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0.7 ~ 2013.10.12

New York City, USA


2013. 10. 7.





올해는 여름 휴가를 쓰지 않아서, 내년 직장이 정해지는 대로 지금 직장에 휴가를 내고 다녀왔다. 지금 직장은 연말이 다가올수록 일이 몰려서, 휴가 쓰기가 조금 불편하므로 그래도 11월 전에, 휴일을 끼고 다녀오는 게 나을 것 같아 한글날이 낀 10월 둘째 주로 정했다. 한글날이 끼었을 때 다녀오기로 마음먹고 그 다음에 한 짓이 제일 먼저 연극 예매였고 그 다음에 오페라 예매였고 그 다음에 비행기표 구입이었고 맨 마지막으로 한 게 숙소 예약이었다. 나름 비수기이기 때문에 저렇게 해도 큰 문제가 생기지 않더라. 비행기는 대한항공 직항. 카드사 제휴로 싸게 구했다. 작년 여름, 디트로이트 직항으로 앤 아버를 다녀왔을 때 비행기표값에 기함을 토해본 경험이 있어서 (정말 제 돈으로는 못 갈만한 가격이었습니다. 병원 돈이었으니까 갔지... ㅠㅠ), 그 때 보다 훨씬 멀리 가는 이번 비행기편의 가격은 (게다가 국적기라는 걸 고려해 봤을 때) 진짜 괜찮았다. 문제는 14시간이라는 어마무서운 비행시간. 


내가 탄 비행기는 A380이었는데, 내가 이 항공기에 깨춤말춤을 추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아이폰 유저라서. 아이폰은 있지만 아이패드가 없어서. ㅠㅠ 14시간이라는 비행시간 동안, 내가 음악 듣고 비디오 보고 e-book을 보고 할 수 있는 제일 좋은 장난감이 아이폰인데, 아이폰 밧데리는 한 번 충전하면 아무리 잘 버텨봤자 14시간은 무리수. 게다가 내려서 부모님께, 숙소에 연락도 해야 하니 중간에 충전을 안 하면 무지무지 아껴써야 하는 거다. 아이고. 그러니 밧데리 교체가 안 되는 이놈의 핸드폰은 충전할 수 있는 USB가 좌석마다 있는 비행기가 장땡인 것이다. A380은 무엇보다도 그런 점에서는 최고의 비행기였다. 



스타 트렉 다크니스 틀어줌... 한글 자막도 나옴...

갈 땐 못 봤고 올 때 봤는데

하지만 한글 자막이 워낙 영화관에서 봤단 것 보다 못하고, 

이미 아이튠즈에서 HD 영상 사논 게 있어서 그걸 봤다. 



숙소는 KM 하우스 민박 8호점 커플룸을 이용했다. 마스터룸은 혼자 내내 쓰기엔 가격이 조금 부담스러웠고, 어차피 마스터룸이나 커플룸이나 두 사람이 쓰도록 세팅된 방들이라면, 그냥 조금 불편해도 공용 화장실을 쓰는 커플룸도 괜찮을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가격 대비해서 정말 만족스러웠던 선택이었다. 



한국에서 아침 10시쯤에 출발했고, 뉴욕에 오전 11시 반 정도에 도착했다. 내가 갔을 땐 미국 정부가 셧다운 선언한지 사흘이었나 나흘 째였다. 뉴행디 등에서는 자유의 여신상과 스미소니언 박물관이 모두 닫았다고 공지 메일을 보내준 상황. 뭐, 나는 둘 다 근처에도 갈 계획이 애시당초 없었기 때문에 상관이 없긴 했는데, 단 하나, 입국 심사가 많이 걱정되었다. 까다롭기도 한데다가 셧다운 여파가 이런 데 미칠까봐. 그래서 평소라면 도착지 공항에서 핸드폰 꺼내들고 셔터질을 먼저 했을 텐데, 그런 거 전혀 안 하고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전속력으로 immigration을 향해 냅다 뛰었다. 기다리기 싫으면 일단 줄을 빨리 서는 게 장땡이다. 단체 관광객들 사이사이로 요리조리 빠져나가서 제일 짧은 줄에 섰다. 내 앞에 혼자 오신 할머니 한 분이 계셨는데, 기다리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먼저 통과시키고, 나도 입국 심사. 내가 미국에 n번째 들어오는건데 이번만큼 심플한 입국심사는 처음이었다. 왕복 E-ticket 이랑 ESTA 만 줬는데 사진찍고 지문찍고 그냥 통과시키더라. 뭐 물어보지도 않음. 오메. 웬일이여. 내가 그렇게 관광객 코스프레였어? E-ticket에 귀국일이 확실히 적혀있어서, 그게 주효했던 것 같다. 확실히 나갈 날짜가 정해진 사람은 안 건드리는 듯. 그리고 뉴욕 내 체류 주소를 브로드웨이 메리어트 마르퀴스 호텔로 적어놨다...(...) ㅋㅋㅋ 미안. 나도 거기서 묵었으면 좋겠는데 돈이 없어서 뻥을 쳐봤어... ㅋㅋㅋ 그냥 그게 안전할 것 같아서. 옷차림도 나름 좀 비싼 걸로 신경써서 입고 가기도 했고 들고 있는 짐도 별로 없었다. 아마 그 점도 알게 모르게 작용하지 않았을까. 내 앞에 있던 할머니께서는 뉴저지에 딸 보러 가는데 핸드폰 로밍이 이상하다면서 나한테 도움을 청하셨다. 내가 모닝캄이어서 짐이 먼저 나오고 할머니 짐이 좀 더 천천히 나왔는데, 그 사이에 설정 잘못된 걸 찾아서 도와드리고 전화를 연결해드리니 고맙다면서 내 번호를 알려달라는 걸 그냥 사양하고 내 짐 가지고 먼저 나왔다. 이번 여행은 혼자 놀러온 거니까. 


여튼 공항을 나서니까 진짜 호객행위하는 택시며 셔틀 기사들이 달려드는데 다 제끼고 길을 건너서 공항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이게 인천공항처럼 따로 표지판이 있거나 하는 게 아니라서 잠시 당황. 정말 매표원 혼자 휑한 도로에 그냥 서 있는 거다. 야매인지 아닌지 헷갈릴 정도로 대충 세운 나무 팻말이 바닥에 세워져 있고 말이지. 그래서 입국 심사 때도 안 한 영어를 공항 밖에 나와서 처음 했다. 포트 오소리티 버스 터미널 Port Authority Bus Terminal 가는 버스 여기서 타는 거 맞냐고. 맞덴다. 버스 언제 오냐고 하니까 20분 있다가 온덴다. 일단 표를 사고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뉴욕에 신혼여행 오신 한국인 부부를 또 만나서 오밀조밀 수다도 떨고 정보 공유도 하고. 목적지가 같아서 타고 가는 동안 심심하진 않았던 거 같다. 문제는 맨해튼에 들어가는 길이 무진장 막혔다는 거. 데이터 로밍을 해왔기 때문에 버스에 탄 이후부터 계속 아이폰 구글맵을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덕분에 버스가 지나가는 길 이름도 알 수 있었다. Long Island Express Way를 지나 퀸즈를 통해서 지하 터널로 맨해튼에 들어오는데, long island express way가 공사판을 벌려놓은 덕에 월요일! 점심! 시간인데도 무지무지 막혀서 정말 이건 헬게이트야 소리를 몇 번 했던 듯. 이런 교통 체증은 맨해튼에 들어서자 걷잡을 수 없이 심해졌고, 결국 센트럴 역과 브라이언트 파크를 지나 포트 오소리티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을 땐 이미 비행기가 착룩한지 거의 3시간가까이 지난 후였다. 난 이 때 맨해튼의 교통지옥을 체험하고 다시는 한국에서 길 막힌다고 징징대지 않기로 결심했다. 게다가, 맨해튼에는 소나기가 한 차례 지나가고 있었다.



맨해튼 입성하자마자. 버스에서


그랜드 센트럴 스테이션. 역시 버스에서


크라이슬러 빌딩. 역시 버스에서.


포트 오소리티 버스 터미널은 42번가에 있었고 숙소는 48번가 즈음에 있어서, 걸어가기로 했다. 캐리어를 끌고 가도 그닥 먼 거리는 아니었는데 비가 왔으면 어쩔 줄을 몰랐을 뻔했던 것을 비가 그쳐서 다행이었다. 대신 조금 더웠다. 한국보다 약간 더운 날씨였다. 짐을 들고 걸어가니 땀이 조금 났다. Street와 street 사이가 멀지 않다고 해서 걱정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짐을 끌고 가려니 좀 멀었다. 게다가 횡단보도가 많고 소나기가 내린 여파로 곳곳에 물이 고여있어서 더 신경쓰이기도 했던 게 체력 소모에 한몫을 했다. 금새 숙소 체크인 담당자와 미팅 포인트에서 만났고 체크인도 수월하게 했다. 숙소 입구에 security가 있어서 치안도 안심이 되고, 진짜 브로드웨이 한가운데이고, 숙소 주변에 지하철 역도 엎어지면 코깨질 거리에 몇 개나 있었고, (특히 N,Q,R 라인은 Lexington avenue 에서 4, 5, 6호선으로 갈아타면 뮤지움 마일로 갈 수 있어서 애용했다.) 1층에는 스바로, 록시땅, M&M초코렛 매장이 있는 주상복합 아파트였다. 보안 카드와 키를 받아서 방으로 들어와서, 이것 저것 주의사항들이며 기기 사용법, 와이파이 비밀번호 등을 안내 받았다. 안내 해주시는 분도 사근사근하고 친절했다. 나중에 마트에 갈 일이 있어서 위치를 물어보러,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다시 요청드릴 일이 있어서 귀찮게 문자를 보냈는데도 친절하게 안내해주셨다. 내 경우엔 닷새 동안 부엌을 쓸 일이라고는 물 마시는 거랑 남은 음식 데워먹는 거 말고는 쓸 일이 없었는데 (라면도 안 가져왔다. 뉴욕에 먹을 게 얼마나 많은데 숙소에서 밥을 해먹어...! 라는 마인드로 왔기 때문에 ㅎㅎㅎ), 밥솥도 있고 쌀도 있고 냄비도 있어서 사람들이 라면도 끓여먹고 밥도 해먹는 걸 봤었다. 세탁기가 있어서 중간에 빨래도 한 번 했고. 빨래할 때 세탁기 속에 관리인이 이불 빨래를 넣어두고 안 꺼내놔서 난감했던 것 빼고는 딱히 불편하진 않았다. 냉난방은 시즌이 시즌이라서 한 번도 틀지 않았다. 난방이 아직 되지 않는다고 설명을 해 주셔서 걱정했는데, 아침에 잠깐 창문을 열어 환기 시키고, 저녁에 이불 덮고 자면 딱히 춥지 않았기 때문에 쓸 일이 없었다. 전체적으로 날씨가 추운 정도는 아니고, 흐리고 비가 오면 일교차도 적었던 탓도 있다. 게다가 혹시라도 추울까 싶어 긴팔 긴바지 잠옷을 가져가서 입기도 했고. 샤워실도 깨끗하고 전체적으로 잘 관리되고 있는 인상이었다. 욕실은 샤워기가 분리가 안 되는 게 불편했지만, 미국 샤워기 어디나 다 이러니까 이건 뭐 불편한 축에 끼지도 못할 거고. 다만, 위치가 너무 좋은 탓에 밤낮을 가리지 않고 꽤 시끄러웠는데, 나야 잘 때 소음에 신경쓰지 않고 등 대면 자니까 이 점은 문제가 안 되는데, 같은 플랫 다른 방 쓰시는 분들은 시차 + 소음 문제가 겹쳐서 잠을 많이 설치시는 듯 했다. 그래도 위치에 비해서 높이도 있고 방음이 제법 잘 되는 창을 썼는지 시끄러 죽겠다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워낙 지하철이 몇 개나 지나다니다보니 19층 방인데도 (...) 지하철이 지나갈 때 마다 진동이 살짝 울린다. 난 이런 게 또 쓸데없이 예민해서 기함을 한 번 토하긴 했는데, 워낙 잠 자는 덴 문제가 없는 둔탱이인데다가 워낙 매일 스케줄이 빡세서 일단 잘 때는 세상 모르고 잤다. 한마디로 숙소는 완전 좋았다. 가격 대비해서는 진짜 위치도 시설도 기대 이상이어서, 뉴욕에 또 온다면 또 여기서 묵을 거 같다. 숙소 창을 내다보니 뒤쪽에는 바클레이 은행이 파란 간판을 반짝반짝. 밤에도 꽤 생각보다 괜찮은 야경을 볼 수 있었다. 



내가 쓴 커플룸. 이렇게 생겼다. 깨끗하고 널찍함! 

사진 찍은 쪽에 넓은 옷장이 있었는데 

일주일치 옷 가득 가득 걸어놔도 남아돌고 

캐리어까지 안에 넣어놓고 다녔다.

두 사람이서 써도 좁은 줄 못 느꼈다.


숙소 창밖으로 본 뷰


밤엔 이렇게 보인다. ㅎㅎㅎ


짐을 대강 대강 정리해도 벌써 오후 4시가 다 되어서, 부랴 부랴 서둘러 노이에 갤러리로 향했다. 마감시간이 다 되었지만 어쨌든 잠깐이라도 봐야 했다. 그렇게 넓은 규모가 아니라고 생각했고, 무엇보다도 노이에 갤러리는 화요일과 수요일이 휴관일이었다. 매일 저녁마다 공연을 잡아놓은 판에, 하나라도 더 보려면 서둘러야 했다. 박물관과 미술관은 모두 여섯시 전에 문을 닫아버리니까. 밖으로 나오니 비가 오고 있었다. 우산을 챙기느라 다시 방에 올라갔다 오느라 바보 인증. 그래서 뉴욕에 떨어지자마자 지하철을 이용하러 가봤다. 일단 메트로 카드를 사야 했다.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인 49th Street 역에 내려가서 카드 자판기 앞에 섰다. 자판기 무려 한글 지원이 되는데, 난 어리석게도 신용카드를 어디다 집어넣는지 헤매느라 잠시 지체. 신용카드 PIN 넘버 입력하라는데 0을 어디에 몇 개 붙이더라 헤매서 잠시 또 지체. 하지만 어쨌건 무사히 카드 결제에 성공하고 메트로카드 1주일치 무제한 정액권을 득템했다. 이게 32불인가 33불. 카드 데포짓 1불이 추가된다. 지하철 역은 듣던 대로 지저분하고 환기가 안 되며 오래되고 낡아 있었다. 개찰구도 역 마다 천차만별인데 진짜 쌍팔년도 시절보다 더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쇠창살을 밀고 가야 하기도 하고. 뉴욕 지하철은 탈 때만 카드를 긁고 나올 때는 그냥 나온다. 카드도 그냥 대면 읽히고 이게 아니고 일일이 긁어줘야 한다. 나름 재밌음. 가끔 긁어도 다시 긁으라고 할 때도 있다. 그리고 역마다 다른데, 뉴욕 지하철은 Uptown 방향 (St 앞의 숫자가 증가하는 방향)과 Downtown 방향 (St 앞의 숫자가 감소하는 방향)의 입구가 완전히 분리된 경우도 있다. 다 그런 건 아닌데, 가끔 모르고 탔다가 오도 가도 못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뉴욕 지하철은 같은 역에서 카드 두 번 못 긁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나올 때 카드 결제를 안 하니까 같은 역에서 잘못된 방향으로 들어온 걸 알고 나갔다가 제대로 된 방향으로 다시 들어가려고 하면 안 된다. 못 들어감 ㅋㅋㅋㅋㅋㅋ 이런 경우엔 한 정거장 정도 지하철을 타고 가서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거나 반대편 승강장으로 이동하면 된다고 한다. 난 다니면서 그런 일은 안 겪어봤는데 종종 사람들이 그런다고 하더라. 난 그냥 지하철 타려고 입구 찾는데 내가 가려는 방향이랑 반대 방향 입구만 자꾸 보여서 짜증났던 적은 한 번 있었다. 아니 내려가는 방향 타야 되는데 어디로 들어가야 돼 왜 여긴 올라가는 방향 입구 밖에 없는 거야 젠장 ㅎㅎㅎ 이러면서. 지하철 역이 넓은 경우엔 제대로 된 입구 찾는 것도 꽤 일이다. 지하철 안은 냉난방도 완비 되고 뉴욕에 도착해서 처음 탄 지하철은 다음 역이 어딘지도 친절하게 전광판에 띄워주는 새 기차를 타서, 갈아타고 가는 데 문제가 없었다. 가기 전에 뉴욕 지하철의 악몽에 대해서 꽤나 겁을 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놔서 엄청 긴장했는데, 생각보다 출발이 좋았다. 그러면서 뉴욕이 다니기 편하다고 새삼 느꼈는데 내가 가는 곳이 업타운 방향인지 다운타운 방향인지만 알면 진짜 활개를 치고 다닐 수가 있구나, 싶었다. Lexington Avenue에서 6호선 local로 갈아타고 86번가에서 내렸다. 지하철 역에서 지상으로 나오니까 이게 이거 대로 또 멘붕인게, 방향감각이 reset 된 거여서 내 위치가 어디인지 파악이 안 되는 거다. 숙소 주변도 한 이틀 헤매고 나니까 지하철 역에서 나와서 어디로 가야할지 감이 잡혔다. 그래서 구글맵 만세. ㅠㅠ 구글맵 없었으면 진짜 헤맬 뻔했다. 지하철 역에서 딱 올라왔는데, 좌우를 아무리 둘러봐도 표지판이 안 보이면 진짜 위치 파악이 안 된다. 그래서 조금 삽질해서 더 걷는 건 그냥 감수하고 다녔다. 4, 5, 6호선 라인에서 avenue 3개는 걸어가야 뮤지엄 마일 (5th avenue)이다. 비도 오고 바람도 제법 불어서 쌀쌀했지만 그냥 우산을 쓰고 흐린 뉴욕도 나름 매력적이라면서 천천히 걸었다. 걷기 시작하니 오히려 땀이 날 정도였다. street 간격이 짧고 avenue 간격이 넓다 해서 엄청 걸을 각오를 했는데 의외로 그렇게 멀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냥 횡단보도를 건널 때 마다 기다려야 되는 게 좀 걸리적거렸을 뿐. 여기는 무단 횡단은 잘 안하는데, 신호 시스템이 빤해서 그런지 사람들이 신호 떨어지기 전에 항상 먼저 움직이는 것이었다. 그냥 차가 멈추면 보행 신호가 안 떨어져도 알아서 길을 건너던 듯. 그래서 금방 노이에 갤러리에 도착했다.



노이에 갤러리 가는 길. 아마도 6th ave


노이에 갤러리에 거의 5시가 다 된 시각에 도착했는데 다행히 마감 전이라 입장권 끊고 바로 관람 시작. 입장권이 표가 아니라 뱃지처럼 되어있는 작은 금속 판이다. 노이에 갤러리는 1시간 전후 정도면 다 둘러보기에 충분한 규모였다. 아기자기하고, 작품 수가 많지 않고 그림보다는 가구나 시계공예도 상당부분 차지하고 있다. 2층부터 볼 수 있는데, 2층은 클림트와 에곤 쉴레의 그림이, 3층~4층에는 칸단스키 등 현대미술이 많다. 칸단스키 작품들을 워낙 옵세시브하게 많이 전시하고 있었는데, 솔직히 나중에 간 구겐하임 미술관 보다 이곳 컬렉션이 훨씬 잘 정돈되어 있고 작품 스타일도 내 취향에 더 맞았던 것 같다. 클림트의 풍경화는 실물을 처음 보는데 너무 좋아서 침 흘리면서 그림 앞에서 한참을 앉아있었다. 에곤 쉴레의 그림도 보고. 칸단스키의 컬렉션 중에서는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을 듣고 음악을 그림으로 표현한 게 있었는데 그 컬렉션이 있는 방에만 따로 음악을 틀어주고 있었고, 벽의 패널에는 음원도 깨알같이 다 적어놨던 게 인상적이었다. 한바퀴 도는 걸로는 시간이 남아서 두 번 세 번 실컷 시간 여유를 가지고 마감시간 될 때 까지 충분히 구경했다. 갤러리 샵은 서점처럼 되어 있던 게 너무 마음에 들었다. 가이드북에 따르면 노이에 갤러리에 왔으면 까페 사바스키에서 자허 토르테와 커피를 먹어보는 게 족보라고는 하지만 연극도 있고 그냥 제대로 된 저녁밥을 먹는 게 낫겠다 싶어서 까페는 구경만 하고 나왔다.

 

노이에 갤러리 입구 :)


안에 사진 촬영 금지인데 몰래 찍었다. 에곤 쉴레의 그림...


갤러리 샵. 이렇게 서점처럼 되어 있다.


까페 사바스키


그리고 지하철을 타고 타임 스퀘어 쪽으로 돌아왔다. 숙소 쪽을 지나서 한 정거장 더 가서 42번가 타임스퀘어 역에서 내렸다. 여기 완전 지하철 노선 몇 개가 지나는 커다란 역. 우리나라처럼 쇼핑센터 빌딩과 지하철역이 연결되기도 하고 그런 곳이다. 저녁을 여기서 먹고 숙소에 들렸다가 연극을 보러 가기로 했는데, 낙점한 곳이 Carmine's라고 하는 파스타 전문 패.밀.리.레.스.토.랑... oTL 싸고 양많다는 소문만 듣고 (믿고) 갔는데, 예약 안 하니까 대기줄이 어마어마할 뿐이고... 바에서 먹을거냐는 말을 못 알아들은 나는 하염없이 기다렸을 뿐이고... 주문했을 때 파스타 한접시 시키면 되겠지 하고 시켰는데 그 한접시가 3인분이었을 뿐이고... ㅉㅉㅉ 내 옆 테이블에서는 한국 여자분 둘이서 한국말로 수다를 떨면서 파스타를 먹고 있었을 뿐이고... 이렇게 뉴욕에서의 첫 저녁밥은 삽질 오브 삽질로 점철된 저녁밥 되시겠다. 그래도 맛있었으니까 다행이지. ㅠㅠ 그래도 정말 양이 무지 많아서 반도 못 먹었다. 그리고 반도 못 먹고 남은 건 싸가지고 와서 알뜰하게 남은 나흘 끼니 중 두 끼를 남은 파스타 데워 먹는 걸로 때웠다고 한다. ㅎㅎㅎ



뮤지움 마일 따라 내려오면서 본 예쁜 집들


이게 프랑스 대사관이었나 문화원이었나 

여튼 프랑스 국기 걸려 있던 집


뉴욕 지하철역 분위기. 대략 이렇습니다.


42번가 지하철역 :) 타임스퀘어!


타임스퀘어에서 저녁밥 먹으러 가는 길. 이런 분위기.


비가 살짝 뿌리는 가운데 타임스퀘어.


내가 먹은 Carmine's 스파게티... 

리가토니면으로 시키고 새우 파스타 시켰더니 

이건 무슨 떡볶이 n인분 비쥬얼... 아하하하 ㅠㅠㅠㅠ



저녁 먹고 숙소에 와서 목도리 하나 걸치고 양치질 하고 배리모어 극장으로 다니엘 크레이그의 연극, 해롤드 핀터의 배신을 보러 갔다. (연극 후기는 따로 작성했어요. 여기에 http://physica1.tistory.com/517)

타임스퀘어에는 베네딕트 컴버배치 주연의 제 5계급 (Fifth Estate) 간판이 크게 걸려있었다. 개봉했으면 보고 왔을 텐데, 아쉽게도 내가 귀국한 다음 날 개봉이라서 못 봤다. 버스 광고판에도, 옐로우 캡 택시들의 차 뚜껑 등에도, 지하철역 입구 간판에도 여기 저기 참 많이 붙어있었다. 그거 말고도 헝거 게임 캐칭파이어, 엔더스 게임, 원더랜드, 슬리피 할로우 등 근래에 새 시즌 시작하는 드라마며, 곧 개봉할 영화들의 광고판이 눈 돌아가게 많이 걸려있었다. 광고의 천국이었고, 휘황찬란해서 정말 시각적으로는 현란할 정도로 자극이 되는 곳, 그 곳이 뉴욕 타임스퀘어였다. 





크고 아름다운 우리 벤베니. Fifth Estate 광고판


연극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본 타임 스퀘어 광고. 

뭔지 모르고 지나가긴 했는데... 재밌었다.

연극 끝나고 밤 11시가 다 되서 들어왔는데 정말 불야성이 따로 없었다. 

거리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가득했고, 간판은 꺼지지 않고 빛나고 있었다.




이렇게 뉴욕에서의 첫날이 지나갔다.

Posted by 리히테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