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osieme Lecon de Tenebres a 2 viox
1. YOD
2. CAPH
3. LAMED
4. MEM
5. NUN
6. Jerusalem

Sophie Daneman, Patricia Petibon, soprano
Anne-Marie Lasla, Bass Viol
Wiliam Christie, Les Arts Florissant




Written at Feb 2006

상해에서 장가계로 중국 상해항공 국내선 밤 비행기로 갔습니다.
상해에서 갈 때도, 상해로 돌아올 때도, 모두 밤 비행기를 탔습니다.

비행기 안에서 들으려고, CD 10장을 꽉꽉 채워서 가져갔습니다만
결국은 잠 자고 그런다고 서너장 밖에 못 듣고 온 것 같습니다.

상해에서 장가계로 갈 때 일입니다.
중국은 땅덩이가 얼마나 넓은지, 인천공항에서 상해 가는데 걸리는 시간이랑
상해에서 장가계 가는데 걸리는 시간이 비슷 비슷 합니다 -_-;; 둘 다 약 두 시간 정도 걸리지요.

유럽이나 미주로 갈 때 열 몇시간씩 이코노미 석에 짱박혀 있는 것 보다는 훨씬 나은 상황이지만
두 시간도 지루하다면 지루한 시간,

시간은 밤, 중국 특유의 낡은 곰팡내가 나는 작은 비행기 안에서
CD들을 뒤적 뒤적 하면서 뭘 들을까 고민하다가

쿠프랭의 르송 드 테네브르를 CDP에 얹었습니다.
사실 테네브르 라는 것이
수도원 종과와 철야과 사이에 있는 촛불 끄는 의식이라는 걸 어디서 본 것 같기도 하고
이미 깜깜함 공항의 하늘도, 웬지 지금은 이걸 들어야 될 거 같은 생각이 드는 데 일조했달까요.

어쨋든 쁘띠봉과 다네만의 투명한 목소리, 그리고 크리스티의 콘티누오 반주를 들으면서
비행기와 함께 밤하늘로 날아올랐습니다.

밤의 공기 속으로 녹아들어가는 느낌이랄까.
수십 센치 두께의 철판으로 대기와 나 사이의 공간은 분리되어 있었지만
음악이 그걸 연결시켜주는 느낌이더군요.

날씨가 좋지 않아서 고도를 높여가는 기체는 흔들 흔들... 적당히 흔들흔들 하면서
비행기 벽에 기대어 음악도 같이 흔들흔들... 덜덜거리는 비행기소음과 함께
잠이 솔솔 오려는 찰나

구름을 뚫고 높이 날아오른 비행기의 쪼끄만 창 밖으로
기내의 불을 다 꺼버린 덕분에 눈 부시게 보이던 하얀 구름층 위의 수많은 별들...

그리고 르송 드 테네브르...

눈 오는 날 들었던 리히테르의 영국 조곡 다음가는 경험이었습니다...
영국 조곡을 들으면 항상 눈오던 그 날이 연상되는 것 처럼
앞으로
쿠프랭의 르송 드 테네브르를 들을 때는
손바닥 만한 창 너머 비행기의 날개 끝 저쪽에서 반짝거리던 수많은 별무리가 연상될 것 같습니다.

그래요.
아마 옛날 옛날 그 먼 옛날 수도원에서 깜깜한 밤에
촛불을 끄면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전기도 없는데, 마지막 남은 빛을 끄는 의식.
엄숙하지만 아름답게 울려퍼지는 노랫소리와 함께 어둠이 깊어가고
그리고 아마 수도사들은 별을 보면서 침실로 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노랫소리와 함께... 르송 드 테네브르와 함께...
그 수도사들이 보던 별을
21세기에 두꺼운 쇳덩어리 안에서
손바닥만한 창문을 통해서공유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잠깐 시간 여행을 했던 기분이라고나 할까요...

그냥 들으면 으스스하기만 한 곡이었을지 모르겠지만
뭐든, 그 당시의 상황과, 청각 이외의 다른 감각요소의 결합은
음악을 듣는데 굉장히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했던 경험이었습니다.




Posted by 리히테르