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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 사이


요즘 이래 저래 시끄럽다.
내 선택에 후회하지 않을 거라 믿었는데, 지독한 회의감을 느끼는 상황들이 연속으로 터지고 있고
런던 동서남북을 달달 외워가며 6개월 넘게 벽돌을 쌓듯 차곡 차곡하니 준비했던
휴가마저 위협받고 있는 상황. 일은 정신없이 몰아치고, 마음의 평화는 간곳이 없다.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그냥 떠나버리고 싶은 기분이 하루에 열두번도 더 솟구치는 요즘,
그나마의 업무에 집중하기 위한 최소한의 평정심를 유지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내가 잃을 게 뭐가 그렇게 많기에,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학문에 대한 미련도, 이제 거의 남아있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아마도 일 때문인가 보다. 이 일을 사랑하는가보다. 하지만, 하지만 이건 아니야.
어느 정도는 나를 비롯한 주변사람들의 무책임과 무관심함에 기인한 상황이기에
폭발하기 일보직전의 감정상태는, 일정 부분 이상 내 자신을 향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지간하게 겪을만한 건 겪어봤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젊은가보다.
이런 상황은, 낯설고, 짜증나고, 화나고,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어쨌든 감정적인 upset을 어찌하지 못해 여기 저기 발산하지 않고서는,
정말로 돌아버릴 것 같은 압박감.

"주여, 어디계시나이까. 저들은 저들이 하는 일을 모르고 있나이다."
십자가에서 부르짖던 예수의 절규를 그대로 내뱉고 싶은 기분이라니.
종교란, 뜻밖의 상황에서 뜻밖의 위로를 건내준다는 데 그 위력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독한 냉담자이자, 거의 무신론자에 가까운 내가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은
상황의 심각성에 대한 반증이다.

분당에서 듣고 새로이 발견했던 평화로운 음악을 올려본다. 아마도 비슷한 시기에 작곡되었던
유명한 "봄" 소나타의 분위기와 몹시 비슷한 탓이겠지.
구하기 힘들어서 어렵게 어렵게 구했던 셰링과 헤블러의 연주.
라이센스로 간신히 구했지, 아마...
소중한 만큼 아름답고, 정돈되고, 평화로우며, 단아한 연주이다.



Violin Sonata No.6 in A, op30-1
2. Adagio
Henryk Szeryng, violin
Ingrid Haebler, pi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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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리히테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