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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참 한 성깔 하게 생기셨소...



Maurizio Pollini, piano.


네에... 우리의 폴리니 할아버지께서 드디어 바흐 평균율을 내셨습니다.

중증 바흐 중독증 환자에 가까운 저로서는, 이 소식을 듣고
환호성을 지르며 풍월당 매장을 방방 돌아다니는 만행을 저질렀다는.

(그나 저나 저분 연세가 이제 70줄인가 80줄인가 그런데
죽기 전에 우리나라 오긴 틀렸겠지? 아쉽...ㅠ_ㅠ)

아직은 국내 수입이 되지 않고 라이센스 음반만 발매가 되었는데,
마침 지인이신 callas님 께서 해외 지름을 감행,
리핑을 해서 보내주신 걸 들어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가장 유명하다고 알려진 1권의 첫번째 프렐류드와 푸가를 올려봅니다.
미드 <멘탈리스트> 시즌 1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제인이 레드존을 거의 잡을 뻔 했다가 놓친 후
농장을 거닐며 오렌지나무의 향기를 맡을 때 흐르던 음악이죠. 눈 먼 피아니스트가
제인에게 들려주던 음악이기도 하고요.

아... 감동의 눈물이 쓰나미처럼 몰려옵니다.

사람은, 나이를 먹어도 변하지 않는 게 있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변하는 것도 있습니다.

폴리니는, 역시 그 깔끔함은 여전하지만
예전에 비해 찬바람이 부는 듯한 느낌은 많이 가라앉았네요.
따뜻하고, 부드럽고, 평화로운 폴리니... 역시 거장 다운 면모입니다.
사람은 역시 곱게 늙어야... 이게 아니고
참... 세월은 그렇게 칼바람 부는 듯 투명하고 싸늘했던 소리도
저렇게 부드럽게 다듬을 수 있는 힘이 있구나, 라는 걸 느꼈습니다.
아마 세월의 힘 뿐만이 아니라, 폴리니 자신의 재능과, 노력도 한몫 했겠지요.
여태까지 많은 평균율을 들어왔고, 그 모두의 특징을 다 좋아하긴 하지만
이번 연주는 또다시 가장 좋아하는 연주의 순서를 아낌없이 바꿔 넣을 수 있을 만한 연주였습니다.
이제 폴리니는 평균율 명반의 역사를 새로 쓰겠군요.

이제 예전처럼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이런 쉽고, 평범하고, 누구나 좋아하는 그런 음악들이야 말로
나 역시 가장 즐겨 들었던 음악이라는 걸 알고
새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연주를 수술 전에 들을 수 있어서, 고마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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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리히테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