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한 6월의 일요일 아침, 눈 뜨자마자 도대체 무슨 조화로 이 곡이 급 땡겨서 ㅡ,.ㅡ 이 연주 저 연주 막 찾아다 들었다. 리차드 구드, 알프레드 브란델, 마리아 호아오 피레스, 게르하르트 오피츠,... 그리고 폴 루이스. (그 외에도 몇 개 더 있을 것 같지만 연주자 이름이 기억이 안 나서 생략) 


확실히, 예전에 피아노로 쳐봤던 곡들은 계속 듣고 또 듣고 해도 질리지 않는 뭔가가 있다. 폴 루이스의 아르모니아 문디 신보는 당연히 다른 건 잘 모르지만 이것 하나 믿고 샀고, 그리고 음반 비닐포장 뜯자마자 이 곡부터 들었고... 이 사람의 연주는, 뭐랄까... 피레스나 구드의 연주처럼 "예쁘게" 친다기보다는, 긴장감이 있게 느껴지도록 연주한다. 전체적으로, 언듯 보기엔 명확하고 단순한 형태를 지녔으나 자세히 보면 정교하고 섬세하게 세공된 작품을 선보인다는 느낌을 주는 연주라는 거다. 폴 루이스의 연주는 이런 스타일이 슈베르트에서는 아주 적절하고도 예리한 해석이 될 수 있다는 걸 웅변한다. 철저하게 계산된 다이나믹과 음색으로 유명한 깐깐쟁이 크리스티앙 짐머만이 이 곡을 연주했으면 이렇게 쳤을까? 글쎄. 그렇다고 해도 폴 루이스가 만들어내는 프레이징 사이의 빈 공간이 주는, 그 절묘한 타이밍이 주는 긴장감을 내기는 힘들지 않았을까 싶다. 폴 루이스는 이런 타이밍이 이끌어내는 긴장감과 몰입도를 어떻게 하면 가장 잘 이끌어낼 수 있는지 이성적인 계산보다는 동물적인 감각으로 깨닫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A에서 A'로 넘어가고 A'에서 다시 A로 넘어올 때, A에서 B로 나아갈 때, B에서 다시 A로 돌아올 때, A에서 C로 바뀔 때... 서로 다른 세 개의 주제가 서로 얼기설기 기가막히도록 묘하게 잘 짜여진 이 곡에서, 하나의 주제에서 다른 주제로 넘어갈 때의 그 숨막히는 순간을, 폴 루이스는 너무나도 잘 포착해냈다. 사실 이 곡처럼 지극히 단순한 멜로디를 가진 서정적인 곡에서 조각가처럼 음 하나하나의 컬러, 즉 음색을 다듬는 것은 이런 수평적이고 시간적인 긴장감과는 좀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생각하기에, 요즘처럼 다들 음색이라는 측면에서는 다소 밋밋할 정도로 비슷비슷하게 변한 여타 다른 슈베르트 연주 중에서 단연 이 연주가 최고라고 단언할 수 있는 지도 모른다. 어차피 피아노라는 그 거대한 악기의 음색이라는 건,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 조금씩 조금씩, 유행이 변하는 것과 같이 그렇게 변해왔고, 폴 루이스가 연주하는 슈베르트의 그 음색은 최근의 큰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안정적이다. 60~70년대의 부드럽고 굉장히 낭만적인 그런 음색과는 또 다른, 시대악기 연주의 반영을 따른 깔끔하고 다소 건조하다 싶은 음색이 최근의 슈베르트 연주의 대세인 것 같긴 하지만, 폴 루이스는 이런 범주 안에서 소리를 만들면서도 자기 나름대로의 개성을 담았다. 소리를 둥글게 만들었다고나 할까. 날이 서 있지 않지만, 고민이 담겨있는 연주. 베토벤 연주가 그닥 맘에 안 들었는지라 반신반의, 잘 해주어야 할 텐데 하고 반은 염려와 걱정이 담긴 마음으로 음반을 샀는데, 너무나도 마음에 들어버리는 바람에, 정말이지 꼭 한 번은 이 분의 연주를 직접 보고싶어졌다. 아직 젊은 분이고,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는 연주자라서 시간이 지나면 언젠간 우리나라에도 한 번 쯤은 와 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지금의 이 레파토리를 연주하는 모습을 정말이지 보고싶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그 사람 최고의 연주를, 그런 순간을 직접 목격하고 싶어서. 런던에 보러갑니다. 네. :) 꽃 들고, 저 사진에 찍힌 악보를 들고, 위그모어홀에서, D.960연주하시는 걸 보러 갑니다. 만세. (그래서 결국은 자랑질하려고 포스팅한거냐고요? 네... 쿨럭)






Posted by 리히테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