브)와 참고한 자료, 홈페이지 정리는 따로 포스팅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마 여적지 포스팅한 사진 중에 튜브역 사진은 있어도 튜브 사진이 하나도 없다는 거 눈치채셨는지 모르겠네요. 네. 따로 포스팅하려고 합니다. 런던 지하철은 여행 기간 내내 제 발이었으니, 따로 포스팅을 할 만한 분량이 나올 것 같아요. ㅋㅋㅋ 여기에 묶어서, 제가 여행 준비에 참고했던 서적과 홈페이지 링크들을 묶어서 정리해두면 보기 편할 듯 해서, 따로 정리해보기로 했습니다. 사진도 많고, 스크롤 압박에, 말 많고 탈도 많고, 해석이나 사실의 전달에 오류도 많은 포스팅을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거듭 감사드립니다.


Day 6. 
2011.9.6. GMT 05:00, London, The Strand Palace.

짐을 챙겼습니다. 책 짐이 걱정이었는데, 다행히도 다 들어갑니다. 여분 가방에 홍차를 쑤셔넣는데... 위험합니다... 음. 오늘 해로즈 가서 한 짐 사와야 하는데... -_-;; 하지만 뭐 괜찮겠지...;;; 날씨가 꾸물꾸물한게 예감이 좋지 않아, 비옷을 따로 꺼내놓았습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정말 이건 잘 한 일이었어요) 한국에 가니까, 두꺼운 옷보다는 얇게 입는 게 나을 듯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짐을 챙기고 확인하고 나니까 두세시간이 금방 가더라고요. 책 탓에 트렁크 부피는 별로 늘지 않았는데 무게가 런던에 올 때의 2.5배는 되는 것 같았습니다. 걱정이 슬슬 되기 시작하더라고요. 나 혼자 이걸 히드로 공항까지 어떻게 들고 가지...;; 혼자 튜브 타고 갈 수 있을까... 하지만 지금 걱정한다고 짐 들어주는 천사가 나타날 리는 없는 노릇. 어쨌든 오늘은 오늘의 런던을 1분 1초를 아껴 즐기고 돌아가야 하니까요.
제가 묵었던 호텔은 체크인 할 때 방값을 다 내고 체크아웃 할 때는 그냥 방 키만 던져주고 나가면 되더라고요. 귀국 비행기편이 밤 9시이기 때문에 짐은 컨시어지에 맡기면 된다고 해서 짐을 일단 맡겨두고, 이제 날 매일 매일, 심지어 하루에 두 번은 봐서 얼굴을 기억하는 호텔 도어맨 할아버지께 여느 때 보다 환한 얼굴로 Good Morning!을 외치고 차링 크로스 역으로 발걸음을 서둘렀습니다.
베이커루 (Bakerloo : 말 그대로, 베이커 스트릿과 워털루를 연결하는 거 맞아요 ㅎ) 라인을 타고 베이커 스트릿 Baker Street 역에서 셜록 홈즈 박물관을 찍고 리젠트 파크를 잠깐 들렀다가 던트 서점 본점이 그 근처인 메릴본 하이 스트릿 Marylebone High St 이라 거기에 가보려고 했어요. 시각은 7시 반. 거의 첫차라, 평일 지하철인데도 한산합니다. 베이커 스트릿. 아서 코난 도일이 창조해 낸 가상의 인물, 셜록 홈즈의 집이 있는 거리. 221번지... 원래 220번지까지 밖에 없는 그 거리에 건물을 새로 지어 만든 221번지 플랫이 정말로 존재하는 곳... 전 셜로키언이나 홈지언 정도는 아니지만, BBC 셜록 이후로 팬질 시작한 이후로는 이곳을 결코 그냥 지나치고 갈 수 없다는 것 쯤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베이커 스트릿 역에 내린 그 순간, 그 곳에 가득한 셜록 홈즈의 흔적들에 반가워할 수 밖에 없었던 건- 당연한지도 모르겠습니다. 분명히 그는 이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인물이었는데, 어쩜 이렇게 현실에 존재하는 실제의 인물보다 더 존재감이 컸던 것인지- 미스테리입니다 :)

파이프를 문 셜록 홈즈의 옆모습이 그려진 지하철 역의 벽면

지하철 역에 나오면 꼿꼿하게 서 있는 셜록 홈즈의 동상. 날이 맑은 날이면, 이 주변에 정말 홈즈의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 사람들도 만날 수 있다 합니다.


이 날, 런던의 날씨는 가히 최악이었습니다. 본격적으로 가을이 되었다는 듯, 기온이 뚝 떨어진데다가 비가 오고, 바람도 어마어마하게 불었습니다. 사람들이 밖에 나오질 않는 것 같더군요 ㅋㅋㅋ 날씨 탓에 셜록 코스프레를 한 사람은 보지 못했습니다. 베이커 스트릿에서 셜록 홈즈 뮤지움이 있는 221번지로 가려면 리젠트 파크 쪽, 즉 베이커 스트릿 역의 북쪽으로 가야 합니다. 전날 밤잠을 설치고 튜브 안에서도 멍한 정신으로 흔들 흔들 가다가 내린 저는 베이커 스트릿 역에서 나오자마자 방향을 완전히 반대로 잡고, 거의 한 블럭을 내려갔다 올라오는 삽질을 저질렀습니다. 그 날씨에 ㅋㅋㅋ 런던의 빗줄기는, 바람 때문이기도 하고, 비가 오는 건지 안 오는 건지 우산을 쓰자니 별로 안 오는 것 같고, 안 쓰자니 참 불편한 그런 비였습니다... -_-;; 겪어보시면 압니다. 왜 얘네들이 우산 안 쓰고 모자 쓰고 방수 코트 입고 다니는지...;;;
여튼 한바탕 아침 운동처럼 한 블럭을 내리 왕복하고 나니 더 반가운 셜록 홈즈의 집- 어차피 저는 안에 들어갈 생각은 별로 없었어요. 그 정도로 매니악하지 않고, 다른 것 까지 보려면 시간이 넉넉하지도 않았으니까요. 나중에, 원작을 두 번 세 번 읽고, 내가 정말 저 안에 전시된 것들을 보고 즐길 수 있는 수준이 되었을 때, 다시 가보고 싶은 공간이었습니다. 
가상의 인물인데도, 실제 인물인 양, 파란색의 동그란 현판이 붙어있는 걸 보고 저는 웃음을 멈추지 못했습니다. 그냥 그런 게 있다고 알고, 듣는 것 보다 실제로 보니 정말 훨씬 더 재미있었어요. 그 존재감만으로도 말이죠!

셜록 홈즈의 집- 저 안에는 정말 셜록과 존이 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착각마저 들 정도였어요.

좀 더 서두르면 리젠트 파크를 대강 둘러볼 수 있겠고, 어차피 이 근방의 최종 목적지는 던트 서점이었기에, 리젠트 파크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날씨 탓인지 정말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았어요. 비도 비지만, 바람이 너무 세차게 불어서, 우산을 쓸 수가 없었습니다... ㄷㄷㄷ 
그렇다고 리젠트 파크를 포기할 수는 없었죠. 동물원이 있는 북쪽까지, 리틀 베니스까지 연결되는 운하를 따라가지 못하더라도, 프림로즈 힐까지 올라가지 못하더라도, 여왕님의 정원, 퀸스 쥬빌리 가든 Queen's Jubilee Garden까지는 보고 와야 할 것 같았어요. 어차피 9시 반-10시는 되야 서점 문을 여는데 아침밥도 먹었고,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어딘가를 돌아다니는 것 밖에 없었고요. 그리고 그 악천후에도, 리젠트 파크의 풍광은 절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이런 아름다운 정자도 있고...

어디나 빠지지 않는 아름다운 화단

퀸스 쥬빌리 가든 입구

퀸스 쥬빌리 가든


퀸스 쥬빌리 가든은 그렇게 넓고 압도적이라기보다는 그냥 분수가 하나 있는 소박한 정원이라는 느낌이었죠. 그 건너편에는 대학교 건물이 있어서, 그냥 학교 앞뜰 같은 분위기였어요... 사진을 보시면 알겠지만, 사진에 바람이 찍혔습니다. 오히려 비는 그닥 많이 오지는 않았는데 몸이 날아갈듯 바람이 불어대더군요... ㅎㅎㅎ 마지막 날이라고, 런던에서 저를 날려버리고 싶었던 걸까요...


다른 정원도 비슷하지만,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건 영국의 국화인 장미. 몇몇 화단에는 장미의 품종이 적힌 팻말이 함께 꽂혀 있어서 몇 가지는 눈여겨 보았습니다. 그 중에서 눈에 띄었던 앤 볼린 종류도 찍어보고요. 품종들을 하나 하나 다 살펴보고 싶었고, 정말로 재클린 뒤 프레라는 종류의 장미가 있는지도 확인하고 싶었지만, 날씨도 날씨였고- 시간도 없고 해서 포기했습니다. 날씨가 좋다면, 다시 한 번 가 보고, 프림로즈 힐에도 올라가보고, 운하를 따라 산책하면서 조정 연습을 하는 청년들도 구경하고, 동물원에도 기웃거려보고 싶은 장소였습니다. 그 때 그 시간 그 장소에서는 날씨 탓에 그닥 별 감흥이 없었는데, 돌아와서 사진들을 보니 그리워지네요. 아무 생각 없이 거닐다가 아무렇게나 찍어도 사진들이 참 예쁘게 나오는 곳이었구나, 라는 걸,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공간, 그런 곳이 리젠트 파크였어요.


리젠트 파크에서 다시 베이커 스트릿 역으로 와서, 던트 서점을 찾아 메릴본 로드 Marylebone Road를 따라 걷기 시작했어요. 베이커 스트릿 역에는 다들 아는 유명한 마담 투소의 밀랍 인형 박물관이 있죠. 상당히;; 비싼 입장료에도, 많은 사람들이 관람을 위해 개장 시각 전부터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어차피 관심은 없었지만, 간판은 찍어드리는 예의. ㅋㅋㅋ 


제가 찾는 던트 서점은 메릴본 하이 스트릿에 있는데, 베이커 스트릿 지하철역이 끼고 있는 두 거리, 즉 베이커 스트릿과 메릴본 로드 중에서 메릴본 로드를 통해서 동쪽으로 조금 가다가 한 블럭 정도 남쪽으로 들어가면 있는, 즉 번화한 큰 길에서 한 블럭 떨어져 있는 메이페어 쪽의 주택가에 해당하는 길이었어요. 길의 초입에는 다음과 깉이 디킨스가 이곳에 살면서 썼던 작품들의 주인공이 부조로 새겨져 있습니다. 뭔가 참 못 만들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지만, 뭐... 디킨스니까... 일단 한 번 찍고 보는 센스 -_-;;


던트 서점을 찾는 건 그닥 어렵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냥 메릴본 하이 스트릿이라는 거리 자체는 크게 복잡하거나 긴 도로도 아니었구요. 지도를 보고 가면 금방 찾게 되어있더라고요. 안내문은 없지만, 그 근처에는 아기자기한 공방이나, 악세서리 가게들, 그릇 가게들이 옹기 종기 모여있어요. 폴 스미스 악세서리 가게도 있어서, 이 곳에서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폴 스미스 목도리를 선물로 사갖고 왔습니다. 서점을 찾아가는 길에 제 한눈을 팔게 만든 캐스 키드슨 매장이며, 이름 모를 그릇, 옷가게들, 초컬릿, 과자 가게들, 그리고 흔한 중고 매장인 옥스팜 oxfam 까지... 추적 추적 내리는 비에 한기가 들었지만, 이런 소소한 것들은 그냥 보기만 해도 기운이 나고 즐거웠던 것 같네요. 시간 관계로 자세히 보지 못한 다른 가게들이 눈에 아련하게 밟힙니다. 

던트 서점. 초록색의 등이 예쁘게 보이는 이 서점의 주소는 메릴본 하이 스트릿 84번지입니다.


던트 서점은, '런던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Most beautiful bookstore in London 을 타이틀로 걸고 운영하는 서점인데, 에이 뭐 서점이 이뻐봤자 얼마나 이쁘겠느냐... 라고 생각하고 들어갔던 제게는 정말 참 신선했습니다. 사실, 서점에 들어섰을 때의 첫 인상은, "예쁘다" 라기보다는... "편안하다" 였습니다. 조용하고, 나즈막한 음악이 흐르고, 오래된 나무 냄새가 나고, 훈기가 도는 곳. 그래요. 이것 저것 장식이 예쁘다기 보다는, 서점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게, 책이 빼곡하게 박힌 서가들이 촘촘하게 늘어서 있고, 다만 오래된 분위기를 풍긴다는 것 외에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우리나라의 대형 서점과 현대화된 서점만 접해본 제게는 상당히 큰 문화적 충격이었습니다. 
얼마나 오래된 물건인지 모를 전등과 서가들 사이에서, 밟으면 삐걱 삐걱 소리를 내는 마룻바닥에, 나무의자 혹은 가죽 소파가 드문 드문 떨어져 있고, 쉬고 싶으면 그냥 몇 분이고 가만히 앉아 책을 읽어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그런 분위기. 필요한 책이 있느냐 먼저 묻지는 않지만, 궁금한게 있어서 다가가면 환한 미소로 맞아주는 직원.

모두 다 예쁜 책들.

아동 도서 코너

에메랄드 색깔의 벽면과 서가들

지하 서고의 여행 책자들

책 진열대

2층으로 된 서가


모든 책을 다 갖추고 있다기보다는, 던트 서점은 여행 책자와 컬러 도판, 화보를 중심으로 판매하는 서점인 것 같았어요. 책들이 지역별로 나뉘어져 있었고요... 이곳에서 저는 워즈워스의 시집을 샀습니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네버 렛 미 고우나 제가 런던에 있는 동안 튜브에서 읽는 사람 다섯 번은 더 본 것 같았던 원 데이도 사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하루 종일 책 짐에 치여버릴 것 같아서 자제했어요. 대신에, 작고 귀여운 책들 중에 본 윌리엄스와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함께 편집한 영국의 민요집과 서점의 명물인 캔버스 가방을 샀습니다. 던트 서점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캔버스 백은, 런던 길거리를 다니면서, 지하철을 타면서, 다들 한 손에는 핸드백, 다른 어깨에는 이 가방을 하나씩 들고 있는 게 그렇게 부러웠던 아이템이었지요. 그래서 결코 싸지 않은 가격에도 그냥 커다란 걸로 하나 샀습니다. 그리고 전 지금도 누가 뭐라건 이 가방을 줄창 매고 다니고 있지요 :) 이 가방을 산 건 잘 한 일이었어요. 워낙에 넉넉한 데다가, 옆구리에는 우산을 넣을 수 있는 작은 공간이 따로 있어서, 너무너무 맘에 들었어요. 나중에 홍차와 선물과 책들을 나눠서 공항에 들고가는 데 아주 유용하게 쓰였지요.

귀국 후에 찍은 던트 서점 가방


그리고 메릴본 하이 스트릿을 도로 지나 베이커 역으로 돌아왔습니다. 언젠가 다시 런던에 가고 싶다면, 이 거리는 꼭 다시 한 번 들리리라 다짐한 곳 중의 하나로 콕 찍어놓고 말이죠.

슬슬 빅토리아 알버트 박물관으로 가기 위해서 베이커 스트릿 역에서 서클 라인을 타기로 했습니다... 베이커 스트릿 역은 메트로폴리탄 라인과 서클 라인, 그리고 베이커루 라인이 지나는 환승역이고 이 곳을 지나는 라인 중에서 메트로폴리탄 라인은 세계 최초의 지하철 노선입니다. 1863년 개통되었지요. 그리고 서클 라인과 메트로 폴리탄 라인은 겹치는 구간이 있고, 이 겹치는 구간 상에 베이커 스트릿 역이 있기 때문에 같은 플랫폼에서 다른 기차를 타면 되는 구조로 되어 있어요. 그래서 서클 라인을 타러 내려가면, 필연적으로 메트로 폴리탄 라인 플랫폼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지하철 역을 볼 수 있는 거죠... 이 사실을 몰랐던 저는, 그 어느 곳에서도 보지 못했던 기상 천외한 지하철 역 플랫폼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진짜 아니 이게 무슨 드라큘라 성 컨셉의 지하철 역인가 (...;;;) 했더라는.

메트로폴리탄 라인 플랫폼

메트로 폴리탄 라인이 설명된 안내문


서클 라인은 지하철이 자주 안 오기도 하고, 느리기도 해서, 메트로폴리탄 라인이 먼저 오길래, 다른 역에서 갈아타고 갈 심산으로 먼저 오는 메트로폴리탄 라인의 열차를 탔습니다. 덕분에, 저는 런던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지하철 노선을 몇 정거장이나마 탈 수 있습니다.
중간에 서클 라인으로 갈아타고, 사우스 캔싱턴 역에서 내린 저는 지난 사흘 동안 프롬스를 보느라 줄창 다녔던 그 지하도를 따라서 빅토리아-알버트 V&A 뮤지움으로 들어갔습니다. 지하도 중간에 천장에 아래 사진과 같이 톱니바퀴가 돌아가면서 V와 A를 돌려주는 간판이 설치되어 있고, 그 쪽에 지하도와 연결된 V&A 입구가 있었습니다. 그 입구는... 그날의 헬게이트였죠... 그랬습니다. 빅토리아-알버트 뮤지움. V&A. 그 시작이었습니다.

톱니바퀴가 돌아가면서 저 V와 A가 뒤집어집니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꽤나 재미있답니다.

지하도와 연결된 V&A 입구. 그러니까 헬게이트... ㅡㅜ


런던으로 떠나오기 전부터 V&A의 명성은 익히 들었습니다. 거기 가 꼭 가 두번 가 부터 시작해서... 거기 가면 한국 오기 싫을걸, 비행기 놓칠 걸... 하는 협박까지. 이쪽으로 들어가면 그 곳은 V&A의 헨리 콜 윙 wing 에 해당되어요. 이쪽에다 가방을 맡기고 화장실 다녀와서, 본격적으로 구경을 하러 들어갔습니다. 여느 국립 박물관처럼 이 곳도 무료 관람입니다. 지도가 1파운드인데 테이트 미술관에서 그랬듯이- 안 내기 참 미안해서 내고 지도를 가져갑니다. 들어가자 마자 맞닥트린 것은, 조각으로 가득 찬 회랑, 그리고 그 회랑에서 나뭇가지가 뻗어나가듯 연결되어 있는 갤러리들이었습니다.

입구에서부터 등장하는 수많은 조각상들.


길을 헤맸던 탓인지... 처음에는 지도를 보고 좀 organized 된 구경을 해보려고 했으나... 인도와 이슬람쪽의 전시물에서부터 조금씩 정신줄을 놓기 시작... -_-;; 허허허 문양들이며 창문이며...으와... 옷, 테피스트리, 카펫...


허허허허... 참 깨알같이 많이도 모아두었더라고요... 옷 전시해놓은 것도 어쩜 이렇게 이쁜지. 아니 그냥 드레스일 뿐인데... 당시에 썼던 접시, 의자, 책상 등등등... 아이고... 못살아... 그리고 그렇게 헤매다가 중앙 홀로 나오니, 여기는 또 어디 난 누구... (...ㅋㅋㅋ) 묘하게 낯설어보이는 현대적인 구조물과, 고전적인 건축양식이 그냥 한데 어우러져 있는 모습...


여기서부터는 규모가 사람이 들고 나를 수 있는 것을 넘어서는 범위의 전시가 계속되었습니다. 문짝, 기둥, 분수대, 제단 등등등... -_-;; 얘네들은 도대체 이걸 어디서 다 가지고 와서 보존도 참 기가막히게 해 놓고 복원도 참 멋있게 잘 해놓고... 눈 돌아가요. 정말 내가 뭘 찍는지도 모르고 계속 찍었던 것 같아요. 찍어도 찍어도 끝이 없어요...
제 디카의 사진 카운트는 이 박물관에서 네 자리수를 찍었습니다. orz...

중세 시대의 문짝...

2층의 철제 구조 전시물

중국쪽에서 온 것 같네요...


그렇게 정처없이 헤매다가 어떤 방에 들어갔는데... 그게 Cast Court였습니다. 하필이면... -_-;

Cast Court

Cast Court

Cast Court


... 어 이 방은 중간에 천장이 없고 그냥 건물 하나를 통째로 위아래가 다 뚫린 공간... 입니다. 기둥과 벽을 떼온 게 거의 그대로 전시되어 있어요. 무덤에서 발굴한 관이라든지, 조각상들도 모두 여기... 사진으로는 그 넓고 웅장한 규모가 모두 나타나지 못했지만, 전 그냥 이런 압도적인 전시실도 있구나... 라는 걸 느꼈어요. 심지어 그 곳에 흐르는 공기도 다른 곳과는 뭔가 다른 느낌이랄까.

2층에서 내려다본 모습

일부는 아직 복원공사중이었습니다.


그렇게 갤러리들-기증 혹은 기부를 한 사람들의 이름, 후원해준 귀족들의 이름이 붙은-을 하나씩 하나씩 돌아보는데... 스테인드 글라스, 문짝, 제단... 허허허. 그러니까 이건요, 갤러리와 갤러리 사이의 칸막이도 전시의 일부. 모두가 다 보물... 쌀횽이 "못된 욕심쟁이 할머니가 전세계의 보물을 다 훔쳐다 쟁여놓은 곳 -_-" 이라는 게 이해가... 아니 그렇다 쳐도, 이렇게 센스있게 배치하는 것도 능력... 그러니까 이건 그냥 뮤지움 자체가 보물... 허허허... 
베개만큼의 거짓말을 보태서 저 여기서 입 하도 벌리고 있어서 턱 빠지는 줄 알았습니다. ㅡㅜ

르네상스 종교 부조 벽면

가문의 문장 부조 벽면

갤러리와 갤러리 사이의 칸막이가 그냥 유물...

개러리에 원래 있는 분수대와 유물로 갖다 둔 분수대가 구별이 안 되네요.

분수대와 샘물을 배치해두었던 갤러리


처음에- 이 여행기를 쓰면서, 스크롤 압박이 너무 심하니까 바둑판처럼 사진을 편집해서 올리려고 했어요. 하지만 사진을 정리하고 보정하면서 다시 보니, 도저히 안되겠더라고요. 유물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았어요... 허허허.
그리고 이런 어마어마한 전시실이 끝났나 싶어서 다른 방에 들어가면 또 뭐가 있나 싶어서 지도는 그냥 접어 넣고 안 가본 것 같은데를 들쑤시고 다녔지요...

V&A의 로고. 빅토리아와 알버트가 부부였는데 로고도 부부처럼...(...)


그렇게 헤매다가 중세시대-르네상스 시대 유럽 전시관에 발을 들여놓았고, 지옥에도 급이 있다면 여기는 거의 뭐... 무간지옥... -_-? ㅋㅋㅋ 처음에 들어갈 땐 별 생각 없었어요. 정말이에요.

유심히 유물을 두러보는 사람들, 중세 전시관 입구.

Ecce Homo. 십자고상 전시물들

스테인드 글라스들

성화들


성화, 성물, 성체 조배함, 벽화, 테피스트리... 지붕의 가고일, 타일까지... 사실 이런 전시물들만 계속 나오면 지루해지기 쉬운데, 그러지 말라고 우리의 친절한 뮤지움께서는 전시물과 함께 아래와 같은 "체험 코너" 를 마련해 주셨습니다. 타일 문양 맞추기, 중세시대의 괴물들을 그린 기와, 벽돌과 판화들을 전시하면서 괴물 따라 그려보기, 자기만의 괴물 그려보기... (꼬마들이 그림 그려놓은 샘플을 보면, 재미있게도, 닥터후에 한 번쯤 나왔을 법한 외계인스러운 괴물들이 제법 있답니다 ㅋㅋㅋ) 어... 저는 꼬마가 아니지만, 보니까 어떤 아저씨가 옆에서 해보고 있길래 저도 그림 그려보고 타일 맞춰보고 나왔습니다.

체험 코너!


이런 꺠알같은 지도인지 만화인지 모를 테피스트리도 있었구요... 역시 중세-르네상스관의 최고봉은 성물 전시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정말 정교하고, 화려하고, 사람의 손으로 이보다 더 아름답게 만들 수는 없다고 경쟁하는 듯한 물건들... 여기 무슨 유물 콘테스트 출품작만 모아놓은 거 아니냐며...

상아와 금, 은으로 세공된 성물들

넋놓고 바라보았던 유리잔이라든지

그 와중에 중세 악보 채색 필사본들도나와주시고.

이런 성체 조배함이라든지...


... 그러니까 내가 저걸 훔쳐가고 싶어도 정말 못 골라서 못 훔쳐가겠소... -_-;;; 참 깨알같이 많이도 모아두었습니다. 알버트 공의 안목도 안목이지만, 이걸 대중에게 공개하고 전시하겠다는 생각도 참 혁신적인 것 같아요. 그것도 무료로... 야, 미안해서 공짜로 못보겠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요. 도대체... 나라면 이거 나 혼자보고 절대로 남한테 안 보여주겠다! 아오...;;; 그렇게 갤러리마다 유물들에 혼을 뺏기고 홀로 나와서 아까 본 반대편 위층을 올려다보니... 읭? 천국이 요기 잉네? -_-;;; ... 아니... 여기는 어딜 대고 찍어도 작품이 나오네...? 끙...


저건 어느 성당에서 뜯어온 기둥들이오... 허허허...
자칫 고리타분하게만 느껴질 수 있는 이런 오래된 것들 사이사이에, 일부 갤러리에서는 최첨단을 달리는 현대적인 전시회도 함께 열리고 있는 것이 V&A의 특징입니다. 이런 유물들이 결코 죽어있는 것으로 느껴지지 않고, 살아 숨쉬고 우리와 같은 시대에 존재하고 있는 현실이라는 걸 깨닫게 하는 장치들이죠. 제가 간 주간에는 Porter Gallery라는 곳에서 Power of Making이라는 주제로 전시회가 개최되고 있었습니다. 재미있고 특이한 전시품들이 많았어요.

대형 뜨개질이라든지

나무로 만든 것들

악기, 전자 제품, 과일

어... 이런 희한한 모양의 탁자와 의자에 앉아서, 영상물을 보는 관객들. 조각 아닙니다. 사람입니다.

별나게 생긴 의자라든지. 저도 앉아봤고요. ㅎㅎㅎ

다양한 모양의 철제 간판들

빛과 천을 이용한 작품

마네킹 가지고 장난치기라든지


하하. 와... 눈이 즐거웠어요. 사실 계속 옛날것만 보면, 좀 지루해지기 마련인데, 이런게 중간 중간에 요소 요소 배치되어 있다 보니, 지루할 틈이 없달까요. 시간여행을 다녀와서 잠깐 휴게실에서 쉬고 다시 과거로 가는 그런 안전장치 같은 배려라고나 할까요. 그래서 그 어마어마한 양의 옛 예술품, 공예품들을 둘러보는데도 지치지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르네상스시대의 책들 중에는 진품(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에-)을 전시해놓고, 그 사본을 똑같이 함께 배치해놓고, 그 책을 구경하는 사람들이 넘겨보고 읽어볼 수 있게 해 놨더라고요... 이런 고마워라! 네, 그래서 저는 거기서 르네상스 시대의 도감이라든지, 건축학 책 같은 걸 뒤적 뒤적 해 볼 수 있었습니다. 고풍스러운 폰트들과 손으로 그린 그림들이 비록 사본일지언정 어찌나 멋지던지요! 아쉽게도 책을 떼오진 못했...(야!) ㅋㅋㅋ


대강 한 층을 다 돌았나 싶어서 다른 층으로 가니까 주로 British 어쩌구 라고 적힌, 주로 영국의 유물들을 모아놓은 갤러리가 나오길래 오오. 이번엔 자기네 나라 껀가보다... 라면서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전시실에 비해서 다소 어두침침하고, 조용하며, 서늘한 것이, 유물들이 오래되고, 약한 것들을 따로 모아놓은 분위기였습니다. 역시 다른 곳보다 좀 음침한 것이, 영국 특유의 분위기가 물씬합니다. 

교회의 제단

여왕님의 침대


여기도 요소 요소 전시실 사이마다 지루하지 않게 체험코너를 만들어 놨는데, 그 중에는 테피스트리 만들어보는 코너도 있었어요. 그림으로 설명이 쭉 나와있길래, 어렵지 않겠다 싶어서 (어 그니까 애들도 하는데 내가 왜 못해 라는 오기... 완전 쓸데없는 오기..., 그리고 호기심 -_- 때문에) 한 버 해봤어요. ㅋㅋㅋ 하라는대로 하니까 제법 모양이 나오데요? 아래는 제가 거기서 가르쳐준 대로 짜본 테피스트리의 일부입니다. 제가 이거 열심히 짜고 사진 찍는동안 한 외국 관광객들이 내내 제가 하는 거 보고 있다가 제가 일어나니까 따라하데요? ㅋㅋㅋ 다들 어른들이었... ㅋㅋㅋ 이거 가져올 수도 있게 해 놨는데, 그냥 두고 왔습니다. :) 작은 유물들은 모두 돋보기를 설치해놓았고, 예술품들의 재질을 아이들이나 시각장애인이 만져보고 알 수 있도록 샘플들을 배치해 놓고, 서랍식으로 열어볼 수도 있게 해 놓은 코너도 많았어요. 게다가 옛날의 패티코트를 입으면 어떻게 되는지 비슷한 걸 입어볼 수 있게 해 놓은 코너도 있었고, 액자나 의자를 직접 조립해 볼 수 있게 해 놓기도 했어요. 아이고. 누가 박물관 지루하다고 합니까. 이렇게 재미있는 박물관이 어딨어! ㅋㅋㅋ 솔직히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이걸 더 재밌어해요 ㅋㅋㅋ 패티코트 입어보고 ㅋㅋㅋ 의자랑 액자 맞춰보고 ㅋㅋㅋ 특히 커플 한 쌍이 패티코트랑 코르셋 세팅되어있는거 낑낑대면서 입어보고 입혀주는 걸 봤는데 이건 레알 몰래카메라로 찍어주고 싶었을 만큼 깜찍했다는 뒷 이야기 ㅋㅋㅋ


전시실 중간 중간에는 이런 휴게실이 있습니다. 그냥 책들이 있고 의자와 소파가 있고, 인터넷을 연결한 컴퓨터가 있는 휴게실이에요. 천장은 자연 채광으로 뚫려있고, 그 위에도 전시물이라고 할 수 있는 각종 장식품 (...) 이 걸려있으며, 여기에 배치된 소파와 책장, 책상들은 그냥 아무나 앉아 있을 수 있고 책도 꽂혀있는 거 맘대로 봐도 되지만, 그것 조차 작품이라서 설명이 다 붙어있습니다. 혹시라도 소심하게 작품인 걸 알고 못 쓰는 사람들을 위해서 친절하게 Welcome to seat 라고 적어주는 센스.

휴게실 의자와 책장

휴게실 천장


그리고 영국 전시실은 계속됩니다... 아니 왜 나는 분명 이 전시실에서 저 전시실로 갈 때마다 수백년의 시간을 단 몇분만에 뛰어넘고 있는 것인데 왜 그 시대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지... 아니 저 깨알같은 그릇들이며 화장대, 거울, 시계... ... 아니... 솔직히 저것들은 그냥 귀족들이 좀 사치스럽게 썼던 생활용품이잖아요. 실제로 그 시대에 아까워서 어떻게 써먹었는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사용 안 하고 모셔놓는 물품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 너무너무 예쁜 겁니다. 그걸 이렇게 모은 것도 대단하고, "무료로" 아무나 와서 볼 수 있게 하는 것도 대단하고... 하아...

은제 식기들

헨리에타의 집이라고 된 어떤 갤러리. 그 시대의 거실 재연

이런 화장대와 거울

저런 화장대와 거울

이런 도자기

저런 도자기

어떤 무도회방 재연

오리엔탈풍의 테피스트리와 화려한 거울

역시 오리엔탈 풍의 기묘한 이질감을 선사하는 거울과 장식품들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던 영국 유물들의 전시관을 빠져 나오니 다시 처음에 맞딱뜨렸던 조각들의 복도가 나오더군요. 안 본 전시관을 찾아서 헤매다가 최근 아랍권 예술가들의 전시를 따로 꾸려놓은 곳이 있어서 그쪽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꽤 특이하고 이색적이었어요. :) 굉장히 아랍 특유의 화려한 색채들을 현대 미술의 기법들과 결합시켜서, 화려하면서도 세련되어 보이는 것들이 꽤 있었답니다. 돈만 많으면 나도 하나 사고 싶...(야!!)

이런 옷도 전시하고

철제 구조물도 있었고

카펫이나 천들도 전시되어 있더군요

오르한 파묵의 소설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그림을, 자세히 보면 신식 현대옷을 입은 인물들과 묘하게 섞어놓기도 하고

이런 비구상, 추상 작품들도 전시하고

트럼펫 카드를 변형한 목조 전시물도 있었습니다.


서로 다른 문화권의 예술품들을 번갈아가면서 구경하고 나니, 시간이 벌써 너끈하게 두시간은 지났더라고요... 시각은 벌써 점심 시간이 얼추 지났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고, 이 뮤지움의 스콘과 홍차는 한국에서부터 꼭 먹어보고 오라고 강력하게 추천을 받았던 터라 마침 시간도 딱 맞고 정신을 차려보니 허기가 밀려오기 시작한 터라, 주린 배를 움켜쥐고 까페테리아를 찾아갔습니다. 

까페테리아로 가는 길에 발견한 층계참... 와아...


그리고. 저는 런던에 와서 "두 번째" 제대로 된 식사... (이것도 식사라고 부를 수 있다면야 ㅋㅋ) 를 했죠. 이게 제가 런던에서 먹은 마지막 식사였습니다. 최후의 만찬이라고나 할까요. 까페테리아는 메뉴 종류별로 샐러드, 따뜻한 음식, 피자 파스타 등등 여러가지 코너가 나뉘어져 있었지만 저는 곧장 스콘과 케이크, 차와 커피를 파는 코너로 가서 줄을 섰습니다. 점심때가 좀 지난 시각이었는데, 사람이 북적북적했어요. 그리고 아주 단순하게, 건포도 스콘과 얼그레이 티폿을 하나 시켰습니다. 싸지는 않았어요. 건포도 스콘은 제가 줄을 설 때만 해도 한가득 쌓여있었는데, 제 차례가 되니 제 바로 앞의 한 아저씨가 한꺼번에 서너개를 주문하는 바람에 제 차례가 되었을 때 딱 하나 남았더라고요. 오 예. 행운의 마지막 한 남은 건포도 스콘 득템!!! 산딸기 잼과 살구잼을 한가득 곁들인 후 (신기한 것이, 버터는 돈을 받는데 잼은 돈을 안 받더군요 ㅎㅎㅎ) 계산 완료. 전부 한 6~7 파운드 남짓 했나 그랬어요. 결코 싼 가격은 아니지만, 뭐... 마지막인데 뭐 어때 하고 티폿을 받고, 왠지 없으면 섭섭할 것 같아서 우유도 하나 세팅해서 앉을 곳을 찾았죠... 아무 생각 없이 어, 저쪽에 빈자리가 있네... 하고 앉았는데, 뭔가 분위기가 이상해서 눈을 들어 천장을 보는 순간-... ... ... 먹을 게 눈 앞에 있는 걸 까맣게 잊을 뻔했습니다. 정말로. 저 정말 접시 도로 들고 나갈뻔했다니까요 ㅋㅋㅋ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뭔가를 먹고 있는 걸로 봐서 잘못 앉은 건 아닌데 ㅋㅋㅋ 

V&A의 까페테리아.

최후의 만찬. 왼쪽부터 건포도 스콘, 잼, 얼그레이 티폿, 우유, 찻잔 ㅋㅋㅋ


아놔 식당이 이렇게 멋있으면 곤란하지 말입니다... 유물 한가운데서 밥을 먹으라니 이게 말이 되냐고요 ㅋㅋㅋ 근데... 스콘을 한 입 먹고, 얼그레이 차를 따라 한 모금 들이키는 순간... 냐하하... 정말, 맛있어서 눈물이 난다는 말 웃기지 말라고 하는 저였는데... 같이 먹는 사람도 없이 혼자 먹는데... 왜 눈물이 났는지... 아... 정말 맛있더라고요. 잼을 한가득 발라서 스콘을 먹기 시작했는데... 아오... 이건... 이건 그냥 꿀맛... 더 묘사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서 이 정도만 해 둡니다만. 거기다 얼그레이는 왜 이렇게 부드럽고 향기롭데요? 스콘과 홍차를 먹다가 목이 메어 고개를 드니 여기가 현실이 아닌 것만 같은 스테인드 글라스와 샹들리에가 장식되어 있고. 눈을 들면 비현실적이다 싶을 정도로 멋진 장면이 펼쳐져 있고, 입으로 들어가는 스콘은 이렇게 달콤하고 감칠 맛 나게 부드러울 수가 없고, 코르 스며드는 얼그레이의 향기는 제가 맡아본 그 어떤 향수보다 향기롭고... 영국 사람 특유의 나지막한 웅성거림이 배경음악으로 깔려있던 그 곳은 제 기억에서 절대 지울 수 없는 한 끼 식사가 되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그 때의 그 순간이, 그 풍경이, 그 맛과 향기가- 미치도록 그립습니다.
그렇게 점심식사가 아쉬울정도로 빨리 끝났어요. 워낙에 빨리 먹는데다가, 한 입 먹고 자린고비 천장에 걸린 조기 쳐다보듯 신기하게 스테인드 글라스와 샹들리에를 쳐다보면서 게걸스럽게 스콘 한 조각을 잼을 듬뿍 발라 한입 가득 우물대다가 입이 귀에 걸린 채로 얼그레이 찻잔을 두 손에 받치고 홀짝거리며 마지막 남은 한 모금마저 우유를 부어 싹싹 핥아마시는 동양 여자애 한 명에게 아무도 눈길 조차 주지 않기를 다행이었어요. 거기가 영국이라서... ㅋㅋㅋ 아마 한국이었으면, 왠 미친 사람이 식당에 들어왔다고 쫓겨났다고 해도 부족하지 않을 모습이었을 겁니다.
그냥 스콘 한 조각을 홍차와 곁들여 먹었을 뿐인데 세상에서 가장 호화로운 만찬이라도 먹은 양 배를 두드리면서 까페테리아와 연결된 가든에 나와 한 바퀴를 돌았습니다. 건물 자체가 유물이라더니, 과연 그러하더군요. 붉은 색의 건물과 잘 만들어놓은 아담한 분수는 어쩜 그렇게 서로 다른 시대의 산물임에도 잘 어울리던지.

V&A 안쪽의 가든

붉은 벽돌!


다시 조각상들의 회랑으로 돌아왔습니다. 처음에 들어왔던 그 곳이었죠. 그러니까 이렇게 한 층을 거의 한 바퀴를 돈 셈이 되었어요... 못 본 것도 있겠지만, 잊기로 했습니다. 다음에 또 와야하니까요. 그렇게 저는 런던을 떠나면서 런던에 다시 방문할 구실을 차곡 차곡 쟁여두고 있는 셈이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조각상들의 회랑에는 드물지 않게 저렇게 나이 지긋한 분들이 조용히 앉아 스케치를 하고 있는 모습도 눈에 띄었습니다. 조각상들의 회랑에서 다른 나라 유물 전시관으로 빠지게 되어 있는 구조였기 때문에, 조각상들의 회랑만 다시 한 번 쭉 훑어보는 시간을 가지고, 그리고 위층으로 올라갔어요. 

저 소녀의 조각상은 어디를 가리키고 있는 걸까요-


V&A 2층은 소위 "철물점" 즉 metalware 전시실이었습니다. 쇠붙이로 만든 것은 모조리 모아놓은 전시실이었죠. 담장, 철문, 문고리, 지붕 풍향계, 촛대, 의자, 마차 바퀴살 등등... 아이고, 진짜 저걸 다 어떻게 다 뜯어서 놓은건지... 전 이 전시실이 제일 좋았어요. ㅋㅋㅋ 다른 데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이곳만의 전시 특징이랄까요, 소재 중심으로 전시실을 배치해놓다니, 참 재미있더라고요. 


게다가... 여기에는 왕실과 귀족들이 오랫동안 모아왔던 "저금통" 컬렉션도 있답니다. 세상에! 담장과 문설주, 풍향계까지는 그렇다 쳐도, 저금통이라니! 아놔! 저금통이라니! ㅋㅋㅋ 정말 어찌나 아기자기하고 귀여운지 ㅋㅋㅋ 아 정말 저런 저금통이면 나도 돈 악착같이 모으고 싶겠다 ㅠ_ㅠ 아앍. 심저어 저 저금통 중에는 영국의 화가 번존스의 그림이 그려진 저금통도 있었어요! ㅋㅋㅋ

저금통 컬렉션!


그리고 철물점은 계속됩니다. 테라스의 일부였던 걸로 추정되는 것들 뿐만 아니라 열쇠와 자물쇠, 쇠로만든 부조와 심지어 트렁크 컬렉션까지..(꼬록...) 아 정말 얘네들 뭘 모으면 진짜 끝내주게 옵세시브하게 모아주는 사람들 맞는 것 같아요. 맞고요. 

대문 경칩, 자물쇠...


정말 한 층 가득 쇠로 된건 다 쓸어모아놨는데... 아니 이걸 2층에다 전시하면 무거워서 건물이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이 다 될 정도였어요... ㅋㅋㅋ 그렇게 한바퀴 둘러보다가, 아까 1층에서 봤던 제단을 눈앞에서 다시 보게 되었죠. 어떤 색깔을 입혔는지 어떤 재질을 썼는지 세세하게 다 샘플과 함께 전시되어 있었어요. 아 저 섬세한 나뭇잎과 소용돌이 문양 사랑합니다 ㅠ_ㅠ 

그림자마저 너무 멋진 유물!

천장의 스테인드 글라스. 흐린 날씨에 좀 신비로운 색깔을 띄고 있었지요!

돔 천장


그리고 철물 전시는 계속됩니다. 전시의 특성상 전시된 것들은 3차원적인 구조물이지만 2차원적인 아름다움을 최대한 드러내는 물건들이어서, 사진을 찍기에는 거의 최적이었던 것 같아요. 찍고 찍고 또 찍어도 계속 새로운 것이 나오니... 이건 무슨 화수분도 아니고 말입니다 ㅋㅋㅋ 그리고 어떻게 그렇게 많은 철제 구조물이 있는데, 다 모양이 다른지, 그것도 정말 신기하구요.

교회 담장에 걸려있었을 법한 화려한 장식

쇠창살을 가까이서 찍어보았습니다. 나름대로 뾰족하게 보안 기능도 겸하고 있어요!


그리고 간신히 이 마의 철물점에서 벗어나나 싶었더니... 이젠 깨알같은 작은 조각상들을 한꺼번에 모아서 전시해 놓은 곳이 나옵니다. 이것도 도자기나 돌이 아닌 철제라서 이 층에다가 따로 모아놓은 것 같더라고요... 철제 구조물 이 정도면 다 봤겠지... 하던 저는 이 컬렉션을 보고 아연 실색. 결국 이건 그냥 대강 대강 이런게 있구나 라고만 기억해 두고 한바퀴 쓱 걸어갔다가 걸어나왔어요. 컬렉션을 다 보면 한국에 못 갈 것 같았어요. -_- 정말로... 



간신히 철물점에서 벗어나 내려오는 길에, 이런 전시관이 또 있는 걸 발견했어요. 그냥 지나갈 수가 없었어요. ㅋㅋㅋ 아니 진짜 나 오늘 한국 가는 비행기 타야 된다고 이 뮤지엄느님아... ㅡㅜ;;; 박물관을 확장공사 하면서 주변의 건물과 유리 지붕으로 연결만 한 상태로, 그대로 갤러리로 만들어놓은 곳이었습니다. 내셔널 갤러리의 생즈버리 윙을 만든 사람과 같은 사람이 후원을 했는지, 갤러리 이름에 생즈버리가 붙어있더군요. 반가운 이름이닷! 하면서 들어가보니... ㅎㅎㅎ 17세기~18세기 런던과 유럽의 가옥에 있던 나무 층계며, 가고일, 건물 외벽의 석조 조각품을 거의 그대로 옮겨서 전시해 놓은 갤러리더군요... ㅋㅋㅋ 나 원 참 기가막혀서... 이쯤하면 정말 거의 이 수집의 철저함에 대해서는 기가 질릴 정도가 됩니다... 아하하... ㅡㅜ

 

지붕의 용골로 쓰였을 법한 조각들

그 시대의 나무 층계

각종 사진 자료들

나무로 된 테라스

석조 조각상들과 가고일들

문짝, 기둥들...


하아. 그렇게 간신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뮤지움 밖으로 옮겼습니다... 뭐 이런 곳이 다 있나요. 아니 왜 난 5분전에 들어와서 다 보지도 못한 것 같은데 시간이 3시간이 넘게 지나있는 건지 이해가 안 가요 ㅠ_ㅠ 정말... 
어쨌든, 런던에 있는 내내 나름 가장 큰 백화점인 해로즈에 한 번도 못 가본 상태였고, 이 곳의 홍차보다는 과일차가 명물이라 들어서 과일차는 꼭 좀 사가지고 가고 싶었어요. 우리나라에 잘 안 들어오기도 하거니와, 맛을 보니까 정말 맛있었기에... :) 꼭 사고 싶기도 했구요. 게다가 제 베프가 마침 시간 맞춰서 사다달라고 부탁한 물건도 있었으니, 잘 되었다 하면서 튜브를 탔죠. 해로즈 백화점은 피카딜리 라인의 Knightsbridge 나이츠브릿지역에서 나오면 바로 연결이 되어 있어요 :) 런던의 명물 백화점 답게 가격도 비싸고, 직원들은 정말 엄청나게 친절하며, 으리으리하고, 토나오게 넓습니다. -_-;; 제가 갔을 때난 외벽이 리모델링 중이라서, 험악했죠 ㅋㅋㅋ 완전 공사판 ㅠ_ㅠ 런던에 고층건물이 없어서 그런지 단면적이 정말 토나오게 넓다는걸 뮤지움에서도 느꼈지만 그게 백화점에까지 적용될 줄은 몰랐어요 ㅋㅋㅋ 이건 백화점이 아니라 그냥 미로에요 미로...orz 
해로즈에 들어가는 자여, 백화점에서 무사히 빠져나오고 싶다면, 적어도 자기가 들어간 게이트가 몇 번 게이트인지는 기억해두시기 바랍니다. 안 그러면 정말 못 나오는 수가  :) 해로즈는 나름대로 그 자신이 브랜드이기 때문에 자체 브렌트를 모아놓고 파는 아케이드가 따로 있습니다. 곰인형, 볼펜, 자석, 머그컵, 초컬릿, 비스킷, 가방 등등. 아예 관광객들을 위한 기념품점처럼 꾸며놓은 코너가 있어서, 그쪽으로 흘러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이 곳에 홍차는 잔뜩 있을지언정, 제가 사고 싶은 과일 차는 없었어요. 일단 홍차를 조금 샀죠. 개인적으로 캔에 들어있는 loose leaf tea는 가급적이면 사지 않으려고 했어요. 다 먹기도 힘들고, 나눠주기도 힘들고, 번거롭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_-;; 티백보다 무거워서 혼자서 들고 귀국할 수가 없었거든요. 워낙에 그 자체가 양이 많으니 가격도 전체적으로 좀 비쌌고요. 그 외에는 별로 다른 물건에는 관심이 없었던 저는 그냥 대강 둘러보고, 주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직원을 붙들고 물어봤습니다. 과일 차 어디에 있어요? 저쪽에 food hall 가면 있어요! 아하. Food hall 이 있구나. 거기에 과일 차가 있더군요. 근데 이 아케이드에서 나가서 food hall을 찾는 것이 또 일이었습니다. -_-;; 우리나라 백화점에 익숙해 있던 저는 정말 이 해로즈가 당황스러웠어요. 층은 몇 개 없는데 한 층이 정말 어마어마하게 넓은데다가, 우리나라처럼 널찍한 통로가 있는 게 아니고 좁은 통로를 이리 저리 알아서 피해다녀야 하는 무슨 시장바닥같은 백화점인데다가 결정적으로 우리나라처럼 식품매장이 지하가 아니라 화장품, 향수, 잡화 매장이랑 같은 층에 있었어요... 냐하하 ㅋㅋㅋ -_-;; 지하에는 또 뭐가 있었는지 전혀 기억이 안납니... 사실 전 이 해로즈 백화점 1층만 내내 헤맸습니다. 다른층으로 이동한 건 향수 사고 Tax refund 받기 위한 서류 받으려고 직원 따라 졸졸졸 내려간 것 밖에 없...(....)  ㅋㅋㅋ 여튼... 물어 물어 Food Hall을 찾았습니다. 해로즈 백화점에서는 마침 한국 음식 대전을 하고 있었는데 저는 그거 구경도 못했어요 ㅋㅋㅋ 계산할 때 직원이 어디서 왔느냐 물어보길래,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반가워 하면서 안내문도 주고 아는척도 하고 그러더라고요. 해로즈 백화점에 들르시는 분들께 당부하오니, 제발 모르면 알아서 찾지 말고 그냥 물어봅시다 -_-;; 혼자 찾으려고 하면 백발백중 헤매게 되어 있어요. ㅋㅋㅋ 여기 직원들 거의 "영국 전역에서 제일 친절한" 사람들일거에요. 정말로. 


그리고 드디어 Food Hall을 찾았고, 무사히 종류별로 과일티를 부지런히 집어왔습니다. 만세! 득템! 그리고 같은 층에 있는 향수 매장을 찾아서, 친구가 부탁한 향수도 득템했죠. 단지 제가 이곳에서 산 건 홍차와 향수일 뿐인데 우리나라에서 백화점 1층부터 꼭대기까지 다 돈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ㅋㅋㅋ 아놔 ㅋㅋㅋ 직원들은 정말 친절했어요. 영어 잘 못해도 차근 차근 이야기 해 주고, 선물이라고 하니까 느리고 서툴러도 꼼꼼하게 포장해주고 ㅋㅋㅋ 아참, 선물 포장은 가급적 갈 길이 급하다면 하지 마세요. 정말 전 속으로 꾹꾹 눌러참았지만 제가 뺏어서 대신 하고 싶었다니까요! ㅋㅋㅋ 아놔 러브 액츄얼리에서 알란 릭맨이 로완 앳킨슨(미스터 빈)을 상대로 포장 하는 거 느려서 속터트리는 장면 있죠, 그 상황이 똑같이 벌어진다니까요! 그거 그냥 영화가 아니었어! 실제로 그러니까 그렇게 만든 거였다구요 ㅋㅋㅋ 아놔 ㅋㅋㅋ 여튼 재미있었습니다. 백화점 그 자체로도 참 예쁘고, 오래되고, 멋진 곳이었어요. 꼭 뭔가를 지르지 않더라도 다시 오게 되면 느긋하게 한 번 둘러보고 싶어지는, 활기찬 곳이었습니다. 

그렇게 해로즈 백화점을 나올 시점에서 저는 어제 포트넘 매이슨을 나올때와 거의 비슷한 꼴이었어요... 던트서점 가방과 핸드백을 양 어깨에 매고, 해로즈 홍차 비닐봉지를 두 봉지 들고 있었죠... -_-;; 비행기 시각은 밤 9시였고, 적어도 저녁 6시가 되기 전에 호텔로 돌아가 피카딜리 라인을 타고 히드로 공항으로 가야 했죠. 해로즈 백화점을 나온 시각은 오후 2시 반에서 3시 사이였어요. 그 길로 곧장 또다시 피카딜리 서커스 역으로 달려갔죠. 마지막으로, HMV 매장과 웨지우드 매장, 그리고 비타코코 -_- 라는 마지막 미션을 달성하고, 시간이 된다면 J Sheeky 레스토랑에서 피시앤 칩스를 먹고 비행기를 타려고 했어요. 하지만 짐은 많았고, 날씨는 최악이었고, 움직임은 느렸습니다. 호텔 컨시어지의 무료 인터넷과 인쇄가 가능한 컴퓨터에서 구글맵을 뽑아와서 위치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시간에 비해서 동선은 길었고, 움직임은 둔했습니다... 웨지우드 매장은 결국 도자기를 파는 매장 외에는 찾지 못했고, J Sheeky 레스토랑도 결국 방문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HMV에 들릴 수 있었고, 이곳에서 제가 사려고 마음먹었던 DVD를 살 수 있었습니다. 아마존에서 제임스 매커보이 주연의 라스트 킹 오브 스코틀랜드, 그리고 륄리의 아르미데 DVD를 사려고 했지만 후자는 재고가 없어 구하지 못했구요. 왠지 할인 판매하는 라스트 킹 오브 스코틀랜드 DVD 하나만 들고 나오기 민망했던 저는 다운톤 애비 DVD도 함께 집어들어 계산을 치렀습니다. 그리고 최후의 미션, 비타 코코 -_- 를 찾아나섰어요. Waitrose 라는 매장을 아무리 찾아도 없었는데, 이게 이게, John Lewis 라는 백화점 식품 매장을 의미한다는 걸 한참만에 깨닫고는, 바로 그쪽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득템! 




이 음료수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의 링크를 참조하시면 되겠습니다.
http://gall.dcinside.com/england_drama/96856
네. 저 이걸로 디씨 영드갤에서 건전 벽반 달리고 일베 갔었...(...) 영국 현지에서 이걸 사먹어 본 분들이 제가 이걸 꼭 먹어보고 오겠다고 하니까 극구 말렸습니다만... 왜, 호기심은 목숨이 아홉개인 고양이도 죽인대잖아요. 트위터에서도 많은 분들이 그거 원효대사님 해골물 맛이다, 난 다 못먹고 버렸으니까 제발 일부러 찾아서 먹지 말라고 뜯어말렸습니다만 ㅋㅋㅋ 아니 왜 벤베니가 대본 리딩 때 떡하니 놓고 마셨대잖아요 궁금하잖아요 도대체 어떤거길래 사진에 찍히게 가져와서 먹냐고 ㅋㅋㅋ 그리고... 찾아헤맨 보람 끝에 그 비싼... 하나에 2파운드 가까이 하는 그 비싼걸  사서 먹어봤습니다...
...
....
.....
어쩐지 V&A에서 너무 맛있는 거 먹었다 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_-;;; 음료수의 맛은 대강 이러합니다.

"상한 수박물에다가 설탕을 탄 후 시큼한 석류액기스 끼얹은 맛"
으... 뭐랄까요. 코코넛 워터 특유의 풋내가 강한데다가... 단맛이 별로 없기 때문에... (유기농 홀푸드라더니 진짠가보더라고요 ㅋㅋㅋ) 목구멍으로 넘어갈 때 마다 올라오는 묘한 내음이 상당히 비위에 거슬리긴 했지만... 일단 전 목이 말랐고, 돈도 아까웠기 때문에... 꾸역 꾸역 다 먹었습니다. -_-)v 용자 인증. 매장 밖에서 비를 그으면서 오만상을 다 찌푸린 채 이 음료를 들이키고 있는 걸 본 지나가는 영쿡 아저씨가 픽 하고 웃데요? 아놔 이 이저씨야 웃지마 ㅠ_ㅠ 웃지 말라고!

그게 제 영국 여행의 마지막이 되었습니다. 그 때 시각은 이미 5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고, 저는 서둘러 호텔에 와서 홍차짐을 정리하고, 히드로 공항으로 출발했지요. 날씨는 아침보다 훨씬 험악했습니다. 바람이 심해서 우산을 도저히 쓸 수 없을 지경이었고 빗줄기도 꽤 거세어져 있어서 걱정이 좀 많이 되었습니다. 비옷을 따로 꺼내놓은 것은 잘 한 일이었어요... 짐을 들고 우산을 쓰는 건 불가능하다는 판단 하에 저는 1주일 내내 한 번도 입지 못했던 비옷을 뒤집어쓰고, 양 손에 짐을 한 가득 들고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퇴근 러쉬아워였기 때문에, 버스나 택시를 부르는 것도 여의치 않았어요. 혼자 들기에 딱 좀 버거워보이는 짐을 낑낑대고 호텔을 나서자, 도어맨 할아버지께서는 감을 잡으셨는지, 택시 필요하지 않냐고 물어보고, 짐도 들어주시더군요 :) 비행기 시간이 몇시냐고 물어봐주시고요. 그래서 튜브 타고 가겠다고 했더니, 시간도 넉넉하니, 그러려무나... 하면서 보내주셨어요. 감사하다고 인사드리고 빠빠이-. 
코벤트 가든 역으로 그 짐을 끌고 가서, 튜브를 탔습니다. 코벤크가든역은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그게 정말 다행이었어요. 물론 승강장까지 가려면 계단을 좀 내려가야 했지만. 사람들이 너나없이 도와주시더군요 :) 친절한 영국인들!
히드로 공항은 터미널이 총 다섯 개입니다. 자기가 타려는 비행기가 어느 터미널에서 출발하는지 미리 알아가야 했어요. 제가 타는 비행기는 터미널 1번이었고, 히드로공항을 지나는 세 개의 지하철역 (터미널 1,2,3 과 터미널 4, 터미널 5 이렇게 3개의 지하철역이 있어요) 중에서 가장 먼저 내리는 역이었죠. 시간이 시간인지라, 튜브는 만원이었지만. 큰 불편함 없이 타고 갈 수 있었어요. 타고 내릴 때도 사람들이 흔쾌히 기다려주고, 양보해주더군요 :) 사람이 많아 공기가 답답했지만, 창문을 열어놓은 덕분에 나중에 사람들이 좀 빠지자 오히려 쌀쌀할 지경이었구요.
무사히 시간 맞춰서 히드로 공항에 무사히 도착했고, 체크인도 잘 했고, 짐도 잘 부치고, 보안검색을 통과했습니다. 히드로 공항 면세점은 뭐... 예상했던 대로 조촐했어요. 여행기간 동안 파운드화 현금을 쓴 일이라고는 먹을 것과 물값, 팁, 그리고 뮤지움과 갤러리 지도값 따위가 전부였기 때문에 지갑 속엔 꽤 많은 현금이 남아있었어요. 이 돈으로 엄마와 할머니의 선물을 마저 샀습니다. 오이스터 카드는 나머지 잔돈과 함께 소중하게 다시 넣어서 가져왔어요. :) 아마도 영국의 해가 서쪽에서 뜨지 않는 이상 다음번에 런던에 가게 되면 오이스터 카드를 또 쓰게 될 테니까요... 아마도- 정말 히드로 공항에서 1존까지 가는 요금만 딱 남겨놓고 파운드화를 모조리 면세점에다 주고 왔던 것 같네요 ㅋㅋㅋ Tax Refund도 무사히 잘 받았고요 ^^ 일이 마무리 되고 떠날 일만 남자, 피로가 물밀듯이 몰려오더군요. 그제서야 제가 정말 영국을 떠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아직 못 본게 많은데... 보고 싶은 것도 많고, 만나고 싶은 분들도 많은데- 떠나야 한다니.
비행기 게이트 쪽에 먼저 가서 쉬고 있었는데, 한쪽 벽면을 문득 보니, Goodbye- 라고 적혀있었어요.


곰털모자를 쓴 근위병 아저씨. 다음번에는 아저씨랑 꼭 사진 찍으러 와야겠어요 ㅋㅋㅋ 생각해보니 근위병 교대식은 못 봐도, 근위병이랑 사진을 찍을 수는 있었는지도 모르겠는데- 바쁘다고 전혀 생각 안 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깨닫고... ㅎㅎㅎ 저 굿바이라는 인사를 보니까 정말 어찌나 아쉽던지... 정말... 아쉬워서, 이륙할 때 눈물이 날 것 같더라고요. 정말 내가 돌아가야 하는구나- 라는 생각에. 무사히 돌아가게 되어서 드는 안도감보다도, 진한 아쉬움을 느끼는 여행은 이번이 또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삽질도 많이 했고, 그만큼 재미있는 일도 많이 겪었던 제 런던 여행은 이렇게 끝났습니다... 비행기 안에서는 잠시 Three days of Rain을 읽다가 밥 먹는 것도 잊을 정도로 죽은 듯이 잠만 잤던 것 같아요.ㅋㅋㅋ 그리고 무사히 인천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올렸던 제 트윗은 아마도- "돌아와 버렸어요. 반송해 주세요 ㅠ_ㅠ" 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ㅋㅋㅋ

마지막편인 만큼, 길이도 길고, 사진도 가장 많고, 스크롤 압박도 최강입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

Posted by 리히테르
런던 여행도 어느덧 막바지. 내일이면 귀국입니다. 마음이 급해진 저는 전날부터 잠을 좀 설쳤습니다.
첫날로 돌아간 것 같았죠. 부지런히 돌지 않으면 최소한의 것도 다 못 보고 갈까봐 조마조마.

스크롤 압박은 계속됩니다. 아니 왜 사진도 말도 줄지를 않아! (매우 치세요...)

Day 5.
2011.9.5. GMT 05:00 London, The Strand Palace Hotel

긴장탄 탓인지, 이른 시간에 눈을 떴습니다. 귀국 시간은 내일 밤 아홉시. 얽... 잠자는 시간을 빼면 대략 런던을 둘러볼 시간은 스무시간 남짓밖에 안 남았...;;; 이날부터 귀국 때 까지는 런던에 도착한 첫날 못지 않게 하이 하이 쏘 하이 모드였던 것 같네요 -_-;;; 제가 묵은 호텔은, 방값이 적잖이 비싸긴 했지만, (일주일치 방값이 거의 왕복 뱅기 표값과 맞먹는 금액 -_-) 워낙에 위치가 좋고, 깔끔했어요. 중간에 왔다 갔다 자주 할 수 있었고, 그 때 청소하는 걸 볼 기회가 있어서 봤는데, (메이드 분이 제가 온 줄 모르고 청소삼매경이었...) 레알 표백제로 박박 닦고 수건도 잘 갈아주더이다. 수압이 나쁘다는 이야기를 듣고 걱정하며 갔는데, 저희 집보다 물 잘 나와서 씻는 데 전혀 문제 없었습니다. 제가 잘 안 씻는 스타일이라 그렇지.. oTL 런던의 석회수는 악명이 높긴 높아서, 린스를 잘 챙겨갔는데, 피부는 그냥 저냥 별일 없었지만 머리는 린스 써도 뻣뻣해지더라는;;; 냉장고가 없어서 좀 불편했는데, 뭐 날씨가 그렇게 더운 곳도 아니라서 그냥 저냥 그렇게 불편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level 7 (우리나라로는 8층) 이었는데, 호텔 방 너머의 창문은 저런 풍경이더군요. 아침에 깨면, 오 예... (네. 저쪽은, 런던의 동쪽입니다. ㅋㅋㅋ 아침 맞습니다. ㅋㅋㅋ) 거킨과 시티가 보여요. 헤헤... 다만 이 창문은 보안상의 문제로 열리지가 않아 환기가 되지 않아 좀 답답했습니다만, 선풍기가 있더군요 ㅋㅋㅋ 오냐. 방값 비싼거 용서해주마... (그래도 비싸긴 되게 비쌌죠...ㅎ)


꼭두새벽 (우리나라에서는 출근하기 위해 일어나는 시각이건만, 여긴 꼭두새벽 맞음 ㅇㅇ) 부터 워털루 브릿지를 건넙니다. 셜록에 나온 앵글과 비슷한 각도로 사진 한 장 더 찍어보고. 셜록 3화에 나왔던 옥소Oxo 타워 근처의 뻘밭에 가보려고 했습니다. 여기서 계산 착오. 브라이튼에서 오후 2시~3시가 만조였던 걸 기억해서, 아침 일찍 가면 물이 빠진 걸 볼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었죠... 그러나. 이건 완전히 오류 -_-;; 템즈강은 도버 해협, 브라이튼 쪽은 영국 해협. 다른 바다입니다. 켁. -_-;; 간조, 만조 시간이 거의 반대였죠... 그래서 이날도 삽질. 아놔 내가 우리나라에서도 안 보는 만조 간조 시간을 영쿡의 런던까지 와서 알아가야겠느냐고...;;; 결국 런던에 있는 내내 저는 템즈강의 뻘밭을 보지 못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세인트 폴에서 밀레니엄 브릿지를 건널 때 즈음 (오후) 이 물이 빠지기 시작한 시각이었는데, 왜 그걸 까먹고 그리 삽질을 했는지 원. 워털루 브릿지를 건너 서우스 뱅크 센터의 헤이워드 갤러리 간판을 찍고, 흐뭇한 마음으로 옥소 타워 쪽으로 걸어갑니다. 전 그 때 까지만해도 템즈강의 수위에 대해서 개념이 없었죠...네... orz

셜록 오프닝은 워털루 브릿지가 포함되어 있죠. 저는 워털루 브릿지에서 찍었으므로...;;;

사우스 뱅크의 마스코트, 늑대. 토피어리인지 사암 조각인지 헷갈리네요. 어딜 보는 걸까요


사우스 뱅크 센터는 트윗에서 각종 공연 전시 홍보로 그렇게 염장을 지르더니만, -_-;; 결국은 셜록 2화의 그래피티 외에는 얼씬도 못 하고 귀국했습니다. 그냥 저 폰트 찍어왔으니 됐다... 는 개뿔, 갈거야 -_- 런던 또 갈 거야 -_- 가서 저거 보고 올거야... oTL 설핏 듣기로는 현대미술, 특히 독창적 전시회가 많이 열린다고 합니다.
여튼 워털루 브릿지에서 NT를 지나서 세인트 폴 쪽, 증 동쪽으로 걷다 보면 IBM 건물이 나오고, 그 건물을 지나면 얼마 안 가서 OXO 옥소 타워가 보입니다. 이 부근이 셜록 3화에서 미술관 경비원, 알렉스 우드브릿지의 시체가 발견된 곳이지요.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시피, 옥소 타워 옆으로 강변으로 내려갈 수 있는 계단도 잘 되어 있습니다만, 걸어서 내려 갈 수는 없었습니다. 옷 벗고 뛰어든다면 모를까...;;; 수영하기엔 좀 춥더이다... ㅋㅋㅋ 게다가 들어갔다가는 나도 알렉스 우드브릿지 될 기세.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발걸음을 돌립니다. 세인트 폴에 기어이 한 번 더 갔지요. 어제 놓친 건 정말 아쉬웠는데다가, 트친 카뮤님께서 세인트 폴 갤러리는 꼭 올라가봐라, 올라갈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매우 강조해 주셨기 때문에 귀가 얇은 저는 도저히 그걸 포기할 수가 없었을 뿐더러, 어제 갤러리 뿐만 아니라 지하 묘지도 닫았기 떄문에 그 유명한 넬슨 제독의 묘와 웰링턴 공작의 묘 뿐만 아니라, 화가와 시인들, 그리고 성당의 설계자 크리스토퍼 렌의 무덤도 못 보고 왔거든요.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물론 세인트 폴 말고 다른 데를 갈 수도 있었지만, 아직은 내일 하루가 더 남아있었고, 날씨가 저렇게 좋은데, 아침 첫 시간에 올라가면 사람도 별로 없고 (월요일이니까...) 괜찮을 것 같았습니다. 성당이 문을 열자마자 (아침 10시) 후딱 성당에 들어 갔다 오는 걸로 하고, 그 사이에 뭘 할까 고민을 해 봤는데, 남들 다 가는 런던타워와 타워브릿지, 그리고 런던 시청 쪽을 못 가봤더라는 게 생각났죠. 제가 잡은 런던 행동 반경의 동쪽 경계 East border는 화이트채플과 브릭 레인이었는데, 이게 타워브릿지보다 동쪽입니다. 몰랐는데 화이트 채플이 1존과 2존의 경계더라고요. ^^ 금융 허브인 카나리 워프는 2존과 3존 사이에 있던 걸로 기억하는데, 거기까지 갈 엄두는 내지 못했죠. 나중에 들어보니 우리나라 코엑스 같은 곳이라더군요. 큰 미련은 남지 않습니다. 이 날, Day 5 까지 제 행동반경은 동쪽으로 거킨과 바비칸, 세인트 폴과 테이트 모던을 지나지 못한 상태였어요. 아무리 내가 타워 브릿지 따위는 아오안하는 녀석이라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_-;; 보기는 봐야죠. 게다가 Tower Hill 타워 힐역의 지도를 보니, 그 쪽에 런던탑과 런던 시청 신청사가 있기 때문에, 잠깐 가서 한꺼번에 보는 거면 효율적이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사진만 찍자고 생각해서...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테니 자투리 시간에 보자 생각했어요. 어차피 화이트채플과 브릭 레인까지는 못 갈 것 같았습니다. 당시 전 "여지껏 피카딜리 서커스에 한 번도 안 가봤"었던 상태... orz 게다가, 아무리 바빠도 V&A랑 베이커 가는 찍고 가야지 말입니다. 하이드 파크는 런던 오기 전에 이미 포기했다고 쳐도 말이죠. 게다가 오늘은 주말이 지났으니 주말 동안에 있었던 런던 지하철 "금족령" 도 풀렸습니다. ㅋㅋㅋ 출근 시간이 되기 전에 서둘러야죠. 출근시간이면 사람이 많아서 일부 노선은 연착이 심하거든요. 하지만 아직 이른시간이니까... 버킹엄 궁을 찍고 가기로 합니다. 타워 힐 역과 같은 노선 상에 있는 세인트 제임스 St James 역에서 내리면 첫날과 다른 코스로 금방 버킹엄 궁을 지날 수 있으니까요. 더 몰을 걷고 싶은 마음은 끝까지 들지 않았습니다. ㅋㅋㅋ 그 먼 길을 내가 왜 걸어 -_- 출근하는 것도 아니고... 그거 말고 더 예쁜 길도 많고 볼 거 많아 바빠 죽겠는데 ㅋㅋㅋ 지하철 만세. 본전 뽑자. 워털루 브릿지를 도로 건너 엠뱅크망 역에서 서클 라인이든 디스트릭트 라인이든 타고 세인츠 제임스에서 내려서 버킹엄 보고 같은 라인 타고 타고 가는데, 오호호. 금족령 풀리니까 다닐 만 하구나. 이러면서 씡나게;;; 걸어갔습니다. 

워털루 브릿지.

셜록이 노숙자를 만나 정보를 얻었던 워털루 브릿지 밑

워털루 브릿지 밑을 지나 엠뱅크망 역으로 가면서 클레오파트라 니들 건너편의 조각상

클레오파트라 니들, 걍 오벨리스크입니다. 별거 없었음.


여왕님의 거처, 버킹엄 궁. 영국 국기가 걸려있으면 궁에 여왕님이 계시다는 의미. 어차피 근위병 교대식 따위는 볼 생각이 전~~~혀 없었고, 그냥 이 나라의 여왕, 내가 덕질했던 나라의 여왕님이 사시는 거처라니 다녀가보는 게 예의일 것 같았죠. ㄲㄲㄲ 여왕님께서는 8월 중순부터 9월 초까지 윈저 성에서 여름 휴가를 보낸다고 알고 있었는데, 오잉. 버킹엄 궁에 계신다네? 휴가 다녀오셨군요. 휴가 잘 다녀오셨습니까, 여왕 폐하. ㅋㅋㅋ 속으로 그렇게 인사를 하고, 궁전 사진을 열심히 찍었습니다. 버킹엄 궁의 인상은, "여왕님 혼자 사시는 건 아닐 터인데 궁전 너무 작은 거 아님?" 참... 유럽의 다른 성 -제가 가본 오스트리아 빈의 쉔부른 궁이라든지, 가보진 못했지만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하는 프랑스 파리의 베르사이유 궁이라든지 말이죠- 에 비해서 상당히 작고 아담해서, 그런 궁들에 비해서는 오두막집 같아 보였달까요 -_-;; 

분수대도 있고...

뽀대나는 철문과 정원

더 몰. ㅎㅎㅎ 난 저 길로 출근하지 않는 이상 안 다닐꺼여 -_-


세인트 제임스 파크를 가로질러, 지하철 역으로 가는 길에... 햇살이 고운 탓인지, 지난 번에는 호수를 경계로 저쪽 편만 봤는데, 이번에는 버킹엄 궁 쪽, 그러니까 반대편을 볼 수 있었습니다. 싱그러운 햇살, 촉촉한 공기, 상쾌하기는 얼마나 상쾌한지. 꽃들은 얼마나 예쁘던지. >_< Hooray!

호수 너머의 런던 아이.

런던아이...

벤치 하나 하나 사랑스럽습니다.

공원 에 드문 드문 흩어진 우아한 조각상들. 이건 수돗가? 샘물? 이더군요 ㅋㅋ


인적이 드문 이른 아침 이 시각, 공원의 주인은 사람이 아니라 "오리" 입니다. -_-;; 덩치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보는 오리보다는 1.5배 큰 녀석들이 제가 가까이 가도 도망가지 않습니다. 오히려, 제가 먹을 거 가져오는 줄 알고 제 쪽으로 슬슬슬 다가옵니다. 헐킈. 더헉. 진짜 놀랬어요. 심지어 오리 한 마리는 카메라를 들고 다가가니까 카메라가 먹을 걸로 보였는지, 지가 사람인 줄 아는 건지 제게 다가와서 제 허벅지를 부리로 꾹꾹 찔러대더라니까요? ... 뭐야 이거 무서워. 영국 왕실이 키우는 오리는 다들 자기가 이렇게 사람인 줄 아나요? 왕가에서 오리도 교육시키냐며. ㅋㅋㅋ 게다가 카메라를 들이대니, 먹이가 아니라는 걸 이내 깨달은 녀석은 새침하게 포즈를 잡아주는 시츄에이션... orz 이쯤하면 오리가 아니라 사, 상전... ㅋㅋㅋ 내가 쟤들이 구미에 당길 만한 먹을 걸 안 가져오기 다행. 그럼 진짜 대거 공격당했을 것 같군요... 껄껄.


세인트 제임스 역은 화이트홀 한가운데 있죠. 가면서 법무부 건물 보고 오오잉. 하면서 찰칵 :)



정액권 본전을 뽑기 위해서 타워힐 역까지 쭉 갑니다. 확실히 튜브를 타면 빠르긴 빨라요. 금방 가더라고요 :) 타워힐 역의 출구로 나오면, 바로 런던 탑이 보입니다. 우와. 길만 건너면 됩니다. 그리고 런던 탑 너머로 템즈강이 넘실 넘실. 오. 좋다. 은혜로운 지하철 역이로다. ㄲㄲㄲ

런던 탑

타워힐 지하철 역 앞의 해시계. 언더그라운드 표지판 뒤의 허름한 성벽은 로마시대의 성벽이라죠... :)

왼쪽의 런던 탑 너머 현대식 건물 중 달걀모양의 건물이 런던 시청 신청사

런던 탑 입구의 조각들. 상당히 리얼합니다. 색깔만 아니면 박제인 줄로 착각할 뻔했...


런던 탑의 옆길로 조금만 걸어가면, 템즈 강이 나오고, 거기서 왼쪽을 보니, 타워 브릿지가 그 고운 자태를 드러냅니다. 오예. 런던에서 제일 오래된 다리. ㅋㅋㅋ 난 봤지롱. -_-;; 저 다리를 건너가서 런던 시청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각도가 나오는 위치로 가야 정석적인 여행이겠지만, 시간이 없으므로 비슷한 각도에서 사진만 난사해대고, 생략 ㅠ_ㅠ

런던 탑 사이로 보이는 거킨!

역광이라 사진 찍기가 힘이 듭니다 -_-


어차피 런던 탑에 들어갈 생각도 없고, 시청도 보고 타워브릿지도 봤으니, 세인트 폴에 올라가야 합니다. 도로 지하철 역으로 오는 길에 작은 공원이 있어서 또 한 번 찍어보고 :)


타워 힐 역에서 한 정거장만 서쪽으로 가면 모뉴먼트 Monument 역이 있는데, 이 역은 Bank 역과 지척이라 (차링 크로스와 엠뱅크망 정도 되는 듯) 기나긴 환승통로를 지나 센트럴 라인을 타고 세인트 폴까지 갔습니다. 모뉴먼트 역에서 내리면 런던 대화제 (1666) 기념비와 코크니의 어원이 된 종탑이 있다고 하지만, 시간 없어서 생략 ㅠ_ㅠ
제가 세인트 폴에 도착했을 땐 열시가 좀 지난 시각이었습니다. 후훗. 아직 사람이 적습니다. 입장료는 14.50파운드. 싸지 않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 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기에 군소리 안 하고 냅니다. 성당 내부는 사진 촬영 금지. 조용히 쉬고 계시는 영쿡의 영웅과 위인 어르신들을 노하지 않게 하려면 그게 예의였겠지요. 세인트 폴 성당은 런던에서 가장 크고 높았던 건물 답게, 돔 꼭대기의 높이는 지상에서 85미터. 약 건물 15~17층가량의 높이입니다. 이쪽 편에서 속삭이는 소리가 반대쪽 편에서 다 들린다는, 돔 천장 기저부 가장자리에 위치한 첫번째 갤러리, 위스퍼링 Whispering 갤러리를 지나, 스톤 Stone 갤러리, 그리고 맨 위의 골든 Golden 갤러리까지 올라가면, 런던 시내를 한눈에 다 볼 수 있습니다. 위스퍼링 갤러리는 실내, 스톤 갤러리와 골든 갤러리는 야외죠. 우리나라 서울로 치면 남산타워 같은 데라고나 할까요. 맨 꼭대기인 골든 갤러리까지는 계단이 나선형으로 총 530여 개. -_- 나선형이라서 올라가면서 계단이 많다는 느낌은 별로 안 들지만 (게다가 중간에 위스퍼링과 스톤 갤러리에서 쉬어가니까요 ^^) 마냥 녹록하지만은 않습니다. 노인네들이 거기 올라가다 심장발작을 일으키기도 한다고. 천식환자나 비만인은 아예 올라가기 전에 안내인이 체크하고 올라가지 말라고 말리기도 하는 것 같더라고요. 승강기 타고 가라고... 사실 그나마 승강기는 위스퍼링 갤러리까지밖에 없습니다...-_-;; 제가 갔을 때도 CPR방송이 하나 터져서 완전 깜놀;;; 나선형 계단이라 계단 올라가기가 힘들다기보다는, 층계폭이 좁고 가팔라서 저는 힘들다기보다는 어지럽다는 게 더 문제였습니다. -_-;; 꼬불꼬불하고, 일부 통로는 저도 간신히 몸이 통과할 정도로 좁더군요. 덩치 큰 서양 아줌마는 통로에 껴서 못 지나갈 지경. 그러나... 일단 제일 꼭대기 골든 갤러리까지 한 번 올라가 보면, 힘들게 숨을 몰아쉬며 올라간 관광객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장관을 볼 수 있습니다. 다들 탄성을 지르고 숨을 몰아쉬며, It's valuable, It's worthy to go up을 외치고요. 게다가 돈을 그렇게 많이 냈는데, 본전은 뽑아야 되겠다는 일념으로 올라가기도 했죠. 와... 사실 골든 갤러리는 바람도 강하게 불거니와 (강풍이면 폐쇄된다고 -_-) 일단 올라가면 한 바퀴 돌 수는 있는데, 통로가 굉장히 좁고 높아서, 제 어깨-목까지 오는 펜스가 촘촘히 쳐져있었는데도 바람이 하도 세게 불다 보니 전 다리가 후들 후들 떨려서 (제 몸무게가 얼만데 설마 날아가겠냐만은 -_-) 벽에 찰싹 붙어서 게걸음을 걷는 삽질을 ㅡㅜ 골든 갤러리와 위스퍼링 갤러리 모두 올라가는 층계와 내려가는 층계가 일방통행입니다. 올라간 층계로 도로 내려갈 수 없고, 내려가는 층계로 올라갈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골든 갤러리에서는 사진은 찍는 둥 마는 둥, 내려가는 쪽 까지 이 동그란 기둥의 반 바퀴를 돌아야겠는데 정말 너무 무서워서 발걸음이 안 떨어지고 눈물이 찔금 나고 그랬는데 어떻게 어떻게 정신줄 안 놓고 내려왔네요. 어휴 ;;; 앍... 근데... 명불허전입니다. 세인트 폴에 들러 가는 사람들이여, 힘들어도 포기하지 말고 꼭, 끝까지 올라가시기를. 으와... 날씨도 꽤 괜찮았기 때문에, 멀리까지 보였고, 정말 최고였습니다. :) 

스톤 갤러리에서 바라본 테이트 모던

역시 스톤 갤러리입니다. 아래 광장의 예수님상이 잘 보이죠!

역시 스톤 갤러리, East view. 거킨이 잘 보입니다.

스톤 갤러리에서 골든 갤러리로 올라가는 길의 성당 돔 지붕 내부. 곰팡내가 물씬해요 :)

골든 갤러리. West view. 런던 아이와 헝거포드 브릿지가 잘 보이죠.

골든 갤러리. East view. City입니다.

역시 East쪽 view

골든 갤러리에서 바라본 테이트 모던.


세인트 폴에는 폴 성당의 설계자인 크리스토퍼 렌 경뿐만 아니라 터너, 밀레이, 라이톤 경 등 화가들의 무덤 뿐만 아니라 블레이크와 바이런 경 등 웨스트민스터에는 없는 수많은 시인과, 영국 국민의 영웅, 넬슨 제독과 웰링턴 경의 무덤이 있죠. 무덤들을 하나 하나 둘러보면, 알게 되지만, 주로 경찰, 군인, 의사 등 웨스트민스터보다는 좀 후대 사람들을 중심으로, 고관 대작들보다는 주로 중산층이나 평민 계층 사람들 중에서 존경받는 사람들이 주로 모셔져 있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지하 묘지에는 세인트 폴의 역사가 파노라마 영화로 상영되고 있었죠. 지루하지 않게 아주 잘 해놨더라고요 :) 비록 30년이라는, 유럽 성당의 건축 역사상 거의 최단기간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짧은 시간에 지어진 성당이건만, 그렇다고 대충 지은 건 아니었습니다. 2차 대전 때, 독일 공군이 이 성당에 폭격을 해 댔고, 실제로 이 세인트 폴 성당의 돔의 일부와 회랑은 직격탄을 맞고 부셔졌습니다만, 성당은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이걸 보고 런던 시민들은 목숨을 걸고 성당의 돔에 기어올라가 불발탄을 걷어냈다고 하죠. 당시 수상인 윈스턴 처칠은 세인트 폴 성당을 지키자는 연설로 온 영국인들의 마음을 뜨겁게 달구었고요. 그 때의 흑백사진을 기념품점에서 엽서로 팔고 있길래, 한 장 집어왔습니다. 이제는 다소 관광지로 전락했을지언정, 이 세인트 폴 성당은 그런 이유에서라도 런더너들에게 정신적인 지주라고 합니다. 이런 대강의 사연을 알고 갔던 저는 지하 묘지의 연대표도 꽤 감동적으로 구경할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네요 ^^ 갤러리에 올라 갔다 와서도 성당 내부를 쭉 돌고 지하 묘지 Crypt 도 한 바퀴 도는데 한참이 걸렸어요. 무덤은, 웨스트민스터와 마찬가지로 찾아다니면 찾아다니는 만큼 보이더군요. 영국을 영국답게 한 사람들이여, Rest in Peace.


오늘은 월요일. 코톨드 갤러리가 무료 개장을 하는 날입니다. 오후 2시까지이기 때문에, 서둘러 서머싯 하우스로 가야 합니다. 주섬 주섬 기념품도 챙기고 나니 벌써 11시가 넘어버렸길래, 서두릅니다. 차링 크로스로 갈까 했다가, 갈아타러 한두 정거장 가기도 귀찮고 무엇보다 지하 환승 통로는 -_- 진짜 좁고 어둡고, 무슨 두더지 땅굴 마냥 답답했기 때문에, 그냥 호번 역에서 올드위치쪽을 통해 걸어가기로 했습니다. 이참에 그쪽 구경도 할 겸 해서요. 올드위치 쪽을 가다 보니까 요런 건물이 나오더군요. 부시 하우스. 오잉. BBC가 여기 잉네? 안 그래도 런던 북서쪽 Peddington 패딩턴역 너머까지 가야 하는 (2존) TV 센터까지는 갈 시간이 없기 때문에 꿩 대신 닭으로, 한국에 있을 때 스푹스를 보면서 잘근 잘근 씹어대며 발로 차주겠노라 마음먹었던 BBC 현판을 발로 찼... 다간 왠지 한국 가기 전 마지막 행선지가 스코틀랜드 야드가 될 것 같아서 참고 그냥 애꿎은 카메라만 부려먹습니다. 찰-칵.

황금 빛이 번쩍이는 BBC 현판.

올드위치 거리 간판과 CCTV. 런던은 전세계에서 가장 CCTV가 많은 도시답게, 정말 어딜 가나 있더군요. 많기도 많더이다.

부시 하우스에서 본 건너편 광장


지도상에서 거리로는 제법 걸어야 할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금방입니다. 코톨드 갤러리에 성큼 들어갔죠. 마침 툴르즈 로트레크와 잔 아브릴 특별전을 하고 있었는데, 어떻게들 알고 찾아왔는지 정오도 안 된 시각인데사람이 바글글 다글다글 합니다... -_-;; 헐. 이 싸람들아, 점심도 안 드시나요. oTL. 코톨드 갤러리는 영국 가기 전부터 각종 책자들과 입소문을 통해서 런던 미술관 중의 알짜 -_-)b 라는 소문을 듣고 기대에 부풀어 입장했습니다. 역시, 실망 시키지 않더군요. ㄷㄷㄷ 마네와 모네의 그림이 같은 장소에 모셔져 있으며, 세잔의 그림이 방 하나를 가득 채우고, 루벤스의 그림을 올려다 볼 수 있으며, 고갱과 고흐의 그림이 그들이 함께 살았던 노란 집인 양 함께 걸려있는 그런 미술관입니다.

이런 화려한 장롱도 있군요. 나도 혼수로 이런거 하ㄴ..(야!!!)

세잔의 자화상

가장 유명한, 마네의 폴리베르제르의 여인. 사람들이 빼곡한 게 보이시나요. :)

모네의 정물화

창가의 조각상

모네의 풍경화 앞에서 스케치를 하는 할아버지.

그림도 그림이지만, 이 곳 천장화와 벽화를 그린 화가와 천장화에 대한 설명도 일일이 다 걸어놨습니다. 정말 예뻐요.

가장 유명한, 반 고흐의 "귀를 자른" 자화상. 네덜란드의 반 고흐 미술관에 하나, 그리고 이곳 코톨드 갤러리에 하나. 전 세계에서 두 점.

그림도 그림이지만 천장화도 참 예쁩니다.

고흐의 그림 옆엔 고갱의 그림이 나란히 걸려있습니다.

한층 위에는 피카소를 비롯해서 작은 그림들과 풍경화가 아기자기하게 걸린 이런 곳도 있구요.

피카소 초기 그림도 이렇게 있어요. 서명이 보이시죠!

추상화를 감상하는 아저씨


툴르즈 로트레크 특별전은 잘 모르는 화가이기도 해서 대강 둘러보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이 너무 많았...orz) 근데 대강의 인상으로도, 포스터며, 당시 무용 팜플랫, 티켓까지 -_- 시대별로 참 깨알같이 모아뒀는지, 전시 굉장히 잘 해놨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로트레크의 화풍이 변하는 것도 볼 수 있구요. 불행했던 삶을 살았던 화가의 노고가 고스란히 드러나있던 전시회였습니다. 실제로 코톨드 갤러리의 설립자도 굉장히 안목이 뛰어나서, 작품을 완전히 이해하고 감상할 때 까지 몇십년이고 꾸준히 보고 공부하는 옵세 -_- 였다고 하네요.
갤러리 샵에서 못 본 그림들과 고흐의 엽서를 몇 장 사들고 호텔에 들려서 짐을 좀 내려놓은 다음, 이제 피카딜리와 리젠트 스트릿으로 가기로 합니다. 내일이 귀국인데, 홍차 지르러 가야지라. 가기 전에, 생각해보니까 로얄 오페라 하우스의 플로럴 홀을 못 본 것 같아서... 그쪽을 통해서 코벤트 가든 역으로 가서 지하철을 타기로 했습니다. 가는 길에 행운을 맛봤죠. ㅎㅎㅎ

오메. 런던 경찰들 말 타고 다닌다니 진짜다! 꺄.

로얄 오페라 하우스의 플로럴 홀.

헷 런던의 명물 빨간 전화박스와 블랙캡이 특별출연해주셨길래 한 장 더...(...)


코벤트 가든 역에서 피카딜리 라인을 타고 피카딜리 서커스 역으로 나오니, 일단,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아오. 공기가 다릅니다. 사람이 정말 어찌나 많은지 -_-; 여태 제가 다닌 곳들 중에서 제일 사람 많았던 것 같아요. oTL BBC 셜록 미방영 파일럿을 보면 바로 아래 사진즈음을 지나는 존 왓슨을 스탬포드가 불러세웁니다. 바로 거기가 크라이테리온 레스토랑 앞이었... (... 맙소사...)

Criterion 레스토랑. ㅎㅎㅎ 셜록홈즈 원작소설에서 마이클 스탬포드가 존 왓슨에게 밥사줬던 식당이죠. 최고급 레스토랑입니다 ㅋㅋㅋ

유명하신 큐피드 상. 사실은 큐피드 동생에 해당하는 자비의 신이라죠? 활은 있지만, 화살은 없습니다.


피카딜리 광장의 저 동상 앞에 있으면 24시간 안에 아는 얼굴을 만나게 된다고는 하지만, 전 그거 싫으므로 ㅋㅋㅋ 사진만 찍고 발걸음을 옮깁니다. 할 게 많다구. ㅎㅎㅎ 리젠트 스트릿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OMG. 한쪽 반은 완전 공사중. 더블 데커들이 그 좁은 길을 아슬 아슬하게 그러나 천천히 잘도 왔다 갔다 합니다. 정신 없이 지나다니는 와중에 문이 뒤로 나 있는 로드마스터, 그러니까 구형 버스들도 목격했습니다... 정말로 사람들이 정류장 없이 뛰어가서 타고 뛰어 내리더군요... 엄마야. 저거 어톤먼트에 나왔던 그 버스...(야!) 골동품이 길거리를 다니네? 이러면서 넋 빼놓고 바라보다가 문득 정신차리고 걸어가기를 몇 번. 내가 이 복작거리는 거리에서 그러고 다니고도 소매치기 한 번 안 당하고 잘 돌아온건 행운이었던 게 분명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ㅋㅋㅋ 여기는 정말 몇 미터 간격으로 지도가 계속 나와서, 길 찾기 참 편했어요. 문제는 공사판이 한창이었다는 거. 어지간한 매장은, 위치가 옮겨갔거나, 문을 닫았거나, 매장을 축소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가져갔던 여행책자에 소개된 가게들은 특히 대부분 그랬어요. 어차피 쇼핑이 목적은 아니었지만, 복병이 있었으니 바로 웨지우드 Wedgwood 홍차. -_- 아니 왜 가게가 없냐, 가게가 없어 -_-;;; 홍차 뱉어내 이 자식들아아아아.

리젠트 스트릿에 있던 과자점.... 으와... 내가 찍은 사진에 내가 위꼴 ㅡㅜ

공사 안 하는 부분은 그나마 좀 깔끔해 보이네요.


번잡한 큰길을 피해서 피카딜리 아케이드 쪽을 둘러보러 갑니다. 좋은 캐시미어 옷들이 많이 있다고 해서, 부모님 선물을 거기서 살까 한 번 보려고 했어요. 골목 골목마다 오래된 건물들이 정말 얼마나 멋지던지 ㅠ_ㅠ

피카딜리 아케이드 옆의 건물

피카딜리 아케이드. 구두 닦는 영국 신사...


한 바퀴 둘러봤으나 물건 보는 안목이 아직 덜 자란 저는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일단 홍차를 사러 발걸음을 옮깁니다. 런던, 그것도 피카딜리에 왔으면 당연히 포트넘 & 매이슨 Fortnum & Mason에는 한 번 가야죠. 찾는 건 어렵지 않았어요. 이 근방도 도로 공사가 한창이더군요. 에구구... 

신호 기다리면서 건너편에서 찰칵

위엄 돋는 바닥의 로고

가게 내부


영국 왕실에 차를 납품하는 회사인 포트넘 & 매이슨.  과자와 차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이곳은 가히 천국입니다. 지상 지하 합쳐서 6층인가 7층인가까지 있다고 하던데 하여간에 저는 바빠서 한 층밖에 못 봤지만, 욜형 말씀 들어보니 윗층에는 애프터눈 티를 마실 수 있는 찻집도 있고, 크리스마스 물품을 파는 곳도 있더라고, 로얄 웨딩에 쓰인 케익이랑 쿠키도 전시해 놨더라고...(꼬록...) ㅎㅎㅎ 다 못 구경하기 잘한 것 같기도 해요. 못나왔을지도. 런던 가게들은 다 무슨 꿀을 발라놨답니까, 죄다 무슨 문에 사람을 못 나가게 하는 자석이라도 달아놨답니까. 왜들 이래 진짜 ㅋㅋㅋ 저는 일단 여기서 의국에 갖다드릴 선물과 홍차들을 바구니에 차곡 차곡 쟁여갑니다. 근데... 진짜 못 고르겠더라고요... 이걸 담으니까 저것도 담고 싶고, 저걸 담으니까 그것도 담고 싶고... 이런 식. 내가 도둑놈이더라도 못 골라서 못 훔치겠다, 이놈들아. (이 말을 V&A에서 또 하게 될 줄, 이날까지만 해도 전 꿈에도 몰랐죠... -_-+) 여튼 한국에서 익히 유명하다 들었던 홍차 종류 (퀸 앤이라든지, 로얄 블랜드 따위) 를 담고, 비스킷 통이 너무 이쁘길래 의국에다 드릴 걸로 하나 골라잡습니다. 비스킷 다 먹고 나면 통은 내 꺼! 이러면서...oTL 잼 종류 엄청나게 많고, 선물 포장도 잘 되어 있어서 사오고 싶었지만, 일단 너무 무거웠어요. 혼자서 도저히 못 들것 같더라고요. 이미 이 때까지 다니면서 야금 야금 모은 팜플랫이며 지도, 그리고 책과 엽서들을 비롯한 종이 짐이 한 짐이었거든요 -_-;; 하여간에 들었나 놨다를 한 열 번 정도 한 끝에 자제력을 최대로 발휘하여, 차와 과자를 한아름 담았습니다. 큰 봉지로 두 짐이었는데, 당연히 100파운드 넘겠구나 망했네 이러고 계산대에 가져갔는데, 반도 안되더라고요. 우리나라 돈으로 10만원을 안 넘었어요. 홍차를 많이 사서 그랬는지 생각했던 것 보다 그렇게 비싸지 않았어요. 위타드 같은 곳에 비하면 비싼 편이긴 했지만, 그래도 명성에 비해서는 괜찮았죠. 오히려 초콜렛이나 토피류가 훨씬 더 비싸서 놀랬습니다. 잼도 가격은 괜찮았던 것 같아요.


포트넘 매이슨에서 다시 리젠트 스트릿으로 나가려고 방향을 잡고 걸으니까... 생각지도 않은 행운이 출연합니다. 런던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인 Hatchards. 생각해보니 포트넘 매이슨 옆집이네요 ㅋㅋㅋ 간판의 년도에서 보실 수 있듯이 무려 18세기 말에 문을 연 이 책방은, 거의 200년도 더 된 세월에도 불구하고 꼿꼿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ㅡㅜ 으아.......... 살려줘어....... 들어가보니까, 오래된 원목 가구의 향기가 은은합니다. 책들의 배치나, 규모도 상당합니다. 지하층과 2층까지 다 서점이었는데, 못나갈 것 같아서 다 둘러보진 못하고, 책들도 양장본이 많고, 고급스러운 제본의 책을 많이 팔더군요. 군침이 뚝뚝 돋는 걸 참느라고 아주 고역이었습니다. 다시 생각해도, 정말 제가 여기서 어떻게 살아나왔는지 모르겠어요... 꺼억...

간지 돋는 셜록 홈즈 양장반... 우오. 집을까 말까 집을까 말까 쓰다듬기만 하다가 너무 두꺼워서 눈물을 머금고 포기 ㅠ_ㅠ


한참을 이렇게 번화가를 돌고 나니, 손에 든 짐이라고는 홍차 뿐인데도 괜히 지치고 허기집니다. 런던에 온 이래 호텔에서 거의 어거지로 우겨넣는 아침밥 이외에 한 번도 제대로 된 밥을 사먹은 적이 없으니, 은근히 한끼 식사가 그리웠죠... 그러던 제 눈에 띈 시내 한가운데 작은 교회의 free market 프리마켓. 어디서 너무나도 맛있는 냄새가 나길래 끌려갔더니만... ㅡㅜ 싼 가격으로 이것 저것 푸짐하게 많이 팔더라고요... 여기서 작은 조각 파운드 케익과 페루 음식이라고 놓고 파는 걸 사먹었습니다. 그냥 고기 볶음, 새우 볶음, 감자 볶음 이런 거 한데 섞어서 칠리 소스랑 볶음밥 같은 거에 곁들여 먹는 거였어요. 그나마 거기서 파는 것 중에서 제일 덜 느끼해 보이는 음식이라 골랐는데, 성공적이었습니다. 일단 배고파서 그런지 맛있었구요, 워낙에 양이 많기도 한데, 그래도 음식 담아 주는 사람에게 잘 말해서 내가 먹고 싶은 거 좀 더 덜고 안 먹고 싶은거 좀 적게 덜고 이런 걸 얘기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 

나의 일용할 양식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ㅋㅋㅋ

교회 뒷마당에 앉아서 먹는 점심은 정말 맛있었습니다. ㅋㅋ


밥도 먹었고 해서 기운 내서 호텔로 돌아갑니다. 포트넘 & 메이슨 홍차가 한짐이었기 때문에 일단 이걸 좀 두고 와야 했어요. 들고 돌아다니니까 너무 힘들어서 -_-;; 그 와중에도 길가를 지나며 눈에 띄는 녀석들을 찍어대는 건 여전합니다. 워터스톤 서점. 이것도 역사가 꽤 있는 대형 서점이죠. 여기서 벤베니의 신작 드라마 Parade's End를 구했습니다. 홍차짐에 책짐. 도저히 안되겠는데... 제가 정말 욕심 많기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인간이 맞나 봅니다. 여기서 좀 더 걸으니까 옥스포드 스트릿이 나오더라고요. -_-;; 

워터스톤 서점.


옥스포드 스트릿 역은 차링크로스로 가는 Northern 라인이 지나고 있기도 했고, HMV도 여기에 있을 뿐만 아니라, 이 근처에 위그모어 홀이 있었거든요. 공연은 못 봐도, 위그모어 홀 구경은 해야지라... 하는 마음에... 여기까지 왔으니 위그모어홀로 그냥 제 발걸음이 거기를 향해 가고 있네요... 손이랑 어깨는 비명을 지르는데 ㅋㅋㅋ ㅡㅜ

가는길에 이른바 까페 골목인 카나비 스트릿도 지나쳐갔습니다. 까페에서 느긋하게 한 잔 하고 싶지만... 갈 길이 바빠서 생략... 흑... 도대체 전 왜 그렇게 바빴을까요... 뭘 했다고...;;;
 

카나비 간판이 보이시나요. :)


위그모어 홀은, 위그모어 스트릿에 있어서 위그모어 홀입니다 -_-;; 이 길은 복작복작하기 이를 데 없는 옥스포드 스트릿에서 북쪽으로 한 블록 뒤쪽에 있어요. 사람이 좀 덜 다니는 주택가입니다. 


위그모어 홀을 봤으니 이제 정말 호텔로 가야 겠는데, 어차피 한 번 지름신이 내린 거, 끝장을 보자 싶어서 HMV에 가서 DVD도 마저 챙겨가려고 했습니다. 근데 -_-;; 여기서 복병. 옥스포드 스트릿도 공사중;;; 길거리의 반이 공사중인데, 공교롭게도 HMV 매장이 공사중이어서, 다른 곳으로 옮겨갔더라고요. 그걸 모르고 있었던 저는 내내 해멨습니다. 게다가 내일 귀국인데 아직까지 비타코코를 파는 곳은 눈에 띄지 않고... 옥스포드 스트릿에 Waitrose가 있다고 들었는데... 아무리 봐도 그 간판을 찾아 헤매는데, 어딨는지 보이질 않아서 속이 꽤나 탔습니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백화점 지하 식품매장이어서 못 찾은 거였다는 ㅋㅋㅋ 결국은 짐 가득 들고 낑낑대다 완전 지치고 입이 한 자 정도 나와서 호텔로 돌아와 짐을 내려놓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옥스포드 스트릿에있는 자라 ZARA 매장이, 재미있게도 런던 "패션" 컬리지 건물에 위치하고 있더군요. ㅋㅋㅋ 스페인 브렌드인데, 좀 우습기도 하고요... 그래서 한 방. 아, 런던에서 정말 맘에 들었던 것이, 영어 간판 폰트들... ㅡㅜ 어지럽고 정신없어보이는 거리에도, 간판의 글씨체들은 어쩜 그렇게 점잖고 깔끔하며, 시원시원하게 적어놓았는지. 현란한 미국과는 좀 대조적이었어요... 아니 똑같이 영어를 쓰는 나라인데 왜 영국이 더 멋있냐며... (콩깍지... ㅋㅋㅋ)
이 날 저는 베네딕이 신문지만 들고 찍은 누드 사진이 있다는 J Sheeky Seafood Restaurant 소식을 전해듣고 귀국하기 전에 어차피 피쉬 앤 칩스도 못 먹어봤는데 여기서 먹고 가면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요. 식당 위치가 Leicester Square 레스터 스퀘어역이라는 이야기만 듣고 찾을 수 있겠지?라는 -_- 안이한 생각에 그 근처를 돌아다녔었어요. 나중에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고 어이없어했지만... (바로 테넌트 연극한 극장 바로 뒤편!!! -_-+) 결국, 찾지 못했고, 피쉬 앤 칩스도 먹지 못했어요... 그 와중에 레스터 스퀘어 주변을 헤매면서 셜록 2화에서 존과 셜록이 함께 걸었던 차이나 타운을 발견하고는 바삐 지나가는 와중에 아이폰으로 찍어대긴 했었던 것 같네요. 런던이라는 지극히 서구적인 도시 안에 이질적으로 위치하고 있는 차이나 타운. 중국 음식 냄새가 골목 골목 배어있는 것 같던 거리- 그럼에도, 저는 아래 있는 저 사진을 도대체 그 수많은 사진들 가운데 어느 시점에 찍었는지에 대해 기억의 공백이 없습니다. 아마 디카로 찍은 게 아니라 아이폰으로 찍고 넘어간 곳이라 그런 탓이겠거니 싶지만... 드라마 촬영지라는 개념 이외에 차이나 타운의 개념은 제 기억속에서 잊혀진 듯... 그 때 정말 정신없이 돌아다니긴 했는가보네요.   



옥스포드 스트릿 역에서 Northern 라인을 타고 차링 크로스역을 통해 호텔에 돌아와 짐을 내려놓으니, 서둘러 내셔널 갤러리를 보러 돌아가야 할 차례입니다. 어제 못 본 그림들을 마저 봐야 했죠. 게다가 오늘은 여유있게도 공연이 일곱 시 반에 시작하는 날이었어요. 아직 시간이 좀 더 있었죠. 

차링 크로스 역의 벽화. 이쁘다 헤헤헤.

이번에는 들판위의 성마틴에도 올라가봅니다. 아기 예수 상이 앞마당에 당당히 세워져 있고, 요한 복음서의 말씀이 적혀있지요.

트라팔가 광장. 볼 때 마다 새로워요. 한쪽 끝에 있는 병 속의 배 모형.

올림픽 맞이 기념 전광판. 1년도 안 남았군요!

흐린 날의, 평범한 트라팔가 모습... 정들었습니다 ㅋㅋㅋ


내셔널 갤러리는 6시면 폐관입니다. 어차피 공연장 까지 가는 데는 지하철 금족령이 풀리니 정거장 갯수가 반으로 줄기도 해서, 시간이 여유로우니까, 폐관 시간에 맞춰 사람들 내쫓을 때 내셔널 갤러리를 나온 저는 그 시간에 차링 크로스 로드 Charing Cross Road의 책방들을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아침에 맑던 날씨는 간 곳이 없고, 빗방울이 후두둑 후두둑. -ㅁ-;;; 차링 크로스 로드는 다녀오신 분들의 말을 빌면 책방이 "발에 치이게 -_-" 많은 곳이죠... 책덕후들에게는 천국. 이 길을 것다 보면 세실 코트 Cecil Court라는 중고 서적 거리, 서울로 치면 옛 황학동과 비슷한 골목도 있습니다... 여태까지 사오고 싶었던 책들에 거의 슬립을 그어놓았을 망정이지... 큰일납니다. 제게는 마약 소굴보다 더 무서운 곳. -_-;;

세실 코트. 골목 어귀의 펍 이름이 시인의 이름인 바이런인것도 재밌네요.

세실 코트 초입. 저 간판 다 서점. -_-)b

이런 옛날 그림 초상들을 파는 가게도 있고

이건 중고 악보 가게.

악보 가게 나무 현판.


세실 코트를 빠져나와 길을 걷다 다른 골목을 빼꼼하게 들여다보니, 런던에서 최장기 공연 연극으로 이름난 애거서 크리스티의 "쥐덫"을 공연중인 성 마틴 극장이 보입니다. 그냥 지나가기 송구스러워서 (공연을 못 보니까 ㅠ_ㅠ) 기념으로 한 장 찰칵.

간간이 눈에 띄던 로얄 메일. 내게 아마존 물건을 배송해주는 고마운 ㅋㅋㅋ 차량이 너구나!


차링 크로스 로드는 소문대로 책방이 발에 치이게 많더군요. 양쪽 길거리가 먹는 집 빼고 다 서점이던데요... oTL 뭐 이런 거리가 다 있지. 

푸른 간판이 인상적인 블랙웰 서점.

영국 최대의 서점 체인인 포일스. 별로 안 커보인다고요? 저 건물 통째로 포일스 서점이란 말이오!

윌리엄 골딩의 지구 끝 책들... 골딩 책이 이만큼 있는 것도 놀라웠습니다. -_-)b


포일스에서 지난 크리스마스에 BBC에서 TV Film으로 제작되었던 나이젤 슬레이터의 토스트Toast 와 테넌트의 연극, 셰익스피어의 Much Ado About Nothing 헛소동의 캠브리지 학생들 가이드 Cambridge Student guide 책을 사가지고 프롬스 공연장을 향했습니다. 프롬스 공연장에서 입장할 때 표를 잠깐 잃어버려서 패닉에 빠지는 경험도 했지만, 결국 잘 찾았구요 ㅋㅋㅋ (여기서 교훈 : 공연장 갈 때는 뭘 많이 들고 다니면 시망. =_+) 이날은 런던에 있던 날 중에서 도착한 날을 제외하고는 제일 늦게 들어왔었습니다. 와서 호텔 TV를 트니까, 재밌는 드라마를 제법 하길래, (The Field of Blood라든지, 미란다도 영접했군요 ㅋㅋㅋ) 보다가 잠이 들었어요. 

사진이 어째 갈수록 줄어드는 게 아니고 늘어납니다. 허허허... 빅토리아 알버트를 마지막날에 갔는데
이곳에서 사진 카운트가 천 장이 넘었어요... 허허허...
스압이 갈수록 심해지는 포스팅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Posted by 리히테르

Day 4. 스압은 계속됩니다. 기니까 사진만 봐주는 센스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쯧...)

2011.9.4. GMT 05:30, The Strand Palace Hotel


이 날은 일요일. 어제의 삽질에 뼈저린 교훈을 느끼고, 그리고 프롬스 공연을 보고 딴데로 안 새고 (이 때만 해도 폭동은 소강상태이긴 했지만 밤에 사이렌이 간간이 울려서, 간이 콩알만해졌던 저는 정말 야경 다 포기하고 그냥 방에 처박혀서 애꿎은 호텔 TV 채널 돌림빵만 시전하고 있었...;;; 덕분에
코미디 프롬과 호러블 히스토리 프롬 재방송도 재미나게 보긴 했지만 ㅡㅜV) 컨디션 조절을 핑계로 호텔방에 와서 그날 (Day 3)의 삽질을 뼈저리게 반성하며 푸욱 쉰 저는 그 다음날부터는 첫날의 스케줄로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새벽 다섯시 반에 눈 반짝 뜨고 부지런 부지런하게 움직였습니다. 어제 못 본 것도 보고, 어차피 오늘 City로 가야 하니까 어제는 Northern 라인을 줄기차게 타고 다녔으니 오늘은 빨간색의 Central 센트럴 라인을 뚫어주겠노라 다짐합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이날 어떻게 해도 런던 Eastend 이스트엔드의 중심지에 해당하는 Tower Bridge 타워 브릿지나 Whitechapel 화이트채플, Canary Wharf 카나리 워프까지는 가지 못했는데, 이는 결정적으로 District 디스트릭트  라인Circle 서클 라인이 모조리 끊겼기 때문이었습니다. 그것만 끊겼으면 어떻게 돌아서 가볼 생각을 좀 했겠는데 그쪽으로 가는 주요 라인인 해머스미스 앤 시티 Hammersmith & City 라인DLR 런던 경전철 라인까지 싸그리 끊겨서 -_-+ 망할 런던 지하철... 아아. 여기까지 왔으니 덧붙입니다. 런던 지하철에 관한 이야기들은 나중에 따로 포스팅을 할 예정이에요! ㅋㅋㅋ 꽤나 재미있는 걸 많이 보아서...:) 하여간에 그 주 주말에 믿을 건 Piccadilly 피카딜리 라인 뿐. 피카딜리 라인느님 너만 믿는다. 그나마 호텔이 그 근처라 피카딜리 라인이 안 놀아서 다행이었어요...orz 제가 귀국한 주 주말에는 피카딜리 라인이 통째로 놀더군요 ㄲㄲㄲ 안습. 여튼 러셀 스퀘어 Russel Square 역도 피카딜리 라인 -_- 이므로 어제 못 본 러셀 스퀘어를 찍으러 갑니다. 명색이 셜록 촬영지인데 안 보고 갈 순 없어요! 이른 아침이라 아직 사람이 적었어요. 어차피 대영박물관은 들어가서 볼 계획도 마음도 없었지만, 그래도 건물 사진은 찍어줘야 예의라는 생각에 들렀다가 가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호번 Holburn 역에서 센트럴 라인을 타려면 좀 걸어야 했구요 :) 상쾌한 아침이구나...는 개뿔, 날씨는 우중충 그 자체. 사실, 제가 런던에 도착한 다음부터 토요일까지 사흘간의 날씨는 런던의 전형적인 날씨라고 하기엔 너무나 화창했죠. 정규분포 곡선의 한쪽 끝에 위치한 날씨였다고나 할까요. 정말 행운의 날씨였으니까요. 그러나 주말을 기점으로 날씨는 고무줄처럼 원래 런던 날씨로 되돌아갔습니다. 일요일에 비가 온다던 BBC느님의 일기예보는 한치의 어긋남 없이 맞아떨어졌습니다.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부슬부슬 비가 내립니다. 이날 햄스테드 히스 안 가기 잘했...(... 이걸 자기 합리화라고 하던가.) 하여간에 러셀 스퀘어는 지하철 역에 옆에 찰싹 붙어있고, 사실상 대영 박물관의 뒤쪽(북동쪽) 마당에 해당하는 꽤나 넓은 공원입니다. 중앙에는 아래와 같은 아기자기한 분수도 있었고요. 이른 아침이라 역시 사람은 없네요... 여기가 BBC 셜록에서 존 왓슨과 세기의 뚜쟁이 (...) 마이크 스탬포드가 만났던 그곳이라 이건가. 갈길이 바쁜 고로 아이폰에 넣어가지고 온 동영상과 맞춰볼 엄두는 내지 못했습니다. 사실 이 때부터 비가 조금씩 뿌리기 시작해서 우산을 쓸까 말까 고민하기 시작하기도 했고요... 아이폰을 꺼내면 빗방울이 터치화면 위로 뚝뚝 떨어지는데 무슨 놈의 캡쳐 비교. ㅋㅋㅋ 비 때문에(덕분에...;;) 아이폰과 디카 이중으로 찍어대던 작태는 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습니다. 

존 왓슨과 마이크가 앉았을 것만 같은 벤치라든가...


그리고 대영박물관으로 자리를 옮깁니다. 생각보다 지척. 이른 아침이라 대문도 잠겨있을거라고 염려했는데, 박물관 본관은 안 열었지만 그래도 담장의 문은 열려있었어요. 다만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하게 하더군요. 아참. 대영박물관은 무슨 넓은 대로변에 자리잡고 있는게 아니고 좁고 복잡한 주택가 한가운데에 참 안 어울리게;; 자리잡고 있더라고요. 우리나라 박물관처럼 널찍한 광장이 있고 차들이 쌩썡 다니고 이런거 상상하면 못 찾기 딱 알맞은 그런 위치입니다. 건물이 면적은 넓어도 높이가 높은 건물이 아니기 때문에 그리고 정문 입구 말고 다른 입구들은 죄다 공사 중이었기 때문에 -_-+ 저도 입구가 어딘지 못 찾고 반 바퀴 돌았... orz 에라이, 고얀 것. 이른 시각이라 직원들이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것도 봤습니다. 담장 너머로 사진도 찍고, 뒤돌아보니 이쪽 골목에 한국 음식점도 있고 한국 갤러리도 있고 그렇더라고요. 반가운 마음에 한글이다! 이러면서 사진도 찍고 그랬습니다. 여튼 개장시간 전인데 건물 사진 찍는 것 가지고는 별 말을 안하긴 했어요. 나중에 든 생각인데 런던으로 출발하기 전에 팔로우했던 대영박물관 공식 트윗에서 부단히도 홍보하던 몇몇 중세/르네상스 유물 특별 전시회 홍보 포스터가 너무 예뻐서 정말 들어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했더라는 것만 또렷하게 기억납니다. 저 기둥에 걸린 포스터의 샛노란 항아리를 보면, 왠지 궁금해지더란 말이죠. 못말려... 그러나. 잘못하면 못 나오고 일정 망칠 게 뻔해서 간신히 꾹꾹 눌러 참습니다. 참아야 하느니라.
 

위엄 돋는 박물관. 이른 아침이라사람이 없어서 좀 황량해 보일 지경.


사진도 찍었겠다. City로 가려면 빨간색 Central 라인을 타고 Bank 뱅크 역에 내리는게 제일 낫겠다 싶고, 어차피 City에서 제일 유명한 건물인 Gerkin 거킨 건물 주소 역시 뱅크 역에서 가장 가까웠기 때문에 센트럴 라인과 피카딜리 라인의 접점인 호번 역으로 방향을 잡습니다. 어차피 걸어봤자 지하철 한 정거장인걸요. 가는 길에, 으리으리하고 멋있는 대학교 건물이 있어서... 사진을 찍고 나중에 알고보니 여기가 그 유명한 UCL 이라죠? 오오. 건물부터 붉은 벽돌로 뽀대나요. 사실 이 붉은 벽돌도 사연이 있습니다만, 그거 다 설명하면 포스팅이 여행 후기가 아니라 영국 문화 소개글이 될 것 같아 참습니다. 다만 근대가 시작되면서 이런 붉은 벽돌로 지은 대학이 생겨난 건 당시 귀족 자제들을 위한 순수학문 위주의 옥스브릿지 대학들과 차별화되는 전문인력양성기관으로서의 상징적인 의미가 된다는 정도로만 해 두지요. UCL도 이 범주에 드는 Red Brick 인지 모르겠습니다만... 기억이 잘 안나서...orz

졸업식을 했는지 학사모를 쓴 학생들의 사진이 위풍 당당하게 :)


이 근처를 지나가면서 그 유명한 RADA Royal Academy of Dramatic Arts -_- 건물도 봤습니다만... 뭐지 몰랐던 저는 무식해서 사진을 못 남겼다는 안타까운 이야기... 야 이 바보 멍충아. 영국 배우 팬질 했으면 RADA 정도는 알고 있었어야지... 그 앞에 서서 베네딕은 LAMDA London Academy of Music and Dramatic Arts 출신이었는데 이건 또 무엇일꼬. 짝퉁이가... (맞아도 싸다...쯧...) 이딴 헛소리 하고 있었... 꼬록. 아우. 아쉬워라. 으헝. 어쩐지 연극이며 콘서트 홍보 포스터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게 심상치 않더니만... 왜 눈앞에 두고서는 찍지를 못하니. 이 바보야. 여튼 블룸스버리를 포함한 러셀 스퀘어역에서 호번역, 유스턴 역과 킹스크로스 역의 남쪽 구역을 포함하는 대영박물관 인근은 대학가입니다. 저렴한 호텔도 많고, 인적도 드물고 한산하고 대부분이 플랫형의 주택들이 다닥 다닥 붙어있는 거리들로 이루어진 조용한 동네죠. 신림동 고시촌의 영쿡버젼이라고나 할까요.

센트럴 라인을 타고 덜컹 덜컹 지하를 지나 금새 뱅크역에 도착해서 나오니... 어에. 어디서 많이 보던 풍경. 저것이 대영제쿡의 은행이라 이건가. 거기 나한테 돈 좀 (...야!) ㅋㅋㅋ 여튼 이 근처에도 오래 전부터 있었던 은행과 금융 관청, 옛 시장 관저 Mansion House, 길드홀 Guildhall 등 유명하고 멋진 옛 건물이 많다 들었지만 그렇게 그거 다 찾아다니다간 세인트 폴 성당까지 가기도 전에 하루가 다 갈 것 같아서 참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City 분위기가 정말 런던스러웠다고 느꼈던 점 중의 하나는, 새끈하고 쭉쭉 뻗은 고층의 현대식 건물과, 오래되고 권위적이며 고풍스러운 옛 건물이 마블링이라도 된 것 처럼 신비롭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공존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정면에 보이는 건물이 영국 은행. British Bank. 이 앵글 무슨 광고에서도 나왔든데...

반대편 골목., 옛 건물과 새 건물이 함께 나란히.

뱅크역에서 아무 출구로나 나와도 360도 돌면 저 거킨이 보이기 때문에, 그쪽으로 방향을 잡습니다. 지도 따위.


거킨 Gerkin, 오이지 혹은 거시기 -_- (런던에서 제일 야한 건물이라나 뭐라나...) 모양의 저 독특한 건물은, The City의 상징처럼 되어버린, 런던의 스카이라인을 바꾼 선두주자 같은 건물이지요. 설계자가 건축가 노만 포스터 Normal Forster로 유명하죠. 건축 관련된 상도 여러 개 받았다던가. 현대 런던 건축물 중에서는 상징적인 의미가 꽤 강한 건물이에요. 원래 있던 건물은 IRA의 폭탄 테러로 사망 -_- 하시는 바람에 런던에서는 거의 최초로 세인트 폴 성당보다 높은 건물로 승인받았던 건물이죠. 그 전에는 세인트 폴 성당보다 높은 건물 못 짓게 했었데요. 건물의 주인은 스위스의 보험회사라는 것 같아요. 이름은 뭔지 까묵었다. 하여간에 건물 전체가 유리로 된 신기한 건물입니다. 짓는데 돈깨나 들였겠어요. 이 건물의 공식 주소는 30 St Mary Axe입니다. 실제로 거킨은 이 건물의 별칭이고, 검색 해 보시면 아시겠지만 Gerkin 쳐도 저 세인트 메리 액스 30으로 나오게 됩니다. 여튼 좋아하는 건물이다, 신기하다 하면서 거킨 사진 참 많이도 찍어댔어요. 흐.
 

거킨과 근처의 성당 실루엣. 어라. 런던 하늘이 저렇게 파래? 아침에 비왔잖아 -_-

오래된 성당과 거킨.

건물 바로 밑에서. 역시 이녀석은 가까이에서 보면 무식하게 커 보이고 멀리서 봐야 좀 뽀대가 나는 듯

거킨 트릴로지 -_-;; ㅋㅋ

건물의 주소 현판이 잘 보이죠!


찍고 싶었던 건물 실컷 찍었으니 이제 세인트 폴 성당 보러 가야죠. 
눈을 들어 하늘을 보니 아침에 오던 비는 간 곳이 없이 그쳐있고, 하늘은 구름이 새털처럼 흩어져 있지만 푸르기만 합니다. 런던 날씨 레알 조변석개 맞구만. 햇살이 새어들어오니 좀 덥기까지 하고. 거킨 말고도 21세기 런던의 새로운 스카이라인을 선도하는 건물들은 많았습니다. 42타워라든지, 헤론 Heron 타워라든지. 그런 건물들 사이 사이에 200년은 더 되어보이는 오래된 건물들이 끼어들어가 있는 풍경은 낯설면서도 신기했습니다. 
 

맨 왼쪽의 고층건물이 42타워.

헤론 타워


BBC 셜록의 2번째 에피소드에서 셜록과 존이 보무도 당당하게 걸어들어가든 Shed-Shenderson 은행 빌딩은 바로 42 타워의 입구입니다. ㅎㅎㅎ 거킨에서 금방이에요. 대략적 위치를 따지자면, 센트럴라인의 뱅크 역에서 Liverpool St 리버풀 스트릿 역 사이에 있는 구역들이죠. 전 찾아내고 혼자 좋아서 여기 저기서 찍어댑니다. ㅋㅋㅋ 아 셜록 제작진은 런던 관광지를 이런 식으로 소개하나여 ㅋㅋㅋ 못살겠어 ㅋㅋㅋ 개인적으로 이번 BBC 셜록이 특히나 주목을 받았던 건, 아직은 오래된 도시의 이미지를 많이 함축한 이 런던이라는 도시에서, 첨단을 달리는 정말 모던한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는 점이었습니다. 특히 2화에서 (내용이 시망이긴 하지만 -_-) 이 미래도시같은 고층건물의 대거 출현은 셜록홈즈의 현대적 리메이크라는 찬사를 끼얹기엔 충분하고 남음직했습니다.
 

셜록과 존이 올라갔던 그 에스컬레이터! ㄲㄲ


어지간한 고층건물들은 다 봤으니... 올려다보기에 고개도 아프고... 슬슬 리버풀 스트릿역으로 향합니다. 또다시 똑같은 역으로 가기 보다는, 런던 지하철역을 좀 다양하게 구경해 보고 싶은 욕심에 웬만하면 좀 걷더라도 한 역에 내려서 다른 역으로 걸어가서 타는 동선을 택했... (욕심이 넘쳐나긴 했구나... 쯧...) ㅎㅎㅎ 리버풀 스트릿역은 예전엔 유로스타도 다니고 했어서 건물도 크고, 실제로 내셔널 레일이 다니는 큰 역이에요. 지하철역으로서도, 센트럴 라인 뿐만 아니라 런던에서 가장 오래된 지하철 노선인 메트로폴리탄 Metropolitan 라인을 비롯해 서클라인과 해머스미스 앤 시티 라인 이렇게 네 개의 노선이 지나는 대규모 환승역이니까요. 

리버풀 스트릿 역

리버풀 스트릿 역에서 보이는 거킨


리버풀 스트릿 역에서 센트럴 라인을 타고 St Paul 세인트 폴 역에 도착하면, 이 지하철 역이 세인트 폴 성당의 뒤쪽입니다. 런던 지하철이 항상 그랬지만 일단 구멍을 통해 지상으로 나오면 일단 어버버 한게 -_- 목표했던 건물이 바로 보이는 게 아니라서...orz 셜록 제작자인 마크 개티스가 트윗에서 그랬던가요. 지하철 역 이름 좀 잘 지으라고 ㅋㅋㅋ 우리나라 2호선 서울대 입구역에서 내리면 서울대 입구가 있는 것이 아니듯이... -_- 물론 일부 지하철역은 지하철 역 이름에 걸맞는 위치에 있기도 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대부분 안내 표지판이 잘 되어있기야 하지만... 끅... 서울이랑 마찬가지로 몇몇 지하철역에서 내리면 그 지하철 역의 이름에 걸맞는 장소는 얼른 안 나오더라고요 ㅋㅋㅋ 여튼 그래도 그나마 세인트 폴 성당은 찾기가 참 쉬운 편이었다는 기억... oTL 여튼 우와 세인트폴 성당이다 ㅎ 찾았다 ㅎ 이러면서 혼자 박수치면서 세인트 폴 성당에 다가가서 정문으로 들어가면서 표지판을 볼 때 까지 저는 까맣게 잊고 있었죠. 안내 책자에 굵은 글씨로 써 있던 주의사항을... "일요일은 갤러리 휴관" ... ㅆㅂ...  -_-;; 아차... 아뿔사... 아니, 너, 어제 삽질을 그렇게 해놓고도 정신을 못차립... 끙... 그래도 그냥 가기 멋해서 들어가보니 아침 미사 Martin 시간이 금방이길래, 얼굴에 철판을 깔고 미사에 참석해보기로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세인트 폴 성당의 미사는 제 1독서, 제 2독서, 사도신경과 기도를 제외한 모든 절차가 성가대의 노래로 이루어지기도 하고, 세인트 폴 성당 공식 트위터 계정느님이 말씀해주시길, 플레인찬트 Plainchant (반주없는 단선율 성가) 와 버드, 탈리스, 셰퍼드 등의 미사곡으로 이루어진다고 +_+ 해서 오오. 한 번 가볼까 생각은 하고 있었거든요. 영국 성공회는 어차피 기본적으로 카톨릭이기 때문에, 예전에 영세 받을 때 교리 수업에서도 영국에 가서 주일 미사 시간에 성당 찾지 말고 그냥 성공회 성당에 가서 미사 올리고 오라고 배우기도 했고요 :) 여튼 냉담자가 된지 오래라서 좀 민망하긴 했지만... 그래도 영국 성공회의 총본산인 이곳에서 미사를 볼 수 있다는 건 상당히 구미가 당기는 일이었으니까요. 덕분에 여기서 사도신경을 영어로 읊어보는 경험을 해봤습니다. 오오. 


세인트 폴 성당은 1666년 런던 대화제로 도시의 절반 이상이 타버리고 변변한 성공회의 대표 성당마저 소실되어 없던 시절, 크리스토퍼 렌 Christopher Wren 이라는 건축가가 런던 시의 의뢰를 받아 30년만에 뚝딱 지은, 런던에서 가장 큰 대규모의 성당입니다. 보통 유럽의 성당 중에서 이 정도로 대규모의 크기를 가진 성당들은 대개 건축에 100년 이상 걸려서, 설계자가 건물의 완성을 못 보고 죽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세인트 폴 성당은 설계자가 완성을 보고 죽은 몇 안 되는 건축물 중의 하나죠. 실제로 애거서 크리스티의 "쥐덫"을 보면 이 크리스토퍼 렌의 이야기가 나와요. 등장인물 중에서 이 건축가의 이름을 따라 지은 인물이 있지요! 

성당 앞 광장의 석상

성당 입구의 위엄있는 기둥들

건물의 간단한 도면이 외벽의 바닥에 이렇게 그려져 있습니다.


아침 미사는 느리면서도 상당히 단순한 형식으로 이루어져서, 외국 관광객들이 그냥 미사 안내 팜플렛만 받아 들고 많이들 참석하더라고요. 오히려 영국인들은 별로 없는 분위기. 여느 카톨릭 미사의 전례와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그냥 거기 나온 대로 하면 되요. :) 영성체 예식은 편의상 생략하는 것 같아요. 사실 성체 받기도 참 민망했던 차에 생략해 주어서속으로는 안도의 한숨을...ㅡㅜ 다만 성당이 크고 돔 지붕이고, 소리가 그만큼 울리기 때문에 다른 때 보다 영어를 (대본을 보고도 -_-) 알아듣기가 쉽지 않다는 게 난점. 다른 사람들을 따라 노래도 따라부르고 기도문도 따라 부르고 일어섰다 앉았다 하면서 함께 전례를 진행하면 금새 끝납니다 :) 여튼 이 곳 성당의 갤러리를 못 올라간다는 게 정말 -_- 아쉬웠지만 어차피 날씨도 좋지 않고 해서 일단은 미사 참석한 걸 보람으로 여기고, 부랴 부랴 테이트 모던Tate Modern으로 발길을 옮깁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세인트 폴 성당의 정면 광장에서 길을 건너면 바로 독특한 디자인의 밀레니엄 브릿지 Millennium bridge가 보이고, 밀레니엄 브릿지를 건너면 바로 테이트 모던의 River entrance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저 밀레니엄 브릿지는... 하도 유명해서 굳이 설명할 필요 없겠죠? 해리포터 영화에도 나왔구, 스푹스에서도 접선 장소로 단골로 등장하는 장소이기도 하구요. 헝거포드 브릿지와 마찬가지로 보행자 전용 "현수교" 입니다. 다리 기둥이 두 개 뿐인 현수교에요 :) 실제로, 바람이 불고 사람들이 발을 구르는 리듬이 공명을 일으키면, 미세하게 흔들립니다. 덜덜. 

밀레니엄 브릿지로 가는 길에 있는 동글동글하고 반짝반짝한 구형 장식물에 비치는 세인트 폴의 돔 지붕

밀레니엄 브릿지로 가는 템즈강변에는 HBSC 은행 건물이 있습니다. (사진의 왼쪽 건물)이 구조물은 은행의 상징적인 대문이라고 합니다.

밀레니엄 브릿지 초입에서 뒤돌아본 위엄돋는 세인트 폴 성당

테이트 모던이 성큼.


테이트 모던은 런던에서 East 쪽을 개발하기 시작하면서 템즈강의 남동쪽을 문화의 거점으로 만든 가장 첫번째 건물일 겁니다. 런던의 주요관광지는 1존 중에서도 리젠트 파크와 하이드파크, 피카딜리-옥스포드 서커스와코벤트가든을 중심으로 한 West End 웨스트 엔드에 대부분 몰려있죠. 대부분의 패키지 관광이 런던에 하루 이상의 일정을 잡지 않는 까닭은 이런 주요 관광지들이 가깝게 몰려있고 붙어있어서, 저처럼 삽질을 연발하지 않는 이상 정말 하루면 다 구경하기 때문입니다. 관광지로서는 치명적인 약점이죠. 이런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런던 시는 East 쪽과 South Bank쪽, 즉 템즈강의 남동쪽을 개발하기 시작했고, 테이트 모던은 그 첫 시발점이었습니다. 낡고 오래된 발전소 공장을 개조해서, 현대 미술관으로 재탄생을 시킨 거죠. 이 테이트 모던과 함께 금융 중심지인 카나리 워프가 새단장을 시작하고 시티의 스카이 라인도 함께 현대화되기 시작했습니다. 빅토리아 시대부터 슬럼가, 빈민가로 악명을 떨쳤던 Eastend의 대변신이었죠. 

런던의 동쪽 저쪽은 여전히 공사중. 저 건물 아직도 이름이 없어요 ㅋㅋㅋ

밀레니엄 브릿지에서 동쪽 저쪽을 보면 타워 브릿지가 보입니다. 타워 브릿지 바로 앞에 있는 녹색의 다리가 바로 서더크 Southwark 브릿지입니다.

테이트 모던의 전경. 저 굴뚝 참 묘하게 어울려요.

BBC에서 하는 BAFTA 실황 중계의 오프닝 앵글입니다. 와. 진짜 멋있어요. 푸른색의 난간과 세인트 폴, 다리의 장식이 기가막힌 조화.

런던 엽서에 많이들 등장하는 세인트 폴과 밀레니엄 브릿지의 얼짱 각도 ㅋㅋㅋ


테이트 모던은 내셔널 갤러리를 제치고 그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개관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런던 시내의 하고 많은 갤러리 중에서 관람객수 1위 (연 700만명)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해 놨길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앞서 방문했던 테이트 브리튼에서 그 자유로움과 세심한 배치에 탄복했던 터라 같은 테이트 계열의 이 미술관에 대해서는 상당히 기대감이 컸습니다. 참고로 테이트 모던과 테이트 브리튼 모두 테이트 재단에서 운영하는 미술관이고, 런던에 있는 두 개의 미술관 말고도 리버풀 Liverpool 에 하나, 세인트 아이브즈 St Ives 에 하나 이렇게 총 4개의 미술관을 운영합니다. 전시된 미술품들은 한 곳에만 머물러 있는 게 아니고 이 네 개의 전시관을 돌아가면서 배치되기 때문에, 어떨 때는 모던에 있던 작품이 브리튼으로 가기도 하고, 리버풀이나 세인트 아이브즈에 가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운에 따라서는 자기가 보고 싶던 작품이 런던에 없을 수도 있다는 거죠. 테이트 모던과 테이트 브리튼을 비롯한 네 개 미술관의 홈페이지는 정말 잘 되어있기 때문에 어디에 어떤 작품이 현재 전시되고 있는지 다 나와있습니다. 꼭 보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허탕치지 않도록 미리 알아가는 것도 필요할 거에요! 

제가 간 주에는 스페인의 현대 화가인 후안 미로 Juan Miro의 유료 전시회가 한창 막바지였습니다. (9월 11일 부로 끝났...ㅡㅜ) 테이트 모던은 총 8개 층 (Ground~level 7) 으로 이루어져 있고, Ground 층과 level 1은 합쳐져서 level 1으로 퉁쳐 터빈 홀 Turbine Hall이라는 설치미술용 홀과 갤러리 샵이 차지하고 있고, level 2에서부터 5까지는 전시관이, level 6과 7은 세미나실과 강당, 그리고 레스토랑, 까페를 비롯한 편의시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면적도 결코 좁지 않은데, 아주 공간 활용을 알뜰 살뜰하게 잘 해놓았더라고요. 다만 이 건물이 원래 미술관 용도가 아닌지라, 안에서 이동하게 되면 좀 생뚱맞은 동선을 그리게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밀레니엄 브릿지를 건너면 나오는 Level 2의 입구 River Entrance로 들어가면 바로 level 3으로 가는 길이 없어요. 에스컬레이터는 level 1층에서 level 3까지 곧장 연결되고 이후에는 각 층마다 있지만, level 2에서 level 3로 가려면 중앙에 있는 계단으로 level 1층에 가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야 하더라고요. ㅋㅋㅋ 그리고 이 에스컬레이터는 전시관이 있는 level 5까지밖에 없고, level 5에서 level 6까지 가려면 엘리베이터나 계단을 이용해야 해요. ㅎㅎㅎ 저는 level 6까지는 가보지도 못했습니다. 구경하느라고 정신줄을 저 굴뚝 꼭대기에 달랑 달랑 매달아놔버렸거든요 ㅡㅜ

Turbine Hall 입니다. 보통은 대규모 설치미술이 전시되지만 제가 갔을 땐 아무것도 없었...

Level 2, River Entrance가 있는 층입니다.

실제로 테이트 모던의 Main Entrance는 터빈홀로 들어오는 입구입니다. 저 게시판같이 생긴 구조물은 기부금 모금함이에요.

River Entrance에서 본 세인트 폴 성당


대중적인 미술관을 표방하는 곳 답게, 이 곳 역시 입장은 무료. 기부금제로 운영됩니다. 그러나 참 기부하고 싶도록 앙증맞게 만들어놓은 기부금함은 사람의 눈길을 잡아 끕니다. 실제로 보면 진짜 귀여워요... oTL 동전이 무슨 핀볼 게임 Pinball 게임하는 게임기 안에 집어넣는 것 같은 구조물 ㅋㅋㅋ 아놔 아이디어 쩐다 니네들. 사람들의 주머니를 터는 방법은 참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네. 사실 기부금이 그닥 많이 기부되는 편은 아니기도 하고, 이들 갤러리의 운영비의 40%는 영국 정부의 돈입니다만... 그래도 문 안 닫고 잘 유지되는 거 보면, 기부되는 금액이 마냥 적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관광객들의 쌈짓돈이 아니더라도 기업들의 후원금도 제법 될 테니깐요 ^^ 왠지 공짜로 보기 미안할 정도의 구성인지라, 기부를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기부금 모금함 ㅋㅋㅋ


갤러리 샵에서는 정말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다채로운 아트북과 각종 미술 뿐만 아니라 예술 전반에 걸친 다양한 책들을 팔고 있었어요. 오히려 미술관 자체와 관련된 물건은 별로 없었... -_- 여기서 Sight and Sound 10월호를 샀지요. 그리고 갤러리 샾 건너편의 티켓 박스에서 미로 전 티켓을 샀습니다. 웬만하면 그냥 지나가려고 했는데, 줄이 제법 있더라고요? Queuing Here 라고 적힌 팻말에 최면이라도 걸린 듯 이끌린건지, 원. 음... 볼까 말까, 15파운드, 결코 싼 가격이 아니라서 좀 망설였습니다만, 이번이 아니면 언제 또 미로 그림을 실컷 보랴, 싶어서 바가지 써도 할 수 없지 라는 심정으로 티켓을 샀습니다. 미로전은 Level 4. 어차피 티켓을 사고 바로 입장할 수 있는 게 아니라, 30분 정도가 지나야 입장 가능하기 때문에, 급할 것도 없으니까 level 2부터 차근 차근하게 갤러리들을 둘러보기로 합니다. 
Level 2는 작은 사진 갤러리만 있고, 대부분은 개인 전시를 위한 작은 홀과 세미나실, 그리고 안내소로 이루어져 있어요. 사진 갤러리에서는 아프리카의 전쟁과 관련된 주제의 조촐한 전시회가 있었어요. 어떤 방송팀이 와서 촬영을 하고 있더군요. 조용히 후딱 둘러보고 level 3로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판타스틱한 전시들이 시작되었습니다. 어버버버. 한층 한층 올라갈 때 마다 정신줄이 조금씩 조금씩 테이트 모던의 굴뚝 꼭대기에 걸리기 시작하더니, level 5의 마지막 전시관을 나왔을 때는 정신줄이 어디갔는지 찾을 기운도 없었더라는. 그 정신줄의 반은 미로 전에서 완전히 홀라당 갖다 버렸더라는.

갤러리 창문으로 보이는 밀레니엄 브릿지와 세인트 폴


테이트 모던의 전시실은 다른 미술관과는 달리 시대순으로 나열된 게 아니고, "소재와 주제"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Poetry and Dream 시와 꿈, Material Gestures, 물질적 의도 , Energy and Process 에너지와 과정 이런 식으로요. 오. 그렇다면 그냥 편하게 봐도 되겠다. 굳이 딱닥한 미술사의 흐름을 따라가지 않고 관객들이 재미있고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작품들을 배치해 놓은 거죠. 현대 미술이 좀 어렵습니까. 좀 지루하기 쉽습니까. 아이디어 돋네. 그리고 각 층마다 어린이들을 위한 편의시설들을 빈틈없이 갖추어 놓아서, 아이들을 데리고 온 사람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해 놓은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관람객과 함께 놀 수 있는 미술관. 정말 대중적인 컨셉이라면 이 정도는 되야지, 하는 것 같았습니다. 도식적인 갤러리의 구성이 아니기 때문에 초반에 비판도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만, 결과적으로는 참 잘 된 일이라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에요. 현대 미술관이라고 해서 이해할 수 없는 난해한 것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Poetry and Dream 전시실이었던가에서 저는 모네의 그림을 보았습니다. 입을 떡 벌리고 한동안 그 앞에서 떠나질 못했습니다. 샤갈의 그림도 이 전시실에 있다고 해서 찾았지만, 거기에 없었던건지 못 찾았던건지 안 보이더라구요. 


영국이 낳은 현대 미술의 거장인 프랜시스 베이컨 Francis Bacon의 십자가 처형 삼부작은 그 당시 테이트 모던이 아닌 테이트 브리튼에 있었습니다. 사실 테이트 브리튼에서 깜짝 놀랐죠. 엇. 이거 모던에 있어야 하는 것 아냐?! 라고. 사실상 어떤 미술관에 어떤 작품만 있어야 한다는 건 고정관념일지도 모릅니다. 테이트 미술관은 브리튼이나 모던이나, 저의 이런 고정관념을 여지없이 박살내주더군요 :) 그러나 프랜시스 베이컨의 다른 작품들, 조각상을 비롯한 다수의 작품들은 테이트 모던에서도 볼 수 있었습니다. 여기도 역시나 사진 촬영이 자유로웠기 때문에, 정신없이 찍고 다녔네요. 그냥 작품 하나 하나를 찍고 읽어보고 하기엔 너무 광활한 -_- 규모의 미술관인지라, 그저 사진을 찍을 때는 미술관의 분위기라든지, 전체적인 인상을 담으려고 해서, 작품들의 세세한 사진들은 많이 찍지 않았습니다. 미술관이라는 공간이라는 게 원래, 전시를 위한 수단이 되는 공간이라기보다는, 아무래도 현대 미술관이니만큼 그 공간 자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작품들이 많았으니까요.

콜더의 모빌과 어두침침한 작품들을 유심히 보는 관람객 아줌마들

이런 특이한 작품도 이었고요

대강의 작품 배치는 모두 이런 식입니다. 중구 난방 같지만, 지속적인 관심을 줄 수 있는 배치.

갤러리 하나를 통째로 설치미술로 이용한다든지...


한참을 보면서 올라가다가 드디어 미로전이 열리는 level 4. 표를 보여주고 들어가니까... 왠걸. 아무리 오늘이 일요일이지만, 유료 전시회인데. 값도 비싼데. 사람이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막바지라 그런가? 애들 개학하지 않았어? (... 여전히 한국식 사고방식을 버리지 못한...) 둘러보아도 아이들은 거의 없었어요. 초등학교도 안 들어간 꼬맹이들이 떡대 좋은 아저씨의 어깨 위에 무등을 타고 앉은 몇몇 외에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간간이 보입니다만, 정말 조용합니다. 사람이 그렇게 많은데도, 시끄럽지가 않습니다. 여기서 이어폰에 음악 듣는 사람들은 음악소리가 새서 다 들리는 지경 -_-;;; 저는 이 날 보러 갈 베토벤의 장엄미사곡을 줄창 무한 반복하면서 갤러리를 휘젓고 다녔습니다. 음하핫. 어쨋든 비싸다고 투덜대며 들어간 미로의 전시회는, "상상하라, 그 이상의 것을 보게 될 것이다" 그 자체. 미로의 초기작부터, 전성기의 작품은 물론이고, 말년작, 카달로그, 판화, 조각까지 싸그리 다 전시해놓은 상당히 큰 규모였습니다. 정말 넓기도 어찌나 넓던지. 들어온 데로 못 나가게 되어 있는 구조인데, 정신없이 구경하느라 출구 못 찾았던 1인 ㅋㅋㅋ 와... 꺼억... 이게 다 뭐야... 어디서 이런걸 다 가지고 온거야. 덜덜덜. 작가의 고향인 스페인에서도 이런 전시회는 못 하겠다. oTL 본전은 확실히 건졌습니다. 영쿡 고얀 것. 무서운 나라야.

미로의 초기작입니다. 색감이 좀 일그러졌는데, 정말 예뻐요.

미로의 전성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그런 그림체가 나오기 시작하죠.

이런 작은 작품들도 전시되고

저기 복도 끝까지 걸려있는 수없이 많은 미로의 스케치, 판화들이 보이나요. 바르셀로나 시리즈입니다.

바르셀로나 시리즈의 일부

이것도 무슨 유명한 작품인데... 그림 제목은 알 거 없고, 색깔 참 이쁘다...와아.

이런 조각도 전시하고요. 배경의 초록색 그림도 유명한거라고 하는데...저는 그냥 감탄만 하고 지나갔어요. 시간이 없어요 ㅠ_ㅠ

미로의 말년작. 이런 파격적인 그림도 그렸군요.

미로의 말년작은 대형작품이 많고, 방 하나에 이런 연작을 많이 전시해 놓았습니다.

바르셀로나 시리즈 중 일부. 악보가 있어서 신기해서 찍어봤어요. 판화입니다. :)


아 정말 바르셀로나 시리즈와 조각, 그리고 초기작과 후기작 등 흔히 볼 수 없는 진귀한 미로의 여러가지 작품들은 정말 압도적이었습니다. 니네 참 깨알같이도 모아서 전시해놨네그려... 징하다. 미로의 그림들 중 특히 전성기 때의 미로 그림은 추상적인 면이 강하지만 그 색감이 사진으로 보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되게 아름답습니다. 어쩜 그렇게 기가막히게 예쁘고 화려한 색을, 대비와 채도를 감각적으로 잘 골라썼는지. 천재는 괜히 천재가 아닌가 봅니다. 이걸 생눈영접할 수 있다니. 15파운드 안 아까워요! 돈 내고 보기 잘했어! 으허. 미로전을 대강 마무리짓고, 다른 전시실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아직도 한 층 하고도 반이 더 남았어... oTL

책으로 장난친 전시물도 있었고...

빨래를 가지고 장난친 전시물도 있었으며...

돌맹이를 가지고 장난친 전시물도 있었습니다.

빨래판 버라이어티로군요

전시의도와 상징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냥 멋있어요 ㅋㅋㅋ

그림과 조각과 사람


그렇게 갤러리를 헤집고;; 다니다가. 이곳에서 빵 터졌습니다. 말로만 듣던 뭉크의 작품을 발견하고 쪼르르 달려가서 보는데... 그 옆에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조각상이... -_-;; 네. 이런 게 테이트 모던입니다. 어느 테마로 꾸며놓은 갤러리였는지까지는 도무지 기억나지는 않는데... 배치 자체만으로도 보는 사람을 빵 터지게 하는 그런 배치. 능력도 좋아.

뭉크의 그림과 고전적인 키스 조각상. 이게 로뎅이었나... oTL 기억 안 나 ㅠ_ㅠ

콘센트와 책상, 그리고 잠시 벤치에 앉아 한담을 나누는 사람마저 전시물로 착각하게 만드는 갤러리

온갖 기상 천외한 아이디어들을 컨셉으로 한 전시

그리고 좀 소박한 전시물도 함께 배치되고 있었죠


그러다가 어떤 전시실에서 전시실 하나를 가득 채운 설치미술을 발견했어요. 붉은 색이 굉장히 강렬했죠. 이거... 자랑스러운 우리나라 사람의 작품입니다. 서도호 Do Ho Suh 님의 작품이죠. 우리나의 전통적인 천과 서양식 집의 개념을 함께 도입한 설치미술이라고 하네요. 멋졌습니다.


그렇게 정신 없이 level 5의 갤러리까지 다 돌고 나오는 벌써 오후 대낮. 어쩌다보니 이날 점심도 걸렀네요... oTL 맙소사. 배고픈줄도 모르고, 작품들을 점심마냥 꾸역 꾸역 먹었는지 입맛도 영 아닙니다 ㅋㅋㅋ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level 5의 작은 까페에 붙은 발코니에서 밖을 바라보니, 얼라리오. 그 새 비가 오네요? 밀레니엄 브릿지로 건너는 우산들이 보이시나요! 으악. 비온다. ㅡㅜ 우산을 가져오긴 했지만 어쨌든 우산을 들고 다니면 그만큼 사진 찍는 건 불편해지는지라, 투덜투덜 모드로 전환. 일단 도로 세인트폴로 갑니다. 사실 테이트 모던은 템즈 강 남쪽에 있는 다른 튜브역인 Southwork 서더크 역에서도 가깝지만. 여긴 쥬빌리 Jubile 라인만 지나가는 역. 주말엔 주빌리 라인 close. -_- 생까주고 강을 건너가야 합니다. 서더크 대성당도 멋있다는 소문을 들었던 터라 구경가고 싶지만 지하철도 못 타는데 동선이 너무 길어지는 것 같아서 아쉬운 마음에 눈물을 머금고 포기.


밀레니엄 브릿지를 도로 건너서 세인트 폴 성당으로 와서, 세인트 폴 지하철역으로 가려는데... 아무래도 점심을 굶었으니 배도 고프고, 슬슬 피로가 쌓여서 졸리기도 한 탓에, 뭐든 먹긴 먹어야 할 거 같더라고요. 마침 근처에 눈에 띈 곳이 있었으니 바로... Paternoster square와 이 주변을 둘러싼 까페와 상점들. 반가운 Sainsbury local 생즈버리 로컬!! 오메 넌 나의 구세주 ㅋㅋㅋ 근처에 프레타망제 Pret a Mange 가 있지만 거기 샌드위치 맛은 있는데 너무 많아서 -_- 생략하고 생즈버리 로컬로 ㄱㄱ. 근데... 이 광장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더라고요... 그래요. Spooks에 등장하는 광장이죠. 시즌 4의 에피소드 9에서 CIA와 숨바꼭질 할 때 나오는 금융/상업지대. 현금 인출기 관련 에피소드 ㅋㅋㅋ 아놔. ㅋㅋㅋ 이걸 여기서 만날 줄이야. 그게 여기였어! 무릎을 치며 웃었습니다. 실제로 이 광장을 지나면 Moorgate로 통하는 City구역과 연결되기 때문에, City의 입구 같이 보이는 것도 사실이었거든요. 여튼 이곳 생즈버리 로컬에서 먹을것과 마실것, 그리고 레드불 -_- 과 일요일자 옵저버 매거진을 사들었습니다. 벤베니가 맥퀸 정장 입고나온다는 닥하사형과 한국의 벤베니 팬들의 소식을 접하고 부랴 부랴 잊어먹기 전에 사야 했지요. 옵저버 매거진을 만만하게 봤던 저는... 여기서 피눈물을 흘립니다. ㅡㅜ 아니... 이게... 신문이었냐... 주말 특별 신문? 아니 우리나라 주간지도 이렇게 두껍지 않아. -_-; 근데 안에 알짜격인 매거진은 코딱지만하고? 아놔. 이걸 비싼 돈을 주고 샀는데 버릴 수도 없고... 으으... 거짓말이 아니고, 런던의 주말 특별판 신문은 가격이 세기도 세지만 웬만한 월간지 -_- 에 육박하는 크기와 무게를 자랑합니다. 이거 때문에 오후 내내 짐이 장난 아니었다능.
 

Paternoster square 페터노스터 광장. 흐흐 저 기둥이 스푹스에서 요원들이 Hide and Seek 하던 곳이군요!

어... 허숙희횽과 쌀횽의 중간계 유물 답사 포스팅에 나왔던 양베니...(...) 동상도 보이고. 스타벅스랑 와사비도 여기쯤에 다 있었던.


이 근처에 존 왓슨의 출신학교 -_-; 인 성 바르톨로뮤 병원 (St Bartholomew's Hospital, Bart's), 바츠가 있고, 좀만 더 가면 바비칸 센터 Barbican Centre 도 있어서... 그래서... 저는... 세인트 폴 역에서 무어게이트 Moorgate 역까지 걸어갔습니다 ㅋㅋㅋ 야 진짜 너 1주일치 트래블카드 사지 않았어? 까닥하면 이거 지하철 카드 본전도 못 건지는 거 아니냐며 ㅠ_ㅠ 엉엉. 그래도 지하철 탈 수 있는 데 까지 열심히 타고다녔노라고 자부합니다. 주말에는 노선의 반절이 닫혀있었다고요! 아이고 두야. 여튼 지도를 보고 바츠를 찾아서 방향을 잡고 뚜벅 뚜벅 걷습니다. 짐이 많아서 꽤 낑낑댔어요... orz 아 정말 가디언 옵저버지 잊지 않겠어. 레드불을 원샷해줬는데 비가 추적 추적하니 으슬 으슬한게 좀 나아지더라고요. 에너지음료수 사랑합뉘다. ㅋㅋㅋ 비싸서 그렇지 ㅡㅜ 바츠 가는 길에 비슷한 분위기의 작은 처치가 있고 비오는 와중에도 정원은 또 기가막히게 예쁘게 해 놓은지라, 차마 지나치지 못하고 또 카메라를 끄집어내어 찍고... 쯧...


바츠는 생가보다 외딴 곳인데, 나름 유명한 관광지이기도 하고, 런던에서 오래된 병원이며, 유명한 의과대학인 동시에 안에 성당과 가든도 있는 명소이기 때문에 표지판이 의외로 잘 되어 있어요. 생각보다 찾기는 쉬웠습니다.
그리고 셜록에 나오는 그 각도로 사진 꼭 찍고가야지 했던 대로, 열심히 찍습니다. 오메 저 멋있는 건물 외벽의 글씨! ㅎㅎㅎ


바츠도 찍었으니 이제 방향을 돌려 무어게이트로 향하다 보면, 바비칸 센터를 지나가게 되는데, 지하도를 통해서 지나게 됩니다. 비 오는 중이라서, 지하도는 내심 반가웠죠. 공기는 좀 탁했지만, 그럭 저럭 숨 쉬어줄 만 했습니다. 지하도 중간 쯤을 지나면 이런 간판이 나오게 되고, 지하도를 다 통과하면 바비칸 센터의 입구가 나오게 됩니다. 바비칸 센터는 사우스 뱅크 센터만큼이나 광활;;한 문화센터라서, 입구 찾는데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처음엔 컨벤션 센터 Exhibition Hall 만 있는 곳으로 방향을 잘못 잡기도 했습니다. 

바비칸 센터로 가는 길.

바비칸 센터의 입구. 리히테르를 비롯한 유명한 음악가들이 공연했던 그 곳. B자 네 개가 정방향으로 이루어진 로고가 눈에 띕니다.

여기 적힌 게 다 있는 센터입니다. 맞습니다. 문화센터.


정말 소문대로 넓더군요. 대학교 (어느 대학인지 기억 안나는데... 꽤 유명한 명문대 예술대였던 걸로 기억... 아마도.) 부지가 포함된 센터이기도 하고, 기숙사인지 아파트인지 모르겠지만 주거 지역으로 둘러싸여 있는 곳이기 때문에 정말 어마어마하게 넓습니다. 전 그냥 센터라길래 우리나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수준의 작은 공연장인줄 알았더만... 망했다. ㅋㅋㅋ 여기서도 지금 한창 다른 연극이며 영화, 콘서트들이 한창이었지만, 일요일인지라... 한산했습니다. Music Shop도 있는데, 주말이라서 문이 닫겨 있는 탓에 못 보고 온게 아쉬웠습니다.

안뜰. 비가와서 그렇지, 해 나면 사람들이 드글 드글할 것 같죠. 주변은 아파트예요.

바비칸 센터 안뜰. 이렇게 분수와 인공 호수가 있어요.


영국사람들은 정원가꾸기에 대한 집착이 대단한 만큼 우리나라의 아파트형 주거시설에 대한 기피 또한 대단합니다. 그만큼 이곳 주거시설은 집값도 싸고, 영국사람들보다는 외국인 노동자들과 빈민들의 주거시설이라고 하는게 맞아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곳은 할렘가와 같았다고 하죠. 지금도 런던의 어마어마한 집값에 비해서, 이런 아파트들의 값은 그렇게 비싸지 않다고 합니다. (그래도 우리나라보다 비싸다고... -_-) 이런 곳에 이런 대규모 문화센터를 짓고 관광객을 유치한 것도 어찌 보면 테이트 모던처럼 템즈강 남동쪽을 개발하기 위한 계획의 일환이었던 것 같네요.

무어게이트역까지 걸어가는 길에 근처에 Waitrose가 눈에 띄어서 비타코코를 찾기 위해서 매장에 들어갔습니다만... 원하던 음료수는 찾지 못했습니다. orz 바비칸 센터를 지나는 튜브역인 바비칸 역은 그 역을 지나는 세 개 노선 (메트로폴리탄, 해머스미스 앤 시티, 서클 라인 -_-) 이 모조리 쉬기 때문에 폐ㅋ쇄ㅋ  -_-+ 그래서 별 수 없이 무어게이트 역까지 걸어가서, Northern 라인을 타고 차링 크로스 역으로 돌아왔습니다. 바비칸 역에서 무어게이트 역 자체는 어차피 지하철 한 정거장 정도의 거리라 오래 걸리지 않았어요. 서둘렀습니다. 나흘째가 되도록 내셔널 갤러리를 못 가봤거든요... 프롬스 가기 전에 사수하고 갈 생각으로, 호텔에서 옷을 미리 갈아입고 내셔널 갤러리로 향했습니다. 이렇게 이틀에 걸친 내셔널 갤러리 탐험의 막이 올랐습니다. (두둥 ㅋㅋ) 내셔널 갤러리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는데, 그건 다행이었죠... 거기도 사진 찍게 내버려뒀으면 저 레알 디카 메모리 터져나갈뻔했을지도... ㅋㅋㅋ 내셔널 갤러리의 입구는 Admission Free 플래카드가 위풍당당하게 걸린 트라팔가 광장 쪽 입구 말고도 Sainsbury Wing 생즈버리 윙 쪽의 입구와 국립 초상화 갤러리와 붙어있는 East Wing 동쪽 윙의 입구 (이 입구는 갤러리 샵과 연결되어 있죠...) 가 있습니다만, 저는 트라팔가 광장 쪽의 입구로 들락 날락 했네요... 런던에 있는 내내 지겨울 정도로 지나다녔던 트라팔가 광장을 또 찍습니다. 근데 비가 추적 추적 하던 저쪽과 달리 여기는 비도 안 오고, 하늘이 파랍니다... -_- 런던 날씨란 게 이 지경이구만요. 으하하.

넬슨 동상과 양 옆이 분수 :)

저 너머로 웨스트민스터도 보이네요!


이 날 저는 내셔널 갤러리의 생즈버리 윙만 겨우 봤습니다... 으와. 생즈버리 윙은 내셔널 갤러리가 넘쳐나는 그림을 감당하지 못하고 확장공사한 미술관으로, 미술관의 West Wing 웨스트 윙의 서쪽 너머에 짤막한 연결통로로 연결 되어 있습니다. 내셔널 갤러리의 구성은 시대를 따라서 West에서 East로 흘러가는 구성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생즈버리 윙은 중세의 성화 위주로, 웨스트 윙에서 센트럴 존에는 르네상스와 바로크 양식, 특히 루벤스/티치아노 학파들의 이탈리아 그림들 위주로, 그리고 이스트 윙에는 인상파와 모더니즘 그림이 주로 전시됩니다. 생즈버리 윙은 유명한 반 에이크의 아르놀피니 결혼식을 비롯해서 12세기 이후의 템페라화와 교회의 성화들이 가득 가득 합니다. 메시나의 초상화들도 이곳에 자리잡고 있지요. 이 시기의 그림들은 물감에 달걀을 풀어 썼고, 실제로 금가루 은가루를 섞어서 썼기 때문에 그림이 반짝 반짝 윤기가 흐르고 화려합니다... 시대에 따라서 인물 묘사라든지, 뻔한 상징적 장치들이 조금씩 조금씩 그 모습을 바꿔가는 걸 관찰하는 재미가 정말 솔솔하기 때문에, 그림은 공부한 만큼 보인다지만, 공부를 대강 해 가도 그냥 그 정교함과 아름다움에 탄복하게 되더군요. 내셔널 갤러리는 정말 넓기 때문에 호텔에서 가까운 위치를 이용해서 자투리 시간을 내서 이틀동안 둘러본 건 잘 한 일이었습니다. 6시 폐관인데 폐관 시간 전에 가면 사람도 적고 해서 한적하니 마음 편하게 그림 보기 좋은 것도 장점이었어요. 낮에 가서 하루에 다 둘러 볼려고 했으면 정말 종일 못나올 뻔했어요 -_-;;; 생즈버리 관을 얼추 둘러보고 센트럴 존의 트라팔가 광장 쪽 출구로 나오려다가 길을 잃고 잠시 헤맨 끝에, 우연히 들라로슈의 제인 그레이의 처형을 발견하고 감동에 몸을 떨면서 한참을 서있었던 게 기억에 남네요.

이제 런던에 있을 날도 내일과 모레 이틀, 짧게는 하루 반밖에 남지 않았더랬습니다. 더헉. 아직 못 본게 태산인데 ㅠ_ㅠ 특히 빅토리아 알버트 박물관도 못 봤어... 끄악... 어쩔려 그러는겨 너... 아놔... ㅋㅋㅋ 슬슬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합니다... 포기해야 하는 것과 포기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고, 체크리스트를 만들어둬야 되겠다는 생각이... 이게 무슨 시험이냐, 벼락치기 관광이 따로 없고만. 아니 애초에 세워두었던 루트 계획은 어디로 간 곳이 없었지 말입니다... ㅋㅋㅋ

이렇게 나흘째는 저물고, 저는 이날 프롬스를 보기 위해서 피카딜리 라인 코벤트 가든 역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아... 정말 스압 장난 아니네요. 이건 여행 후기가 아냐 -_- 절레 절레.
사진도 여느 때 보다 많구요. 끝까지 읽어주신 분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꾸벅} 
Posted by 리히테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